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튤립축제서 분식 바가지 논란? “불법 노점상이 판 것”

관계자 “지난해 6월까지 계약…곧 철거 예정”
진해군항제·춘천막국수 등 매해마다 되풀이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지난 10일부터 내달 7일까지 충남 태안 소재의 꽃지해안공원 내 코리아플라워파크의 ‘태안 세계튤립꽃박람회(태안튤립축제)’장을 찾았다가 음식 바가지를 썼다는 하소연이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태안튤립축제장을 방문했던 것으로 사료되는 한 누리꾼 A씨는 24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태안튤립축제 바가지, 다신 안갑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밀가루만 95%인 파전 1만5000원, 주먹보다 작은 그릇에 담긴 떡볶이는 6000원(만든지 2박3일 전인 듯)”이라며 “먹을 수가 없어 번데기 5000원어치를 시켰는데 그냥 물에 번데기를 풀어서 준 것 같다”고 한탄했다.

이어 “언제쯤이면 한 철 장사들이 없어질까? 호객행위 구경하러 한 번쯤은 더 갈 것 같다”며 “연세 많은 부모님들 상대로 이렇게 장사를…”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태안튤립축제장에선 작은 사이즈의 캔맥주도 개당 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A씨가 첨부한 사진에는 성인 남성 주먹보다도 작은 사이즈의 종이컵 안에 떢복이가 담겨있다. 종이컵의 면적이나 크기를 감안하더라도 6000원이라는 가격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을 정도의 양이다.


보배 회원들은 “안 사먹어야 하는데 사람이 매년 사먹는 게 문제다. 그러니 없어지지 않는 것” “어떤 축제든 가서 먹는 사람들이 호구” “저게 6000원이라고?” “태안튤립눈탱이축제” 등 어이없다는 반응 일색이다.

“문제는 떠돌이 상인들”이라는 한 회원의 지적에 그는 “떠돌이들에게 당하시는 부모님들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사주시니까 없어지지 않는 것”이라는 다른 회원의 댓글엔 “처음이라서 몰랐다. 죄송하다”고 대댓글을 달았다.

이 같은 일부 회원들의 지적에 회원 ‘호갱끼OOO’는 “놀러간 사람이 무슨 죄냐? 지역축제 지자체서 제대로만 관리해도 없어질 일”이라고 A씨를 옹호하기도 했다.

회원 ‘가을걷이’는 “가서 꽃구경만 하고 먹거리는 어차피 차로 이동하니 다른 곳에서 먹는 게 정석일 듯”이라며 “축제장 먹거리는 장사꾼들이 전국 돌아다니면서 하는 것 같던데 보통 바가지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행사 진행도 쉽지 않겠지만, 지역주민 위주로 장사하게 하고 주최 측이나 지자체서 좀 더 관리했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7~8년 전에 해당 축제를 찾았다는 한 회원은 “일단 도로 입구부터 주차장이라 태안 읍내서 들어가는 데만 5시간은 걸렸다. 입구서 매표하려는데 나오시는 분들이 볼 거 없다는 사인을 받고 그 뒤로 두 번 다시 안 간다”며 “지역축제서 먹거리는 먹어본 적도 없다”고 거들었다.

다른 회원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오래된 의미없는 말이 있는데 시대가 바뀌었다. 축제는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하셔야 한다”고 훈수했다.

반면, 정보 제공 차원서 감사하다는 댓글도 눈에 띈다. 회원 ‘이OO’는 “뻔하고 흔한 정보를 다시 한번 확인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또 “에이, 형님 주먹이 큰 거 아니냐. 말이 안 된다”며 믿을 수 없다는 댓글도 달렸다.


25일,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A씨는 “지난 23일 오후 1시경에 동행자가 예약했던 축제장을 찾았는데, 서비스는 엉망이었고 (음식점들이)호객행위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며 “축제장 바로 앞의 호객행위가 가장 불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일이라 그런지 축제장 및 교통 상황은 혼잡하지 않았으나 튤립축제장은 별다른 메리트는 느끼지 못했고, 관리가 조금 안된 느낌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A씨 일행은 파전 1인분, 떡볶이 1인분, 번데기 1인분과 소주 2병 및 맥주 2캔을 주문해 총 4만6000원을 결제했다.

