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6.03.23 17:48
범죄학과 실존 사례에는 지극히 상식적으로 보이는 비상식과 반대로 비상식적으로 보이지만 지극히 상식적인 통념들이 많다. 최근 모텔 연쇄 약물 살인 사건 피의자에 대한 신상 정보 공개가 경찰의 심의위원회에서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가 ‘범죄 수법의 잔인성 조항’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은 아닌지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이는 전적으로 여성 범죄, 여성 범죄자, 여성 범인성, 범죄성에 대한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신화나 통념 때문은 아닐까 한다. 특히 이번과 같은 연쇄살인이라면 더욱 이러한 신화나 통념에 따랐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FBI의 프로파일러도 ‘여성 연쇄 살인범은 없다’고 단언하지만, 미국에서는 연쇄살인범의 약 20% 정도가 여성이다. 그것도 모든 다른 살인의 10%만이 여성의 범한다는 통계를 고려한다면, 전직 FBI 요원의 단언처럼 여성연쇄 살인범은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비록 절대다수의 살인, 특히 연쇄살인이 대부분 남성의 몫이긴 하지만, 잘못된 신념이나 통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여성은 폭력적인 배우자나 연인 등 남성 주범의 종범일 따름’이라는 선입견이다. 지배적인 주범 남성에 의해서 착취되고 강요됐을 뿐이라는 존재로 비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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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더 컴백 라이브: 아리랑’으로 돌아왔다. 이번 공연은 광화문광장 전체를 무대로 쓰는 등 총 2만2000석의 대규모로 진행됐다. 이로 인해 공연 개최 전부터 일부 시민들의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공연 당일 혼잡을 이유로 광화문 일대 일부 사업장이 직원들에게 ‘강제 연차’를 사용하게 하거나 교통 통제로 종로구 일대 택배 배송이 지연되면서다. ‘국위선양’이라는 좋은 취지로 시작한 공연에 시민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면서 오히려 아이돌에 대한 반감만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webmaster@ilyosisa.co.kr>
정치는 순환이다. 오늘의 여당은 내일의 야당이 되고, 오늘의 야당은 다시 권력을 쥔다. 그런데 한국 정치의 아이러니는 이 단순한 사실을 늘 잊는 데서 시작된다. 권력은 바뀌는데 태도는 바뀌지 않는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태도는 바뀌지만 원칙은 없다. 그래서 같은 법을 두고도 입장이 뒤집히고, 그 과정에서 정책의 일관성은 사라진다. 정치는 돌고 도는데 정치는 늘 ‘지금만’ 생각한다. 우리 정치에는 ‘여당이 법을 추진하면 야당은 반대하고, 정권이 바뀌면 입장이 뒤집히는’ 오랜 패턴이 있다. 여당일 때는 “국정 운영을 위한 필수 법”이라던 주장이 야당이 되면 “권력 남용”이 되고, 반대로 야당일 때 “독주 입법”이라고 비판하던 법이 집권 후에는 “개혁 과제”로 부활한다. 이 반복은 단순한 정치 공방이 아니라 제도 설계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구조다. 국민은 법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의 모순을 기억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된 상법 개정 논쟁이다. 과거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 기업 규제 강화를 강하게 주장하며 상법 개정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집권 이후에는 시장 충격과 투자 위축을 고려해 속도 조절을 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집권 시절 기업
정치는 순환이다. 오늘의 여당은 내일의 야당이 되고, 오늘의 야당은 다시 권력을 쥔다. 그런데 한국 정치의 아이러니는 이 단순한 사실을 늘 잊는 데서 시작된다. 권력은 바뀌는데 태도는 바뀌지 않는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태도는 바뀌지만 원칙은 없다. 그래서 같은 법을 두고도 입장이 뒤집히고, 그 과정에서 정책의 일관성은 사라진다. 정치는 돌고 도는데 정치는 늘 ‘지금만’ 생각한다. 우리 정치에는 ‘여당이 법을 추진하면 야당은 반대하고, 정권이 바뀌면 입장이 뒤집히는’ 오랜 패턴이 있다. 여당일 때는 “국정 운영을 위한 필수 법”이라던 주장이 야당이 되면 “권력 남용”이 되고, 반대로 야당일 때 “독주 입법”이라고 비판하던 법이 집권 후에는 “개혁 과제”로 부활한다. 이 반복은 단순한 정치 공방이 아니라 제도 설계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구조다. 국민은 법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의 모순을 기억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된 상법 개정 논쟁이다. 과거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 기업 규제 강화를 강하게 주장하며 상법 개정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집권 이후에는 시장 충격과 투자 위축을 고려해 속도 조절을 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집권 시절 기업
