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탈세 나락행 차은우

한방에 훅 간 ‘얼굴 천재’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얼굴 천재’ 차은우가 ‘탈세 천재’로 불리게 됐다. 러브콜을 보내던 광고계도 이미 손절을 시작했다. 그간 큰 사랑을 받아온 것은 외모 덕이 있었을 뿐 아니라, 데뷔 후 12년간 구설수 없이 ‘바른 청년’ 이미지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견고해 보였던 그의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지난달 22일 그룹 아스트로 멤버이자 배우인 차은우를 둘러싼 대형 세무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차은우와 관련된 세무조사를 진행했고, 소득세 등 약 200억원 규모의 세금 추징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연예인에게 부과된 추징금으로는 전례를 찾기 힘든 규모였다.

절세 미남
탈세 천재

내용의 핵심은 차은우와 소속사 판타지오 사이에 차은우 모친이 설립한 A법인이 개입돼있었고, 차은우의 수익이 판타지오·A법인·개인 명의로 분배됐다는 점이다.

국세청은 차은우가 소속사 판타지오와 전속계약을 유지하는 동시에, 모친이 설립한 별도 법인을 중간에 두고 소득을 분배한 구조에 주목했다.

차은우가 벌어들인 연예 활동 수익이 판타지오와 해당 법인, 그리고 개인에게 나뉘어 귀속됐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이 과정에서 법인에 적용된 세율이 개인 소득세율보다 현저히 낮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특히 국세청은 해당 법인이 실질적인 용역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명의상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에 가깝다는 것이다. 개인 소득세 최고세율인 45%를 피하고, 20% 안팎의 법인세율을 적용받기 위해 실체 없는 법인을 활용했다는 것이 국세청의 시각이다.

차은우 측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소속사 판타지오는 “차은우 모친이 설립한 법인은 경영 혼란 상황 속에서 매니지먼트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현재 최종적으로 확정·고지된 사안이 아니고, 과세 전 적부심사 절차를 통해 적극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탈세가 아니라 법 해석과 적용을 둘러싼 다툼이라는 입장이다. 의혹은 곧 법인의 ‘주소지’ 문제로 번졌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된 법인의 주소지가 서울이나 수도권 중심지가 아닌 인천 강화군으로 확인되면서다. 해당 주소지는 차은우 가족이 운영하는 장어 음식점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연예 매니지먼트 업무를 수행하기엔 부적절해 보이는 장소라는 점에서 ‘유령회사’ 논란이 불거졌다. 더구나 강화군은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성장관리권역으로 분류돼, 법인이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취·등록세 중과를 피할 수 있는 지역이다. 실제로 해당 법인이 사업 목적에 ‘부동산 임대업’을 추가한 정황도 포착됐다.

해당 장어집 주소지가 공개되고 차은우 모친이 운영하는 음식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비난이 더 거세졌다. 이 장어집은 차은우의 단골집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차은우는 2022년 9월 SNS에 해당 식당 방문 사진을 올렸고, 이후 식당 측이 이를 공유하며 “차은우가 방문했다”는 식의 홍보 문구를 게시해 화제가 됐다.

같은 해 11월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에서 강화도 맛집으로 소개되며 ‘차은우 단골’로 언급된 대목도 재조명됐다. 문제는 이 식당이 ‘차은우의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이 아닌 ‘단골 맛집’처럼 홍보됐다는 점이다. 대중은 차은우가 가족 식당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사실상 ‘뒷광고’를 한 게 아니냐”며 질타했다.


한 매체 확인 결과 차은우 모친이 운영하는 매니지먼트 법인은 실제로 존재했다. 대중문화예술기획업에도 정식 등록돼있었다. 다만 그 주소지는 강화도가 아니라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으로 확인됐다. 이 보도로 인해 혼선이 커졌다.

200억 포탈 의혹에 본격 맞대응
사과문 올리고 대형 로펌 선임

문제의 법인이 하나인지, 여러 개인지, 국세청이 지적한 대상이 어느 법인인지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차은우 측 가족 법인은 복수의 법인으로 나뉘어 있었고, 일부는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이 돼있었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속사 판타지오는 강화도 장어집 주소와 김포 주소 법인의 관계에 대해 “확인 불가”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후 차은우 가족 법인의 구조가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시작은 2019년 설립된 주식회사 ‘차스갤러리’였다. 대표는 차은우, 사내이사는 모친, 감사는 부친이 맡았다. 사업 목적은 매니지먼트와 음반 제작을 비롯해 광고, 공연, 외식업, 부동산 관리 등 30여개에 달했다.

