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물론 정인은 그런 걸 알 리 없었으되 그저 멋진 신천지 같은 시설에서 많은 돈을 벌게 된다는 말에 끌려 아메리카 타운으로 가게 되었다. 별천지라는 그곳은 실상 일종의 화려한 수용소였다. 미군에겐 환락의 천국일지 몰라도 위안부들에겐 지옥의 일부로 여겨질 수가 있었다. 외부와 차단된 높고 견고한 담벼락 안에는 마치 벌집 같은 주택단지가 수십 채 들어섰고, 30여곳의 미군 클럽과 쇼핑센터, 오락실, 목욕탕, 미장원, 세탁소, 약방, 찻집, 작은 상점 따위가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외부와 차단 여자들은 클럽에서 미군을 유혹한 후 벌집처럼 다닥다닥 붙은 작은 방으로 데려가 달러에 몸을 팔았다. 그곳이 만일 신천지였다면 과연 무엇을 위한 신천지였을까? 지옥보다 더 악독한 이 세상, 몸이라도 양놈에게 팔아 제 잘난 척이나 하는 못난 조선놈들을 비웃어 주고, 지옥의 돈을 벌어 마지막으로 꿈꾸던 천국에서 한번 살아보고
“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이렇게 결심하고 보니 가슴속의 의혹도 말끔히 가시는 기분이었다. 별이는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한 손으로 머리를 괴고 다시 중얼거렸다. ‘그래, 결정은 오라버니에게 맡기자. 나로서는 가슴을 태우는 이 격렬한 욕망을 고백하는 수밖에 없다. 아, 나는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이 가슴을 태우는 불길은 대체 어떤 불길인가?’ 계모의 학대 별이는 편지의 사연을 상상하고는 떨리는 손으로 적을 준비를 했다. 연필을 들고 쓰다가는 망설이고 망설이다가는 또 쓰곤 했다. 쓰다가 잘못 쓰면 지워 다시 쓰고, 또 제가 쓴 것이 부끄러워져 연필을 놓기도 하고, 그래서는 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다시 연필을 잡았다. 별이는,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자주 망설였다. 표정으로 보아 부끄러워하면서도 대담하게 쓰는 것 같았다. ‘그대를 사랑하는 사람이 그대의 행복을 기도하면서 이 글을 드립니다. 이런 기도를 드리는 사람은
“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그런 말을 하는 계모는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자신이 예전에 겪은 갈보의 추악성을 아이의 마음속에 주입하려는 야수의 얼굴이었다. 오래 묵은 화장독으로 인해 푸르스름한 낯가죽을 다시 진한 화장으로 가리고 입술엔 늘 빨간 루주를 바르고 있었다. 그런 정신적인 세뇌와 영혼에 대한 폭력은 열 두세 살이 되어 초경을 치른 후론 훨씬 더 심해졌다. 야수의 얼굴 “넌 할 수 있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구! 너 같은 반푼이, 반달이 오히려 매력적일 수도 있어. 제 잘났다고 뻐기는 년놈들은 젬병이야. 알았지? 넌 반푼이가 변신한 반달이야.” 그녀는 세뇌의 감옥에 갇혀 시시각각 괴로워하며 파르르 떨었다. 만일 그 무렵 의붓오빠가 집으로 들어오지 않았다면 아마 가출이나 자살을 감행했을지도 몰랐다. 의붓오빠는 계모의 친아들로 정인보다 다섯 살이 많았는데, 몇 년 전에 불쑥 가출했다가 돌아온 것이었다. 오빠는 코밑에 수염이 거무