2026-03-23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21일 중대범죄수사청법이 통과됐다. 하루 전인 20일에는 공소청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제 검찰청은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오는 10월2일이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기소와 중대범죄 수사를 각각 맡는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출범하게 된다. 제도적으로는 ‘수사·기소 분리’라는 오랜 개혁 과제가 완성된 것이다. 그러나 제도 설계의 방향과 별개로 또 하나의 질문이 남는다. 국민의힘 주장대로 공소청장과 중수청장을 선출하는 방식이 정부와 여당에 유리하게 짜여 있다면, 이 새로운 권력 역시 특정 네트워크에 의해 좌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이 경우 검찰 권력의 분산이 곧 권력의 투명성을 의미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체계 속에서 ‘연결 권력’이 더 정교하게 작동할 수 있다. ‘엔추파도스(enchufados)’라는 말이 있다. 스페인어로 ‘플러그를 꽂다’라는 뜻에서 나온 표현이다. 권력에 연결된 사람들이 특혜를 얻는 구조를 가리킨다. 능력이나 경쟁이 아니라 연줄과 충성, 권력자와의 친분 관계가 지위와 기회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공정한 제도가 약해질 때 등장하는 연결 권력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베네수엘라는 이 연결 권력이 국가를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2026-03-22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전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 삼성생명은 약 624만주, 삼성화재는 약 109만주를 처분한다. 금액으로는 각각 약 1조3000억원과 2000억원 수준이다. 총 1조5000억원 규모다. 겉으로 보면 단순한 지분 정리처럼 보이지만, 이 매각은 시장에서 결정된 것이 아니라 법이 설계한 결과다. 투자 판단이 아니라 제도 충돌이 만들어낸 거래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이번 매각은 수익을 위한 선택이 아니다. 규제를 피하기 위한 대응이다. 기업의 전략이 아니라 법적 조건이 만든 반응이다. 시장이 아니라 규제가 거래를 결정하는 구조가 현실이 됐다. 이 사례는 정책과 규제가 실제 거래를 어떻게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사태의 출발점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사업보고서를 통해 보통주 7336만주를 포함해 총 8700만주, 약 16조원 규모를 올해 상반기 내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업이 보유한 자기 주식을 줄이는 조치로, 최근 상법 개정 흐름과 맞물린 결정이다. 기업이 자사주를 계속 보유하기 어려운 환경이 제도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조치가 만든 변화는 단순하지만 파장은 크다
2026-03-21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우리는 살아가며 수없이 많은 우연을 만난다. 길을 걷다 오랜 친구를 마주치고, 생각하던 사람이 전화를 걸어오며, 계획하지 않았던 만남이 이어진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를 단순한 우연으로 넘긴다. 그러나 어떤 순간들은 단순한 확률로 설명하기에는 지나치게 정교하게 맞물린다. 그때 우리는 묻게 된다. 이것이 정말 우연일까, 아니면 보이지 않는 어떤 연결의 결과일까? 지난 19일 저녁, 필자는 선배와 종로3가에서 만나기로 했다. 어디로 갈지 정하지 못한 채 걷다가 육회 간판이 눈에 들어와 자연스럽게 식당으로 들어갔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리에 앉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세 명의 일행이 들어왔다. 그들 역시 육회를 먹기 위해 그 식당을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들어온 일행 중 한 명이 필자의 선배와 아는 사이였다. 그렇게 우리는 자연스럽게 합석하게 됐다. 알고 보니 그들은 강미향 국제어싱협회 회장의 70세 생일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전혀 연결될 것 같지 않던 두 개의 만남이 한 공간에서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이 장면을 두고 사람들은 흔히 “우연이 겹쳤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날의 상황을 다시 떠올려 보면 단순한 우
