[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주차 전쟁’ ‘주차 지옥’ 등 주차 시비로 인한 칼부림까지 횡행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7일, 훈훈한 주차 미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날,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어제 OOO사 간 썰’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경북 칠곡에 거주 중이라고 밝힌 글 작성자 A씨는 “지난 16일, 중학생 아들을 데리고 점심식사를 위해 OOO사갈비에 갔었다. 주차장이 없는 음식점이었던 데다 주차가 어려운 골목에 있어 진입할 무렵 주차 중이던 차량이 빠지고 있었다”고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남성 B씨가 해당 주차자리서 전화하면서 서 있다가 주차를 마치자 ‘저희가 여기 주차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며 항의해왔다.
당황한 A씨가 “여기 거주하시는 분이시냐? 차는 어디 있느냐?”고 묻자 B씨는 “아니다. (일행이)주차하려고 골목을 돌고 있는 중이다. 두 번이나 돌고 있다”며 “지금 오고 있다”고 답했다. B씨는 주차돼있던 차량이 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셈이었다.
A씨가 “SNS서 봤던 걸 내가 당하게 될 줄이야…참 희한하다”고 불평을 늘어놓자 B씨도 억울하다는 듯 “아니, 그것과는 다르지 않느냐”며 물러서지 않았다.
아이도 있는 데다 덩치도 있고, 착한 인상이 아니라 간혹 일이 커지는 경향이 있어 그냥 비켜드리자 싶은 마음에 A씨는 이내 마음을 바꿔 “빼드리겠다”며 차량을 빼려 하자 B씨도 “아니, 그냥 주차하시라”고 양보했다.
주차 문제는 이렇게 정리되는 듯했다.
A씨가 차량서 내리자 B씨는 “진짜 말 이상하게 하신다. 그런 게 아니라는데 주차하라고 하셨잖아요?”라며 기분이 나쁘다는 듯 언성을 높였다.
A씨는 아들을 음식점 안으로 들여보내고 “한 번 해보자는 겁니까? 여기서 더 하시면 싸우자는 거 아니냐?”고 말한 후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이후 주차 문제로 인해 마음이 흥분된 상태였고 계속 신경이 쓰여 ‘릴렉스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흡연 장소로 향했다.
흡연을 하고 있던 A씨에게 한 남성이 다가왔는데 다름 아닌 B씨였다. 그는 “충분히 그렇게(SNS서 봤던) 생각하실 수 있으셨겠다. 죄송하다”며 “즐겁게 식사하러 오셨는데 오해하지 말아 달라”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차량에 쌍깜빡이(비상등)를 점등한 뒤 음식점 안으로 돌아갔다.
A씨는 “이후 아들과 식사하는데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일행을 보니 아이들과 함께 가족이 식사하러온 것 같던데 다시 와서 사과까지 하는 모습에 ‘저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하는 마음이 생기면서 부끄러웠다”며 “그분의 사과하는 용기에 ‘제 마음이 이렇게 생각되는 건가?’라고…참 많은 걸 느끼게 해주는 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타인의 생각과 행동을 조금만 더 들여다봐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하루였다. 저도 그분 사과에 용기를 내서 음료수라도 드리면서 사과하려고 했는데 무한리필로 제공되고 있었다”며 “주머니 사정상 식사비를 다 내진 못하고 냉면 3그릇을 시켜 드시길래 정중히 사과드리고 냉면값을 지불했다”고 설명했다.
음식점을 나서는 A씨를 허겁지겁 따라 나온 B씨는 “고맙다”고 감사 인사를 표했고 악수를 나눈 뒤 차량에 탑승했다.
A씨는 “그분도 아이들이 중‧고등학생 정도였는데 아마도 저와 같은 생각과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말했을 것”이라며 “저도 우리 아들에게 사과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게 바로 사나이라고 했다”고 마무리했다.A씨는 ‘냉면 결제 인증’이라며 신용카드 결제내역도 함께 이미지 파일로 첨부했다.
첨부된 결제내역에는 OOO사갈비OO점, 7월16일 오후 1시56분 1만7700원이라는 금액이 찍혀 있다.
주차 문제로 인한 시비 및 문의 및 하소연 글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오고 있는 보배드림에 이 같은 주차 미담은 접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해당 글을 읽기 시작한 대다수의 회원들은 내심 불안한 결말을 그리고 있었던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해당 글에는 “조마조마했는데 좋은 결말로 끝났네요” “센 뭔가가 나올 줄 알고 읽으면서 기다린 점, 죄송하다” “흥미진진했는데, 해피엔딩이 더 좋다. 잘하셨다”는 댓글이 달렸다.
이 외에도 “잘못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진짜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정말 힘든 것 같다” “냉면은 사랑을 싣고” “각박한 세상에 이런 훈훈한 글 읽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등 훈훈한 댓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haewoo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