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소→부천 과다요금 아닌가요?” 택시 승객의 하소연

평소 6만원대 이용했는데…
TG 4회 통과해 9만원 초과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경기도 남양주시 덕소면 덕소리서 경기도 부천시까지의 이동 거리는 대략 50km 남짓 된다.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는 67km로 다소 늘어나기도 한다. 소요 시간도 어느 도로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당시의 교통 흐름에 따라 최소 40분에서 1시간30분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네이버 지도 ‘길찾기’에 따르면 해당 구간의 택시 요금은 최소 5만1640원, 최대 5만2650원으로, 추천 이동경로는 아래의 5가지로 확인된다.

▲강변북로~올림픽대로~신월여의지하도로(51km, 신월여의지하도로TG 1회, 5만1980원) ▲북부간선도로~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벌말로(67km, 불암산TG, 양주TG 2곳, 6만5420원) ▲북부간선도로~내부순환로~국회대로(52km, TG 미통과, 5만2560원) ▲서울양양고속도로~올림픽대로~신월여의지하도로(50kmm, 덕소삼패·신월여의지하도로TG 2곳, 5만2280원) ▲무료 우선인 강변북로~국회대로~경인고속도로(52km, 5만2660원)다.

14일, 여성 A씨는 위 구간을 택시로 이용했다. 이날 자정 무렵, 택시에 승차했던 A씨는 40~5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요금은 보통 6만원에서 6만2000원가량이 나온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몇 번이나 동일 구간으로 택시를 이용했다던 그는 앱으로 인근 택시를 호출했다. 실제로 당시 스마트폰에 찍힌 예상 요금은 6만200원이었다.

얼마 후 ‘탑승 중’이라는 안내문이 켜져 있는 택시가 도착했다. A씨 지인이 ‘왜 탑승 중으로 돼있느냐’고 기사에게 묻자 ‘가까워서 그냥 눌렀다. 미터기는 안 켰으니 타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당시 시간도 너무 늦었고 빨리 집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에 A씨는 홀로 택시에 올랐다.

A씨에 따르면 승차 5분쯤 후 택시기사는 길을 직접 선택한 것이냐고 물었다. 보통 택시를 이용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목적지의 도착 시각이나 요금에만 관심이 있을 뿐 어느 도로를 이용하는지는 크게 관심이 없는데 이날 A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사는 ‘왜 길이 강변북로로 나오지? 이 길로 가면 꼬불꼬불해서 위험한데 안전한 길로 갈까요?’라고 재차 물었다.

‘굳이 위험한 길로 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A씨는 기사에게 동의 의사를 전달했다. 여기서 의문점은 실제로 강변북로가 택시기사들이 위험을 느낄 만큼 꼬불꼬불하냐는 것이다. 서울 한강 이남(올림픽도로)과 이북(강변북로)을 따라 가로지르는 두 도로를 두고 ‘꼬불꼬불해서 위험하다’는 말은 ‘이 도로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도권 운수업체 관계자는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가 꼬불꼬불해서 위험하다는 말은 태어나서 처음 들어본다. 보통 해당 구간서 안내되는 도로가 두 도로일 것”이라며 “의도적으로 주행거리를 늘렸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승객 입장에선 도로명까지 확인하면서 택시를 탈 필요도 없고, 특히나 여성의 경우는 더더욱 그럴 텐데, 톨게이트를 4번이나 통과했을 정도라면 선을 넘은 것”이라고 직격했다.

A씨가 “오늘 차를 안 가져와서 택시를 탄 것이고 평소엔 직진해서 구간단속 70km 카메라가 있는 도로로 다녔다”고 말하자 기사는 ‘지금 변경하는 길이 그 (구간단속이 있는)길 맞다’고 했다.

얼마 후 ‘안전한 길로 가면 거리가 2km 정도 늘어난다’는 설명에 A씨가 ‘(거리는 괜찮은데)시간은 단축되느냐?’고 묻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이때 찍힌 도착 예정시각은 오전 12시55분이었다.