차스갤러리는 이후 김포를 거쳐 강화도로 주소지를 이전했고, 2020년 이후 모친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후 유한책임회사 ‘엘앤씨’ ‘디애니’가 차례로 설립되며 법인 구조가 재편됐다.

이 과정에서 주식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전환된 점이 주목받았다. 유한책임회사는 외부 회계감사 의무가 없어 재무 구조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감사 회피 목적’으로 등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더불어 현재 군 복무 중인 차은우에게 “국세청이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결과를 2025년 봄께 통보할 예정이었으나, 차은우 측 요청으로 통지 시점이 장기간 미뤄졌고, 결국 그가 군에 입대한 이후 통지서가 발송됐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세무조사 결과 통지 후 30일 이내 납세 고지가 이뤄지는 관행과 비교할 때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로 인해 국세청이 특혜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국세청은 이에 대해 “개별 보안 사안”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네티즌들은 “일반 납세자에게도 동일한 조율이 가능한지”를 두고 형평성을 문제 삼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도피성 입대가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탈세 의혹이 불거진 이후 침묵을 이어오던 차은우가 지난달 26일 직접 입장을 밝혔다. 차은우는 자신의 SNS에 장문의 글을 올리고, 논란과 관련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수상한
단골집


차은우는 “최근 저와 관련된 여러 일로 많은 분들께 심려와 실망을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납세의 의무를 대하는 제 자세가 충분히 엄격했는지 스스로 돌아보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슨 말씀부터 드려야 할지 며칠 동안 고민했다”며 “구구절절한 설명이 변명처럼 들릴까 걱정했지만, 직접 사과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논란이 커진 뒤 비교적 늦게 입장을 낸 데 대한 부담이 담긴 표현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 제기된 ‘도피성 입대’ 의혹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차은우는 “현재 군 복무 중이지만, 이번 논란을 피하기 위한 선택은 아니었다”며 “지난해 군 입대를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고, 세무 조사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입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또한 제 부족함에서 비롯된 오해라면 그 책임을 통감한다”고 덧붙였다.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서는 “추후 진행되는 조세 관련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관계 기관의 최종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사과문이 올라왔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차은우가 사과문을 올린 당일, 대형 로펌을 선임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차은우는 최근 법무법인 세종을 선임하고 국세청의 과세 처분에 대한 불복 절차를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세종은 김앤장, 광장, 태평양, 율촌과 함께 국내를 대표하는 이른바 ‘5대 로펌’ 중 하나로 꼽히는 대형 로펌이다. 특히 조세·행정 소송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곳으로, 고액 탈세·조세 분쟁 사건을 다수 수행해 온 전력이 있다.


특히 이 같은 사실이 사과문 공개 직후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진심 어린 사과’가 아닌 ‘법적 대응을 병행한 계산된 행보’라는 시선도 제기됐다. 반면 사안의 성격상 법률대리인 선임은 불가피한 절차라는 반론도 맞섰다.

같은 날, 인천시 강화군은 차은우의 모친이 대표로 있는 유한책임회사에 대한 현장 확인에 나섰고, 조사 결과 실제 사무 공간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강화군에 따르면 조사 대상이 된 차은우 모친이 운영하던 강화군 소재 해당 장어집 주소지를 군 관계자들이 직접 방문한 결과, 사무용 집기나 업무 공간, 인력 상주 흔적 등 법인이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볼 만한 요소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설조차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현장 조사 결과는 국세청이 제기한 ‘페이퍼컴퍼니’ 의혹에 힘을 싣는 정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상적인 매니지먼트나 자산관리 법인이라면 일정 규모의 사무 공간과 인력이 필요하지만, 해당 법인의 주소지는 실제로는 음식점이었고 현재는 영업을 중단한 채 비어 있는 상태였다는 점에서 의문이 제기됐다.

문제는 현장 조사가 진행된 바로 그날, 해당 법인의 주소지가 서울 강남구로 변경됐다는 점이다. 강화군은 조사 당일 법인 측의 주소 이전 신청을 접수했고, 행정 절차에 따라 전출 처리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조사를 인지한 뒤 급히 주소를 옮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조사 결과 사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시설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강화군은 법리 검토를 거쳐 고발 여부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광고도 손절
나라도 손절

이 같은 행보가 밝혀지자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고 책임을 다하겠다”며 수용적인 태도를 보인 사과문과는 배치되는 움직임이 여론의 큰 반감을 샀다. 이에 더해 차은우가 설립한 법인의 지분 100%를 본인이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전문가들은 차은우가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차은우의 탈세 의혹이 확산되면서 군 복무와 관련한 논란도 함께 불거졌다. 현재 차은우는 육군 군악대에서 복무 중인데, 논란의 파장이 커지자 국방부 차원의 검토 절차가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8일 국방부에 따르면, 차은우의 군악대 보직 적정성을 재검토해 달라는 국민신문고 민원이 접수돼 관련 부서가 검토 중이다.