2026-03-20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국민의힘 내 6·3 지방선거 시·도지사 공천을 둘러싼 극심한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보수의 텃밭으로 불리는 대구와 민심을 가늠하는 충북에서 내부 갈등과 불신이 표출되며, 당 지도부 인사들이 자당 후보들을 공개 비판하는 초유의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는 역대 최악의 지지율 속 지방선거 참패 우려와 맞물려 ‘공천 내홍’이 당의 위기 요인으로 심각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민의힘이 6·3 지방선거 대구시장 후보 공천을 두고 내정설 논란에 휩싸이며 텃밭 사수에 비상이 걸렸다. 유력 후보의 무소속 출마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공천관리위원장의 ‘중진 컷오프’ 발언 이후 당내에서는 다양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둔 ‘레드 카펫’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대구 지역 의원들은 장동혁 대표와 면담하고 “단수 공천은 안 된다”라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장 대표가 지역 민심을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 의원들은 출마를 선언한 지역 의원들과 대안을 논의해 장 대표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하지만 공천의 키를 쥔 이 공관위원장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그는 “후보들
2026-03-20 김명삼 대기자
최근 모 대학 교수 친구가 “왜 미국은 국방부 장관이 외교를 맡느냐”고 물었다. 지난 18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아랍에미리트(UAE) 외무 장관과 전화 통화 후 ‘UAE의 호르무즈 해협 동참 의사를 확인했다’는 뉴스에 대해 필자와 대화하던 중 나온 질문이었다. 국무부라는 명칭 때문이다. 미국의 국무부는 한국의 국방부가 아닌 외교부에 해당하고, 국무 장관은 외교 수장을 의미한다. 친구의 이 혼선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왜 같은 외교를 두고 어떤 나라는 ‘외무’를, 어떤 나라는 ‘외교’를, 어떤 나라는 ‘국무’를 쓰나. 국가의 이름은 헌법에 있고, 국기의 색은 역사에 있지만, 부처의 명칭에는 철학이 숨어 있다. 특히 외교를 담당하는 부처의 명칭은 그 나라가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대외 관계를 관리하는가, 교류하는가, 국가 기능으로 수행하는가에 따라 명칭이 달라진다. 우리는 그 차이를 무심히 지나치지만, 이는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먼저 동아시아 3국의 외교부 명칭을 놓고 보면 그 차이는 더욱 선명해진다. 일본은 1869년부터 지금까지 외무성을 유지하고 있고, 중국은 1912년 이후 외교부를 사용해 왔다. 한국은 1948년
2026-03-19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흔히 정치인의 언어는 단순한 개인의 감정 표현을 넘어서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사회적 기준을 형성하고, 공적 담론의 방향을 좌우하며, 때로는 공동체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힘을 갖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장예찬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의 “늙은이들 제정신인가”라는 발언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다. 앞서 지난 12일, 장 부원장은 유튜브 채널 ‘여의도 너머’에 출연해 ‘보수 논객’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이 주장했던 ‘오세훈‧이준석‧한동훈 연대설’에 대해 “이 늙은이들이 제정신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젊은 사람을 발사대로 쓰려고 한다. 결국 양상훈이 말한 오세훈, 이준석, 한동훈 연대와 조갑제 이 분도 이준석 전 대표한테는 나름 우호적이지만 결국 자기들이 미는 한동훈 살려주려고 젊은 이준석 희생하고 발사대로 깔려고 하는 것”이라며 “조갑제나 양상훈 주필이나 진짜 양심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단순한 실언이 아니라,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고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훼손할 수 있는 위험한 인식을 갖고 있는지 여지없이 드러난 사례다. 또 노골적인 연령 차별을 드러내는 것으로 특정 세대를 ‘늙은이들’로 뭉뚱그려
2026-03-18 강주모 기자
