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좀 드세요.” 엄마가 나직이 말하는 그 순간이었다. “에잇, 저 쌍노무 새끼!” 쇠약한 아버지가 믿기지 않는 동작으로 미음 그릇을 낚아채 용운에게 내던졌다. “엄마!” 피 빠는 요물 용운은 기겁을 하고 구석으로 피했다. 벽을 맞고 박살난 그릇 조각과 미음이 얼굴을 따갑게 때렸다. “아니, 용운 아버지! 왜 그래요, 정말 미쳤어요?” “왜라니? 임자두 듣잖았어? 저건 내 피를 빠는 요물이지 자식 새끼가 아니라지 않데?” 아버지는 가래 끓는 소리를 그르렁대며 씨근거렸다. 충혈된 붉은 눈에서 살기가 무섭게 뻗쳐 나왔다. “분명히 알지도 못하면서 애 죽이려고 그래요? 쟤가 왜 요물이에요? 쟤는 당신 자식이에요!” “뭐가 어째? 저 쌍간나 좀 보라니! 도사님 얘기를 빤히 듣구서두 지 새끼 감싸고 도는 걸 보니 저년두 똑같은 마귀 아니냐?” “왜, 내 말이 틀렸어요?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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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이, 이보시유. 선생은 저를 살려 주실라구 하늘이 보내신 분이 맞지요? 저도 알아요.” “원, 별말씀을. 저 같은 자가 무슨 힘으로…….” “아, 부탁합니다. 제발…….” 필사적 몸부림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필사적인 몸부림이었다. 부부는 한몸이랄까,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제발 저희를 살려 주시는 셈치고 방도가 있으면 알려 주십시오. 그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허, 사정이 딱한 줄 짐작하지만, 인간사 길흉화복을 어떡한단 말이오. 기도를 드려보는 게 좋을 게요.” 노신사는 슬그머니 일어서려는 동작을 취했다. 아버지는 다급히 소리쳤다. “오오, 천사님! 다 죽어가는 사람을 보구 어떻게 그냥 가실라구 하십니까?” “허, 이것 참…….” 노신사는 난처한 안색으로 입맛을 다셨다. 그러더니 곧 음성을 중후하게 바꿔 중얼거렸다. “허허 참, 냉수 한 사발로 천기를 누설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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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라디오는 찐빵 같은 하얀 민얼굴로 변하더니 사라져 버렸다. 밤새 다른 악몽에도 시달리곤 했으나 눈을 뜨니 내용은 흐릿해졌다. 외부에서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고 음식물도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용운은 고무신에다 오줌을 받아 마셔야만 했다. ‘아, 나는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 하는가?’ 용운은 괴로워하며 이리저리 뒤척거렸다. 생각할수록 기구한 인생이었다. 암흑 속 공포 뒷산에서 두견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구슬펐지만 평소처럼 한맺힌 자신의 가슴을 긁어 올려 피를 토하는 듯한 소리는 아니었다. 어딘지 좀 겁에 질린 성싶은 어린 두견이의 울음이었다. 고향의 천왕산에서 울곤 하던 뻐꾸기 울음소리가 그리워, 하고 용운은 중얼거렸다. 문득 어떤 특별한 기억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었다. 두견새 울음소리가 귓가에 맴돌았지만, 암흑 속에서 공포에 시달리
2025-06-16 김영권 작가<webmaster@ilyosisa.co.kr>
