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6.04.08 08:13
지금 대한민국의 권력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출발점은 지난해 5월1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주도한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때부터다. 이 판결은 단순한 법리 판단이 아니었다. 정치와 사법의 경계를 직접 건드린 사건이었으며, 선거의 정당성과 권력의 정통성을 동시에 흔드는 사안이었다. 이후로 보이지 않는 긴장이 축적되기 시작했다. 긴장은 빠르게 확산됐다. 사법 판단은 하나의 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권력 간 관계를 재정렬한다. 특히 정치적 이해관계가 직접 연결된 사건일수록 그 파장은 더 크다. 공직선거법 파기환송 역시 마찬가지였다. 법리는 법정에 머물렀지만, 그 의미는 정치로 이동했다. 사법부의 판단은 곧 정치권의 해석을 낳았고, 해석은 다시 갈등을 확대했다. 그렇게 충돌의 토대가 만들어졌다. 이 흐름은 올해 인사 문제에서 폭발했다. 대법관 임명 제청권을 둘러싼 교착이 그 중심에 있다. 지난 1월21일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가 김민기, 박순영, 손봉기, 윤성식 등 4명의 후보를 추천했다. 통상 이 단계 이후 2주 안에 제청이 이뤄진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제청은 이뤄지지 않았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이재명 대통령의 임명
5년 전, 우리는 이미 한 차례 예방주사를 맞았다. 중국발 요소수 대란은 거대한 물류 시스템이 얼마나 가느다란 공급망의 줄기 하나에 흔들리는지 경험했다. 50년 전의 석유파동까지 갈 것도 없다. 그저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며, 패권 제국은 언제나 오만하다. 미국의 이란 침략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중동의 가스 공급망이 마비되자, 다시금 ‘요소’라는 단어가 공포의 이름으로 소환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5년 전의 ‘해프닝’과는 차원이 다르다. 당시에는 공급처 다변화라는 외교적 처방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으나, 지금은 나프타와 천연가스로 지탱되는 석유화학 산업 생태계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요소비료가 막히면 식량이 위태롭고, 요소수가 끊기면 물류가 멈춘다. 나일론부터 비닐, 플라스틱, 각종 첨가제에 이르기까지 현대 문명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실체는 석유와 가스의 산물이다. 우리는 지금 탄소 문명의 정점에서, 그 성장의 원동력인 에너지 가격 변동에 목줄이 잡힌 채 떨고 있다. 유동성 파티가 남긴 숙취는 지독하게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인류는 지난 한 세대 동안 ‘저금리’라는 달콤한 마약에 취해 있었다. 저금리 시대를 더 굳건하게 만든 건 2008년
[Q] 채무액이 채권최고액을 초과할 경우 채권최고액과 집행비용을 변제하면 근저당권등기 말소 청구를 할 수 있는가? [A] 채무자 겸 근저당권 설정자는 할 수 없고, 물상보증인과 제3취득자는 할 수 있습니다. 후순위 근저당권자는 선순위 근저당권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없다. 저당권은 원본, 이자, 위약금,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지연손해금) 및 저당권의 실행비용(경매비용)을 담보하는 것이며, 채권최고액의 정함이 있는 근저당권에 있어서 이 같은 채권의 총액이 그 채권최고액을 초과하는 경우, 적어도 근저당권자와 채무자 겸 근저당권 설정자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위 채권 전액의 변제가 있을 때까지 근저당권의 효력은 채권최고액과는 관계없이 잔존 채무에 여전히 미친다(대법원 2000다59081 판결). 따라서 채무자의 채무액이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을 초과하는 경우에 채무자 겸 근저당권 설정자가 채권최고액, 지연손해금 및 집행비용을 변제한 경우에도, 이는 채무의 일부 변제에 불과하고, 근저당권 설정자가 근저당권의 말소를 청구할 수 없다. 근저당권 설정자가 물상보증인인 경우에는 근저당권에 의해 부담하는 채무액의 범위는 청산기에 이르러 확정되는 채권 중 채권최고액을 한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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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의 ‘칸쿤 출장’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이 “구청장 재임 시절 한 여성 직원과 해외 공무 출장을 다녀왔는데, 공무 국외 출장 심사 의결서에 여성 직원의 성별이 남성으로 조작돼 있었다”며 불씨를 댕긴 것. 이에 정원오 후보 측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이 포함된 11명의 한국 참여단이 함께 소화한 정당한 공무”라며 성별 기재 오류는 “구청의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의원은 마치 정 후보가 여직원과 단둘이 휴양지에 간 것처럼 주장했다”며 법적 검토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webmaster@ilyosisa.co.kr>
