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6.02.24 16:13
중국은 5년을 말한다. 그러나 실제 설계하는 시간은 100년이다. 우리는 5년을 말하지만 실제는 1년도 설계하지 못한다. 이 차이가 오늘의 격차를 만들고 있다. 중국의 5개년 계획은 1953년 제1차 계획으로 시작됐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산업 기반을 세우기 위한 국가 설계였다. 계획경제에서 개혁 개방으로, 고속성장에서 기술 자립으로 내용은 바뀌었지만, 형식은 단 한 번도 중단되지 않았다. 5년 단위 설계라는 틀은 국가 운영의 뼈대가 됐다. 중국은 정책을 바꿔도 프레임은 바꾸지 않았다. 제1차부터 제5차까지는 중공업과 국유 산업 중심 체제 구축이었다. 제6차부터 제10차까지는 수출과 제조업 확장을 통한 세계 시장 진입이었다. 제11차부터 제13차까지는 양적 성장에서 질적 전환으로 이동했다. 단순한 GDP 증가가 아니라 산업 고도화와 기술 축적이 목표가 됐다. 그 축적이 오늘의 반도체·전기차·배터리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제14차(2021~2025)는 기술 자립, 공급망 안정, 탄소중립 준비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그리고 지금 제15차(2026~2030)는 한 단계 더 나아간다. 반도체,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6G, 첨단 바이오, 전략 제조업.
스토킹 범죄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살해되거나 심각한 범죄 피해를 당하는 등 불행한 사건들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로써 구속영장의 발부 및 기각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인신의 구속은 그 목적이 형사소송의 진행과 형벌의 집행을 확보하는 것이다. ‘구속’이란 피의자나 피고인의 자유를 제한해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출석을 보장하고, 증거인멸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수사와 심리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확정되는 형벌의 집행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다. 당연히 구속은 구금과 그로 인한 자유의 제한을 초래함으로, 최소한의 범위에서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법은 구속 요건을 매우 까다롭게 정하기 마련이다. 먼저 죄를 범했다고 의심되는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좁은 의미에서의 구속 사유, 즉 주거가 일정하지 않거나 증거인멸의 염려, 도주의 우려, 구속으로 얻을 수 있는 공공의 이익이 개인의 인권과 권리의 제한보다 클 것을 요구하고 있다. 1997년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제도가 시행되면서 구속영장의 기각률이 상당히 높아졌다.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구속 사유의 판단 때 범죄의 중대성 등 필요적 고려 사유를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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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D-100 하루 전인 22일,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은 “이재명형(스타일) 인재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도 “현직이라도 기준 미달이면 과감히 교체하겠다”고 했다. 표현은 달랐지만 방향은 같았다. 새 얼굴, 대대적 쇄신, 인적 물갈이. 정권교체 직후의 지방선거가 또다시 ‘교체의 정치’로 흐를 가능성을 예고하는 장면이었다. 정권이 바뀐 뒤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늘 시험대가 된다. 대통령선거가 국가의 방향을 정하는 선택이라면, 지방선거는 지역의 삶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묻는 평가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정권교체 직후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의 연장전처럼 치러져 왔다. 지역 행정의 성과보다 정권의 바람이 더 크게 작동하는 구조가 반복됐다. 이를 유권자의 감정이나 정치적 미성숙으로 돌리는 것은 피상적인 것으로 진짜 문제는 구조다. 대통령과 중앙당 지도부의 영향력이 압도적인 정치 체제에서 지방선거는 쉽게 중앙 권력의 그림자로 흡수된다. 그 순간 지방자치는 독립된 평가의 장이 아니라 정권 지형을 확장하는 수단으로 변한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지역까지 한꺼번에 갈아엎는 정치가 반복된다면, 그것은 책임 정치라
