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2.01 16:31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한국의 양대 노총 중 하나지만, 강한 중앙집권 조직이 아니다. 여러 산업별·지역별 노조가 느슨하게 연합한 구조라서, 중앙 지도부의 정통성 문제, 각 산업별·지역본부의 이해 충돌, 조합원 기반 감소, 등이 겹칠 경우 권력 공백이 발생하기 쉬운 구조다. 또 역사적으로 정부와의 협력적 관계를 강조해 왔고, 특정 정권과 긴밀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정치적 독립성이 약하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오면서 이런 인식 때문에 노동자 전체의 이해를 대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실제 존재한다. 이에 더해 조합원 고령화, 제조업 중심 구조, 청년·서비스업 노동자 조직화 부족 등이 겹치며 조직 규모와 영향력이 장기적으로 약화하고 있고 비정규직·플랫폼 노동자 등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 조직화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뿐만 아니라 기업별 노조 중심 구조와 한국노총의 온건한 기조로 인해, 강한 교섭력이나 투쟁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지배적이고 특히 정규직 중심의 교섭 구조로 인해 노동계 전체의 대표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조직 내부에서 계파 갈등, 노선 차이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급변하는 노동 환경(자동화, 플랫폼 경제 등)
음주 운전으로 인한 교통 사망사고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닌 가운데, 최근 일본 관광객 모녀가 한 30대 만취 남성의 차량에 치여 숨졌다는 소식이 우리에게 큰 충격을 줬다. 그토록 음주 운전의 위험성이 심각함에도 유력 정치인은 물론, 고위 공직자, 심지어 청소년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명 연예인까지 심심치 않게 음주 운전 소식은 끊이지 않고 있다. 마치 한국이 ‘음주 운전 공화국’인 것으로 착각할 정도다. 그런데 이번 사고의 피해자가 일본인 관광객이라는 점에서 일본인들의 반응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나름대로 음주 운전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인식하고, 상응한 법과 제도를 마련했다지만, 일본인들은 그들의 음주 운전 관련 처벌에 비해 우리의 음주 운전 사고에 대한 처벌 수준이 형편없이 낮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의 그런 생각은 단순하게 음주 운전 사고 발생 건수만 봐도 우리가 일본에 비해 6배나 많지만, 실제로 인구 대비까지 따지면 우리가 무려 12배나 더 많다는 통계적 사실을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음주 운전 사고가 더 많은 이유 중 하나가 처벌 수준이 지나치게 낮아서라고 해석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음주 운전 재범률이 상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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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민간 주도로 최초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누리호가 탑재 위성을 목표 궤도에 올리면서 다양한 임무를 맡은 13개의 위성도 우주에 성공적으로 배달됐다. 배달된 위성은 우주 환경 감시와 통신·관측 기술 검증 및 의약품·바이오 연구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항공우주청은 “2027년까지 누리호를 2차례 더 발사할 계획이며 2028년 이후에는 매년 1회 이상 상시 발사체 운영 체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webmaster@ilyosisa.co.kr>
우크라이나 전쟁 3년 차, 상황이 다시 급격히 출렁이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하면 즉시 전투를 멈출 것”이라는 조건부 종전 의사를 밝히면서 전쟁의 향방은 돌연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했다. 동시에 그는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평화안을 “향후 협정의 기반으로 삼을 수 있다”고 평가하며 협상 모드로 선회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러나 이 ‘유화 제스처’ 속에 감춰진 메시지는 단순하지 않다. 우크라이나군 철수 요구, 젤렌스키 대통령 배제, 점령지 인정, 전략적 안정과 핵실험 카드까지, 푸틴은 외교·군사·국내정치·정보전이 결합된 복합 전략을 동시에 전개하고 있다. 문제는 푸틴의 전략이 유럽 안보지형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미국 내 트럼프식 외교의 방향을 좌우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기점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우크라이나에서 상사 주재원으로 근무했던 지인과 대화하면서 푸틴의 속내를 읽을 수 있었다. 푸틴의 조건부 휴전 전략 푸틴의 발언은 단순한 조건부 휴전을 넘어 전장의 힘을 외교 테이블로 끌어오는 전형적 전쟁과 외교 병행 전략이다. 그는 지난달 27일, CSTO 정상회의 직후 우크라이나군이 현재 위
