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돼야…” 택시요금 폭탄 맞은 여성 승객의 호소

남양주시청 “비상식적이긴 하지만…”
기사 “손님 동의로 길 변경했다” 주장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이런 사건들은 언론를 통해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2·3의 피해자가 계속 발생할 테니까요…”

지난 5일, <일요시사>는 지난달 14일에 택시요금을 과다하게 청구받았다는 40대 여성 A씨의 제보를 한 통 받았다. 당시 기자는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A씨가 게시한 글을 토대로 피해 내용을 보도했다. 취재를 위해 연락했으나 끝내 닿지 않았던 그가 최근 우연치 않게 ‘“덕소→부천 과다요금 아닌가요?” 택시 승객의 하소연’ 기사를 접한 뒤 보낸 것이다.

A씨는 “보배드림에 사연을 올리고 120에 신고했는데 이튿날, 남양주시청으로부터 당시 이동 기록을 달라고 해서 제출했다”며 “3~4주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오늘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운행했던 택시기사는 시청 조사에서 ‘손님이 동의해서 길을 변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가 작성한 진술서엔 ‘A씨가 외곽으로 가 달라고 했다’고 쓰여 있었다.

A씨는 “녹취도 없는데, 남양주시청 관계자분이 택시 블랙박스도 하루면 지워진다는 말을 들었다”며 “택시기사를 통해 한번 더 확인해보겠다고 하긴 했는데, 이대로 묻히는 게 너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외곽(순환도로)을 타고 갔을 때 제게 좋은 점이 어떤 게 있느냐”는 A씨 물음에 이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새벽이라 차가 막히는 시간도 아니라…이해되지 않는 경로지만 심증만으론 조사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날 A씨는 <일요시사>에 “환불을 받지 못하더라도 택시기사에 대한 벌금이나 운행 정지 등의 불이익이 가게 했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사건은 지난달 1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A씨는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인근서 카카오 플랫폼으로 택시를 호출했다.

화요일 자정이 막 넘은 오전 12시2분 탑승한 그는 택시기사로부터 ‘가는 길을 직접 선택한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또 ‘왜 길이 강변북로로 나오지? 이 길로 가면 꼬불꼬불해서 위험한데 안전한 길로 갈까요?’라고 묻기도 했다.

당시 A씨가 “오늘 차를 가져오지 않아서 택시를 탄 것이고 평소엔 직진해서 70km 구간단속카메라가 있는 도로로 다녔다”고 답하자 택시기사는 ‘지금 변경하려는 길이 그 (구간단속 있는)길이 맞다’고 대꾸했다.

얼마 후 택시기사로부터 ‘안전한 길로 가면 거리가 2km 정도 늘어난다’는 설명을 들은 A씨가 “시간은 단축되느냐”고 묻자 아무런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이때 찍혔던 도착 예정시각은 12시55분이었다.

A씨는 경로 변경 후 톨게이트(TG)를 통과한 후 도착 예정시각이 오전 1시18분으로 13분이 늘어나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미 TG 요금도 지불했고 많이 나와 봐야 7만원이겠지’ 하는 생각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택시기사의 ‘이제 내비게이션 찍었으니 자도 되지 않겠냐’는 물음엔 대꾸를 피했다.


그런데 얼마 후 TG 요금 1100원이, 이후 도착 전까지 두 번이나 더 결제됐다. A씨는 부천 중동을 지나면서 “과거에도 여러 번 동일 시간대에 택시를 이용해 봤을 뿐만 아니라 TG 요금을 낸 적도 없었는데 네 번이나 결제되는 건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택시기사는 ‘고객님이 이 길로 다녔다고 하지 않으셨느냐? 저는 잘못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객님이 도로명을 몰라서 잘못 길을 든 것이고 저는 잘못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미 도착지에 당도해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A씨는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지 않았다. 목적지에 도착한 택시기사는 ‘길을 좀 돌아와서 요금이 많이 나왔다’며 A씨에게 9만1400원이 찍힌 종이 영수증을 건넸다. 택시 승차 직전에 앱에 찍혔던 예상 택시비는 6만200원이었으나 무려 51%가 초과됐다.

택시 미터기엔 8만6500원이 찍혀 있었고, 총 4회의 TG 요금 4900원이 합산된 금액이었다.

평소 동일 시간대에 이용했던 것보다 시간도, 택시요금도 더 많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건 다름 아닌 바뀐 운행 경로 때문이었다. A씨가 해당 플랫폼 고객센터에 확인한 결과, 당시 호출 경로는 올림픽대로를 타는 길이었던 반면, 택시기사가 운행했던 길은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였다.

실제로 추천 경로로 제시되는 강변북로~올림픽대로~신월여의지하도로 경로는 이동거리가 51km며 신월여의지하도로TG 이용 시 요금은 5만1980원가량 나오는 데 반해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이용 시 거리(70.5km)도, 요금도 TG 비용까지 합산되면서 동반 상승한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택시 주행 경로는 구리남양주TG(800원), 불암산TG(1400원), 양주TG(1800원), 김포TG(900원)일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경로의 TG 합산 요금이 정확히 4900원인 데다 이동 거리도 70여km로 확인됐다.

A씨 의지와는 달리 택시기사는 납득하기 힘들 만큼 먼 길로 우회한 셈이다. 산술적으로 50km에서 70km의 이동 거리 차이는 그렇게 크게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도상 시각적으로 나타나는 이동 경로를 확인해본 결과 그 차이는 극명했다.

