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소→부천 과다요금 아닌가요?” 택시 승객의 하소연

평소 6만원대 이용했는데…
TG 4회 통과해 9만원 초과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경기도 남양주시 덕소면 덕소리서 경기도 부천시까지의 이동 거리는 대략 50km 남짓 된다.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는 67km로 다소 늘어나기도 한다. 소요 시간도 어느 도로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당시의 교통 흐름에 따라 최소 40분에서 1시간30분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네이버 지도 ‘길찾기’에 따르면 해당 구간의 택시 요금은 최소 5만1640원, 최대 5만2650원으로, 추천 이동경로는 아래의 5가지로 확인된다.

▲강변북로~올림픽대로~신월여의지하도로(51km, 신월여의지하도로TG 1회, 5만1980원) ▲북부간선도로~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벌말로(67km, 불암산TG, 양주TG 2곳, 6만5420원) ▲북부간선도로~내부순환로~국회대로(52km, TG 미통과, 5만2560원) ▲서울양양고속도로~올림픽대로~신월여의지하도로(50kmm, 덕소삼패·신월여의지하도로TG 2곳, 5만2280원) ▲무료 우선인 강변북로~국회대로~경인고속도로(52km, 5만2660원)다.

14일, 여성 A씨는 위 구간을 택시로 이용했다. 이날 자정 무렵, 택시에 승차했던 A씨는 40~5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요금은 보통 6만원에서 6만2000원가량이 나온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몇 번이나 동일 구간으로 택시를 이용했다던 그는 앱으로 인근 택시를 호출했다. 실제로 당시 스마트폰에 찍힌 예상 요금은 6만200원이었다.

얼마 후 ‘탑승 중’이라는 안내문이 켜져 있는 택시가 도착했다. A씨 지인이 ‘왜 탑승 중으로 돼있느냐’고 기사에게 묻자 ‘가까워서 그냥 눌렀다. 미터기는 안 켰으니 타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당시 시간도 너무 늦었고 빨리 집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에 A씨는 홀로 택시에 올랐다.

A씨에 따르면 승차 5분쯤 후 택시기사는 길을 직접 선택한 것이냐고 물었다. 보통 택시를 이용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목적지의 도착 시각이나 요금에만 관심이 있을 뿐 어느 도로를 이용하는지는 크게 관심이 없는데 이날 A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사는 ‘왜 길이 강변북로로 나오지? 이 길로 가면 꼬불꼬불해서 위험한데 안전한 길로 갈까요?’라고 재차 물었다.

‘굳이 위험한 길로 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A씨는 기사에게 동의 의사를 전달했다. 여기서 의문점은 실제로 강변북로가 택시기사들이 위험을 느낄 만큼 꼬불꼬불하냐는 것이다. 서울 한강 이남(올림픽도로)과 이북(강변북로)을 따라 가로지르는 두 도로를 두고 ‘꼬불꼬불해서 위험하다’는 말은 ‘이 도로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도권 운수업체 관계자는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가 꼬불꼬불해서 위험하다는 말은 태어나서 처음 들어본다. 보통 해당 구간서 안내되는 도로가 두 도로일 것”이라며 “의도적으로 주행거리를 늘렸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승객 입장에선 도로명까지 확인하면서 택시를 탈 필요도 없고, 특히나 여성의 경우는 더더욱 그럴 텐데, 톨게이트를 4번이나 통과했을 정도라면 선을 넘은 것”이라고 직격했다.

A씨가 “오늘 차를 안 가져와서 택시를 탄 것이고 평소엔 직진해서 구간단속 70km 카메라가 있는 도로로 다녔다”고 말하자 기사는 ‘지금 변경하는 길이 그 (구간단속이 있는)길 맞다’고 했다.

얼마 후 ‘안전한 길로 가면 거리가 2km 정도 늘어난다’는 설명에 A씨가 ‘(거리는 괜찮은데)시간은 단축되느냐?’고 묻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이때 찍힌 도착 예정시각은 오전 12시55분이었다.

다른 도로로 진입한 뒤 톨게이트를 지나쳐 도착 예정시각을 확인하니 1시8분으로 13분이 늘어나 있는 것을 확인했다. 거리도 더 멀어지고 도착 시각도 지연돼 항의하려 했던 A씨는 이미 톨게이트 요금도 지불했고 ‘많이 나와봐야 7만원이겠지’ 하는 마음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후 기사가 ‘이제 내비게이션 찍었으니 자도 되지 않겠느냐’는 말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A씨는 뭔가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톨게이트 요금(1100원)이 결제됐기 때문이다. 톨게이트 요금은 이후에도 두 번이나 더 결제됐다(총 4900원).