2025-12-01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한자는 단순한 기록 체계를 넘어 고대 문명이 인간과 권력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응축해 둔 사고의 지도다. 글자의 모양 하나에도 사회가 선호한 질서와 관계의 방향이 숨어 있다. 필자는 대학 시절부터 그중 가장 오래 마음에 남아 있던 글자가 있다. 너무 익숙해서 아무 의심 없이 써온 글자, 바로 사람 인(人)이다. 사람을 뜻하는 가장 기본적인 글자인데, 이 글자를 천천히 들여다보면 ‘사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보다 먼저 ‘사람은 어떤 구조 속에서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낯선 물음이 고개를 든다. 그 물음은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졌고, 결국 필자에게 사회를 다시 해석하게 만드는 시작점이 됐다. 사람 인자의 원형은 갑골문에 나타난 형태에서 출발한다. 고대 문자에서는 사람이 두 다리를 벌리고 서 있는 모습을 단순화해 그렸다. 중심축에서 양쪽으로 선이 뻗어 나온 모습이었고, 어떤 해석에서는 한쪽 다리를 앞으로 내디딘 역동성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문자의 모양은 변형됐다. 전서와 예서를 거치며 두 다리는 점차 간소화됐고, 오늘날 우리가 쓰는 人 자는 기울어진 두 개의 선으로 정착했다. 문제는 바로 이 기울어진 두 선의 관계다. 왼쪽 선은 위에서 아래로 길게
2025-11-30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지난 28일 밤, JTBC <뉴스룸>에 나온 ‘윤석열 전 대통령, 김건희 수사 지휘하던 중앙지검장을 삼청동 안가로 불렀다’ ‘김건희 여사,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게 내 수사는 어떻게 되느냐 문자’ 이 두 자막이 정치권을 다시 뒤흔들었다. 그동안 소문처럼 떠돌던 얘기가 구체적 날짜와 이름, 장소를 달고 튀어나왔다. 이 상황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하다. 김건희 특검과 내란 특검이라는 두 개의 수사선이 ‘권력 사유화’라는 한 점을 향해 수렴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히기 때문이다. 영부인의 텔레그램, 검찰 인사의 시간표 매체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5월5일 김건희 여사는 박성재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내 수사는 어떻게 되고 있느냐” “김혜경·김정숙 여사 수사는 왜 이렇게 안 나가느냐” “김명수 전 대법원장 사건은 2년이 넘도록 왜 방치되느냐”라고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이 문자 이후 수사 지휘 라인이 교체되고, 다른 인물들에 대한 수사는 속도를 내는 반면, 정작 영부인 본인 수사는 오히려 뒷전으로 밀려나거나 방향이 바뀐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자는 사소한 안부 인사가 아니다. 수사를 관장하는 장관에게 피의자 본인이 직접 자신의 사건과 정치적 라이
2025-11-29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지난 27일 밤, 강남의 한 호텔 대연회장에서 열린 지역 명문고 재경총동문회 송년회는 오랜 전통을 담은 행사답게 무게감 있는 분위기로 시작됐다. 올해는 특히 상징적인 장면이 있었다. 93세를 맞은 1회 동문이 직접 참석했고, 1회부터 21회까지 약 30여명의 원로 동문들이 맨 앞 테이블을 가득 채운 모습은 한 학교가 걸어온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살아있는 아카이브와도 같았다. 필자도 21회여서 앞줄 테이블에 자리했다. 그런데 익숙한 풍경 속에서도 미세하게 달라진 공기가 느껴졌다. 명문고의 이름이 주는 상징성은 여전히 단단했지만, 동문 결속의 밀도는 과거에 비해 분명 줄어들어 있었다. 세월의 흐름은 자연스럽지만, 그 변화가 유독 선명하게 다가온 저녁이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우리 학교 재경총동문회는 전국의 명문고 동문회 중에서도 가장 활력 있고 영향력 있는 조직 중 하나였다. 당시 동문 중 현역 국회의원만 3명이나 있었고, 동문들은 정치·법조·경제·언론 등 각 분야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입시시험을 통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시험 세대’가 중심이던 그 시절, 송년회는 말 그대로 한 해의 ‘대형 행사’였다. 수백명이 호텔 대연회장을 가득 메웠고, 후원금