민원인은 차은우에게 “고액 탈세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군악대라는 대외 노출이 많은 보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적절한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보직 조정 여부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악대는 일반 보직과 달리 각종 공식 행사, 대외 행사, 홍보 활동 등에 참여하는 특성상 군의 이미지와 직결되는 보직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사회적 논란에 휩싸인 연예인 병사의 경우, 과거에도 일반 병과로 보직이 변경된 사례가 적지 않다.

국방부 근무지원단 감찰실은 해당 민원을 접수한 뒤, 차은우와 관련된 의혹의 성격과 현재 진행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 탈세 여부가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사안인 만큼, 즉각적인 보직 변경이나 조치가 결정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국방부는 “필요할 경우 관련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현재로서는 보직 조정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도, 그렇다고 단정하지도 않는 상태로 해석된다.

한편 논란이 커지자 국방부 산하 국방홍보원이 운영하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차은우가 출연했던 일부 콘텐츠가 비공개로 처리되기도 했다. 국방부 측은 이에 대해 “개별 사안에 대한 내부 판단”이라며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광고계에서도 손절이 시작됐다. 탈세 의혹이 겉잡을 수없이 커지자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광고계가 차은우를 손절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상 업계에서는 이미지 회복이 불가하다고 보고 있다는 의미다. 가장 빠른 대응은 뷰티·금융권에서 나왔다.

뷰티·금융·패션·교육 광고 아웃
커지는 논란에 광고계 줄줄이 손절

스킨케어 브랜드 ‘아비브’는 차은우가 등장한 광고 영상과 SNS 게시물을 모두 비공개로 전환했고, 신한은행 역시 공식 SNS 채널에서 관련 콘텐츠를 내렸다. 두 브랜드 모두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탈세 의혹 보도 이후 이뤄진 조치라는 점에서 이미지 리스크 관리 차원의 대응으로 해석된다.

이후 패션 브랜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차은우가 참여한 캠페인 콘텐츠를 공식 채널에서 삭제했고, 교육 브랜드 대성마이맥 역시 한동안 유지하던 광고 영상을 논란 확산 이후 비공개로 전환했다.

‘SSG닷컴’은 차은우가 출연한 광고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서 비공개 처리했다. 차은우를 모델로 기용해 온 ‘바디프랜드’는 계약 만료 시점이 임박한 상황에서 논란이 불거지며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특히 설 명절은 안마의자 등 헬스케어 제품 판매가 집중되는 시기로, 이미 기획된 대규모 프로모션을 갑작스럽게 수정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제약도 있다. 바디프랜드 측은 계약이 예정대로 종료될 경우 재계약은 추진하지 않는 방향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은우는 의혹이 터지기 전 최근 수년간 광고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남성 연예인 중 한 명으로 러브콜을 받아왔다.

보이그룹 아스트로의 멤버로 데뷔한 그는 ‘비주얼 아이콘’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대중적 인지도를 빠르게 끌어올렸고, 이후 배우 활동을 병행하며 영향력을 확장했다. 차은우가 본격적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한 계기는 비주얼이다.

당시 아스트로는 비주류 아이돌 그룹이었지만 차은우의 외모 덕에 그룹 이름이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룹은 뜨지 못했고 차은우는 개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연기에 도전하며 웹툰 원작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과 <여신강림>에 캐스팅되기도 했다.

광고계에서 차은우가 각광받은 이유 역시 이 같은 이미지와 맞닿아 있다. 차은우는 특정 연령대나 취향에만 국한되지 않는 외모로, 금융·교육·헬스케어·패션·뷰티 등 폭넓은 업종의 모델로 기용됐다.

실제로 그는 은행, 화장품, 패션 브랜드, 교육 플랫폼, 헬스케어 기업까지 다양한 분야의 얼굴로 활동하며 ‘전 세대 호감형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광고주들이 주목한 부분은 사생활 리스크가 거의 없었던 점이다. 데뷔 이후 큰 구설 없이 활동을 이어왔고, 성실하고 조용한 이미지는 브랜드 신뢰도를 중시하는 광고계에서 신뢰를 얻었다.

사생활
리스크

이는 곧 광고계에서의 높은 몸값과 직결됐다. 업계에서는 차은우 몸값이 7억~10억원 사이를 호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차은우의 이미지가 추락하면서 위약금만 수백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전제로 검토하지 않아도 되는 몇 안 되는 모델이었다”며 “이런 일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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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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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