다른 도로로 진입한 뒤 톨게이트를 지나쳐 도착 예정시각을 확인하니 1시8분으로 13분이 늘어나 있는 것을 확인했다. 거리도 더 멀어지고 도착 시각도 지연돼 항의하려 했던 A씨는 이미 톨게이트 요금도 지불했고 ‘많이 나와봐야 7만원이겠지’ 하는 마음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후 기사가 ‘이제 내비게이션 찍었으니 자도 되지 않겠느냐’는 말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A씨는 뭔가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톨게이트 요금(1100원)이 결제됐기 때문이다. 톨게이트 요금은 이후에도 두 번이나 더 결제됐다(총 4900원).

톨게이트 요금 결제 안내가 네 번이나 나오자 기사도 멋쩍었는지 ‘동일 구간으로 택시 타 본 적 있느냐’고 물었다. A씨는 과거 여러 번 택시를 이용해 봤을 뿐만 아니라 톨게이트 요금을 낸 적도 없었는데 네 번이나 결제되는 건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자 택시기사는 ‘고객님이 이 길로 다녔다고 하지 않으셨느냐? 저는 잘못없다’고 항변했다. A씨가 “톨게이트 요금을 낸 적도 없고 50km 가는 데 4번씩이나 결제하는 건 이상한 거 아니냐? 구간단속 70km 구간으로 갔다고 했고 그 길이 맞다고 하셨는데 지나온 길은 구간단속이 없지 않았느냐”고 캐묻자 ‘고객님이 도로명을 몰라서 잘못 길을 든 것이고 저는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때는 이미 도착지에 거의 당도해가는 상황이라 더 이상 누구의 잘잘못을 가릴 수도 없었다.

자동결제 시스템으로 요금 지불 과정 없이 택시서 하차 중이던 A씨는 택시기사로부터 ‘길을 좀 돌아와서 요금이 많이 나왔다’는 말을 들었다. 이후 곧바로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카드 결제 알림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다. 원래 택시 승차 전에 앱에 찍혔던 예상 금액인 6만200원보다 3만1200원이 초과된 9만1400원이 결제됐기 때문이었다.

‘뭔가 잘못된 건가’ 싶었던 A씨는 8만6500원의 요금이 택시 미터기에 찍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 톨게이트 요금 4900원까지 합산돼 정확히 9만1400원이었다. 즉, 미터기를 켠 채로 당초 앱에서 제시됐던 경로를 이용하지 않았으며, 승객에게 도로 변경을 유도한 후 톨게이트를 넘나들면서 의도적으로 먼 거리를 주행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어이없었던 A씨는 “어떤 사람이 킬로수 늘어나고 도착 시각이 지연되고, 톨게이트 요금을 4번이나 내면서 호출 금액의 50%를 더 지불해야 하는 길로 요청하겠느냐?”고 항의했다. 택시기사는 ‘그 길로 다닌다고 해서 (그 길로)온 것이니 (내)잘못은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해당 발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 이날 택시기사는 A씨가 평소 다녔다는 ‘구간단속 70km 카메라가 있는 도로’가 아닌 다른 도로를 이용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A씨에 따르면 이날 택시는 대부분의 구간을 100km 이상의 속도로 달렸으며 단 한번 과속단속카메라를 지났다. 

게다가 동일 구간서 6만원 초반대의 요금이 나온다는 걸 빤히 알고 있는 A씨로선 택시기사의 무책임한 주장을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 

결국 A씨는 해당 사연을 국내 최대의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택시요금…과다청구 맞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미리 죄송하다”는 그는 “호출하자마자 택시 잡힘. 몇 초 만에 탑승 중으로 바뀜(미탑승 상태). 6만200원에 호출했는데 8만6500원 나옴. 평소 톨비 낸 적 없는데 4번 결제됨(총 4900원). 택시비 톨비 합쳐서 9만1400원 나옴(평소 6만2000원). 50km 거리를 70km 걸려서 도착. 본인이 길 변경에 동의해 기사님은 잘못 없다고 함”이라고 간략 정리글을 올렸다.

그는 “제가 길 변경에 동의했기 때문에 호출했던 금액보다 약 50% 초과된 비용을 지불하는 게 맞는지, 과다청구는 아닐지 궁금하다”며 보배 회원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한 회원은 “덕소서 부천 가는 데 외곽순환고속도로를 태웠다. 저걸 모르고 그랬다면 택시 자격증 회수해야 한다”고 A씨를 두둔했다.

