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최근 컵라면에서 건전지가 나왔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해당 업체 및 유관 기관의 아쉬운 대응이 입길에 올랐다.
13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엔 ‘대기업 컵라면 속 건전지’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 A씨는 “제 아이에게 이런 끔찍한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말문을 열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9일, 10세인 둘째 아이가 식품업체 B사의 컵라면을 먹던 중 부식된 LR41 규격의 버튼 전지를 발견했다. 이미 끓는 물을 붓고 전자레인지에 몇 분간 가열한 라면을 국물까지 거의 다 마신 뒤였다.
당시 상황에 대해 그는 “부식된 건전지를 보며 손발이 다 떨렸다”며 “곧장 업체 고객센터에 연락해 제품 수거 일정을 잡았지만, 당일 담당자가 별다른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아 식품의약품안전처에도 신고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갈등은 회사 차원의 문서상 책임 있는 사과를 요구하는 A씨 측 입장과 업체 대응이 엇갈리면서 커졌다.
그는 “다음 날 상담실장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왔지만, 진정성 있는 사과보다는 ‘우리 공정은 완벽하다’는 등 책임을 회피하는 식의 말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은품 배상도 언급했으나, 더 이상 B사 제품을 사용할 마음이 없어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후 식약처는 해당 제조공장에서 전자저울과 타이머 등에 같은 규격의 건전지가 사용되고 있는 점은 확인했지만, 재현 실험 결과 제조 과정에서 혼입됐을 개연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A씨는 이물 검출기의 정상 작동만을 근거로, 외주업체에 대한 조사 없이 내려진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자택 홈캠 기록도 있어 소비자 측에서 건전지를 투입한 정황은 없음을 입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조사 측에서 원인을 모른다는 건,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아이가 먹을 제품에 건전지가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라며 “B사는 식약처 조사 결과를 방패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유사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이 사실을 알리고 싶다”고 설명했다.
사연을 접한 회원들 일부는 “내 아이가 먹었다면 같은 기분이었을 것” “자녀분 건강이 너무 걱정된다” “중금속 중독 등도 검사해보라” “잘 해결되길 바란다” 등 A씨의 상황에 공감하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또 다른 일부는 “혹시 집 내부에 해당 전지를 사용하는 물건은 없느냐” “안타까운 일이지만, 검사장비에 금속류가 잡히지 않았을 확률은 매우 낮아보인다” “전지 제조사도 확인해 보라” 등 혼입 경위를 둘러싼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일요시사>는 이날 A씨에게 ▲당시 홈캠 영상과 건전지 실물 정보 ▲B사 담당자와의 구체적인 대화 내용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묻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끝내 닿지 않았다.
식품 업계에선 A씨가 배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배경을 두고, 향후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보다 분명히 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시간차를 두고 자녀 건강에 이상이 나타날 경우, 해당 증상과 음식물 섭취 사이의 인과관계를 사후에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의 경우 버튼 전지가 라면과 함께 전자레인지에 조리되는 과정에서 실제 내부 성분이 누출됐는지, 또 이로 인해 음식에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소비자 입장에선 향후 문제 발생 가능성에 대한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관계 기관도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버튼전지를 어린이 안전사고 위험 물품으로 분류하고 지속적으로 주의를 당부해 왔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제품 속 리튬 등 금속 성분이 식도나 위에 궤양, 천공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일각에선 소비자 요청에 기반한 사후 구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예방 기능을 강화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소비자원 분쟁조정 역시 업체 측이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강제력이 발생하지 않아, 결국 소비자가 별도 소송 부담을 떠안게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제15차 소비자정책위원회에서 촘촘한 감시 활동과 엄정한 제재를 통해 소비자의 권익침해를 차단·예방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식품은 인체 내부로 직접 들어가는 만큼, 제조·조리 단계에서부터 위생과 이물 관리 등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른바 ‘쇳가루 노니’ 논란 역시 같은 이유로 소비자 불안을 키운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19년 5월 식약처는 시중에 유통되는 노니 분말·환 제품 88개를 수거해 금속성 이물 등을 검사한 결과, 22개 제품이 기준에 부적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후 당국은 해당 제품에 대해 판매 중단과 회수 조치를 진행했고, 분쇄 공정을 거치는 모든 분말 제품 제조 시 쇳가루 제거 절차를 의무화하도록 관련 기준도 손질됐다.
<kj4579@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