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만원 가입비’ 연예기획사, 촬영 후 출연료 미정산 입길

보배드림 회원들 “사기당했다” VS “부모 욕심”
사측 “소속생 관리…우리도 제작사서 못받아”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서울 강남구 소재의 모 연예기획사 아역배우 모집 공고에 합격한 아이(10세)가 엑스트라(보조 촬영) 촬영 후 1년이 넘도록 페이(출연료)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심지어 아이 부모는 해당 기획사에 프로필 촬영 및 교육비 명목으로 150만원의 가입비까지 납부했다.

지난 28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아역배우 모집 광고 조심’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 작성자 A씨는 “아역배우 모집 광고를 보고 지원 후 ‘아이 이미지가 좋다. 오디션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아 갔는데 합격했다”며 “프로필 촬영, 2시간의 교육(4회) 등 150만원의 가입비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이가 예뻐서 무조건 촬영할 수 있다고 했다. 유튜브나 영화, 드라마 아역 모집 제작사와 연결해주겠다고 해서 경험이라고 생각해 안일하게 OO엔터테인먼트에 가입했다”고 언급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처음으로 엑스트라 촬영에 들어갔으며,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강행군으로 진행됐다. 촬영을 마친 후 페이는 60일 이내에 지급된다고 했으나, 입금이 되지 않아 기획사에 정산에 대해 문의했다.

당시 A씨는 문의 과정서 ‘요즘 어렵느냐’ ‘6개월서 1년 정도 걸리는 경우도 있다’ 등 기획사 측의 응대로 약간의 언쟁이 오갔다.

A씨는 “아이도 언제 출연료가 지급되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1년이 지나서도 정산되지 않아 재차 문의했더니 자기네도 제작사에서 돈을 받지 못했다는 답변만 받았다”며 “미정산은 기다리겠지만, 꾸준히 지원해도 촬영에 캐스팅된 적 없었고 ‘신경써달라’고 연락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촬영 제의는 앞서 단 한 번 뿐이었다.

이후 지난 27일, A씨는 우연치 않게 촬영 단체 대화방에 기획사 관계자가 자신의 이름을 ‘OOO(모) 또라이X’으로 저장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회사 직원이 A씨 이름을 태그하면서 저장돼있던 이름이 단톡방에 그대로 노출된 것이었다.

A씨는 “해당 직원과는 대화한 적도 없다. 1월에 입사해 회사 폰이라는데 저장된 이름을 확인하지 않고 태그해 올린 것 같다”며 “제가 ‘또라이X는 뭐냐’고 물으니 본인이 랩을 하는데 무의식으로 써졌다는 핑계를 댔다”고 황당해했다.

그러면서 “저렇게 저장해두고서 배제시킨 줄도 모르고, 꾸준히 (촬영)지원해 온 제가 다 짜증난다. 아이에겐 아끼지 않는 부모 마음을 이용해 가입비 받아 실속 챙기면서 자기네 말 안 듣고 토 달면 저런 식으로 배제시키며 회사를 운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다들 생돈 날리지 마시고 코 베이지 않도록 조심하시라”며 “저는 신고하러 가겠다”고 마무리했다.

해당 글에는 “아역배우, 어린이, 아이돌 오디션, 실버 모델…모두 사기꾼들이다” “예전부터 그쪽 아카데미 사업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곳 아닌가요?” “아역배우 모델 등등 돈 주고 하는 건 다 사기라고 그렇게 얘기하는데도 안 없어지고 있다” “오디션인데 돈 얘기 나오면 무조건 사기다. 저도 당할 뻔했다” 등의 성토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자신을 아역배우 7년 차 아들을 두고 있는 아빠라고 소개한 한 회원은 “저렇게 공개적으로 모집하는 건 100% 학원비 뜯어먹고 드라마 단역으로 잠깐 2~3초 나오는 역할이 전부”라며 “아역배우 시키려면 전문 아역 연기학원으로 보내셔야 한다. 보통 정산은 늦어도 2~3개월 안에 전부 된다”고 조언했다.


유사 사례를 겪었다는 회원들의 댓글도 이어졌다.

“15년 전쯤, 미끼로 소속비라면서 200만원 내고 교육 몇 번 받았는데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다”(‘cottOOOO’) “저도 200만원 날렸는데 회사 폐업했다고 해서 환불도 못 받았다”(‘모닝의OOO’) “저도 프로필 촬영 두 번에 150만원으로 당했다. 아이들에게 쓰는 신종사기”(‘다아OO’) 등의 피해 주장이 주를 이뤘다.

회원 ‘쭈니OO’은 “저런 곳은 학원 같은 곳이라서 보통 웬만하면 다 합격했다고 한다. 그리곤 수강비 조로 돈을 받아내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다른 회원 ‘호OO’은 “이거 애들 사진 보내면 다 합격했다고 오라고 하는데, 사기”라고 조언했다.