“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청운은 밤늦게 잠들었다가 이른 새벽 산새 소리에 깨어나곤 했다. 겨울새들은 봄을 바라고 있겠지만 아직은 추운지 목청이 좀 떨렸다. 가끔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얼어 죽은 새도 보였다. 싸늘한 백설 위에 누운 새는 언뜻 꿈을 잃어버린 천사 같기도 했다. 짧은 삶 동안 푸른 하늘을 아마 인간보다 더 많이 보았을 새의 눈은 얇고 하얀 막으로 덮여 있었다. 마치 천상으로 날아간 자신의 영혼을 원망하는 듯싶기도 하고 축복하는 성싶기도 한 눈이었다. 원망과 축복 청운은 그 작은 시체에 하얀 눈을 모아 무덤처럼 덮어 주었다. 그러고는 건물 뒤꼍으로 가서 장작을 패어 차곡차곡 쌓았다. 문득 어떤 소리가 들려와 청운은 깜짝 놀랐다. 그건 청아했지만 새소리는 아니었다. 사람 목소리 같지 않은 탈속적인 점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무슨 초탈적인 귀신이나 정령 같진 않았고 그저 순진무구한 미지의 존재였다. 새울음 같던 그것은 점점
“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미애는 귤 한 조각으로 입을 축인 후 계속 읽어 나갔다. “꿈이 현실로 변하면 마음속을 덮고 있던 환상의 베일이 벗겨지는 것일까?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내리자 처음 본 다른 세상 앞에서 신기함도 있었지만 오히려 두려움이 앞섰어. 내가 한국에서 마음속으로 지녔던 미국에 대한 친밀감은 허무하고 공허해지고 말았지. 차라리 이 순간부터 즉시 빨리 그런 헛된 공상을 버리고 현실을 바로 보는 게 아주 필요하다고 판단했어. 그래야만 나중에 제대로 된 친밀감을 가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며 공항을 빠져나갔단다. 너무도 넓은 땅. 내가 얼마나 작고 고지식한 미물이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 하지만 시가지를 지나 택시를 타고 존의 집으로 가는 동안, 사람 사는 데는 어디나 그럭저럭 비슷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 어쨌든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야 하니까. 존이 동두천에서 속삭인 말은 대부분 허풍선이란 게 차츰 시일이 흐
“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청운은 노송 옆에 서서 한손을 짚어 고단한 몸을 의지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난 사실 그녀가 성공하길 바라지 않아. 오히려 그녀가 더 추락하면 좋겠어. 미8군 무대에 서서 화려하게 각광을 받게 되면 축하보다는 되려 저주하고파. 왜냐하면 내게서 점점 더 멀리 떠나는 것 같으니까. 흐흐, 차라리 만신창이 신세가 되어 마음 하나만 지닌 채 내게 돌아온다면 폭 껴안아 주련만….’ 지옥에 가까운 청운은 고개를 떨구며 고목 나무에 등을 기대었다. 야밤의 솔바람 소리에 산새들이 잠결에 내는 울음이 이따금 섞여 들곤 했다. ‘그녀는 지금 서울 하늘 아래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미8군 쑈 무대에서 선녀처럼 춤추며 노래하고 있다면 그나마 좋을 텐데. 이태원이나 삼각지 부근에서 내가 전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지.’ 청운은 문득 서울 땅이 그리워졌다. 천국보다는 지옥에 더 가까운 땅…여덟 살 어린 나
