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돼야…” 택시요금 폭탄 맞은 여성 승객의 호소

남양주시청 “비상식적이긴 하지만…”
기사 “손님 동의로 길 변경했다” 주장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이런 사건들은 언론를 통해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2·3의 피해자가 계속 발생할 테니까요…”

지난 5일, <일요시사>는 지난달 14일에 택시요금을 과다하게 청구받았다는 40대 여성 A씨의 제보를 한 통 받았다. 당시 기자는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A씨가 게시한 글을 토대로 피해 내용을 보도했다. 취재를 위해 연락했으나 끝내 닿지 않았던 그가 최근 우연치 않게 ‘“덕소→부천 과다요금 아닌가요?” 택시 승객의 하소연’ 기사를 접한 뒤 보낸 것이다.

A씨는 “보배드림에 사연을 올리고 120에 신고했는데 이튿날, 남양주시청으로부터 당시 이동 기록을 달라고 해서 제출했다”며 “3~4주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오늘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운행했던 택시기사는 시청 조사에서 ‘손님이 동의해서 길을 변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가 작성한 진술서엔 ‘A씨가 외곽으로 가 달라고 했다’고 쓰여 있었다.

A씨는 “녹취도 없는데, 남양주시청 관계자분이 택시 블랙박스도 하루면 지워진다는 말을 들었다”며 “택시기사를 통해 한번 더 확인해보겠다고 하긴 했는데, 이대로 묻히는 게 너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외곽(순환도로)을 타고 갔을 때 제게 좋은 점이 어떤 게 있느냐”는 A씨 물음에 이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새벽이라 차가 막히는 시간도 아니라…이해되지 않는 경로지만 심증만으론 조사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날 A씨는 <일요시사>에 “환불을 받지 못하더라도 택시기사에 대한 벌금이나 운행 정지 등의 불이익이 가게 했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사건은 지난달 1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A씨는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인근서 카카오 플랫폼으로 택시를 호출했다.

화요일 자정이 막 넘은 오전 12시2분 탑승한 그는 택시기사로부터 ‘가는 길을 직접 선택한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또 ‘왜 길이 강변북로로 나오지? 이 길로 가면 꼬불꼬불해서 위험한데 안전한 길로 갈까요?’라고 묻기도 했다.

당시 A씨가 “오늘 차를 가져오지 않아서 택시를 탄 것이고 평소엔 직진해서 70km 구간단속카메라가 있는 도로로 다녔다”고 답하자 택시기사는 ‘지금 변경하려는 길이 그 (구간단속 있는)길이 맞다’고 대꾸했다.

얼마 후 택시기사로부터 ‘안전한 길로 가면 거리가 2km 정도 늘어난다’는 설명을 들은 A씨가 “시간은 단축되느냐”고 묻자 아무런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이때 찍혔던 도착 예정시각은 12시55분이었다.

A씨는 경로 변경 후 톨게이트(TG)를 통과한 후 도착 예정시각이 오전 1시18분으로 13분이 늘어나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미 TG 요금도 지불했고 많이 나와 봐야 7만원이겠지’ 하는 생각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택시기사의 ‘이제 내비게이션 찍었으니 자도 되지 않겠냐’는 물음엔 대꾸를 피했다.

그런데 얼마 후 TG 요금 1100원이, 이후 도착 전까지 두 번이나 더 결제됐다. A씨는 부천 중동을 지나면서 “과거에도 여러 번 동일 시간대에 택시를 이용해 봤을 뿐만 아니라 TG 요금을 낸 적도 없었는데 네 번이나 결제되는 건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택시기사는 ‘고객님이 이 길로 다녔다고 하지 않으셨느냐? 저는 잘못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객님이 도로명을 몰라서 잘못 길을 든 것이고 저는 잘못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미 도착지에 당도해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A씨는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지 않았다. 목적지에 도착한 택시기사는 ‘길을 좀 돌아와서 요금이 많이 나왔다’며 A씨에게 9만1400원이 찍힌 종이 영수증을 건넸다. 택시 승차 직전에 앱에 찍혔던 예상 택시비는 6만200원이었으나 무려 51%가 초과됐다.

택시 미터기엔 8만6500원이 찍혀 있었고, 총 4회의 TG 요금 4900원이 합산된 금액이었다.

평소 동일 시간대에 이용했던 것보다 시간도, 택시요금도 더 많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건 다름 아닌 바뀐 운행 경로 때문이었다. A씨가 해당 플랫폼 고객센터에 확인한 결과, 당시 호출 경로는 올림픽대로를 타는 길이었던 반면, 택시기사가 운행했던 길은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였다.

실제로 추천 경로로 제시되는 강변북로~올림픽대로~신월여의지하도로 경로는 이동거리가 51km며 신월여의지하도로TG 이용 시 요금은 5만1980원가량 나오는 데 반해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이용 시 거리(70.5km)도, 요금도 TG 비용까지 합산되면서 동반 상승한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택시 주행 경로는 구리남양주TG(800원), 불암산TG(1400원), 양주TG(1800원), 김포TG(900원)일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경로의 TG 합산 요금이 정확히 4900원인 데다 이동 거리도 70여km로 확인됐다.

A씨 의지와는 달리 택시기사는 납득하기 힘들 만큼 먼 길로 우회한 셈이다. 산술적으로 50km에서 70km의 이동 거리 차이는 그렇게 크게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도상 시각적으로 나타나는 이동 경로를 확인해본 결과 그 차이는 극명했다.