보수 유튜버 전한길씨가 연이어 황당무계한 주장을 늘어놓고 있다. 행정부와 입법부, 경찰·검찰 등을 없애고 “윤석열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제2의 건국을 하겠다”고 말하는가 하면 중국 동북 3성과 몽골 지역까지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수백억원대 규모의 모금 계획도 밝혔다.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혐의 등으로 경찰에 출석한 자리에서는 “미국 백악관 초청을 받은 상태라 도주 우려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씨는 입당 때부터 국민의힘을 흔들었던 만큼 윤리위원회 징계 절차가 더딘 것에 일부 의원들이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webmaster@ilyosisa.co.kr>
2026-02-23 글·구성 정치부/사진 사진부
지난 19일 전직 대통령 윤석열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다음날, 더불어민주당은 곧바로 ‘내란범 사면금지법’을 처리하겠다고 선언하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름부터 강렬하다. 내란을 저지른 자는 영원히 사면의 대상이 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법은 차갑게 설계돼야 하지만, 사면금지법은 뜨겁게 출발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79조는 대통령에게 사면권을 부여한다. 일반사면은 국회의 동의를 요하고, 특별사면은 대통령이 단독으로 행사할 수 있다. 사면은 권력의 남용으로 비칠 때도 있지만, 동시에 국가가 갈등을 봉합하는 마지막 통로이기도 했다. 법이 정의를 세우는 장치라면, 사면은 정의 이후를 정리하는 정치적 수단이었다. 그런데 이제 정치가 그 통로 자체를 막겠다고 나선 것이다. 1980년대 이후 한국 현대사는 사면의 역사이기도 했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속에서 김영삼 대통령은 전두환과 노태우를 특별사면했다. 국가적 통합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도 김대중·노무현정부 인사들을 포함한 대규모 사면을 단행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광복절 사면은 정치적 메시지였다. 사면은 언제나 논란 속에 있었지만, 그렇다고 봉인 대상은 아니
2026-02-22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21일 새벽, 세계 질서의 한 축이 멈췄다. 미국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관세가 아니라 권력이 멈춘 것이다.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의 문제였고, 통상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권한의 문제였다. 이 소식은 무역 뉴스가 아니라, 대통령 권력의 한계를 다시 긋는 사건이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간단하다. 트럼프가 상호 관세와 기본 관세를 밀어붙일 때 근거로 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이 명시돼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관세는 원칙적으로 의회 권한이라는 점이다. 대법원은 “수입을 규제할 수 있다”는 문장을 “관세를 때릴 수 있다”로 확장해버린 행정부 논리를 끊어냈다. 즉, 비상사태라는 이름으로 대통령이 의회의 관세 권한까지 가져가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는 선언이었다. 대법원 표결은 6대 3이었다. 보수 우위 구도에서 나온 판결이라는 점이 더 중요하다. 보수 성향 대법관 3명이 위법 쪽에 섰다. 이는 정치 성향이 아니라 헌법이 그은 권한의 경계를 따랐다는 뜻이다. 대통령이 아무리 강한 정치적 의지를 갖고 있어도, 의회의 과세 권한까지 가져갈 수는 없다는 선을 그은 것이다. 권력은 세지만, 헌법의 선