한국 정치에서 대통령은 늘 ‘멀리 있는 권력’이었다. 대통령 일정은 철저히 준비된 행사 중심으로 진행됐고 질문과 토론은 제한된 경우가 많았다. 대통령은 메시지를 발표했고 국민은 그것을 듣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대통령의 공간은 청와대와 정부 청사 같은 권력의 장소에 머물러 있었고 시민이 대통령에게 직접 질문하는 장면은 쉽게 볼 수 없었다. 질문 받고 즉석서 답 권력과 시민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거리와 형식이 존재했고 그것이 대통령 정치의 기본 구조였다. 그러나 지난 9개월 동안 한국 정치에서는 이전과 다른 장면이 반복됐다. 대통령이 시민과 마주 앉아 질문을 받고 즉석에서 답하는 모습이 전국 여러 도시에서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시작한 ‘타운홀 미팅’이다. 대통령이 국민을 찾아가 질문을 듣고 정책을 설명하는 정치 방식이었다. 이 장면은 대통령 정치의 형식을 바꾸려는 새로운 시도이자 권력의 거리를 줄이려는 정치 실험이었다. 대통령 정치의 형식 바꾼 실험= 한국 정치에서 대통령은 보통 연설하는 존재였다. 국민 앞에 서지만 질문을 받는 구조는 아니었다. 정치 일정은 대부분 사전에 준비된 메시지 중심으로 진행됐고 공개 토론은 거의 없었다. 대통령이 시민 질문을 즉
2026-03-18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금품수수’ 혐의라는 중대한 의혹에 휩싸인 상황에서 다시 지방선거 출마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은, 단순한 개인의 정치적 선택을 넘어 우리 사회의 공직 윤리와 민주주의의 수준을 가늠하게 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공직자의 도덕성과 책임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며, 특히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자리의 무게를 고려할 때 그 기준은 더욱 엄격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역 지자체장이 출마 강행을 시도를 하는 것은 유권자를 향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저버린 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17일, 충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청탁금지법 위반, 수뢰후부정처사 혐의로 김 도지사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금품수수 의혹은 그 자체로 공직자의 자격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사안이다. 공직자는 사적 이익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해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데, 금전이 개입되는 순간 정책 판단과 행정 집행이 왜곡될 가능성은 급격히 높아진다. 이는 단순한 개인 비리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 전체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구조적 위험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된 순간부터 해당 공직자는 스스로를 엄격히 돌아보
2026-03-17 강주모 기자
국가 경쟁력은 산업이나 군사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오늘날 글로벌 경제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경쟁 무대가 있다. 바로 국제 소송이다. 다국적 기업과 글로벌 금융자본은 투자 분쟁이 발생하면 국제중재와 소송을 통해 국가를 상대로 막대한 배상금을 요구한다. 실제로 여러 나라가 이런 소송에서 패소하며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국부를 잃어왔다. 그래서 현대 국가 경쟁력에는 법률 대응 능력, 즉 소송에서 국익을 지켜내는 힘이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최근 한국 정부가 ISDS(국제 투자 분쟁)에서 연이어 승소했다는 소식은 이런 의미에서 단순한 법률 뉴스가 아니다. 스위스 승강기 기업 쉰들러와의 소송,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의 취소 소송, 그리고 오랜 기간 이어졌던 론스타 사건에서 연이어 유리한 결과를 얻으면서 국제 분쟁 대응 능력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국제 투자 분쟁에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던 한국이 이제는 소송에서도 국익을 지켜내는 국가로 변하고 있다는 신호다. 가장 최근의 사건은 쉰들러 ISDS 소송 승소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승강기 기업 쉰들러는 과거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금융 당국의 규
2026-03-17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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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16 김홍기 화백
지난 10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인 이른바 ‘노란봉투법’의 유예기간이 끝나자 노동자들이 권리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해당 법안은 여야가 장기간 다투던 사안으로 ‘사용자’ 범위를 기존보다 확대하고 원청의 하청과의 노사 교섭 의무를 규정하는 등 조항을 담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 직후 이틀 동안 하청 노조 453곳에서 원청 사업장 248곳을 상대로 교섭 요구에 나선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계에서는 노란봉투법 ‘1호 판례’ 당사자가 누가 될지 긴장감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webmaster@ilyosisa.co.kr>