2025-11-28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다음 달 12·3 비상계엄 1주기를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사과와 혁신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당내 일부 초선 의원들 중심으로 비상계엄에 대한 당의 사과 필요성을 강조하며, 재창당 수준의 혁신을 통해 과거와의 단절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예상치 못한 비상계엄 선포와 그로 인한 정치적 혼란, 정권 상실의 과정을 반성하고, 국민과의 소통 부족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국민의힘은 내란 프레임과 특검 등 정치적 공세에 갇혀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는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혁신적인 변화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해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것은 국가 발전과 국민 통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런 불법적이고 무모한 행동이 현재 국민의힘이 정부·여당의 일방적인 정치를 비판해도 메시지에 힘이 실리지 않는 이유다. 과거 윤 전 대통령에게 종속적이었던 모습이 국민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남겼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에 대한 반성 없는 모습이 현재의 비판 능력을 약화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현재 보수 진영의 분열과 흩어짐은 심각한 상황이다. 특정 인물에게 모든 책임을 묻기보다는 당 전체가
2025-11-27 김명삼 대기자
내년 6·3 지방선거를 반년 앞둔 지금,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거대 양당은 거꾸로 움직이고 있다. 입으로는 민심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조직·당원·권리당원에 기대는 공천 룰을 만들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심을 70%로 끌어올렸고, 민주당은 대의원·권리당원을 모두 1인1표로 묶어 강성 당원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정당이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그며 내부 정치를 하는 순간, 지방선거는 국민의 심판장이 아닌 당원 전용 경마장이 된다. 결국 문제는 단순하다. 왜 지금 여야 모두 민심을 버리고 당심에 몰두하는가. 필자는 그 답이 양당의 정치적 생존 본능에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 본능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민심 대신 당심, 여야 모두 조직 정치로 후퇴 여야가 선택한 공천 룰 방향은 똑같다. 민심은 50%에서 30%로 밀렸고, 당심은 50%에서 70%로 치솟았다. 문제는 이 변화가 단순한 비율 조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것은 정당 민주주의의 후퇴며,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내부 결속 정치로의 후진 행위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나? 조기 대선 이후 민심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휘발성 높은 이슈가 여론을 흔들었고, 무당층의 움직임은 정당이 감당하기 어
2025-11-27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정치인에게 “요즘 가장 중요한 시간이 언제냐”고 물으면, 대부분 아침도 아니고 밤도 아닌 ‘점심’이라고 말한다. 한때 여의도의 정치 일정표에서 저녁 술자리는 핵심 중의 핵심이었다. 저녁 회동에서 사람이 결정되고, 술이 돈독함을 만들고, 진심이 오갔다. “밤에 정치하고 낮에 발표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2025년 여의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저녁은 더 이상 정치의 시간대가 아니다. 저녁 술자리를 꺼리는 시대, 음주 관행이 약화된 시대, 정치인의 사생활과 윤리 기준이 한층 더 까다로워진 시대에 중요한 대화의 중심축은 점심으로 옮겨갔다. 흥미로운 것은, 이 변화가 단순한 라이프스타일 변화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점심(點心)’의 한자어 본래 의미가 다시 현재의 정치구조와 정확히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침과 저녁은 모두 순우리말인데 점심만 유독 한자인 이유는 원래 점심이 ‘큰 식사’가 아니라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과거 조선시대에 점심은 정식 식사라기보다 속을 달래기 위한 가벼운 간식을 뜻했고, 그래서 마음 심(心)에 점(點)을 찍는다는 글자를 쓰게 됐다. 즉 점심은 원래부터 부담 없이 대화를 나누는