다른 회원도 “출퇴근 시간에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 엄청 막힐 때야 돌아가고, 톨게이트 요금 여러 번 내는 거 감수하고도 빠르기 때문에 타는 게 외곽도로인데…밤 12시라면 너무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다른 회원은 “해당 구간의 일반 경로는 덕소~북부간선도로~내부순환로~자유로~중동 및 송내IC나 내부순환로가 꾸물거릴 경우 조금 돌아가면 덕소~덕소IC(서울양양고속도로)~올림픽대로~경인고속도로~중동 및 송내IC”라며 “택시기사가 작정하고 돌아간 경우라면 덕소~구리IC~의정부IC~고양IC~김포IC~중동 및 송내IC(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A씨는 “구리IC 통과하는 것은 확인했는데, 다른 톨게이트 요금 내는 곳의 간판은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반면 “뭘 이런 걸 다 올리느냐? 다음부턴 내비게이션 대로 가고 미리 탑승 중이면 취소하고 다시 부르시라”며 A씨를 지적하는 댓글도 달렸다.

회원 ‘RSOOOO’은 “호구 잡으려고 하는데 ‘나 호구다’ 하고 당해준 게 문제”라고 짚었다.


이날 <일요시사>는 A씨에게 택시의 이동경로 및 운수업체 정보 등 추가 취재를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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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표’ 극우 정당 개편 프로젝트