“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몽키하우스의 내부는 군 내부반과 비슷했다. 복도 양쪽에 쭉 늘어선 각 방은 국화반, 난초반, 장미반 따위로 불렀다. 여성미를 북돋우려는 성싶었으나 안으로 들어서면 삭막한 느낌을 풍겼다. 좁은 통로를 사이에 두고 양옆으로 수십 개의 초라한 침상이 줄느런히 놓여 있었다. 초라한 침상 여사감이 수용자들의 일상생활을 엄격히 감독했다. 한번 찍히면 구금 시간이 연장될 위험도 있으므로 조심해야만 했다. 왜냐하면 몽키하우스는 성병 치료가 주목적이었지만 접대 행실 교육과 재활을 위한 기술 교육도 명목상으로나마 선별적으로 시행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벌점을 받으면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순화교육에 잘 따르지 않는 이른바 ‘꼴통’들은 좁은 감금실에 처넣어져 고통과 고독을 짓씹어야만 했다. 수용소에 처음 입소한 양색시들은 일단 진료소로 가서 검사를 받아야 했다. 그 안엔 쇠침대가 몇 개 놓였고 군용 매트 위에 하얀 시트가
“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정조관념 없는 헤픈, 정신빠진 미국병 환자. 허랑방탕한 낭비쟁이 공주. 될 대로 되라며 나태하고 부정적인 악마에 빠진 똥치, 지독한 양키 성병균을 음부 속에 지닌 암캐, 그런 것이 미국 위안부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더구나 일본군 위안부와 달리 자발적으로 돈과 쾌락을 찾아 나선 매춘부라는 점에서 일말의 동정심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청운은 그 지점에서 가장 안타까웠다. 돈과 쾌락 ‘물론 그런 여자들이 전혀 없진 않겠지. 하지만 자기 스스로 사악해서 한국 남자를 무시하고 미군 놈들에게 뿅가 버린 여자는 별로 없는 것 같아. 한국 놈들에게 완전히 질린 나머지 반사적으로 그런 척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거든. 특히 인신매매단에 납치돼 잔악스런 돌림빵을 당한 처녀나 의붓아비와 오래비에게 성폭행당한 어리고 가난한 소녀들은 활로를 찾지 못해 자포자기한 정신상태로 자기 자신과 모든 한국 놈들을
“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미군 클럽 업주들은 돈을 미끼와 고삐로 해 기지촌 위안부가 된 여성들을 자기네의 인육시장 말뚝에 꽉 매어 놓았다. 초짜 위안부들은 포주로부터 돈을 빌려 영업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화려한 옷과 화장품은 필수품이라며 강제적으로 들이밀고는 몇십 배 비싼 가격으로 부풀려 장부에 달아 놓았다. 몽롱한 현실 숙식비 또한 그러했고, 침대, 티브이, 전축 따위도 굳이 돈까지 빌려주며 구매토록 강요하고는 빚의 굴레를 씌워 조종했다. 미군 위안부는 일본군 위안부와 별 다름 없이 죽자사자 몸을 팔아야만 했다. 포주들은 ‘꽁알’이라고 불리는 환각제 세코날을 매일 나눠 주며 꼭 먹도록 했다. 그러고 나면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현실에 대한 두려움과 부끄러움이 사라져 하루에 수십 명의 거대한 미군 몸뚱이를 받아들일 수가 있었다. 하지만 꽁알은 중독성이 아주 강해 복용량을 계속 늘여야만 몽상도 지속되었다. 한두 알에서 시작한 것이
“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1945년 중앙청에 성조기가 나부낀 이후부터 1950년의 6·25전쟁을 거쳐 1960년대까지 미국 정부는 사랑과 평화의 이름으로 계획적인 많은 원조를 했다. 하지만 진짜 원조는 맛뵈기였고 실제로는 빌려주는 돈이 훨씬 더 많았다(지금도 미국은 빚쟁이 행세를 하고 있다). 쾌락 식민지 그 가난한 시절에 미군들이 아이들에게 던져 준 초콜릿이나 껌은 과연 사랑과 애처로움의 표현이었을까? 운 좋은 강아지처럼 달콤한 캐러멜이나 사탕을 주워 먹은 아이들은 평생토록 아름다운 추억 혹은 고마움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상 미군은 한국 파병 전의 교육에서 그런 ‘초콜릿 던지기’를 임무수칙으로 하달받았던 것이었다. 물론 진정한 인류애를 발휘해 고아들을 도운 미군도 없진 않았으나, 그런 선행 또한 미국 정부의 궁극적인 마스터플랜에 다 포함됐다. 미국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인가? 미국. 아메리카. U.S.A…미국은 정녕 아름
