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새해 들어 첫 탈주범들을 시범적으로 엄중히 처벌하여 다른 원생들을 단속하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이고 있었다. 설교를 마친 사감은 얼마 후 바닷가에 두 사람만 남겨둔 채 원생들을 인솔하여 떠나가 버렸다. 탈주범 말로 석양 비낀 하늘에 노을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서서히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하고, 하늘은 점차 보랏빛을 거쳐 청회색으로 변해 갔다. 이어 완전히 컴컴해졌다. 용운과 피에로, 십자가에 매달린 두 어린 양은 밤바다를 바라보며 몸을 떨고 있었다. 턱도 조금씩 떨려서 다그락 다그락 이빨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소금기를 머금은 찬 해풍이 불어오고 기온은 뚝 떨어졌다. “형, 어쩌지?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할까?” “이 기둥에 한번 매이면 내일 해가 뜰 때까지는 절대로 풀어 주지 않는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어.” 용운처럼 피에로도 역시 이빨을 떨면서 대답했다.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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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형, 어디까지 가는 거야?” “잔소리 말고 뛰어! 물살이 강한 걸 계산해 최대한 위로 올라가야 해.” 이윽고 피에로가 발을 멈춘 곳은 처음부터 물이 깊고 경사가 가파른 곳이었다. 나루오름에서는 정면으로 보이던 마산포가 저 멀리 대각선으로 건너다 보였다. 탈출 시작 “자, 시작이다!” 피에로가 문짝을 바다 위에 띄우며 앞서 들어갔다. 바다는 완강히 출렁거렸다. 용운은 문짝의 한 끝을 잡고 조심스럽게 따라 들어갔다. 대번에 목까지 물에 잠기면서 숨이 차올랐다. 아직 태풍의 뒤끝이 가시지 않은 탓에 물결은 생각보다 훨씬 센 편이었다. 높은 물결이 가뜩이나 숨이 찬 얼굴을 쉴 새 없이 덮쳐왔다. “형, 무서워…….” “당황하지 마. 물이 얼굴을 덮칠 땐 숨을 멈춰!” 피에로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문짝에 의지해 발버둥을 쳤지만 속도는 답답하리만치 느렸다. 아무리 발버둥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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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만일 자신을 믿고, 기다리면서도 기다림에 지치지 않고, 꿈을 꾸되 꿈의 노예가 되지 않고, 성취한 모든 것을 올바른 모험에 걸었다가 잃고도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다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네 것이 되리라…….’ 올바른 모험 그들은 마음속으로 시 구절을 외면서, 눈과 눈을 피해 다니며 대들보를 갉아먹는 생쥐처럼 기를 쓰고 경첩의 쇠못을 갈아댔다. 그런 어느 날 피에로가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아, 그래도 엿장수 할 때가 좋았지. 흐흐…….” “형, 뭔 소리야?” “춘천의 어느 고아원에 있다가 갑갑해서 결국 탈출을 했지. 치사스런 밥 한 숟갈보다는 시원한 바람이 그리웠어. 배를 곯다가 우연히 어느 엿방에 들어갔거든.” “히히, 형이 엿장수를 했다구?” “응. 방랑천하 아니것냐. 엿장수 맘대로란 말도 있지만…… 엿판 하나 둘러메고 발길 닿는 대로 떠돌면 세상천지에 부
2025-04-28 김영권 작가<webmaster@ilyosisa.co.kr>
