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탈세 나락행 차은우

한방에 훅 간 ‘얼굴 천재’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얼굴 천재’ 차은우가 ‘탈세 천재’로 불리게 됐다. 러브콜을 보내던 광고계도 이미 손절을 시작했다. 그간 큰 사랑을 받아온 것은 외모 덕이 있었을 뿐 아니라, 데뷔 후 12년간 구설수 없이 ‘바른 청년’ 이미지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견고해 보였던 그의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지난달 22일 그룹 아스트로 멤버이자 배우인 차은우를 둘러싼 대형 세무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차은우와 관련된 세무조사를 진행했고, 소득세 등 약 200억원 규모의 세금 추징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연예인에게 부과된 추징금으로는 전례를 찾기 힘든 규모였다.

절세 미남
탈세 천재

내용의 핵심은 차은우와 소속사 판타지오 사이에 차은우 모친이 설립한 A법인이 개입돼있었고, 차은우의 수익이 판타지오·A법인·개인 명의로 분배됐다는 점이다.

국세청은 차은우가 소속사 판타지오와 전속계약을 유지하는 동시에, 모친이 설립한 별도 법인을 중간에 두고 소득을 분배한 구조에 주목했다.

차은우가 벌어들인 연예 활동 수익이 판타지오와 해당 법인, 그리고 개인에게 나뉘어 귀속됐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이 과정에서 법인에 적용된 세율이 개인 소득세율보다 현저히 낮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특히 국세청은 해당 법인이 실질적인 용역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명의상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에 가깝다는 것이다. 개인 소득세 최고세율인 45%를 피하고, 20% 안팎의 법인세율을 적용받기 위해 실체 없는 법인을 활용했다는 것이 국세청의 시각이다.

차은우 측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소속사 판타지오는 “차은우 모친이 설립한 법인은 경영 혼란 상황 속에서 매니지먼트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현재 최종적으로 확정·고지된 사안이 아니고, 과세 전 적부심사 절차를 통해 적극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탈세가 아니라 법 해석과 적용을 둘러싼 다툼이라는 입장이다. 의혹은 곧 법인의 ‘주소지’ 문제로 번졌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된 법인의 주소지가 서울이나 수도권 중심지가 아닌 인천 강화군으로 확인되면서다. 해당 주소지는 차은우 가족이 운영하는 장어 음식점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연예 매니지먼트 업무를 수행하기엔 부적절해 보이는 장소라는 점에서 ‘유령회사’ 논란이 불거졌다. 더구나 강화군은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성장관리권역으로 분류돼, 법인이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취·등록세 중과를 피할 수 있는 지역이다. 실제로 해당 법인이 사업 목적에 ‘부동산 임대업’을 추가한 정황도 포착됐다.

해당 장어집 주소지가 공개되고 차은우 모친이 운영하는 음식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비난이 더 거세졌다. 이 장어집은 차은우의 단골집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차은우는 2022년 9월 SNS에 해당 식당 방문 사진을 올렸고, 이후 식당 측이 이를 공유하며 “차은우가 방문했다”는 식의 홍보 문구를 게시해 화제가 됐다.

같은 해 11월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에서 강화도 맛집으로 소개되며 ‘차은우 단골’로 언급된 대목도 재조명됐다. 문제는 이 식당이 ‘차은우의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이 아닌 ‘단골 맛집’처럼 홍보됐다는 점이다. 대중은 차은우가 가족 식당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사실상 ‘뒷광고’를 한 게 아니냐”며 질타했다.

한 매체 확인 결과 차은우 모친이 운영하는 매니지먼트 법인은 실제로 존재했다. 대중문화예술기획업에도 정식 등록돼있었다. 다만 그 주소지는 강화도가 아니라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으로 확인됐다. 이 보도로 인해 혼선이 커졌다.

200억 포탈 의혹에 본격 맞대응
사과문 올리고 대형 로펌 선임

문제의 법인이 하나인지, 여러 개인지, 국세청이 지적한 대상이 어느 법인인지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차은우 측 가족 법인은 복수의 법인으로 나뉘어 있었고, 일부는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이 돼있었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속사 판타지오는 강화도 장어집 주소와 김포 주소 법인의 관계에 대해 “확인 불가”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후 차은우 가족 법인의 구조가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시작은 2019년 설립된 주식회사 ‘차스갤러리’였다. 대표는 차은우, 사내이사는 모친, 감사는 부친이 맡았다. 사업 목적은 매니지먼트와 음반 제작을 비롯해 광고, 공연, 외식업, 부동산 관리 등 30여개에 달했다.