2026-03-16 글·구성 정치부/사진 사진부
인공지능(AI)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의 삶의 방식과 방향은 물론이고 직업의 세계까지 바뀌고 있다. AI의 급속한 발전은 의심의 여지 없이 문명의 이기로서 우리에게 편리함을 비롯한 여러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문명의 이기일 줄로만 알았던 AI마저도 부정적이거나 역기능적인 면 또한 없지 않다는 것이다. 바로 범죄와 AI의 관계다. 무릇 대부분의 과학기술이 범죄의 해결책으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때로는 새로운 형태의 범죄를 유발하거나 적어도 그런 범죄를 촉진하거나 촉발하거나 최소한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수단이자 도구로도 악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AI 기술이 점점 고도화될수록 그만큼 범죄 수법의 고도화도 부정할 수 없게 될 것임을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범죄의 다양화와 그 수법과 기술의 고도화라는 경험을 통해서 익히 알고 있다. 최근 범죄 추세가 이를 확인해 주고 있다. 물론 첨단 과학기술과 마찬가지로 AI 또한 범죄의 원인이나 도구나 수단으로만 악용되는 것은 아니며, 당연히 과학 수사와 범죄의 예측을 통한 예방이라는 이름으로 범죄의 해결책으로도 각광받고 있어서 AI는 그야말로 범죄 문제에 있어서 ‘창과 방패’의 대
2026-03-16 이윤호 교수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5일, 창원 국립3·15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6주년 3·15 의거 기념식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부정선거가 발단이 된 3·15 의거 기념식에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2010년 국가기념일 지정 이후 처음이다. 이 장면은 단순한 행사 참석 이상의 질문을 남겼다. 왜 지금까지 어떤 대통령도 이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동시에 또 하나의 질문도 떠오른다. 최근 몇 년 동안 부정선거를 가장 크게 말해 왔던 윤석열정부 정치인은 왜 이 현장에서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부정선거 논쟁이 뜨거웠던 정치 현실을 떠올리면 더욱 묘한 장면이다. 최근 한국 정치에서 ‘부정선거’라는 단어는 낯설지 않게 등장해 왔다. 선거 결과 자체를 의심하는 주장까지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선거관리위원회를 둘러싼 정치 공방도 이어졌다. 정치권과 온라인 공간에서는 선거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쟁이 반복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을 선관위에 보내 의심되는 자료를 확보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대통령의 3·15 의거 기념식 참석은 상징성이 크다. 3·15 의거는 바로 부정선거에 대한 시민 항거에서 시작된 사건이기 때문이다. 선
2026-03-16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중동에서 시작된 전쟁은 언제나 국제 정치의 흐름을 바꿔왔다. 이번 이란 사태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으로 촉발된 충돌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세계 에너지 시장 전체를 흔들고 있다. 특히 세계 원유 해상 운송의 약 20%가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망에 균열이 생겼다. 중동산 원유 공급의 흐름이 막히자, 시장은 즉각 대체 공급원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가장 빠르게 채운 나라가 러시아다. 전 세계 언론은 이번 전쟁의 최대 수혜국으로 러시아를 지목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러시아가 석유 판매로 하루 최대 1억5000만달러, 우리 돈 약 2200억원의 추가 수입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쟁 이후 첫 12일 동안 러시아 정부가 석유 수출 세금으로 벌어들인 추가 수입이 최대 19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쟁 당사자가 아님에도 국제유가 상승과 공급 부족이 만들어낸 막대한 반사이익이다. 지정학적 충돌이 에너지 시장을 통해 전혀 다른 승자를 만들어내는 국제 정치의 역설적인 장면이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은 러시아 경제의 핵심 수입원을 차단하기 위
2026-03-15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