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소→부천 과다요금 아닌가요?” 택시 승객의 하소연

평소 6만원대 이용했는데…
TG 4회 통과해 9만원 초과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경기도 남양주시 덕소면 덕소리서 경기도 부천시까지의 이동 거리는 대략 50km 남짓 된다.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는 67km로 다소 늘어나기도 한다. 소요 시간도 어느 도로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당시의 교통 흐름에 따라 최소 40분에서 1시간30분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네이버 지도 ‘길찾기’에 따르면 해당 구간의 택시 요금은 최소 5만1640원, 최대 5만2650원으로, 추천 이동경로는 아래의 5가지로 확인된다.

▲강변북로~올림픽대로~신월여의지하도로(51km, 신월여의지하도로TG 1회, 5만1980원) ▲북부간선도로~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벌말로(67km, 불암산TG, 양주TG 2곳, 6만5420원) ▲북부간선도로~내부순환로~국회대로(52km, TG 미통과, 5만2560원) ▲서울양양고속도로~올림픽대로~신월여의지하도로(50kmm, 덕소삼패·신월여의지하도로TG 2곳, 5만2280원) ▲무료 우선인 강변북로~국회대로~경인고속도로(52km, 5만2660원)다.

14일, 여성 A씨는 위 구간을 택시로 이용했다. 이날 자정 무렵, 택시에 승차했던 A씨는 40~5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요금은 보통 6만원에서 6만2000원가량이 나온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몇 번이나 동일 구간으로 택시를 이용했다던 그는 앱으로 인근 택시를 호출했다. 실제로 당시 스마트폰에 찍힌 예상 요금은 6만200원이었다.

얼마 후 ‘탑승 중’이라는 안내문이 켜져 있는 택시가 도착했다. A씨 지인이 ‘왜 탑승 중으로 돼있느냐’고 기사에게 묻자 ‘가까워서 그냥 눌렀다. 미터기는 안 켰으니 타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당시 시간도 너무 늦었고 빨리 집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에 A씨는 홀로 택시에 올랐다.

A씨에 따르면 승차 5분쯤 후 택시기사는 길을 직접 선택한 것이냐고 물었다. 보통 택시를 이용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목적지의 도착 시각이나 요금에만 관심이 있을 뿐 어느 도로를 이용하는지는 크게 관심이 없는데 이날 A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사는 ‘왜 길이 강변북로로 나오지? 이 길로 가면 꼬불꼬불해서 위험한데 안전한 길로 갈까요?’라고 재차 물었다.

‘굳이 위험한 길로 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A씨는 기사에게 동의 의사를 전달했다. 여기서 의문점은 실제로 강변북로가 택시기사들이 위험을 느낄 만큼 꼬불꼬불하냐는 것이다. 서울 한강 이남(올림픽도로)과 이북(강변북로)을 따라 가로지르는 두 도로를 두고 ‘꼬불꼬불해서 위험하다’는 말은 ‘이 도로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도권 운수업체 관계자는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가 꼬불꼬불해서 위험하다는 말은 태어나서 처음 들어본다. 보통 해당 구간서 안내되는 도로가 두 도로일 것”이라며 “의도적으로 주행거리를 늘렸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승객 입장에선 도로명까지 확인하면서 택시를 탈 필요도 없고, 특히나 여성의 경우는 더더욱 그럴 텐데, 톨게이트를 4번이나 통과했을 정도라면 선을 넘은 것”이라고 직격했다.

A씨가 “오늘 차를 안 가져와서 택시를 탄 것이고 평소엔 직진해서 구간단속 70km 카메라가 있는 도로로 다녔다”고 말하자 기사는 ‘지금 변경하는 길이 그 (구간단속이 있는)길 맞다’고 했다.

얼마 후 ‘안전한 길로 가면 거리가 2km 정도 늘어난다’는 설명에 A씨가 ‘(거리는 괜찮은데)시간은 단축되느냐?’고 묻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이때 찍힌 도착 예정시각은 오전 12시55분이었다.

다른 도로로 진입한 뒤 톨게이트를 지나쳐 도착 예정시각을 확인하니 1시8분으로 13분이 늘어나 있는 것을 확인했다. 거리도 더 멀어지고 도착 시각도 지연돼 항의하려 했던 A씨는 이미 톨게이트 요금도 지불했고 ‘많이 나와봐야 7만원이겠지’ 하는 마음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후 기사가 ‘이제 내비게이션 찍었으니 자도 되지 않겠느냐’는 말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A씨는 뭔가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톨게이트 요금(1100원)이 결제됐기 때문이다. 톨게이트 요금은 이후에도 두 번이나 더 결제됐다(총 4900원).