차스갤러리는 이후 김포를 거쳐 강화도로 주소지를 이전했고, 2020년 이후 모친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후 유한책임회사 ‘엘앤씨’ ‘디애니’가 차례로 설립되며 법인 구조가 재편됐다.

이 과정에서 주식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전환된 점이 주목받았다. 유한책임회사는 외부 회계감사 의무가 없어 재무 구조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감사 회피 목적’으로 등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더불어 현재 군 복무 중인 차은우에게 “국세청이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결과를 2025년 봄께 통보할 예정이었으나, 차은우 측 요청으로 통지 시점이 장기간 미뤄졌고, 결국 그가 군에 입대한 이후 통지서가 발송됐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세무조사 결과 통지 후 30일 이내 납세 고지가 이뤄지는 관행과 비교할 때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로 인해 국세청이 특혜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국세청은 이에 대해 “개별 보안 사안”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네티즌들은 “일반 납세자에게도 동일한 조율이 가능한지”를 두고 형평성을 문제 삼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도피성 입대가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탈세 의혹이 불거진 이후 침묵을 이어오던 차은우가 지난달 26일 직접 입장을 밝혔다. 차은우는 자신의 SNS에 장문의 글을 올리고, 논란과 관련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수상한
단골집

차은우는 “최근 저와 관련된 여러 일로 많은 분들께 심려와 실망을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납세의 의무를 대하는 제 자세가 충분히 엄격했는지 스스로 돌아보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슨 말씀부터 드려야 할지 며칠 동안 고민했다”며 “구구절절한 설명이 변명처럼 들릴까 걱정했지만, 직접 사과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논란이 커진 뒤 비교적 늦게 입장을 낸 데 대한 부담이 담긴 표현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 제기된 ‘도피성 입대’ 의혹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차은우는 “현재 군 복무 중이지만, 이번 논란을 피하기 위한 선택은 아니었다”며 “지난해 군 입대를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고, 세무 조사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입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또한 제 부족함에서 비롯된 오해라면 그 책임을 통감한다”고 덧붙였다.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서는 “추후 진행되는 조세 관련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관계 기관의 최종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사과문이 올라왔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차은우가 사과문을 올린 당일, 대형 로펌을 선임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차은우는 최근 법무법인 세종을 선임하고 국세청의 과세 처분에 대한 불복 절차를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세종은 김앤장, 광장, 태평양, 율촌과 함께 국내를 대표하는 이른바 ‘5대 로펌’ 중 하나로 꼽히는 대형 로펌이다. 특히 조세·행정 소송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곳으로, 고액 탈세·조세 분쟁 사건을 다수 수행해 온 전력이 있다.

특히 이 같은 사실이 사과문 공개 직후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진심 어린 사과’가 아닌 ‘법적 대응을 병행한 계산된 행보’라는 시선도 제기됐다. 반면 사안의 성격상 법률대리인 선임은 불가피한 절차라는 반론도 맞섰다.

같은 날, 인천시 강화군은 차은우의 모친이 대표로 있는 유한책임회사에 대한 현장 확인에 나섰고, 조사 결과 실제 사무 공간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강화군에 따르면 조사 대상이 된 차은우 모친이 운영하던 강화군 소재 해당 장어집 주소지를 군 관계자들이 직접 방문한 결과, 사무용 집기나 업무 공간, 인력 상주 흔적 등 법인이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볼 만한 요소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설조차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현장 조사 결과는 국세청이 제기한 ‘페이퍼컴퍼니’ 의혹에 힘을 싣는 정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상적인 매니지먼트나 자산관리 법인이라면 일정 규모의 사무 공간과 인력이 필요하지만, 해당 법인의 주소지는 실제로는 음식점이었고 현재는 영업을 중단한 채 비어 있는 상태였다는 점에서 의문이 제기됐다.

문제는 현장 조사가 진행된 바로 그날, 해당 법인의 주소지가 서울 강남구로 변경됐다는 점이다. 강화군은 조사 당일 법인 측의 주소 이전 신청을 접수했고, 행정 절차에 따라 전출 처리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조사를 인지한 뒤 급히 주소를 옮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조사 결과 사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시설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강화군은 법리 검토를 거쳐 고발 여부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광고도 손절
나라도 손절

이 같은 행보가 밝혀지자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고 책임을 다하겠다”며 수용적인 태도를 보인 사과문과는 배치되는 움직임이 여론의 큰 반감을 샀다. 이에 더해 차은우가 설립한 법인의 지분 100%를 본인이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전문가들은 차은우가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차은우의 탈세 의혹이 확산되면서 군 복무와 관련한 논란도 함께 불거졌다. 현재 차은우는 육군 군악대에서 복무 중인데, 논란의 파장이 커지자 국방부 차원의 검토 절차가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8일 국방부에 따르면, 차은우의 군악대 보직 적정성을 재검토해 달라는 국민신문고 민원이 접수돼 관련 부서가 검토 중이다.