2025-04-21 이상세 화백“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용운은 대번에 기가 꺾였다. 그건 설사 누가 든든한 판자를 한 개 갖다 준다 해도 웬만한 배짱으로는 쉽게 엄두도 못 낼 짓이었다. 갑자기 모든 게 두려웠다. 어설픈 방법으로 바다에 뛰어든다는 것도 두려웠고, 한번 들어가면 그 어떤 비상사태가 발생해도 아무런 구원의 손길을 기대하지 못한다는 것도 두려웠다. 빠져나온 공상 경험도 없으면서 무조건 부딪치면 되리라는 공상에 빠져 뛰쳐나온 자신이 가소로웠다. 경황없이 사춘기를 맞았지만, 진공상태 같은 수용소에서 세월은 한 해 두 해 흘러가 얼굴에 여드름이 돋고 수염이 거뭇거뭇 나고 있었지만, 아직 판단력이 단순한 철부지에 불과했던 것이다. 초조감 속에서의 시간은 더욱 빨랐다. 벌써 하늘이 진홍빛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용운은 급히 산을 타고 내려갔다. 그 후 며칠 동안 용운은 공상을 버리고 좀더 현실적으로 되자고 생각했다
2025-04-21 김영권 작가<webmaster@ilyosisa.co.kr>
2025-04-14 이상세 화백“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용운은 대번에 기가 꺾였다. 그건 설사 누가 든든한 판자를 한 개 갖다 준다 해도 웬만한 배짱으로는 쉽게 엄두도 못 낼 짓이었다. 갑자기 모든 게 두려웠다. 어설픈 방법으로 바다에 뛰어든다는 것도 두려웠고, 한번 들어가면 그 어떤 비상사태가 발생해도 아무런 구원의 손길을 기대하지 못한다는 것도 두려웠다. 빠져나온 공상 경험도 없으면서 무조건 부딪치면 되리라는 공상에 빠져 뛰쳐나온 자신이 가소로웠다. 경황없이 사춘기를 맞았지만, 진공상태 같은 수용소에서 세월은 한 해 두 해 흘러가 얼굴에 여드름이 돋고 수염이 거뭇거뭇 나고 있었지만, 아직 판단력이 단순한 철부지에 불과했던 것이다. 초조감 속에서의 시간은 더욱 빨랐다. 벌써 하늘이 진홍빛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용운은 급히 산을 타고 내려갔다. 그 후 며칠 동안 용운은 공상을 버리고 좀더 현실적으로 되자고 생각했다
2025-04-14 김영권 작가<webmaster@ilyosisa.co.kr>
2025-04-07 이상세 화백“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새봄이 왔다. 1년이 흘렀는지 2년이 흘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어떤 원생은 어린 얼굴에 주름살이 깊어져 몇 살쯤 더 먹어 보였고 어떤 원생은 눈에서 정기가 빠져 애늙은이 같았다. 다들 이 세상 사람 같지가 않은 몰골이었다. 다가온 새봄 하지만 용운은 그렇지 않았다. 비록 살은 빠졌을지언정 두 눈이 그윽히 깊어지고 정기가 모여 별빛처럼 반짝거렸다. 거친 환경에 찌들어 얼굴 색은 거칠고 어두웠으나 입가엔 굳은 의지(意志)의 빛이 감돌았다. 그 얼굴에 여드름이 돋고 수염이 거뭇거뭇 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사춘기에 접어드는 나이라 그런지 뒷산에 피어나는 진달래나 들녘의 아지랑이를 보노라면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모양이었다. 출렁이는 남빛 바다를 바라보는 그의 눈은 깊은 소망과 결의를 동시에 담고 있었다. 바다 너머 저 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마산포엔 꿈과 욕망의 세계로 들어가
2025-04-07 김영권 작가<webmaster@ilyosisa.co.kr>
2025-03-31 이상세 화백“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안뇽하세요, 여러분?” 버스 문이 열리면서 지나치게 환하게 미소 짓는 미국 여성들이 손을 흔들며 내렸다. 몇 명의 흑인 여자도 섞여 있었다. 늘어선 원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그들을 맞았다. 까발린 사실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걸어오던 여자 하나가 하필이면 용운에게로 다가오더니 물었다. “안뇽? 잘 지내니?” 그녀는 용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뭐라고 쏼라쏼라 댔다. 