다른 회원 ‘MOO’은 “옛날 고등학교 때 교문 앞에서 명함 받고서 호기심에 오디션 보러 갔다가 프로필 사진 찍고 아무 감정도 없이 국어책 읽듯이 대본 읽어서 ‘무조건 망했구나’ 싶었는데 합격이라고 했다”며 “이후 월 110만원 정도 비용을 내면 교육 및 방송에 출연시켜준다길래 의심스러워서 바로 접었던 기억이 난다”고 털어놨다.

반면, “자기 딸은 자기 눈에만 이쁘지, 다른 사람 눈에는 그렇지 않다. 그저 돈에 눈이 멀어서 아이 광대 만드려다 실패한 케이스”라며 모집공고에 지원했던 A씨를 지적하는 댓글도 달렸다. 해당 댓글엔 “차분한 클레임은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대댓글도 달렸다.

이 외에도 “아이들은 공부해야 할 때 공부시켜야 한다. 전 국민이 유튜버고 연예인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이런 분들 아이들 보면 연예인 외모가 아닌 경우가 태반이다” “아니, 모집공고에 돈을 왜 지불하느냐? 그냥 집에서 즐거운 학창시절 보내게 하셔라. 요즘 죄다 연예인 만드려고 난리” 등의 비판적인 댓글도 눈에 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쪽에서 돈 달라고 하는 곳은 무조건 사기라고 보면 된다. 보통 계약금을 받는 쪽은 아이”라고 조언했다. 

다른 관계자도 “엔터테인먼트 간판을 걸거나 로드 캐스팅으로 이뤄진 경우는 대부분 학원으로 보면 된다. 그렇게 길거리 캐스팅해서 수강료 받아먹는 것이고 가끔 단역 촬영 나갈 경우, 거의 엑스트라급에 준하는 출연료를 받는다”면서도 “그마저도 부모에겐 ‘더 많은 출연을 원하면 돈 받을 거 생각하지 마라’며 암묵적으로 (출연료를)잘 지급하지 않는다. 정상적인 엔터테인먼트라면 그 회사에서 투자하고 관리하지, 부모에게 돈 내라는 소리는 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회원 ‘월드OOO’은 “회사는 먼저 돈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미성년자의 경우, 밤샘 촬영 시 부모 동의서 작성했느냐”며 “동의서 없이 촬영했으면 부당노동으로 신고하셔도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임금채권 소멸시효는 3년으로 계약 당사자가 회사면 회사가, 촬영 원청서 돈을 받든, 받지 않든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조언 댓글에 A씨는 가타부타 이렇다 할 댓글을 달지는 않았다.

지난 2013년 12월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제22조에 따르면, 15세 미만 청소년이 용역을 제공하는 시간은 일주일에 35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며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는 용역을 제공받을 수 없다.

다만, 15세 미만이라고 해도 다음 날 수업이 없는 경우, 당사자 및 친권자 또는 후견인 등의 동의가 있을 시 자정까지는 허용된다.


동법 23조에선 15세 이상 청소년의 경우는 일주일에 40시간 넘게 일할 수 없고, 역시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원칙적으로 일을 시킬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 동법 25조(청소년 대중문화예술용역보수의 청구)엔 청소년은 독자적으로 대중문화예술용역보수를 제작업자 또는 기획업자에게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보수청구권이 친권자 등 법정대리인에게 있다는 계약이 있더라도 해당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에게 보수를 지급해야 계약상의 보수지급 채무를 이행한 것으로 본다고 명시돼있다.

29일,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해당 기획사는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를 통해 오디션 모집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A씨 주장처럼 가입비가 150만원이 아닌 175만원을 받고 있었다.

이날 기획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출연료 미지급 주장에 대해 “(출연료는)제작사로부터 받은 금액의 30%는 제한 뒤 70%를 아역배우에게 지급하고 있다”면서도 “상황에 따라 적게는 2~3개월, 많게는 6개월서 1년까지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고 해명했다.

즉, 기획사도 제작사 측에서 출연료를 받지 못해 해당 아역배우에게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오디션 합격 시 카메라 테스트를 진행하고, 5년에 175만원의 가입비를 납부하는 계약자에 한해 2시간씩 4회 연기수업을 받게 되며, 아이는 회사 소속생 신분이 된다”며 “회사는 제작사, 방송사, 유튜브 등 다양한 곳을 통해 프로필 홍보권을 따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각의 ‘연예기획사가 아닌 단순한 연기 아카데미(연기학원)가 아니냐’는 의혹엔 “그렇지는 않다. 따로 연기수업을 받으며, 스튜디오 프로필 및 영상 촬영 전에 의상 및 메이크업 지원 등의 관리도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위반’(밤샘 촬영) 의혹에 대해선 “이쪽 업계에선 법적인 부분이라 아역배우들에 대한 야간 촬영은 철저히 제한하고 있다. 설령, 부득이하게 촬영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현장서 아이 부모님에게 동의서를 받도록 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회사 측에서도 촬영이 길어질 것 같으면, 아예 현장으로 내보내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해당 기획사는 ‘수많은 아이들 중 진정한 잠재력을 가진 아이를 발굴해 원하는 방향성에 길을 잡아주고 한걸음 더 나아가 끊임없는 도전을 시켜줘 k-culture에 있어 새로운 비전을 창조해나가는 매니지먼트’라고 소개하고 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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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