2026-04-06 글·구성 정치부/사진 사진부
국가는 언제 신뢰를 얻는가. 판결을 내릴 때가 아니라 그 판결이 현실에서 작동할 때다. 법원은 매일 수많은 사건에 대해 옳고 그름을 가른다. 그러나 그 판단이 실제 집행으로 이어지지 않는 순간, 정의는 선언에 머문다. 지금 한국 사회는 바로 이 지점에서 멈춰 있다. 판결은 있지만 결과가 없는 구조, 이것이 우리가 외면해 온 사법의 빈틈이다. 우리는 법치를 이야기하면서도 집행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판결이 내려지면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착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승소 판결을 받아도 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법원이 인정한 권리가 현실에서는 무력화되는 것이다. 정의는 존재하지만 작동하지 않는다. 이것은 사법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설계의 문제다. 국가는 이미 선지급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체당금 제도다. 회사가 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국가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근로자에게 먼저 돈을 지급한다. 약 2100만원 수준의 한도 내에서 생계를 보호한다. 이후 국가는 기업에 구상권을 행사해 회수한다. 피해자는 기다리지 않는다. 국가가 먼저 움직인다. 이 구조의 핵심은 책임의 방향이다. 개인이 모든 위험을 감당하지 않는다. 국가가 최소한의 정의를 선
2026-04-06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법을 만들 수 있는데도 만들지 않는 정치가 있다. 지금 민생회복지원금이 그렇다. 과거에는 법으로 밀어붙였고, 지금은 예산으로 풀고 있다. 같은 정책인데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 변화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다. 권력의 위치가 바뀌면서 정치의 작동 방식 자체가 바뀌었다는 신호다. 2024년 8월2일,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발의한 이 법은 전 국민에게 25만원에서 3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고물가로 위축된 소비를 살리고 소상공인을 지원하겠다는 목적도 분명했다. 그러나 8월13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이 행사되면서 상황은 뒤집혔다. 그리고 9월26일, 국회 재표결에서 법안은 최종 부결됐다. 이 사건은 정치권에 분명한 교훈을 남겼다. 법은 통과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아야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당시 민주당은 야당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특별조치법’이라는 방식이었다. 이 법은 본질적으로 1회성이다. 반복을 전제로 한 제도가 아니라, 특정 시기 위기를 넘기기 위한 단발 대응이다. 야당 입장에서는 지속 가능한 제도를 설계할 수 있는 권한보다
2026-04-05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국가는 언제 효율적인가. 같은 조건에서 더 많은 것을 담아낼 때다. 우리는 성장과 확장을 이야기하면서도 ‘얼마나 효율적으로 담아내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한국 사회는 이 질문을 피할 수 없는 지점에 와 있다. 재정은 커졌고 제도는 늘어났으며 권력은 확대됐다. 문제는 결과가 아니라 구조다. 수학은 이 질문에 이미 답을 주고 있다. 같은 표면적을 가질 때 가장 큰 부피를 만드는 도형은 구이고, 같은 부피를 담을 때 가장 작은 표면적으로 가능한 도형도 구다. 이것은 단순한 기하학적 사실이 아니라 효율의 본질이다. 가장 적은 자원으로 가장 많은 것을 담는 구조, 그것이 구다. 자연은 이 원리를 알고 있다. 기하학에서 ‘등주부등식’은 같은 표면적을 가진 모든 입체 중에서 구가 최대 부피를 갖는다고 말한다. 구는 모든 점이 중심에서 동일한 거리에 있어 곡률이 균일하고, 그 결과 표면의 어느 부분에서도 낭비되는 면적이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각진 도형은 모서리와 꼭짓점에서 불필요한 표면이 생기고 내부 공간을 덜 담게 된다. 결국 구는 같은 조건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공간을 채우는 구조다. 같은 원리는 반대로도 성립한다. 같은 부피를 담을 때