민원인은 차은우에게 “고액 탈세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군악대라는 대외 노출이 많은 보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적절한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보직 조정 여부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악대는 일반 보직과 달리 각종 공식 행사, 대외 행사, 홍보 활동 등에 참여하는 특성상 군의 이미지와 직결되는 보직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사회적 논란에 휩싸인 연예인 병사의 경우, 과거에도 일반 병과로 보직이 변경된 사례가 적지 않다.

국방부 근무지원단 감찰실은 해당 민원을 접수한 뒤, 차은우와 관련된 의혹의 성격과 현재 진행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 탈세 여부가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사안인 만큼, 즉각적인 보직 변경이나 조치가 결정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국방부는 “필요할 경우 관련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현재로서는 보직 조정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도, 그렇다고 단정하지도 않는 상태로 해석된다.

한편 논란이 커지자 국방부 산하 국방홍보원이 운영하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차은우가 출연했던 일부 콘텐츠가 비공개로 처리되기도 했다. 국방부 측은 이에 대해 “개별 사안에 대한 내부 판단”이라며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광고계에서도 손절이 시작됐다. 탈세 의혹이 겉잡을 수없이 커지자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광고계가 차은우를 손절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상 업계에서는 이미지 회복이 불가하다고 보고 있다는 의미다. 가장 빠른 대응은 뷰티·금융권에서 나왔다.

뷰티·금융·패션·교육 광고 아웃
커지는 논란에 광고계 줄줄이 손절

스킨케어 브랜드 ‘아비브’는 차은우가 등장한 광고 영상과 SNS 게시물을 모두 비공개로 전환했고, 신한은행 역시 공식 SNS 채널에서 관련 콘텐츠를 내렸다. 두 브랜드 모두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탈세 의혹 보도 이후 이뤄진 조치라는 점에서 이미지 리스크 관리 차원의 대응으로 해석된다.

이후 패션 브랜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차은우가 참여한 캠페인 콘텐츠를 공식 채널에서 삭제했고, 교육 브랜드 대성마이맥 역시 한동안 유지하던 광고 영상을 논란 확산 이후 비공개로 전환했다.

‘SSG닷컴’은 차은우가 출연한 광고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서 비공개 처리했다. 차은우를 모델로 기용해 온 ‘바디프랜드’는 계약 만료 시점이 임박한 상황에서 논란이 불거지며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특히 설 명절은 안마의자 등 헬스케어 제품 판매가 집중되는 시기로, 이미 기획된 대규모 프로모션을 갑작스럽게 수정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제약도 있다. 바디프랜드 측은 계약이 예정대로 종료될 경우 재계약은 추진하지 않는 방향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은우는 의혹이 터지기 전 최근 수년간 광고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남성 연예인 중 한 명으로 러브콜을 받아왔다.

보이그룹 아스트로의 멤버로 데뷔한 그는 ‘비주얼 아이콘’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대중적 인지도를 빠르게 끌어올렸고, 이후 배우 활동을 병행하며 영향력을 확장했다. 차은우가 본격적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한 계기는 비주얼이다.

당시 아스트로는 비주류 아이돌 그룹이었지만 차은우의 외모 덕에 그룹 이름이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룹은 뜨지 못했고 차은우는 개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연기에 도전하며 웹툰 원작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과 <여신강림>에 캐스팅되기도 했다.

광고계에서 차은우가 각광받은 이유 역시 이 같은 이미지와 맞닿아 있다. 차은우는 특정 연령대나 취향에만 국한되지 않는 외모로, 금융·교육·헬스케어·패션·뷰티 등 폭넓은 업종의 모델로 기용됐다.

실제로 그는 은행, 화장품, 패션 브랜드, 교육 플랫폼, 헬스케어 기업까지 다양한 분야의 얼굴로 활동하며 ‘전 세대 호감형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광고주들이 주목한 부분은 사생활 리스크가 거의 없었던 점이다. 데뷔 이후 큰 구설 없이 활동을 이어왔고, 성실하고 조용한 이미지는 브랜드 신뢰도를 중시하는 광고계에서 신뢰를 얻었다.

사생활
리스크

이는 곧 광고계에서의 높은 몸값과 직결됐다. 업계에서는 차은우 몸값이 7억~10억원 사이를 호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차은우의 이미지가 추락하면서 위약금만 수백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전제로 검토하지 않아도 되는 몇 안 되는 모델이었다”며 “이런 일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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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