‘장동혁표’ 극우 정당 개편 프로젝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명 개정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했다. 극우 유튜버로 알려진 고성국씨도 전한길씨에 이어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장 대표의 ‘국힘 극우 정당 개편’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7일 당명 개정 의사를 밝혔다. 장 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해 3대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모든 당원의 뜻을 물어 당명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비판 세례 국민의힘은 지난 9일부터 3일 동안 책임당원에게 당명 개정 찬반을 물었고, 책임당원 중 68.19%는 찬성 의사를 밝혔다. 새 당명은 당원 의견수렴과 국민 공모를 거쳐 결정한 후 당헌 개정 등 절차를 진행해 다음달 중 확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새로운 당명을 내걸고 지방선거를 치른다. 하지만 장 대표가 당명 개정을 승부수로 제시한 것에 대해선 비판적인 의견이 다수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지난 8일 사설을 통해 “당명 개정 추진도 맞는 말이지만, 국민의힘은 반복적으로 ‘미래로 가겠다’라고 약속한 후 실제로는 과거로 퇴행해 왔다”며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엔 부정선거 음모론·합리성을 상실한 극단 세력에 휘둘려 안방을 내주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13일 자 사설을 통해 “당명 교체는 민심의 외면을 받는 원인을 뿌리부터 제거하는 과정의 일환이어야 설득력이 있다”며 “그 핵심은 시대착오적 불법 계엄을 저지른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라고 주장했다. 당명 개정에 대해선 “장 대표가 정치적 상상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지나치게 잦은 당명 개정은 한국 정치의 오래된 문제점 중 하나로 거론된다. 당명을 지나치게 자주 바꾸면, 국민이 정당의 정체성을 파악하기 어렵다. 이런 정당들에 대해선 “당명 개정을 통해 지금의 상황을 면피하려고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장 대표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유로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매개로 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제명 결정 ▲장 대표 주변에 포진한 일부 윤 어게인 세력 등을 제시했다. 장 대표에 대해선 지난달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의 공개 지적 등 다양한 압박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김도읍 전 정책위의장이 지난 5일 사퇴한 것에 대해서도 “장 대표의 당 운영에 대한 항의성 사퇴를 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일각에선 “장동혁 지도부가 2월 전후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을 제기한다. “장 대표가 물러난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을 수도 있다”는 설도 돌았다. 그러자 신 최고위원은 지난달 15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일종의 정치적 선동에 가깝고, 실질적으로 당 내부의 큰 흐름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달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언더 찐윤 성향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장 대표를 내보낸 후 경북 상주 출신이자 아나운서였던 신 최고위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으면 어떻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당명 개정부터?…보수신문 ‘사설 맹폭’ 온라인 댓글 국적 표기…트럼프 벤치마킹?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보궐선거로 당선돼 처음 국회에 입문했고, 지난 2024년 재선에 성공했다.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초선 의원으로 볼 수도 있다. 국민의힘 전체를 움직일 수 있는 정치적 영향력을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장 대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정치적 공간과 영향력이란 분석이 나올 수도 있다. 현재 장 대표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언더 찐윤·친한(친 한동훈)계와 갈등하고 있고, 밖에선 주요 보수 신문까지 그에게 강한 압박을 넣고 있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에 영향력을 가진 토착 보수가 정치적으로 세력화한 집단이다. 지난 14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로부터 제명 결정을 받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반대하는 등 행보로 인해 중도 보수 이미지가 강하다.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서 자신의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는 방법은 국민의힘을 극우 정당으로 개편하는 것밖에 없다. ‘극우 유튜버’로 평가받는 고성국씨는 지난 5일 자신의 유튜브 생방송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고씨는 “제가 김재원 계보가 된 거냐”고 물었고, 김 최고위원은 “제가 고성국 계보가 된 것”이라고 화답했다. 고씨는 평소 ‘윤 어게인’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둔해 왔다. 고씨가 입당한 것을 놓고, <조선일보>는 지난 8일자 사설을 통해 “최근 입당한 극단 성향 유튜버가 당 지도부에 입성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극우 유튜버 전한길씨는 이미 지난해 7월에 입당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배신자’ 구호를 외치면서 소란을 피웠고, “역설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외에서 강경 보수 성향 대형 집회를 주도했던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1년형을 구형받은 후 오는 30일 제1심 선고를 받는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지난해 1월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의 배후로 지목받아 특수건조물침입 교사 혐의가 적용돼 지난 13일 구속됐다. 강경 보수 성향 대형 집회를 주도하던 ‘두 거목’이 구속됐기 때문에, 강경 보수층에게 정서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극우 유튜버가 당내에 뿌리내리게 하면, 장 대표도 당내 거점을 만들 수 있다. 국민의힘에 거점을 만든 후 손·전 목사가 다시 활동하는 시기가 온다면, 장 대표는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무주공산 강경 보수 장 대표는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을 현실 정치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장 대표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외국인의 댓글에 의해 여론이 왜곡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온라인 댓글 국적 표기 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나경원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34명은 지난해 2월 댓글 국적 표시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장 대표는 “과거 7년 동안 국민의힘을 비난하는 글을 6만5000개 이상을 올린 X(엑스) 계정의 접속 위치가 중국으로 확인된 사례도 있었다. 국민 64%는 댓글 작성자 국적 표기에 찬성한다”며 지난 9일 발표된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한국리서치 조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앞서 전씨는 지난해 2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중국을 응원하는 댓글이 어떻게 91%나 나올 수 있겠느냐”며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우마오당 댓글 부대가 우리나라 여론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 투표권이 있는 외국인이 14만명을 넘는 등 외국인이 투표권을 가져서 국민의 주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상호주의에 따라 외국인 투표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69%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은 체류 자격 취득일 이후 3년이 지나고, 거주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등록대장에 오른 만 18세 이상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한다. 