하지만, 태안튤립축제 행사장의 바가지 요금 주장은 사실관계가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태안튤립축제 주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해당 음식점은 지난해 6월 말까지가 계약기간으로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철거 예정인 불법 노점상”이라고 반박했다.

즉, 태안튤립축제 행사 측과 정식으로 계약돼다거나 관리하는 업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축제장 정문에서 불법 운영 중인 노점상까지의 거리는 200여m 떨어져 있고, 축제장은 충남도 토지를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행사장 내 입점 업체들은 정식 계약을 하고 불법 노점상들과는 달리 정찰제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요시사>는 행사 주최 측으로부터 문제의 떡볶이를 판매했던 해당 음식점 사진과 예금주가 동일하게 표기돼있는 음식점 메뉴판 사진 등을 입수했다. 

해당 축제츨 주관하고 있는 코리아플라워파크는 지난 2012년부터 매해마다 튤립축제를 이어오고 있으며, 2015년과 2017년에 미국 스캐짓밸리, 인도 스리나가르, 터키 이스탄불과 함께 세계 5대 튤립도시로 선정됐던 바 있다.

사실 지역축제나 전통시장의 바가지 음식장사 논란은 더 이상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매년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특정 계절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으며 언론 보도를 통한 지적이 보도되고 있지만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앞서 진해 군항제서 판매됐던 5만원짜리 돼지 바비큐(지난해 3월), 전북 남원춘향제서 4만원짜리 통돼지 바비큐 및 1만8000원짜리 부실한 해물파전(지난해 5월), 춘천막국수닭갈비 축제서 3장에 2만5000원짜리 감자전과 1인분에 1만4000원에 판매됐던 닭갈비(지난해 6월), 영양 전통시장서 판매됐던 한 봉지에 7만원짜리 전통과자(지난해 6월), ‘홍천강꽁꽁축제’의 2만원에 달하는 순대 가격(지난 1월)이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앞서 지난달 27일엔 진해 군항제 먹거리 시장서 꼬치 어묵 2개가 1만원에 판매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다시 바가지 논란에 휩싸였다. 메뉴판에는 6개로 적었으나 실제 판매되는 꼬치 어묵은 2개였다.

취재진이 “어묵 꼬치 6개가 아니냐”는 물음에 해당 상인은 “저것(메뉴판)과는 다르다. 꼬치 하나에 길게 끼워진 게 아니라 우리는 비싼 어묵으로 만든 것”이라고 답했다. 당초 군항제 주최 측과는 6개에 1만원에 팔기로 합의했지만 실제 현장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것이다.


매번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각 지자체나 주최 측에선 “철저한 사전교육을 통해 같은 행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해 왔지만, 모두 공허한 말뿐이었다.

휴양지나 유명 관광지는 물론, 계절마다 열리는 지역축제장서 음식 가격을 높여 받는 이른바 ‘바가지 요금 상술’은 왜 매년마다 반복되는 걸까?

한 지자체 관계자는 “한 철 장사를 위해 왔다 갔다 하는 전문 장사꾼들이 많은데,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이 상인들의 욕심”이라면서도 “관공서나 지자체의 부실관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짚었다. 전국의 지역축제를 각 지자체서 주최하지만 인력부족 등의 이유로 주관사를 따로 두고 운영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관리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통 규모가 큰 대형 축제라고 해도 담당 공무원 한 명이 업체들을 다 관리할 수 없는 만큼 문제점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축제장에 입점 업체로 들어가는 상인들도 불만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지역축제에 참가해본 경험이 있다는 한 업계 관계자는 “지역축제라는 게 특정 계절에만 열리다 보니 ‘한 철 장사’인 데다가 물가 상승으로 인해 판매가격을 포기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특성상 단기간 입점에 따른 고가의 ‘자릿세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 축제 공간 중 일부를 사전에 돈을 지불하고 확보한 뒤 외부 상인들에게 파는 ‘축제 브로커’들에게 자릿세, 천막 및, 전기요금 등 야시장 운영비용과 중계료를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브로커는 “인기 축제장의 경우 자릿세만 수백만원서 수천만원까지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행법상 숙박업이나 음식업의 경우, 자율가격제를 적용하고 있는 만큼 자정 노력 없이는 계도 조치도 힘든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문제는 지역축제장을 찾았다가 바가지 요금을 당한 후 재방문하지 않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데다, 외국인 방문객의 경우는 국가 이미지에 먹칠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이다.

<haewoo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