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고속도로 사고는 고속 주행인 데다 발생 시 뒤따라 오는 차량들로 인한 2차 사고 위험이 크다. 이런 연유로 고속도로 곳곳에는 구난형 특수 자동차인 일명 ‘사설 레커차(이하 견인 차량)’가 항시 상주하고 있다.
물론 이로 인해 2차 사고 예방과 현장에 있는 사고 차량을 최대한 빠르게 수습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이를 빌미로 사고 당사자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사고 차량을 견인하는 사례가 많아 사설 견인 차량과 사고 차주 간의 갈등이 빈번히 발생한다.
최근 서울톨게이트 하이패스 구간서 사설 견인 차량 차주가 동의 없이 사고 차량을 강제로 견인당한 후, 돌려받지 못하고 협박까지 받았다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달 30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사연에 따르면 글을 작성한 A씨는 지난달 29일 오전 3시30분경 서울톨게이트 1, 2차로 하이패스 구간서 상대 차량의 잘못으로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직후 A씨는 1차로서 119 구급전화 신고 및 보험 견인 1회 요청 후 2차 사고 피해를 우려해 갓길로 대피했다.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견인 차량이었다. 1분 뒤엔 A씨가 요청한 보험사가 보낸 견인 차량이 왔고 3분 후에는 서울톨게이트 영업소 관할 고속도로 순찰대가 현장을 찾았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출동 경찰과의 통화에서 사설 견인 차주가 사고 차량을 견인하고 있다는 상황을 인지하고 경찰에 사고 차량을 견인하지 못하게 요청했으나 무시당했다.
그러는 사이에 견인 차주는 사고 차량을 판교 톨게이트 출구 안전지대로 이동시킨 후 A씨에게 견인비를 요구하고 나섰다.
A씨는 “견인 요청을 하지 않았기에 차를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욕설과 함께 차량 반환을 거부당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구난동의서를 받거나 한 적도 없었다. 아직도 차량을 돌려 받지 못한 상태”라며 “견인 차주가 견인비용을 현금으로 주거나 자기에게 폐차 처리와 렌트를 맡겨라” 등의 말과 함께 협박과 욕을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출동 경찰에게도 도움을 요청했으나 “견인 차량과의 문제는 민사 문제로, 견인 차량이 차를 갖고 있는 건 유치권 행사”라며 “사고 현장을 떠난 것은 처벌 대상”이라는 답변만 반복했다고 한다.
A씨는 “남의 지갑을 마음대로 주워다가 주운 값 달라고 하는 도둑놈에게 내 지갑을 찾아 주지는 못할 망정, 지갑에 대한 유치권 행사는 민사로 해결하라니…”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현재 해당 글에는 “차주 동의 없이 끌고 갔으면 절도지” “이 정도면 경찰도 한통속” “차에 ‘사설 견인 절대 금지’ 스티커 붙이고 다녀야 할 듯” 등의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한 누리꾼은 “날강도나 다를 바 없는 패악질 사례가 한두 가지가 아닌데 도대체가 해결책은 없는 걸까요? 답답하다”고 동조했다.
다른 누리꾼은 “나도 그런 상황이 있었다. 고속도로 순찰대 경찰이 와도 중재가 안 된다. 긴급한 상황이라서 차를 빼야 하는 건 맞지만 그걸 악용해서 30초 이동시켜도 50만원을 달라고 하니 날강도가 따로 없다”고 공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사설 견인차량들은 사고 차량을 옮기기 전, 차주에게 견인비에 대한 고지와 함께 구난 동의서에 차주의 사인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운행 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하지만 고속도로 위에는 여전히 견인 차량에 의해 강제 견인 요구와 함께 과도한 요금을 청구하는 사례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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