2026-04-04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6·3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으면서 출마자들의 후보 적합도, 지지도 등을 묻는 여론조사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자연스레 유권자들의 휴대폰이 쉴 틈 없이 울리지만, 조사의 정확성이나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 또 조사기관 자체의 신뢰성에 대한 우려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과거 ‘여론’이나 ‘민심’은 정치인이나 지식인의 주장을 통해, 또 일부 정부기관의 민심 동향 분석을 통해 제한적으로 알 수 있었지만 여론조사가 도입된 이후, 특히 1990년대 말부터 언론사의 정기조사가 활성화되면서부터 우리 사회의 여론을 보여주는 공식적 지표가 됐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이나 정당의 지지도는 물론, 주요 정치적 사건이나 정부의 주요 정책 현안에 대한 국민의 반응을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되고, 이것이 다시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피드백’ 효과가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여론조사가 갖는 영향력과 위상에 변화가 생기면서 당연히 비판과 견제도 늘어나게 된다. 역대 대통령은 물론 정치권을 포함한 각계각층에서 여론조사나 조사기관들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이에 1997년에는 공직선거법상 관련 규제 조항이 신설되고, 2014년에 이르러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에 여
2026-04-03 김명삼 대기자
우주는 로켓으로 가지 않고 이름으로 간다. 기술이 도달하게 만들지만, 기억하게 만드는 건 결국 이름이다. 그리고 우주 시대의 승부는 도달이 아니라 기억에서 갈린다. 지금 인류는 다시 달로 향하고 있지만, 진짜 경쟁은 달이 아니라 ‘이름’ 위에서 시작된다. 지난 2일 아침, 인류가 다시 달을 향해 날아올랐다. 54년 만에 인간을 태운 우주선이 지구를 떠나 달 궤도로 향했다.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아르테미스 2호는 단순한 비행이 아니다. 인류가 달을 다시 인류의 영역으로 편입시키겠다는 선언이다. 이번 임무는 10일간 달 뒷면을 선회하며 심우주 통신과 생명 유지 시스템을 점검하는 것이다. 아르테미스 2호의 목표는 분명하다. 2028년 달 남극 착륙, 그리고 이후 달 기지 건설이다. 이 여정에는 한국 기술도 함께 올라탔다.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소형 위성이 우주 방사선을 측정하며 미래 탐사의 기초 데이터를 쌓는다. 이제 한국은 더 이상 우주 경쟁의 외부에 있지 않다. 우리는 이미 이 레이스에 들어와 있다. 그러나 우주 경쟁에서 결정적인 것은 기술이 아닌 이야기다. 기술이야 따라잡을 수 있지만, 이야기는 따라잡을 수 없다. 미국도 로켓을 쏘지 않
2026-04-03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대한민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의 문턱에 서 있다. 노인은 빠르게 늘고, 어린이는 빠르게 줄고 있다. 그러나 도로 위의 질서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보호의 기준이 인구 구조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미래에 들어와 있지만, 제도는 바뀌지 않고 있다. 이 괴리는 도로 위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어린이를 보호하는 정책은 정교하게 설계돼있다. 초등학교 주변에는 어김없이 어린이보호구역, 이른바 스쿨존이 존재한다. 제한속도, 단속 카메라, 과태료 강화까지 체계가 촘촘히 갖춰져 있다. 사회적 합의도 분명하다. 어린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멈춰버린다는 점이다. 보호의 기준이 특정 연령에서 끊겨버렸다. 노인들도 보호 대상인데 현실은 정반대다. 이들은 신체 반응 속도가 느리고, 시야도 좁은 데다 순간적인 판단 시간도 길다. 도로 환경에 가장 취약한 집단인 셈이다. 실제 교통사고 통계에서도 노인 사망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보호구역(실버존)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보호가 가장 필요한 곳에 제도가 없다. 즉 우리나라 도로에는 ‘보호의 불균형’이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다. 어린이를 위한 구역은