2025-06-09 이상세 화백“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그럼 반지 찾으러 천천히 서로 나오세요.” 경찰서로 오는 도중 경찰이 용운의 뒤통수를 툭 치면서 말했다. “꼬마 너 운 좋았다. 만약 금반지 주인이 도난당했다고 한마디만 했더라면 넌 감옥 가는 거야, 임마.” 경찰의 복수 용운은 눈을 똑바로 뜨고 말없이 그를 노려보기만 했다. 아무리 힘겨워도 남의 것을 훔치는 짓은 하지 말자고 삶의 좌우명으로 여기며 사는데 도둑이라니! 이제 점점 넝마주이에 요령도 생겨서 앞날에 대한 소박한 희망도 지닐 수가 있었는데…… 모든 게 서글퍼졌다. 경찰서에 도착해서 피의자 조서를 받았다. 하지만 용운의 대답에 구체성이 별로 없을 뿐더러 그런 사소한 일로 소년원으로 보내기는 아무래도 어려웠던 모양이었다. 그런데도 그 경찰은 허탕친 노릇이 좀 분했던지 ‘부랑아 일제 단속기간’이란 점을 내세워 용운을 선감도 감화원으로 보내 버렸던 것이다. 지하
2025-06-09 김영권 작가<webmaster@ilyosisa.co.kr>
2025-06-02 이상세 화백“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용운은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멈추려고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곤 했다. 대바구니를 질 수 없는 아이들은 구걸을 해서 일꾼들을 먹여 살려야 했다. 꾼들은 간조를 타면 밥을 먹여준 대가로 똘만이에게 조금씩 떼어 용돈을 주곤 했다. 만일 맛있는 음식을 얻어 몰래 먹어 버리거나 제대로 달아 오지 못하면 사정없이 두드려맞았다. 꾼들은 얻어온 음식이 시원찮다 싶으면 아이들의 손톱 사이나 이빨에 뭐가 끼어 있나 검사를 했다. 그래서 만약 슬쩍 입가심을 했을 경우 아이들은 성냥개비로 손톱과 이빨 사이를 파내고 흙을 묻혀 표가 안 나게 해야 했다. 만약 걸리는 날엔 초주검이 되도록 두드려맞았다. 종이 속 물건 막에서는 가끔 구역 시비로 싸움이 붙곤 했다. 주로 야밤에 상대편 막을 습격해 닥치는 대로 패고 부수었다. 한번 싸움이 붙었다 하면 꾼들이 평소에 차고 다니던 날선 갈쿠리로 사정
2025-06-02 김영권 작가<webmaster@ilyosisa.co.kr>
2025-05-26 이상세 화백“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사장은 눈을 부라리며 명령했다. 아이는 이를 앙다문 채 내리치려는 것 같았으나 마치 팔이 마비되기라도 한 듯 움직이지 않았다. 사장은 몽둥이를 빼앗더니 용운의 등과 엉덩이를 마구 후려갈겼다. 용운은 피할 생각도 않고 그냥 맞고 있었다. 공동 작전 “너 이 새끼, 이리 와!” 그 아이의 엉덩이는 곧 터져 살과 피가 곤죽이 되었다. 허벅지는 붉고 푸른 구렁이가 지나간 듯 멍이 들고 부풀어올랐다. “공작!” 사장이 짧게 명령했다. 그것은 을 뜻했다. 그때부턴 누구 하나 사정을 봐주려 하지 않았다. 옆구리가 채였다 싶으면 누군가가 목덜미를 내려쳤고, 코피가 터졌다 싶은 순간 눈두덩에서 번갯불이 일었다. 아무리 피하려고 해봐야 마음뿐이었다. 우박처럼 쏟아지는 주먹과 발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서 용운은 그대로 머리를 감싸며 주저앉고 말았다. 얼마 후 사장이 몰매를 중지시키곤
2025-05-26 김영권 작가<webmaster@ilyosisa.co.kr>
2025-05-19 이상세 화백“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어떤 영감의 말을 들어 보면, 옛날에 거지 사회에는 단기대라는 것이 있었다고 해. 거지들이 도둑질을 하거나 나쁜 짓을 저지르면 나라의 법이 손을 대기도 전에 단기대 내에서 처리했다는 거야. 도둑질을 한 거지가 단기대에 잡혀 오면, 우선 땅바닥에 엎어놓고 찬물을 끼얹은 후 납작하게 자른 고무 타이어로 온몸을 1백 대씩 사정없이 후려갈겼대.” 원초적 절규 “그리고 도둑질한 손가락 끝을 바늘로 찔렀고, 그래도 다시 도둑질을 하면 손가락을 잘라버리기도 했다더라. 그걸로 끝이 나는 게 아니었대. 구정물에 밥을 말아 넣고 모래를 한 움큼 집어넣은 벌밥을 먹어야만 했어. 만일 벌밥을 먹지 않고 버티면 광대라는 벌을 내렸대. 힘센 단기대원 두 명이 도둑질한 거지의 팔다리를 잡아 들어올려 알몸을 이리저리 힘껏 흔들다가는 멀찍이 던져 버렸대. 까딱하면 바닥에 머리를 세게 부딪혀 죽는