“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문득 산새 소리에 정신을 차린 청운은 머리를 흔들곤 하얀 건물 입구로 들어섰다. ‘사무실(office)’이란 팻말이 붙은 문을 두드린 후 안으로 발을 들여놓자 황달에 걸린 듯한 중년 남자가 힐끗 쳐다보았다. 대단한 빽 “저 잡역부로 오게 된….” 청운이 말을 꺼내자 중년 사내는 코를 킁킁거리며 쏘아보더니 불만스레 뇌까렸다. “지금 여기 놀러 온 거야? 호송차 도착한 지가 언젠데 왜 지금 슬슬 나타나냐구?” “갑자기 바쁜 상황일 것 같아서 좀 천천히 왔습니다만….” “뭐? 설령 그렇더래두 일단 낯짝이나 보이고 나서 한쪽에 가만히 대기하고 있어야 할 것 아냐!” “죄송합니다.” “흠, 그래 추천인인 클리프 중위와는 잘 아는 사인가?” “아, 예 그저 좀.” “그래, 요즘 세상에 미군 장교를 알고 있다는 건 하느님이나 신을 믿는 것보다 더 대단한 빽이라구. 잘 사귀어 두면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거야. 하핫,
“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청운은 들릴락말락 짧게 대꾸하곤 그림자처럼 문 밖으로 나섰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긁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곤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은 채 걸음을 옮겼다. 황량한 겨울 벌판 저 멀리 강둑길 위로 달려가면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는 계속 걸었다. 하지만 환상 속의 풍경은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갈수록 평범한 현실로 바뀌었다. 일탈적 희롱 청운은 홀 입구에 앉아 있는 기도 녀석을 슬쩍 쏘아보곤 안으로 들어갔다. 청소를 시작하려는데 지배인이 불렀다. “이 새끼, 여기가 너 따위 송사리 놈이 장난치는 어항인 줄 아나, 응? 여긴 엄연한 군부대의 일부라는 사실을 내가 늘 강조했잖아! 내가 야전사령관이라면 넌 이제 겨우 훈련병 딱지를 뗀 쫄병이란 말야! 이곳에선 상명하복의 엄정한 군율이 항시 지켜져야 하며 직속상관에 대한 항명은 총살, 즉 퇴출이란 말이다! 그런데도 넌 무단히 탈영했을 뿐만 아니라
“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일단 미군의 단속에 걸렸을 경우 여자는 낙검자 수용소로 끌려가야 했고 해당 클럽은 일주일 내지 한 달 동안 영업정지를 당해야 했다. 이른바 토벌이 시작되면 완전무장한 헌병 50여명이 기습적으로 진입하여 클럽의 모든 문을 봉쇄하곤 마치 전쟁기의 군사작전인 양 엄숙히 거드름을 피우며 여자들을 짐승처럼 닦달했다. 엊그제 자기가 놀러 왔을 땐 욕망 가득한 눈으로 희희낙락하며 주지육림 속에서 춤추던 놈들이…. 변질된 마을 무엇보다 여자들 입장에서 황당스런 건 ‘컨택’이란 것이었다. 미군 병사가 성병에 감염된 사실이 드러나거나 스스로 고백할 때, 미군 당국은 병원균을 원천적으로 차단키 위해 그와 섹스한 그녀를 찾았다. 그런데 그 방법이 꽤 기이했다. 미군부대 의무과엔 클럽 여성들의 확대 사진과 신상을 기록한 카드 목록이 비치돼있었다. 성병 보균자인 미군 사병은 그 중에서 자신을 괴롭힌 여자를 찍고, 그 후 헌병이