톨게이트 요금 결제 안내가 네 번이나 나오자 기사도 멋쩍었는지 ‘동일 구간으로 택시 타 본 적 있느냐’고 물었다. A씨는 과거 여러 번 택시를 이용해 봤을 뿐만 아니라 톨게이트 요금을 낸 적도 없었는데 네 번이나 결제되는 건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자 택시기사는 ‘고객님이 이 길로 다녔다고 하지 않으셨느냐? 저는 잘못없다’고 항변했다. A씨가 “톨게이트 요금을 낸 적도 없고 50km 가는 데 4번씩이나 결제하는 건 이상한 거 아니냐? 구간단속 70km 구간으로 갔다고 했고 그 길이 맞다고 하셨는데 지나온 길은 구간단속이 없지 않았느냐”고 캐묻자 ‘고객님이 도로명을 몰라서 잘못 길을 든 것이고 저는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때는 이미 도착지에 거의 당도해가는 상황이라 더 이상 누구의 잘잘못을 가릴 수도 없었다.

자동결제 시스템으로 요금 지불 과정 없이 택시서 하차 중이던 A씨는 택시기사로부터 ‘길을 좀 돌아와서 요금이 많이 나왔다’는 말을 들었다. 이후 곧바로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카드 결제 알림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다. 원래 택시 승차 전에 앱에 찍혔던 예상 금액인 6만200원보다 3만1200원이 초과된 9만1400원이 결제됐기 때문이었다.

‘뭔가 잘못된 건가’ 싶었던 A씨는 8만6500원의 요금이 택시 미터기에 찍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 톨게이트 요금 4900원까지 합산돼 정확히 9만1400원이었다. 즉, 미터기를 켠 채로 당초 앱에서 제시됐던 경로를 이용하지 않았으며, 승객에게 도로 변경을 유도한 후 톨게이트를 넘나들면서 의도적으로 먼 거리를 주행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어이없었던 A씨는 “어떤 사람이 킬로수 늘어나고 도착 시각이 지연되고, 톨게이트 요금을 4번이나 내면서 호출 금액의 50%를 더 지불해야 하는 길로 요청하겠느냐?”고 항의했다. 택시기사는 ‘그 길로 다닌다고 해서 (그 길로)온 것이니 (내)잘못은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해당 발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 이날 택시기사는 A씨가 평소 다녔다는 ‘구간단속 70km 카메라가 있는 도로’가 아닌 다른 도로를 이용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A씨에 따르면 이날 택시는 대부분의 구간을 100km 이상의 속도로 달렸으며 단 한번 과속단속카메라를 지났다. 

게다가 동일 구간서 6만원 초반대의 요금이 나온다는 걸 빤히 알고 있는 A씨로선 택시기사의 무책임한 주장을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 

결국 A씨는 해당 사연을 국내 최대의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택시요금…과다청구 맞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미리 죄송하다”는 그는 “호출하자마자 택시 잡힘. 몇 초 만에 탑승 중으로 바뀜(미탑승 상태). 6만200원에 호출했는데 8만6500원 나옴. 평소 톨비 낸 적 없는데 4번 결제됨(총 4900원). 택시비 톨비 합쳐서 9만1400원 나옴(평소 6만2000원). 50km 거리를 70km 걸려서 도착. 본인이 길 변경에 동의해 기사님은 잘못 없다고 함”이라고 간략 정리글을 올렸다.

그는 “제가 길 변경에 동의했기 때문에 호출했던 금액보다 약 50% 초과된 비용을 지불하는 게 맞는지, 과다청구는 아닐지 궁금하다”며 보배 회원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한 회원은 “덕소서 부천 가는 데 외곽순환고속도로를 태웠다. 저걸 모르고 그랬다면 택시 자격증 회수해야 한다”고 A씨를 두둔했다.

다른 회원도 “출퇴근 시간에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 엄청 막힐 때야 돌아가고, 톨게이트 요금 여러 번 내는 거 감수하고도 빠르기 때문에 타는 게 외곽도로인데…밤 12시라면 너무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다른 회원은 “해당 구간의 일반 경로는 덕소~북부간선도로~내부순환로~자유로~중동 및 송내IC나 내부순환로가 꾸물거릴 경우 조금 돌아가면 덕소~덕소IC(서울양양고속도로)~올림픽대로~경인고속도로~중동 및 송내IC”라며 “택시기사가 작정하고 돌아간 경우라면 덕소~구리IC~의정부IC~고양IC~김포IC~중동 및 송내IC(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A씨는 “구리IC 통과하는 것은 확인했는데, 다른 톨게이트 요금 내는 곳의 간판은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반면 “뭘 이런 걸 다 올리느냐? 다음부턴 내비게이션 대로 가고 미리 탑승 중이면 취소하고 다시 부르시라”며 A씨를 지적하는 댓글도 달렸다.