2025-11-26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에 연루된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에 대한 1심 선고가 6년 만에 이뤄졌다. 지난 20일 재판부는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에게 벌금 총 2400만원을, 당 대표였던 황 전 총리에게 벌금 총 1900만원을 선고했다. 현재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송언석 의원에게는 1150만원이 선고됐다. 의원직 상실을 피한 만큼 이들은 항소 여부에 대해 묻자 “조금 더 생각해보겠다”고 밝혔다. <webmaster@ilyosisa.co.kr>
2025-11-25 글·구성 정치부/사진 사진부
최근 자택에 침입한 강도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가해진 애프터스쿨 출신의 배우 나나(임진아)의 대응이 정당방위 결정으로 나오자 의아해하는 반응이 뜨겁다. 구리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6시쯤, 30대 남성 A씨는 흉기를 든 채 나나 자택에 침입했고 이를 막기 위해 나나와 모친이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A씨는 흉기에 의한 턱 부위 열상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침해가 있었고 이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피의자에게 심각한 상해를 가하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피해자들의 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입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표면적으로는 시민의 안전권을 보호한 합리적 판단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연한 결과’라는 호응과 함께 ▲정당방위의 기준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점 ▲자력방어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 ▲안전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구조적 문제 등 여러 불편한 질문을 남겼다. 형법 제21조(정당방위) 1항에 따르면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해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2항에는 방위행위가 그
2025-11-25
1980년 정월대보름, 당시 대학생이던 필자가 들판에서 불붙은 깡통을 돌리던 순간은 단순한 쥐불놀이가 아니었다. 처음엔 팔 전체를 원으로 크게 움직여야 깡통이 돌았다. 하지만 속도가 붙자 팔은 더 이상 원을 그릴 필요가 없었다. 직선으로 흔들기만 해도 깡통은 원을 스스로 그렸다. 외형은 원이었지만, 그 원을 유지시키는 힘은 직선이었다. 그 순간 필자에게 다가온 느낌은 단순한 기교의 변화가 아닌 ‘겉은 원이지만, 본질은 직선’이라는 원운동 원리의 깨달음이었다. 당시 필자는 이 전환의 순간을 ‘삼기점’이라 명명했고, 아이디어 노트에 기록했다. 이후 이 개념은 정치, 경제, 사회, 문명 전환을 꿰뚫어 해석하는 필자만의 고유한 렌즈가 됐다. 원운동의 표면성과 직선운동의 내적 동력 원운동은 완전한 운동이 아니다. 직선으로 뻗으려는 관성과 중심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잠정적으로 타협한 결과일 뿐이다. 즉, 원은 형태고 직선은 힘이다. 이 구조는 세상이 굴러가는 진짜 원리를 보여준다. ‘푸코’의 관점에서 원운동은 규율·제도·관성의 반복 장치며, 직선은 그 반복을 깨고 새로운 질서를 여는 힘이다. ‘들뢰즈’의 사유로 보면, 원은 영토화된 질서고, 직선은 그 질서를 벗어나는 탈
2025-11-25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허생은 과일과 말총을 사들였다. 과일나무는 여전히 열매를 맺었고, 말총도 여전히 장마와 바람에 자라났다. 생산이 멈춘 게 아니었는데도, 시장은 한순간에 흔들렸다. 백성은 값을 탓했고 상인은 입을 다물었으며, 물건 하나 구하기 어려워진 사람들은 장사꾼의 욕심을 저주했다. 허생은 부자가 되고 싶었던 것도, 나라를 전복할 야심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는 그저 <허생전>의 세계관을 통해 조선의 허약한 경제와 몰지각한 국가를 보여줬을 뿐이다. 단돈 1만냥에 매점매석이 시장을 장악하고 유통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이후 300년이 지났다. 과일 상자는 택배 상자로 바뀌었고, 말총은 온라인 결제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시장의 심장은 여전히 유통이고, 그 심장을 쥔 것이 플랫폼 기업의 손이다. 쿠팡, 네이버, 11번가, 지마켓. 그러나 그중에서도 특히 쿠팡은 ‘혁신의 얼굴’로 불린다. 새벽에 도착하는 상자, 자동화된 물류센터의 로봇 팔, 끊임없이 달리는 새벽 트럭들. 겉으로 보이는 속도는 세상을 바꾸는 듯하지만, 그 속도를 가능하게 만드는 동력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오늘 팔린 상품의 대금은 내일 판매자에게 가지 않는다. 쿠팡의 공식 공지와 판매자 계약구