“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청운은 어느새 채워져 있는 잔을 들어 쭉 들이켰다. “흐흥, 난 당신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삶을 어릴 때부터 겪었고, 또 댁이 전혀 꿈도 꿀 수가 없는 곳엘 갔다 왔다구.” “머나먼 아프리카 정글에라도 다녀오셨나요?” 생존 전쟁 말끝에 여자는 해죽해죽 웃었다. “더 먼 곳…가까우면서도 더 먼 비밀왕국.” “세계일주?” “당신 마음속을 여행해 볼까?” “쳇, 농담도 잘하는군.” “정말이야. 처음 봤을 때부터 대체 어떤 여인일까 하고 궁금했으니까.” 말한 후 청운은 독한 술을 쭉 들이켰다. “그래, 어떤 여자인 것 같아?” 여자는 청운의 눈을 빤히 바라보면서 물었다. 앞에 앉은 사내가 과연 어떤 인간 족속인지 꿰뚫어 보려는 듯한 눈초리였다. 긴 속눈썹 때문인지 당돌하기보다 문득 그윽한 느낌을 주는 저 검은 눈동자…청운은 저도 모르게 가만히 마주 쳐다보고 있었다. 두 남녀의 눈은 잠시 시간을 잊은 듯 그렇게
“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청운은 즉시 침대 쪽으로 접근해 주방장의 손에서 칼을 빼앗았다. 그리고 방바닥에 검은 뱀 허물처럼 벗어둔 놈의 바지에서 허리띠를 빼내 손목을 묶었다. 기도 녀석은 뭔 개멋인지 혁대를 아예 차지 않아 신고 있던 캐주얼화 끈을 풀어 같은 조치를 했다. 그런 다음 놈들을 침대에서 밀어 떨어뜨리곤 꿇어앉으라고 명령했다. 졸지에 개차반 신세가 된 일종의 클럽 권력자들은 한숨을 쉬고 이빨을 으드득 갈았다. 그 사이에 여자는 벽에 걸린 옷을 내려 알몸을 가린 뒤 헝클어진 머리칼을 대충 가다듬었다. 괴소문 “이렇게 된 이상, 짐승 같은 네놈들의 목을 따서 뒷산에 파묻어 버리고 싶지만, 만약 개과천선해 앞으로는 여자들을 괴롭히지 않고, 또 오늘 너희들이 저지른 일을 가지고 적반하장 격으로 엉터리 거짓말을 만들어 괴소문을 퍼뜨리지 않는다면 그냥 돌려보내 주겠다. 면도날이 혀 위에 있는 것처럼 잘 생각하고 진실을 말해. 그
“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청운은 길가로 나서서 두리번거렸다. 이미 자정을 넘어 네온사인이 거의 다 꺼져 버린 거리는 어둠에 묻혀 있었다. 청운은 문득 가만히 눈을 감곤 귀를 기울였다. 북파공작원 훈련 시절에 익힌 감청 비법을 사용해 보기 위해서였다. 일반 군인보다 10배 이상 더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혹독한 훈련…. 독종 괴물 국가 정보부에서 파견된 물색관에 속아 훈련소에 들어갔을 때, 붉은 모자를 쓴 조교들은 옷을 모조리 벗겨 놓곤 몽둥이 타작을 시작했다. 그리고 사흘 동안 밥을 전혀 주지 않았다. 사회에서 찐 헛살을 뺀다는 명분이었다. 하루 이틀이 지나자 몰골 처연한 대원들의 눈에 문득 파란 불이 켜졌다. 훈련 도중 주어진 시간 안에 험한 산속을 헤매며 풀뿌리를 캐먹고 뱀을 잡아먹었다. 배가 지나치게 고프면 인육이라도 먹고 싶어질 터였다. 사흘째 되던 날, 기진맥진해 쓰러진 동료의 허벅지를 베어 먹은 광란자 한 명이 총살되
“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오히려 일보다는 인간관계가 더 힘들 경우가 많았다. 지배인은 클럽 여주인의 8촌 오빠이자 정부라는 소문이 돌았는데, 그는 쿠데타로 집권해 독재 철권통치를 계속하는 박 대통령을 위대한 영도자로 찬미하며, 자신도 그런 식으로 종업원들에게 권력을 휘둘렀다. 눈에 거슬리면 위협과 폭력을 다반사로 행사하는 한편 당근을 써서 구슬리기도 했다. 위대한 영도자 동두천 최대 수준인 블루문에서 쫓겨나면 다른 곳에도 들어가기가 어려우므로 다들 쉬쉬하며 참아 넘겼다. 청운은 자신이 무담시 욕설을 듣고 인격 모욕을 당하는 것도 괴로웠지만, 왠지 다른 사람들이 부당한 처사를 받는 것 또한 마치 자기가 그런 더러운 토악질 앞에 선 듯해 고통스러웠다. 그래도 소개해 준 피에로 형을 생각하며 꾹 참았다. ‘내가 죽는 건 겁나지 않지만, 그 형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되지.’ 그러면서 씩 웃곤 했다. 어쨌든 자신이 말끔히 정돈한 자리에