회원 ‘RSOOOO’은 “호구 잡으려고 하는데 ‘나 호구다’ 하고 당해준 게 문제”라고 짚었다.


이날 <일요시사>는 A씨에게 택시의 이동경로 및 운수업체 정보 등 추가 취재를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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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1심 판결의 양면

대장동 1심 판결의 양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버스는 멈추지 않고 달리는 중이다. 승객 한 사람이 ‘대통령실’이라는 정거장에서 내렸을 뿐이다. 일부 승객은 ‘교도소’라는 정거장에서 하차했다. 버스는 정해진 코스를 따라 계속 돌고 돈다. 버스가 존재하고 운전자가 있는 한 끊임없이 달린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처음 불거졌다.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에 도전한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의혹 제기였다. 게이트로 번진 대장동 사건은 현재까지 이 대통령에게 꼬리표처럼 달라붙어 있는 사법 리스크의 시발점이 됐다. 4년 만에 첫 판결 대장동 사건에 연루된 민간업자 관련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들 대부분 중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2021년 말 이들이 기소된 지 4년여 만에 나온 판결로, 그사이 재판만 190여차례 열렸다. 수사, 공판 자료가 25만쪽에 달하고 1심 판결문도 700쪽이 넘는 초대형 재판이었다.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대장동 민간업자들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선고공판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하고 이들을 그 자리에서 구속했다. 유 전 본부장에게는 징역 8년, 벌금 4억원, 추징금 8억1000만원이 선고됐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는 징역 8년과 428억원 추징,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는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5년을 받았다. 정민용 변호사에게는 징역 6년과 벌금 38억원, 추징금 38억2200만원이 선고됐다. 정 변호사는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 투자사업팀장으로 일했다. 유 전 본부장, 김씨, 남 변호사, 정 회계사, 정 변호사 등은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화천대유에 유리하도록 공모 지침서를 작성,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도록 해 7886억원의 부당이득을 얻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2021년 10~12월에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을 성남도시개발공사 실세와 실무자가 민간업자와 결탁한 부패 범죄로 규정했다. 공직자로서의 임무 위배와 막대한 경제적 이익 취득 등을 중대하게 본 것이다. 유동규와 민간업자들 중형+구속 판결문에 이 대통령 390회 언급 재판부는 “유동규는 민간업자들을 사업 책임자로 내정했으며 주요 내용마저 민간업자들이 시행자로 지정될 수 있도록 했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가 ‘정영학 녹음 파일’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고 유 전 본부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본 부분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정 회계사의 녹음 파일은 ‘배임 약정 및 이익 분배’라는 대화 내용을 객관적으로 입증했고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은 ‘그 약정의 실행 주체와 과정, 그리고 수뇌부의 관여’라는 공범 관계의 실체를 드러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유동규는 해당 진술로 인해 유죄를 받을 위험을 무릅쓰고 진술했다는 점에서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유 전 본부장과 민간업자들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4년여 만에 나오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이 들썩였다.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재판은 중지됐지만, 이 대통령 역시 이 사건의 핵심 관계자다. 이들에 대한 판결이 유리하든 불리하든 이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실제 1심 재판부가 2시간30여분 동안 읽어 내려간 판결문에는 이 대통령의 이름이 400회 가까이 등장한다. 다만 재판부는 이 대통령의 사건 공모 여부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별도로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이재명은 이 법정에 출석해 증언한 사실이 없고, 정진상(전 민주당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이 법정에 출석했으나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성남시 수뇌부’의 결정을 위해 민간업자들과의 의견을 조율하는 중간 관리자 역할이었다고 봤다. 이어 성남시 수뇌부의 역할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하진 않았지만 민간업자들과의 유착 관계에 대해서는 일부 언급했다. 개입 여부 판단 보류 재판부는 “민간업자들은 주민들을 시위에 동원하거나 시의원들을 상대로 로비하는 방법으로 성남시의 공사 설립을 도왔고 성남시장 선거 과정에서도 선거운동에 참여하거나 선거자금을 제공하는 등으로 이재명의 재선을 도왔다”며 “이는 유동규를 통해 정진상 등 성남시 수뇌부에도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이재명, 정진상 등 성남시 수뇌부는 유동규로부터 남욱, 정영학 등 민간업자들이 환지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자신들이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자가 되기를 원한다는 사실, 김만배가 남욱, 정영학을 돕는 사실, 김만배 등 민간업자들이 이재명 시장 재선을 도와준 사례 등을 모두 보고받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를 대장동 개발사업자로 내정하는 대가로 사업 수익을 일부 받기로 민간업자들과 약속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유 전 본부장의 진술로는 입증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 유 전 본부장의 진술대로 나중에 이 대통령을 위해 쓸 수 있도록 지분을 받기로 한 것이라도 사실상 이 대통령이 이를 약속받은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씨와 유 전 본부장이 이른바 ‘대장동 개발사업 이익 428억원 약정 약속’을 한 혐의에 대해 최종적으로 이 돈이 이 대통령의 정지차금으로 흘러가기로 정해졌다고 의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대통령이 이 내용을 알았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정진상 전 실장의 공모 가능성은 열어뒀다. 