기자는 A씨로부터 받은 비슷한 시간대의 과거 택시 이용 영수증을 확인했다. 또 공정한 취재를 위해 비슷한 시간대인 자정을 막 지난 시각에 네이버 길찾기 및 카카오 플랫폼 앱을 이용해 해당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해 추천 경로와 이동 시간, 예상 요금까지 확인했다.

확인 결과는 A씨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앱을 통해 추천된 경로는 북부간선도로~내부순환로~국회대로로 제시됐으며, TG를 통과하지 않을 경우 6만3100원의 예상 비용이 발생했다. 소요 시간은 1시간1분으로 측정됐다. 

A씨가 택시를 이용했던 당시의 날씨나 도로 상황도 운행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하지만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13일부터 14일까지 서울 및 남양주 지역엔 구름이 많았을 뿐, 적설량은 ‘0~1’mm였고 최저기온도 영하 0.8도에 불과했다.

다만 같은 날에 블랙아이스가 원인으로 밝혀진 자유로 연쇄추돌 사고가 발생하긴 했다. 그러나 A씨의 택시 운행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5시간 후인 오전 5시15분께였다. 결국 가깝게 갈 수 있는 경로를 놔두고 비용이 더 발생하는 구간으로 우회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게다가 강변북로가 택시기사들이 위험을 느낄 만큼 꼬불꼬불한지도 의문이다. 한강 이남(올림픽도로)과 이북(강변북로)을 가로지르는 두 도로를 두고, ‘꼬불꼬불해서 위험하다’는 말은 ‘이 도로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택시기사의 ‘손님이 길 변경에 동의해서 난 잘못이 없다’는 주장 역시 신빙성이 낮아 보인다. A씨가 동의했던 것은 ‘원래 70km 구간단속카메라가 있는 길로 다녔던 길’이었고, 택시기사도 ‘변경한 경로가 그길인데 2km 정도 거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대화가 오갔다.

하지만 이날 실제 이용 경로는 70km 구간단속카메라가 있는 올림픽대로도 아니었고, 늘어난 거리 역시 2km가 아닌 20km에 달했다. 요금 또한 3만원가량이나 더 나왔다. 상식적으로도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승객이 TG 요금까지 드는 길로 가자고 했을 리도 만무하다.

물론 A씨와 택시기사와의 대화가 일방적인 주장일 수도 있다. 남양주시청 관계자의 말처럼 대화 내용 녹취 등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라는 의문부호는 거두기 힘든 게 사실이다. 택시기사 입장에선 ‘바퀴가 구르면’ 그만큼 수익이 발생하는 것이고 달리면 달릴수록 수익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기 때문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해당 택시는 남양주 소재의 B 업체인 것으로 확인됐다.

6일, A씨의 택시요금 과다청구 주장에 대해 해당 업체 관계자는 “운행했던 택시기사가 남양주시청에 출석해 진술·소명했으며 결과는 조만간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당시 도로 상황 등을 잘 알지 못해 조심스럽긴 하지만 의도적으로 길을 우회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체 관계자는 “시청서 나온 조사 결과에 따라 회사는 승객분에게 차액 환급이나 행정처분 등의 조치를 내리게 된다”며 “회사 입장서도 과다 요금 청구 같은 불미스런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내 게시판에 공고문을 붙여놓고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택시요금 과다청구 민원을 조사하고 있는 남양주시청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조사는 마무리 단계에 있어서 섣불리 결과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결국 우회 부분에 대한 고의성이나 대화 내용 녹취 등의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입증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 제16조(택시운수종사자의 준수사항 등)에 따르면 승객의 동의 없이 임의로 장거리 우회 운행 후 요금을 징수하는 행위 등은 금지하고 있다. 위반 시 과태료 부과, 면허정지 또는 취소까지 가능하다.

택시 관련 민원 중 가장 많은 사례는 우회 운전인 것으로 집계돼있다. 서울시 택시 불편신고 안내 게시판엔 부당요금 징수 안내를 통해 ‘승객이 원하는 길로 가지 않고 원거리(우회)로 돌아갈 때’를 위반 사례 중 하나로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2016년 9월12일 승객(신고인)은 내부순환로 이용을 요청했으나 택시기사는 ‘강변북로를 타야 한다’고 권했다. 승객이 강변북로는 돌아가는 길이라는 것을 고지하고 거부했지만 기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강변북로를 탔다. 결국 평소 결제했던 2만원~2만1000원보다 8000~9000원이 더 결제됐다.

승객은 “여자기 때문에 더 이상 이의제기를 하지 못하고 미터기 요금 모두 부당하게 결제하고 하차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엔 전국적으로 택시 승차 피해를 입었다는 승객들 20여명의 사례들이 댓글로 소개돼있다. 그만큼 전국적으로 택시 우회 운행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당시 택시기사와 나눴던 대화 녹취록이나 블랙박스 기록 등의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한 ‘고의성 여부’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번 A씨의 사례처럼 승객의 주장과 택시기사의 진술이 서로 배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탓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택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업계에선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익명을 요구한 전 운수업계 관계자는 “시민의 발이라는 택시가 되레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서야 되겠느냐”면서도 “현실적으로 녹취가 쉽지 않는 점, 블랙박스도 하루만 지나면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점 등의 법 테두리에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심증만으로 승객의 과다요금 청구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도 고민해 볼 가치가 있을 것”이라며 “택시기사들도 순간의 경제적 이익에 양심을 팔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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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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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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