“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까마득하던 60년대가 저물고 1970년대가 시작되자, 신문과 방송은 위대한 영도자 박 대통령께서 온 민족이 함께 잘 사는 복지국가를 건설키 위한 원대한 청사진을 발표했다고 떠들어댔다. 하지만 기지촌이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인지 별 반향이 없었다. 특수한 환경 그것보다는 AFKN 방송을 듣고 입수한 미군 철수 방침이라든가 한국 정부의 대책, 외교적 읍소와 방위비 분담금 인상 그리고 미군 장병 건강을 위한 기지촌 단속과 검진 강화 등 찜찜한 소식만 유언비어를 달고 근심스레 떠돌았다. “형, 우리 남한과 북한이 통일돼 한민족끼리 오순도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다른 나라 사람들과 함께 세계 평화에도 협조하고 말야. 그러면 미국이 이 작은 땅을 무기 전시장으로 만들지 않아도 되고…또 몸을 팔다가 외국 군인에게 흉악한 죽음을 당하지 않을 텐데.” 청운은 기지촌 여자들의 풀이슬 같은 삶에 이어, 북파공작
“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용산은 원래 한이 많은 땅이었다. 한반도의 중심에 위치한 채 민족의 혈맥인 듯 눈물인 듯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가까이 바라보며 희비애락을 함께 한 긴 세월…용산 지역은 전략적 요충지로 활용 가치가 높았으므로 한반도가 외적에 침략당할 때면 늘 외국 군대의 주둔지로 차압되었다. 암부처럼 고려시대 말엽엔 몽골군에 의해 병참기지로 사용되었고, 조선시대 후기에 나라가 어지럽던 땐 중국 청나라 군이 대규모로 주둔했으며, 한일 병합 뒤론 일본군이 전격적으로 주둔해 와 온 나라를 마구 유린했다. 그리고 1945년 8월에 일본이 항복하고 쫓겨나자마자 곧장 미국 군대가 들어와 진을 치게 되었던 것이다. 그들은 무소불위적으로 위세를 떨치며 기지를 점점 확대해 나갔다. 주한미군은 좁은 남한 땅 전지역에 걸쳐 무려 100여 곳의 기지를 갖고 있다. 전국토의 요소마다 주한미군이 있는 셈이다. 서울 외에 동두천, 의정부 뺏벌, 파
“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백발 노파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어떤 인연으로 자식을 삼으셨어요? 친자식을 버리는 엄마도 있는데….” “이런 기지촌에서 태어난 애들은 굴뚝새 새끼들과 같은 신세야. 엄마가 살펴주지 않으면 사악한 기생충에게 먹히고 말지. 어린 애들은 병에 걸려 죽기도 하지만, 사람 손에 팔려가 암흑 속으로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라고 말하는 거야.” 기생충 먹이 “그럼 그 애들도요?” “걔들은 그나마 엄마가 죽을 때까지 보듬고 있었어. 시체가 된 에미의 젖을 빨다가 울다가 하고 있더군. 하나는 백인 새끼고 하는 흑인 새끼였어. 세월이 흘러 두 놈 중에 하나가 살인범이란 소문이 났었지만 다 미국으로 도망치고 말았지 뭘.” “참 비극적이군. 만일 셰익스피어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어떤 드라마틱한 극본을 썼을지 궁금해.” 피에로가 끼어들었다. “미친 소리 작작하구 술이나 마셔.” “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