2025-11-24 조용래 작가
부패는 일반적으로 국가 발전은 물론 전 세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경제 성장의 저해, 제도의 불안정화, 궁극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저해하는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 등이 대표적인 부패의 일반적 영향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국가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시장을 왜곡하며, 대중의 신뢰를 무너트리고 정치적 정당성과 훌륭한 통치를 방해한다. 부패나 뇌물은 시장을 왜곡하고 기업 활동의 비용을 증대시키며, 외국의 투자를 억제시키거나 필수 서비스에 필요한 공적기금을 전환시키면서 경제 성장을 방해한다. 부패는 정부, 기업, 그리고 법의 지배에 대한 공공의 신뢰를 붕괴시켜서 통치나 관리를 악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시민 봉기도 초래하게 된다. 또 소비자에 대한 열등한 제화와 용역을 초래하게 되고, 이는 조직범죄가 기성을 부리게 하며,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집단과 부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되어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게 된다. 부패와 뇌물은 종종 우리의 일상에서 상호 교환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부패가 행위의 범위, 또는 부패 행위의 유형이 훨씬 넓다고 할 수 있다. 부패 행위는 위협하에서의 강요라고 할 수 있는 약탈적 부패, 장래 보상을 기대하며
2025-11-24 이윤호 교수
<webmaster@ilyosisa.co.kr>
2025-11-24 김홍기 화백
지난 23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전당대회에서 조국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단독 후보로 나서 98.6%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당 대표에 복귀했다. 대표직에서 물러난 지 11개월 만이고,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사면·복권된 지 3개월여 만이다. 최근 당 지지율이 2~3% 박스권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치러진 이번 전당대회는 조국 대표에게 정치적 재도약의 발판이 됐다. 조 대표는 정견발표에서 “정치개혁의 항해, 민생개혁의 항해, 경제개혁의 항해, 사회개혁의 항해, 인권개혁의 항해, 이러한 새로운 항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제 전당대회는 끝났고, 조국혁신당은 내년 6·3 지방선거를 ‘조국 체제’로 치르게 됐다. 이는 조 대표의 개혁과 쇄신 전략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승패가 판가름된다는 의미를 시사하며, 당 전체의 향후 진로 역시 그의 리더십에 크게 좌우될 것임을 보여준다. 조 대표의 귀환, 혁신인가 회귀인가 조국혁신당은 지난 총선에서 3석이라는 소규모 의석을 확보했지만, 그 동력은 조 대표 개인의 유명세와 영향력, 그리고 윤석열정부의 과잉 대응의 반사이익에 기댄 채 강성 지지층의 결집이 만들어낸 일시적 성과였다. 그러나 조 대표
2025-11-24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정부가 지난 21일 ‘헌법 수호’를 기치로 내걸고,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에 가담하거나 협조한 공직자를 조사하고, 그에 따른 인사 조치를 신속히 진행하기 위해 “49개 중앙행정기관에 ‘헌법존중 정부혁신 TF’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국무총리실이 TF 출범을 발표한 지 불과 10일 만이다. 이는 12·3 비상계엄 이후 흐트러진 헌정 질서 회복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내세운 매우 중대한 시도지만, 실제 작동 방식 속에는 공직사회를 재편하고 권력구조를 재정렬하려는 정치적 기류도 함께 감지된다. 그 영향은 향후 공무원사회 조직문화 전반에까지 미칠 수밖에 없다. 헌법을 지키겠다는 정부의 대의는 숭고하지만, 그 대의가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느냐에 따라 그것은 국가적 원칙이 될 수도 있고, 정권적 도구로 변질될 수도 있다. 헌법수호 취지는 정당하나 절차가 관건 정부가 TF를 추진한 직접적인 이유는 12·3 비상계엄 사태가 남긴 의혹 때문이다. 당시 일부 공직자들이 계엄 추진 과정에 사전 모의, 정보 제공, 실행 지원, 사후 정당화 등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됐고, 이는 단순한 의혹으로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공직자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야
2025-11-23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