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최근 한강 다리 위에서 투신을 시도하려는 여성을 막았다는 시민들의 사연이 알려져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11시경, 시민 A씨는 건대입구 방향으로 향하는 청담대교 위에서 난간에 앉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여성을 목격했다.
그는 상황의 심각성을 직감하고 즉시 차량을 갓길에 정차했다. 이후 난간을 넘어 여성의 팔을 붙잡자마자, 여성은 몸부림치며 뛰어내리려 했다. A씨는 침착하게 그녀를 자극하지 않고 112에 신고했다.
곧이어 다른 차량 운전자들도 멈춰서 도움의 손길을 더했다. 여성 시민 1명과 남성 시민 2명이 추가로 합류해 함께 여성의 팔을 붙잡고 안전하게 지키며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버텼다.
여성은 말을 거의 하지 못한 채 멍하니 눈물만 흘리는 상태였고, 극도로 쇠약해 보이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신고한 지 약 5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소방보트 2대가 먼저 현장에 도착했고, 이어 소방차가 반대편 방향에 도착했다. 중앙분리대를 넘어 건너온 4명의 소방대원이 합류하고 나서야 여성을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었다.
해당 사연은 A씨가 3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린 글을 통해 알려졌다. 그는 “주말 아침부터 마음 씁쓸한 일이 있어 슬픈 주말이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A씨는 “30대 후반~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분이 며칠 동안 밥도 제대로 못 먹은 것 같더라. 뼈밖에 안 남아 보였다”라며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꼭 희망을 잃지 않고 우울증 극복하셨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글을 접한 보배 회원들은 용기내 여성을 구한 A씨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보냈다.
회원들은 “잘하셨어요 한 생명 살리신 겁니다” “진짜 고생하셨네요” “마음 아프네요” “잘 이겨내시길” “정말 좋은 일 하셨다” “의인이다” “얼마나 삶이 힘들면 그랬을까. 그래도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살아봤으면 좋겠다 그분” “복 받으실거다” “HERO” “멋지십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쫌O 회원은 “바쁘신 와중에도 지나치지 않고 생명을 구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난간에 앉아 계셨던 분 지금 당장 죽을 만큼 힘들겠지만 오늘 하루만 살아봅시다. 내일도 또 하루만 더 살자 생각해봅시다. 힘내시고요”라고 격려했다.
이날 상황을 본인도 목격했다는 회원도 있었다. 꼬O 회원은 “저도 그 시간에 지나가다 봤다. 소방대원들이 중앙분리대를 넘어가길래 무슨 일인가 봤더니…하루종일 마음이 아팠다”며 “그 사람은 살아갈 운명인가 보다 하루 하루 살다보면 이겨낼 것”라고 응원했다.
한편, 서울시119특수구조단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한강 다리 위에서 투신한 사건은 총 292건 발생했다. 투신을 시도하다 저지당한 사례는 406건에 이른다.
이처럼 투신 시도 사례가 적지 않은 가운데, 서울시는 극단적 선택 예방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일환으로 한강 다리에 CCTV와 ‘SOS 생명의전화’를 설치해 극단적 선택 위기자를 구조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20개 한강 다리에 총 75대 설치돼있다. 극단적 선택 위기자가 수화기를 들면 전문 상담원과 연결돼 365일 24시간 대화를 할 수 있다. 상담원은 대상자를 설득하고, 필요한 경우 사회복지 서비스에 연결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119상황실을 통해 수난구조대가 즉시 출동해 구조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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