2026-04-02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지난 31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통째로 무너졌다. 이는 단순한 인사 조치가 아니다. 이정현 공관위원장이 물러나고 위원들이 일괄 사퇴하면서 기존 공천 구조는 사실상 해체됐다. 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싼 갈등과 법적 충돌이 임계점을 넘었다는 판단이 작동한 것이다. 공천이라는 선거의 출발점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그 균열은 더 이상 내부에서 봉합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다. 공천은 선거의 시작이지만, 동시에 선거의 방향을 결정하는 설계다. 그러나 국민의힘에서는 그 설계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공천이 안정되지 않으면 전략은 무력해진다. 후보가 확정되지 않는 선거는 준비된 경쟁이 아니라 불확실한 실험이 된다. 이 상태에서 기존 공천 구조를 유지하는 것은 선거를 치르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를 확대하는 선택이 된다.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는 명확하다. 특정 후보 컷오프를 둘러싼 갈등은 공관위 내부 충돌로 이어졌고, 결국 위원장 사퇴 논란까지 불러왔다. 이는 단순한 의견 충돌이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다. 기준은 흔들렸고, 절차는 논란을 낳았으며, 권한은 충돌했다. 공천이 정치의 출발이 아니라 분쟁의 출발점이 되는 순간, 선거는 이미 불안정한 구조 위에
2026-04-01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최근 떠들썩했던 사건 중 하나는 이른바 ‘관계성 범죄’다. 하루가 멀다고 전 연인이 스토커에게 희생당하고, 친밀한 관계의 사람에게 배우자가 살해당하는 일들이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같은 유형의 범죄를 흔히 관계성 범죄라고 부르는데, 이는 말 그대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가족, 배우자, 연인, 친구 등 특정한 관계가 있는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범죄다. 서양에서는 흔히 ‘친밀한 관계의 폭력’이라고 더 많이 불리기도 한다. 물론 그렇다고 이 관계성 범죄가 갑작스러운 현상만은 아니다. 예전이라면 개인적인 문제라거나 가정 문제, 집안 문제로 치부돼 단지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반면, 여권의 신장과 사회와 형사사법기관의 인식 변화로 더 이상 개인의 사적인, 집안의 문제가 아닌 여성의 문제, 사회의 문제로 세상 밖의 공적 문제가 되어 세상에 더 많이 알려지게 된 측면이 강하다. 인식의 전환에는 나름의 이유가 많이 있겠지만, 범죄학적으로, 형사사법적인 측면에서는 범죄 자체의 잔인성과 지속성, 그리고 반복성, 그로 인한 피해의 심각성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특히나 대부분의 관계성 범죄에 있어서 가해자가 남성이고 피해자는 여성인 경우라는 점을 감안할 때,
2026-03-31 이윤호 교수
선거는 투표로 끝나지만, 시작은 날짜로 갈린다. 이번 6·3 지방선거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지방선거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게임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바로 ‘보궐선거’다. 그리고 이 보궐선거의 규모를 결정하는 진짜 날짜가 있다. 4월30일이다. 이 날을 기준으로 이번 선거는 단순한 지선으로 남을 수도 있고, 전국 정치전으로 확장된 ‘미니 총선’이 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5월4일까지 사퇴하면 된다”는 말 때문에 착각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국회의원이 지선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30일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출마의 시한’일 뿐이다. 선거의 구조를 바꾸는 기준은 따로 있다. 공직선거법은 보궐선거를 같은 날 치르기 위한 조건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선거일 30일 전까지 ‘궐위가 확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퇴서 제출’이 아니라 ‘의원직 상실의 확정’이다. 국회의원 사퇴는 제출로 끝나지 않는다.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효력이 발생한다. 즉, 절차상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래서 정치의 시계는 법보다 앞서 움직인다. 5월4일까지 의결을 완료하려면, 그 전에 사퇴서를 제출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잡히는 시
2026-03-31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바다의 이름을 바꾸겠다는 신호를 던졌다. 지난 28일(현지시각) 외신은 도널드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의 명칭을 ‘트럼프 해협’ 혹은 ‘아메리카 해협’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현재 검토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트럼프의 발언은 달랐다. “내게는 우연이 없다”는 이 한 문장은 농담을 정책으로 바꾸는 정치인의 방식이다. 이름 하나가 아니라, 질서를 다시 쓰겠다는 선언이다. 이 장면은 낯설지 않다. 트럼프는 이미 지난해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부르겠다고 했고, 문화시설과 기관에도 자신의 이름을 붙여왔다. 표면적으로는 과장된 개인주의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다르다. 이름은 소유의 가장 간단한 형태다. 그리고 국제정치에서 이름은 곧 통제권의 언어다. 2년 전 필자는 ‘김삼기의 시사펀치’ 칼럼에 “서해와 멕시코만은 각각 한국과 미국의 DNA가 모여 있는 바다”라고 썼다. 그때의 문제의식은 단순했다. 바다는 단순한 지리 공간이 아니라, 한 국가의 역사와 문화, 경제 흐름이 축적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 관점은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또 다른 공간에서 다시 살아났다. 미국의 지형은 동과 서