기자는 A씨로부터 받은 비슷한 시간대의 과거 택시 이용 영수증을 확인했다. 또 공정한 취재를 위해 비슷한 시간대인 자정을 막 지난 시각에 네이버 길찾기 및 카카오 플랫폼 앱을 이용해 해당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해 추천 경로와 이동 시간, 예상 요금까지 확인했다.

확인 결과는 A씨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앱을 통해 추천된 경로는 북부간선도로~내부순환로~국회대로로 제시됐으며, TG를 통과하지 않을 경우 6만3100원의 예상 비용이 발생했다. 소요 시간은 1시간1분으로 측정됐다. 

A씨가 택시를 이용했던 당시의 날씨나 도로 상황도 운행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하지만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13일부터 14일까지 서울 및 남양주 지역엔 구름이 많았을 뿐, 적설량은 ‘0~1’mm였고 최저기온도 영하 0.8도에 불과했다.


다만 같은 날에 블랙아이스가 원인으로 밝혀진 자유로 연쇄추돌 사고가 발생하긴 했다. 그러나 A씨의 택시 운행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5시간 후인 오전 5시15분께였다. 결국 가깝게 갈 수 있는 경로를 놔두고 비용이 더 발생하는 구간으로 우회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게다가 강변북로가 택시기사들이 위험을 느낄 만큼 꼬불꼬불한지도 의문이다. 한강 이남(올림픽도로)과 이북(강변북로)을 가로지르는 두 도로를 두고, ‘꼬불꼬불해서 위험하다’는 말은 ‘이 도로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택시기사의 ‘손님이 길 변경에 동의해서 난 잘못이 없다’는 주장 역시 신빙성이 낮아 보인다. A씨가 동의했던 것은 ‘원래 70km 구간단속카메라가 있는 길로 다녔던 길’이었고, 택시기사도 ‘변경한 경로가 그길인데 2km 정도 거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대화가 오갔다.

하지만 이날 실제 이용 경로는 70km 구간단속카메라가 있는 올림픽대로도 아니었고, 늘어난 거리 역시 2km가 아닌 20km에 달했다. 요금 또한 3만원가량이나 더 나왔다. 상식적으로도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승객이 TG 요금까지 드는 길로 가자고 했을 리도 만무하다.

물론 A씨와 택시기사와의 대화가 일방적인 주장일 수도 있다. 남양주시청 관계자의 말처럼 대화 내용 녹취 등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라는 의문부호는 거두기 힘든 게 사실이다. 택시기사 입장에선 ‘바퀴가 구르면’ 그만큼 수익이 발생하는 것이고 달리면 달릴수록 수익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기 때문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해당 택시는 남양주 소재의 B 업체인 것으로 확인됐다.


6일, A씨의 택시요금 과다청구 주장에 대해 해당 업체 관계자는 “운행했던 택시기사가 남양주시청에 출석해 진술·소명했으며 결과는 조만간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당시 도로 상황 등을 잘 알지 못해 조심스럽긴 하지만 의도적으로 길을 우회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체 관계자는 “시청서 나온 조사 결과에 따라 회사는 승객분에게 차액 환급이나 행정처분 등의 조치를 내리게 된다”며 “회사 입장서도 과다 요금 청구 같은 불미스런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내 게시판에 공고문을 붙여놓고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택시요금 과다청구 민원을 조사하고 있는 남양주시청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조사는 마무리 단계에 있어서 섣불리 결과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결국 우회 부분에 대한 고의성이나 대화 내용 녹취 등의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입증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 제16조(택시운수종사자의 준수사항 등)에 따르면 승객의 동의 없이 임의로 장거리 우회 운행 후 요금을 징수하는 행위 등은 금지하고 있다. 위반 시 과태료 부과, 면허정지 또는 취소까지 가능하다.

택시 관련 민원 중 가장 많은 사례는 우회 운전인 것으로 집계돼있다. 서울시 택시 불편신고 안내 게시판엔 부당요금 징수 안내를 통해 ‘승객이 원하는 길로 가지 않고 원거리(우회)로 돌아갈 때’를 위반 사례 중 하나로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2016년 9월12일 승객(신고인)은 내부순환로 이용을 요청했으나 택시기사는 ‘강변북로를 타야 한다’고 권했다. 승객이 강변북로는 돌아가는 길이라는 것을 고지하고 거부했지만 기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강변북로를 탔다. 결국 평소 결제했던 2만원~2만1000원보다 8000~9000원이 더 결제됐다.

승객은 “여자기 때문에 더 이상 이의제기를 하지 못하고 미터기 요금 모두 부당하게 결제하고 하차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엔 전국적으로 택시 승차 피해를 입었다는 승객들 20여명의 사례들이 댓글로 소개돼있다. 그만큼 전국적으로 택시 우회 운행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당시 택시기사와 나눴던 대화 녹취록이나 블랙박스 기록 등의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한 ‘고의성 여부’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번 A씨의 사례처럼 승객의 주장과 택시기사의 진술이 서로 배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탓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택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업계에선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익명을 요구한 전 운수업계 관계자는 “시민의 발이라는 택시가 되레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서야 되겠느냐”면서도 “현실적으로 녹취가 쉽지 않는 점, 블랙박스도 하루만 지나면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점 등의 법 테두리에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심증만으로 승객의 과다요금 청구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도 고민해 볼 가치가 있을 것”이라며 “택시기사들도 순간의 경제적 이익에 양심을 팔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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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