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최근 하와이서 거주 중인 장년 남성 A(91)씨가 20년 만에 고국 땅을 20년 만에 밟았다가 인천서 55만원의 바가지 택시 요금를 지불했던 사실이 보도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0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인천 택시기사님들 보세요’라는 한 줄의 글에서부터 시작됐다.
이날 해당 사실을 알리기 위해 가입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보배 회원 B씨는 “하와이서 고국에 20년 만에 오신 어르신이 지난 10일 오후 7시경 인천공항서 주안역까지 택시를 타고 오셨다”고 운을 뗐다. 이어 “택시비가 5만1000원 정도 나왔고, 어르신이 5만원권이 예전의 5000원권인 줄 알고 기사님에게 5만원권 11장을 드렸더니 기사님은 그걸 다 받고 어르신만 내려드린 채 그냥 갔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B씨에 따르면, A씨는 인천국제공항에 오후 6시쯤 도착했다. 이튿날 인천 주안 소재의 용화사에 개인 용무가 있어 공항서 주안역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정확한 주안역 도착 시각은 확인되지 않았다.
‘호텔 하루 숙박비가 얼마냐’는 물음에 B씨가 3만5000원이라고 답하자 그는 5만원짜리 지폐 7장을 건넸다. 외국서 오랜 시간 거주한 탓에 5만원짜리 지폐를 5000원짜리로 잘못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치매신가?’ 하는 생각에 “5만원짜리 한 장만 내면 되세요”라고 말하자 B씨는 불과 10분 전의 택시요금으로 11장을 지불했던 사연을 듣게 됐다.
그는 “어르신의 말씀을 듣고 제가 얼굴이 붉어졌다. 돈이 없어도 창피한 짓은 하지 말자”면서 “저도 그렇게 착한 사람은 아니지만, 정말 창피하다. 혹시나 이 글을 보신다면 어르신이 이달 말까지 한국에 계신다니 꼭 돌려달라. 50만원 공돈 번다고 부자가 되진 않는다”고 직격했다.
5만원권 11장을 택시비로 지불했다면 택시기사는 최소 약 50만원의 불법 이득을 취한 셈이다. 인천국제공항서 인천 주안역까지의 총 거리는 37.651km로 택시를 이용할 경우, 약 2만6000원가량의 요금이 발생한다. 할증 시각(오후 6시)에도 해당되지 않으므로 5만1000원이라는 택시요금은 약 2배가량 많이 나왔다.
그는 이튿날에도 ‘인천 택시기사 작성자다. 기사가 약간 틀려서 작성한다’며 추가 글을 게시했다.
B씨는 “수십년 아니 십여년 만에 한국에 오셔서 한국돈을 모르시니 공항서 환전부터 하시고 어쩌면 고국의 향기, 당신만의 한국에 대한 향기, 향수를 느끼기 위해 마지막으로 오신 것”이라며 “기자분들의 정확한 확인 없이 기사화돼 정확히 말씀드리기 위해 올린다”고 설명했다.
원래 일정이 30일까지였다는 A씨는 7일 앞당겨 오는 23일로 항공권을 변경했다고 한다.
게다가 B씨가 “신고 안 하실 거냐?”는 물음에 “고국서 안 좋은 기억은 떨쳐버리고 가겠다”고 답했다고 했다. 오랜만에 고국을 찾은 노파가 방문 첫날 바가지 택시요금을 지불하고, 숙박업소 측으로부터 계산이 잘못된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으니 그에 따른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B씨는 “인천 주안의 모텔비나 호텔비에 대해 거짓이라고 말씀하시는데 메일 올린다. 지인도 두 분이나 택시하고 있으니 오해하지 말아 달라”며 “절대 비하하려고 올린 아니다. 진짜 K-인간으로서 챙피해서 글을 올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전 글을 삭제한 이유에 대해선 “이런 의도로 글을 쓴 게 아닌데, 댓글에 좋지 않은 내용이 달렸다. 조금만 내가 손해보면 좋은 세상이 올까 해서”라며 “저도 나이가 중년이고 고인이 되신 할아버지 생각에…”라며 말끝을 흐렸다.
지난 10일, <일요시사>는 B씨에게 취재를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이렇다 할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후 지난 15일, 재차 두 번째 글에 기재돼있는 이메일 주소로 취재를 요청했지만 확인하지 않고 있다. B씨는 인천 주안역 인근의 숙박업계에 종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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