2026-03-30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webmaster@ilyosisa.co.kr>
2026-03-30 김홍기 화백
국민의힘이 앞다투어 삭발을 단행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항의 차원으로 삭발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선택한 것.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처리를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머리를 밀었다. 각각 포항시장과 충북지사에서 컷오프된 국민의힘 김병욱 전 의원·김영환 도지사는 공정한 경선을 촉구하며 삭발을 했다. 결의를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라지만 최근 너도나도 동참하는 바람에 오히려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만 제기됐다. <webmaster@ilyosisa.co.kr>
2026-03-30 글·구성 정치부/사진 사진부
국회 권력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본회의가 아니라 상임위원회다. 법안의 생사, 속도, 방향은 모두 상임위에서 결정된다. 그래서 상임위원장은 단순한 자리가 아니다. 국회의 ‘실질 권력’이다. 그리고 지금, 그 권력이 한쪽으로 쏠리고 있다. 최근 민주당이 22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장 독식 카드를 꺼내든 것은 정치 공방이 아니라 권력구조 자체를 바꾸겠다는 신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외부가 아니라 내부다. 정청래 대표는 “민주당이 100% 책임지고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민생 법안 지연, 야당 비협조, 입법 정체라는 명분도 분명하다. 실제로 일부 상임위는 법안 통과율이 낮고 회의조차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야당 위원장 때문에 아무것도 못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속도에 대한 조급함, 이것이 독식론의 표면적 이유다. 그러나 정치에서 표면은 항상 절반이다. 민주당의 선택은 ‘효율’이 아니라 ‘통제’에 가깝다. 22대 국회 후반기 17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가면 입법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 대신 견제는 사라진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견제가 사라진 자리에는 새로운 경쟁이 생긴다. 권력은 줄어들지 않는다. 방향만 바뀔
2026-03-29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28일 오전, 한국 마라톤을 대표하는 ‘코오롱 구간마라톤대회’가 열린다. 황영조, 이봉주, 임춘애 등 육상의 상징적 인물들을 길러낸 이 무대는 한국 마라톤의 출발점이다.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에서 42회째를 맞은 이 대회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완주의 시간’을 상징한다. 우리나라에는 서울·대구·경주·제주 국제마라톤 등 세계와 경쟁하는 무대가 이미 갖춰져 있다. 마라톤은 3·4월 주말마다 전국 곳곳에서 이어진다.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대회부터 지방 도시를 잇는 코스까지, 수만명의 러너들이 같은 출발선에 선다. 그러나 승부는 출발선에서 갈리지 않는다. 42.195km라는 길 위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리듬이다. 자기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하는 사람만이 완주에 도달한다. 그래서 마라톤은 기록이 아니라 전략의 스포츠다. 마라톤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시간과 전략의 게임이다. 출발선에서는 모두가 비슷해 보이지만 30km 이후부터 격차가 벌어진다. 초반에 무리한 사람은 후반에 무너지고, 끝까지 자기 페이스를 지킨 사람만이 완주한다. 그래서 마라톤은 지금이 아니라 끝까지 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 단순한 진리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2026-03-28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