톨게이트 요금 결제 안내가 네 번이나 나오자 기사도 멋쩍었는지 ‘동일 구간으로 택시 타 본 적 있느냐’고 물었다. A씨는 과거 여러 번 택시를 이용해 봤을 뿐만 아니라 톨게이트 요금을 낸 적도 없었는데 네 번이나 결제되는 건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자 택시기사는 ‘고객님이 이 길로 다녔다고 하지 않으셨느냐? 저는 잘못없다’고 항변했다. A씨가 “톨게이트 요금을 낸 적도 없고 50km 가는 데 4번씩이나 결제하는 건 이상한 거 아니냐? 구간단속 70km 구간으로 갔다고 했고 그 길이 맞다고 하셨는데 지나온 길은 구간단속이 없지 않았느냐”고 캐묻자 ‘고객님이 도로명을 몰라서 잘못 길을 든 것이고 저는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때는 이미 도착지에 거의 당도해가는 상황이라 더 이상 누구의 잘잘못을 가릴 수도 없었다.

자동결제 시스템으로 요금 지불 과정 없이 택시서 하차 중이던 A씨는 택시기사로부터 ‘길을 좀 돌아와서 요금이 많이 나왔다’는 말을 들었다. 이후 곧바로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카드 결제 알림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다. 원래 택시 승차 전에 앱에 찍혔던 예상 금액인 6만200원보다 3만1200원이 초과된 9만1400원이 결제됐기 때문이었다.

‘뭔가 잘못된 건가’ 싶었던 A씨는 8만6500원의 요금이 택시 미터기에 찍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 톨게이트 요금 4900원까지 합산돼 정확히 9만1400원이었다. 즉, 미터기를 켠 채로 당초 앱에서 제시됐던 경로를 이용하지 않았으며, 승객에게 도로 변경을 유도한 후 톨게이트를 넘나들면서 의도적으로 먼 거리를 주행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어이없었던 A씨는 “어떤 사람이 킬로수 늘어나고 도착 시각이 지연되고, 톨게이트 요금을 4번이나 내면서 호출 금액의 50%를 더 지불해야 하는 길로 요청하겠느냐?”고 항의했다. 택시기사는 ‘그 길로 다닌다고 해서 (그 길로)온 것이니 (내)잘못은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해당 발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 이날 택시기사는 A씨가 평소 다녔다는 ‘구간단속 70km 카메라가 있는 도로’가 아닌 다른 도로를 이용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A씨에 따르면 이날 택시는 대부분의 구간을 100km 이상의 속도로 달렸으며 단 한번 과속단속카메라를 지났다. 

게다가 동일 구간서 6만원 초반대의 요금이 나온다는 걸 빤히 알고 있는 A씨로선 택시기사의 무책임한 주장을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 

결국 A씨는 해당 사연을 국내 최대의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택시요금…과다청구 맞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미리 죄송하다”는 그는 “호출하자마자 택시 잡힘. 몇 초 만에 탑승 중으로 바뀜(미탑승 상태). 6만200원에 호출했는데 8만6500원 나옴. 평소 톨비 낸 적 없는데 4번 결제됨(총 4900원). 택시비 톨비 합쳐서 9만1400원 나옴(평소 6만2000원). 50km 거리를 70km 걸려서 도착. 본인이 길 변경에 동의해 기사님은 잘못 없다고 함”이라고 간략 정리글을 올렸다.

그는 “제가 길 변경에 동의했기 때문에 호출했던 금액보다 약 50% 초과된 비용을 지불하는 게 맞는지, 과다청구는 아닐지 궁금하다”며 보배 회원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한 회원은 “덕소서 부천 가는 데 외곽순환고속도로를 태웠다. 저걸 모르고 그랬다면 택시 자격증 회수해야 한다”고 A씨를 두둔했다.

다른 회원도 “출퇴근 시간에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 엄청 막힐 때야 돌아가고, 톨게이트 요금 여러 번 내는 거 감수하고도 빠르기 때문에 타는 게 외곽도로인데…밤 12시라면 너무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다른 회원은 “해당 구간의 일반 경로는 덕소~북부간선도로~내부순환로~자유로~중동 및 송내IC나 내부순환로가 꾸물거릴 경우 조금 돌아가면 덕소~덕소IC(서울양양고속도로)~올림픽대로~경인고속도로~중동 및 송내IC”라며 “택시기사가 작정하고 돌아간 경우라면 덕소~구리IC~의정부IC~고양IC~김포IC~중동 및 송내IC(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A씨는 “구리IC 통과하는 것은 확인했는데, 다른 톨게이트 요금 내는 곳의 간판은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반면 “뭘 이런 걸 다 올리느냐? 다음부턴 내비게이션 대로 가고 미리 탑승 중이면 취소하고 다시 부르시라”며 A씨를 지적하는 댓글도 달렸다.

회원 ‘RSOOOO’은 “호구 잡으려고 하는데 ‘나 호구다’ 하고 당해준 게 문제”라고 짚었다.


이날 <일요시사>는 A씨에게 택시의 이동경로 및 운수업체 정보 등 추가 취재를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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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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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