따라서 장 대표가 주장하는 데 관해 “더불어민주당의 친중 성향이 짙은 것 같다는 일부 보수층의 의심을 자극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장 대표에 대해선 “전략적으로 극우 영역을 국민의힘으로 이식해 입지를 굳혀 당을 장악한 후 상대를 공격할 프레임을 설정하는 등 일거양득 효과를 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할 수도 있다. 유럽 극우 정당은 대체로 자국민 우선주의 등 반이민 정서를 정치적 기반으로 구축했다. 이는 ▲프랑스의 국민연합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일본의 참정당 등이 갖는 뚜렷한 공통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면서 “불법 이민자의 밀입국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실질적으로는 미국·멕시코 국경에 위치한 기존 장벽을 더 높게 만들어 밀입국을 방지한다는 취지다. 물론 이 공약은 아직 이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장벽은 우리가 짓고, 비용은 멕시코가 부담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보수층의 표심을 얻었다. 양날의 검 극우 정치 반대로 우리나라에선 극우 정치를 강하게 경계하는 기류가 있다. 극우 정치는 대중을 결집시키기 위한 강한 언어에 몰두한다. 우리나라의 극우 정치는 남북 분단이란 역사적 특성 때문에 강경한 일부 기독교 교단과 강하게 밀착돼있다. 아울러 일부 노년층 특유의 옛 관성에 의존하는 흔적이 남아있는 과도한 강경함은 다른 성향을 지닌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갖게 한다. 강경 보수 특유의 키치도 다른 정치 집단에 거부감을 주는 데 한몫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쇼맨십을 토대로 미국 민주당에 반발하는 집단을 하나로 묶어 21세기 미국 극우 집단 MAGA 진영을 만들었고, 공화당을 장악했다. 일본에선 포퓰리스트 고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특유의 화술을 매개로 자유민주당 내 보수 방류의 장기 주도권 행사의 기틀을 세웠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22년 피살됐다. 하지만 그가 만들어놓은 보수 방류의 영향력은 ‘여자 아베’로 유명한 정치적 후계자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되는 데 밑바탕이 됐다. 극우 정치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우리나라에도 극우 정치가 뿌리내릴 가능성을 시사한 사건은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였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을 공격한 이 사건은 지난 2021년 발생한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과 비슷하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제46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던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 대한 대통령 인준을 막기 위해 의회를 무력으로 점거했다가 진압됐다.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 가담자들은 2030 세대 남성이 많았다. 가담 정도가 지나쳐 구속영장이 발부됐던 66명 중 ▲20대 8명 ▲30대 21명 등 2030 남성은 총 29명(43.9%)였다.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는 2030세대 남성 중 보수를 지향하는 유권자들이 강경 보수·개혁 보수로 나뉘는 것을 외부로 보여준 결정적 사건이었다. 판단 기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였다.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2030세대 남성은 서울서부지법 폭동에 참여하거나 지지했고, 비판하는 2030세대 남성 중 상당수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 장 대표에게 남은 선택지는 윤 전 대통령이 정계에서 사실상 사라진 현 시점에 정치적 무주공산인 강경 보수의 정치적 지도자가 되는 것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청년 강경·노년층 묶는 맞춤형 세대포위론? 장 길들이려는 전…“이준석 연대 안 된다” 이들과 기존 반공 보수를 지향하는 노인 세대를 묶어 당내 맹주가 된다면, 장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가 국민의힘 당 대표 시절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전략으로 제시했던 세대포위론이 장 대표에게 맞춤 적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장 대표의 구상이 현실이 될 가능성엔 여러 의문이 남는다. 최근 그는 이 대표와의 연대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정가에서 언급되는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에 대해,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란 표현에 대해선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11일엔 이 대표가 야당 대표 연석 회담을 제안했고, 장 대표는 이를 받아들였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지난 13일 만나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더불어민주당 공천 헌금 및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수사를 위한 특검 도입 등을 함께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비공개회의에선 민주당의 입법을 저지하기 위한 행동 방안과 특검법 관련 양당 의원 연석회의 개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강경 보수 내부에선 장 대표가 이 대표와의 연대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씨는 지난 9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국민의힘이 개혁신당과 연대하면, 장 대표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 대표를 절대 가까이하면 안 된다’는 말을 개인적으로 들었다”는 것을 들었다. 고씨도 지난 13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장 대표는 ‘이 대표와 특검 연대만 하겠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역으로 장 대표에게 “통일교 특검 외엔 이 대표와 공조해선 안 된다”는 압박을 하는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2020년 한국 정치에선 과거와 다른 지점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엔 특정 정치인의 팬덤이 결성돼 정치적 친위대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20년대 이후 팬덤은 정치인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적대적 정치인에 대해선 집단 행동을 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정치인을 능가하고 있다. 정치인이 팬덤을 제어할 수 있는 지도력·정치력을 갖춘 사례가 드물어지고 있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장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처럼 대중을 선동할 수 있는 강한 쇼맨십을 가진 정치인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장 대표에겐 고씨·전씨와 같이 세를 모아줄 수 있는 ‘정치 무당’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장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보수의 김어준’일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한 전 대표를 제명했다고 하더라도 그의 정치 생명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한 전 대표는 재심 청구 포기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제명 결정 무효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불안한 동거 언제까지? 아울러 한 전 대표 제명이 확정되더라도, 국민의힘 내부엔 대구·경북 기득권을 안정적으로 누리기 위해 소극적 정치를 하는 언더 찐윤이 남아있다. 이들은 국민의힘 내부를 실질적으로 지배한다. 또 전씨·고씨 등 ‘정치 무당’과 언제까지 손을 잡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전씨는 이미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반대하는 등 장 대표를 길들이려고 하고 있다. 장 대표의 ‘국민의힘 극우 정당 개편’ 프로젝트는 첩첩산중이다. 한 전 대표 제명 결정은 시작일 뿐이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