2025-05-19 김영권 작가<webmaster@ilyosisa.co.kr>
2025-05-12 이상세 화백“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새해 들어 첫 탈주범들을 시범적으로 엄중히 처벌하여 다른 원생들을 단속하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이고 있었다. 설교를 마친 사감은 얼마 후 바닷가에 두 사람만 남겨둔 채 원생들을 인솔하여 떠나가 버렸다. 탈주범 말로 석양 비낀 하늘에 노을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서서히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하고, 하늘은 점차 보랏빛을 거쳐 청회색으로 변해 갔다. 이어 완전히 컴컴해졌다. 용운과 피에로, 십자가에 매달린 두 어린 양은 밤바다를 바라보며 몸을 떨고 있었다. 턱도 조금씩 떨려서 다그락 다그락 이빨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소금기를 머금은 찬 해풍이 불어오고 기온은 뚝 떨어졌다. “형, 어쩌지?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할까?” “이 기둥에 한번 매이면 내일 해가 뜰 때까지는 절대로 풀어 주지 않는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어.” 용운처럼 피에로도 역시 이빨을 떨면서 대답했다. “내일
2025-05-12 김영권 작가<webmaster@ilyosisa.co.kr>
2025-05-05 이상세 화백“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형, 어디까지 가는 거야?” “잔소리 말고 뛰어! 물살이 강한 걸 계산해 최대한 위로 올라가야 해.” 이윽고 피에로가 발을 멈춘 곳은 처음부터 물이 깊고 경사가 가파른 곳이었다. 나루오름에서는 정면으로 보이던 마산포가 저 멀리 대각선으로 건너다 보였다. 탈출 시작 “자, 시작이다!” 피에로가 문짝을 바다 위에 띄우며 앞서 들어갔다. 바다는 완강히 출렁거렸다. 용운은 문짝의 한 끝을 잡고 조심스럽게 따라 들어갔다. 대번에 목까지 물에 잠기면서 숨이 차올랐다. 아직 태풍의 뒤끝이 가시지 않은 탓에 물결은 생각보다 훨씬 센 편이었다. 높은 물결이 가뜩이나 숨이 찬 얼굴을 쉴 새 없이 덮쳐왔다. “형, 무서워…….” “당황하지 마. 물이 얼굴을 덮칠 땐 숨을 멈춰!” 피에로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문짝에 의지해 발버둥을 쳤지만 속도는 답답하리만치 느렸다. 아무리 발버둥쳐
2025-05-05 김영권 작가<webmaster@ilyosisa.co.kr>
2025-04-28 이상세 화백“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만일 자신을 믿고, 기다리면서도 기다림에 지치지 않고, 꿈을 꾸되 꿈의 노예가 되지 않고, 성취한 모든 것을 올바른 모험에 걸었다가 잃고도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다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네 것이 되리라…….’ 올바른 모험 그들은 마음속으로 시 구절을 외면서, 눈과 눈을 피해 다니며 대들보를 갉아먹는 생쥐처럼 기를 쓰고 경첩의 쇠못을 갈아댔다. 그런 어느 날 피에로가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아, 그래도 엿장수 할 때가 좋았지. 흐흐…….” “형, 뭔 소리야?” “춘천의 어느 고아원에 있다가 갑갑해서 결국 탈출을 했지. 치사스런 밥 한 숟갈보다는 시원한 바람이 그리웠어. 배를 곯다가 우연히 어느 엿방에 들어갔거든.” “히히, 형이 엿장수를 했다구?” “응. 방랑천하 아니것냐. 엿장수 맘대로란 말도 있지만…… 엿판 하나 둘러메고 발길 닿는 대로 떠돌면 세상천지에 부
2025-04-28 김영권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