용운이 두 눈을 껌벅거리고 있으려니 따라온 한국군이 통역을 해주었다. “보내준 선물 잘 받았느냐고 물으신다.” 선물이라니 금시초문이었다. 용운이 도리질을 하자 미국 여자는 의외라는 듯 다시 중얼거렸다. 통역병이 말했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뭘 먹었냐?” 당황한 용운은 그만 사실대로 말해 버렸다. “수제비……요.” 순간 주위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당황한 용운은 그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수
2025-03-31 김영권 작가<webmaster@ilyosisa.co.kr>
2025-03-24 이상세 화백“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어, 없어요.” “왜, 언제부터 없어?” “어렸을 적에 서울역에서 엄마랑 헤어지고부터예요.” “흠, 고아로구만. 그래, 어쩌다가 헤어졌냐?” “엄마가 기다리라고 해놓고 어디로 가더니 안 왔어요. 아직도 안 와요.” 기다림 순경의 시선이 잠시 용운의 미간 위에 머물러 멀뚱거렸다. “너 살던 곳이 어딘지는 기억하냐?” 용운은 생각을 해보려고 했다. 아슴푸레하기만 했다. 기억하려고 애를 써보았으나 푸른 산의 진달래와 뻐꾸기 울음소리만 스칠 뿐이었다. 용운이 도리질을 하자 순경이 말했다. “더 물으나마나겠군. 저리 들어가!” 용운은 손바닥만한 그 경찰서의 보호실에 갇히게 되었다. 용운은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는 듯 미간을 찌푸리고입술을 앙다물었지만 그의 눈에서는 저도 모르게 맑은 눈물이 맺혀 더러운 볼 위로 흘러내렸다. 다음날 용운은 다시 경찰 앞으로 불려갔다. “임마, 너
2025-03-24 김영권 작가<webmaster@ilyosisa.co.kr>
2025-03-17 이상세 화백“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운동장에 만들어 놓은 눈사람은 각양각색이었다. 눈뭉치를 3층으로 올린 외계인 같은 꼴도 있었고, 원형이 아니라 삼각형이나 사각형으로 만든 로봇 같은 것도 보였다. 반장의 지시가 없어도 그들은 스스로 창의성을 발휘하여 그 어떤 형상을 건축하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주먹코를 붙인 놈, 배꼽이 툭 튀어나온 놈, 심지어 다리를 단 놈도 있었다. 솔가지를 꺾어 와서 머리와 콧수염을 멋지게 기른 신사 눈사람을 만든 팀도 있었다. 내면 혁명 계기 그것이 눈길을 상당히 끌긴 했지만 옆에 선 요염하고 풍만한 여자 눈사람을 보다 보면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디서 그런 발상들이 나왔을까? 억눌려 있던 내부의 소망이나 욕구들이 그런 야릇한 모습으로 표현되었을 수도 있었다. 아예 눈사람을 엎어놓고 등짝에 탱자나무 가시를 촘촘히 박아둔 고슴도치 같은 것도 있었다. 그런 부
2025-03-17 김영권 작가<webmaster@ilyosisa.co.kr>
2025-03-10 이상세 화백“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야, 그게 뭐야? 이리 갖고 와봐.” 그건 새로 반장이 된 스라소니의 목소리였다. “아, 아무것도 아녜요.” “새꺄, 갖고 오라면 갖고 와!” 스라소니는 눈알을 부라렸다. 용운은 불안했지만 가져다 보여 줄 수밖에 없었다. 달라진 백곰 “새끼, 이런 걸 쓸데없이…….” “제발 이리 주세요.” “당장 갖다 버려!” 목상을 집어던지려던 스라소니가 갑자기 무슨 생각을 했는지 탁자에서 연필을 집어들었다. 그러고는 음흉스레 웃으며 목상의 앞부분에 유방을 그려넣는 것이었다. 콩알만하게 젖꼭지도 그리고 겨드랑이께엔 검은 칠까지 했다. 용운은 피가 머리끝까지 솟구쳤다. 저도 모르게 입에서 욕설이 새어나왔다. “개새끼!……” 스라소니가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눈에서 불똥이 일고 있었다. “뭐? 너 지금 뭐라고 했어?” 그러면서 그는 목상을 힘껏 내던졌다. 목상이 관자놀이를 스치는 것
2025-03-10 김영권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