재판부는 “정진상(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은 이재명의 최측근으로서 성남시 공무원들은 정진상의 말을 곧 이재명의 말이라고 여길 정도로 둘 사이가 매우 친밀한 관계임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남욱 등 민간사업자들 또한 정진상이 이재명의 측근으로 성남시의 유력 인사라는 점을 충분히 알았던 것으로 추정되고 대장동 개발사업이 수월하게 진행되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정진상에게 접대하는 등 유착 관계를 형성해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법조계 해석 정치권 들썩 대장동 사건 1심 판결은 여당인 민주당을 자극했다. 대선 전 대법원이 이 대통령의 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이후 반응과 비슷했다. 당시 민주당은 대법원이 대선에 개입했다면서 대법관 수 증원 등 관련 입법을 예고했다. 이번에도 민주당은 이른바 이 대통령의 재판을 중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국정안정법’을 들고 나왔다. 앞서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재판중지법을 의결한 뒤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직전에 연기한 바 있다. 방탄 입법 논란이 불거지면서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최근 국정감사에서 사법부가 ‘이론적으로는’ 이 대통령의 재판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발언하자 당내에서 재판중지법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고 한다. 동시에 대장동 판결이 나오면서 입법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인식이 당 차원으로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의 속도전은 대통령실의 제지로 제동이 걸렸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지난 3일 “당에 사법개혁안 처리 대상에서 재판중지법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예고에 없던 브리핑을 진행한 자리에서였다. APEC 정상회의 성과 등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해야 할 시기에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더 크게 드러나는 상황을 우려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강 비서실장은 “대통령을 더 이상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고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해석해도 될 것 같다”는 해석까지 덧붙였다. 요청의 대상은 민주당 지도부로 풀이됐다. 민주당은 이날 재판중지법 처리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여론의 역풍도 영향을 미쳤지만 대통령실에서 나온 발언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재판중지법 대통령실 제동 국민의힘, 임기 내내 공격 카드로 법안 처리 예고→대통령실 발언→철회까지 걸린 시간은 2~3일에 불과했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실에서 사실상 민주당 정청래 대표에게 ‘경고’한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명-청(이재명-정청래) 대전’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이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도 정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며 각을 세웠다. 이번뿐만 아니라 당 대표가 된 뒤로 사사건건 이 대통령의 행보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주장이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의 갈등설을 부인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호흡이 역대 최고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친명(친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인사가 시당위원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는 상태다. 이 대통령이 민주당 당 대표 시절 영입한 인사인 유동철 동의대 교수는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당위원장 경선 컷오프에 대해 “이유도 명분도 없는 독재”라며 “정청래 대표는 이번 사태에 책임지고 결자해지하라”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에서 비롯될 여러 사안이 임기 내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 제84조를 근거로 이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모두 정지됐지만 주변 인물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장동 사건처럼 이 대통령을 제외한 인사들의 재판 결과가 나올 때마다 법조계는 해석하느라, 정치권은 정쟁을 벌이느라 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야당인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먹히든 안 먹히든 ‘5년 동안 공격이 가능한 카드’를 쥔 상황이고 민주당은 일정 정도의 공격력은 방어를 위해 사용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 대통령이 법정에만 서지 않을 뿐 남은 임기 내내 ‘이재명 없는 이재명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내렸을 뿐 멈추진 않아 대통령 당선 전 이 대통령이 받고 있던 재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파기환송심 ▲위증교사 혐의 항소심 ▲대장동 사건 ▲대북 송금 의혹 사건 ▲법인카드 유용 혐의 사건 등 총 5개다. 직접적으로 공격을 받는 상황은 아니지만 재판에 연루된 인물들에 대한 판결이 이 대통령을 수동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