2026-02-21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동계올림픽이 열리면 우리는 늘 같은 장면을 본다. 세계기록이 나오는 순간 전광판에 숫자가 뜨고, 그 옆에 어김없이 OMEGA(Ω)가 함께 등장한다. 해설자는 “세계신기록”을 외치지만 화면은 먼저 오메가를 보여준다. 기록의 주인공은 선수지만, 기록의 권위는 시스템에서 시작된다는 무언의 선언이다. 세계기록(World Record)은 국제연맹이 공인하는 숫자다. 그러나 그 숫자가 세상에 태어나기까지는 계측이 필요하다. 0.01초, 0.002초, 때로는 0.001초 차이가 메달 색을 바꾼다. 사람의 감각으로는 구분할 수 없는 찰나를 기계는 구분한다. 그 미세한 경계를 재는 자가 승자를 확정한다. 오메가는 스위스 시계 회사 이름이자 대표 브랜드다. 올림픽 경기에서 오메가는 1932년부터 공식 타임키퍼를 맡아왔다. 거의 한 세기에 달한다. 이 시간은 단순한 계약 기간이 아니다. 반복된 정확성이 신뢰를 만들고, 신뢰가 표준을 만들었다. 브랜드가 장비를 넘어 제도로 변하는 시간이었다. 혹시 오메가는 이제 상징으로만 남은 건 아닐까? 첨단 영상 판독이 대신 기록을 확정하는 시대 아닌가. 그러나 그렇지 않다. 초고속 포토피니시 카메라, 전자 출발 신호, 압력 센서, 광섬유 기
2026-02-20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전직 대통령 윤석열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리고 판결 과정에서 지귀연 재판장은 “재직 중인 대통령이라도 수사 자체는 허용된다”는 한 문장을 남겼다. 이는 판결보다 더 큰 질문을 남겼다. 이에 대해 많은 국민은 내란죄이기 때문에 가능한 말 아니냐고 받아들였다. 그러나 지귀연의 발언을 단순히 내란죄와 연결하는 것은 절반만 본 해석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소추’를 제한한다. 다만 내란과 외환은 예외로 둔다. 여기서 핵심은 ‘예외 조항’보다 ‘소추’라는 단어다. 재판부가 건드린 지점은 예외가 아니라 단어의 경계였다. 만약 논리가 “내란죄라서 수사가 가능하다”였다면, 오늘의 판결은 윤석열 사건에만 적용되는 특수한 판단으로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헌법은 소추를 금지했을 뿐 수사를 금지한 적은 없다는 구조였다. 즉 내란 여부와 무관하게 대통령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일반론을 꺼낸 셈이다. 이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정치적 파장은 결코 작지 않다. 내란이라는 극단적 범죄에 한정된 판단이라면 헌정사적 사건으로 기록되고 끝난다. 그러나 대통령의 형사 절차를 ‘기소’와 ‘
2026-02-19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19일 새벽,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에서 대한민국이 금메달을 땄다. 27바퀴, 4분 남짓, 네 명이 이어 달린 집단의 질주였다. 이번 금메달은 단순한 스피드의 결과가 아니라, 마지막 두 바퀴를 위해 스물다섯 바퀴를 견딘 전술의 완성도였다. 그리고 그 전술의 뼈대를 가장 먼저 세운 사람이 있었다. JTBC 해설위원 김아랑이다. 그의 해설은 흥분이 아니라 설계에 가까웠다. 경기 초반, 한국이 3위에 머물러 있을 때 그는 “지금은 무리할 구간이 아니”라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계주는 오래 1위를 지키는 종목이 아니라, 마지막에 1위가 되는 종목이라는 설명이었다. 선두를 당장 빼앗지 않는 선택을 소극성으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체력과 리듬을 아끼는 전략으로 읽었다. 24바퀴를 남겨두고 캐나다와 접촉이 발생했다. 관중의 심장은 철렁 내려앉았고, 화면은 잠시 흔들렸다. 계주에서 충돌은 단순 사고가 아니다. 속도 균형이 깨지고, 교체 각도가 흐트러지며, 다음 주자의 진입 타이밍까지 영향을 준다. 김아랑은 이 장면을 드라마로 키우지 않았다. 그는 “흔들린 뒤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라인을 복원하고, 속도를 재정렬하고, 교체 리듬을 지켜내는 것이 본질이라는 설명이었
2026-02-19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17일은 음력 1월1일로, 한국의 설이자 중국의 춘절이었다. 같은 명절이었지만 명절을 다루는 방식은 달랐다. 중국은 약 95억명이 이동하는 대행렬 속에서 가족을 만나는 잔치를 만들었고, 동시에 거대한 소비와 물류, 관광의 경제 특수까지 함께 계산했다. 쉬는 날이 곧 시장의 시간표가 되도록 설계했다. 중국 정부는 15일(일)부터 23일(월)까지 9일을 공식 연휴로 하는 대신, 연휴 전후인 14일(토)과 28일(토)을 대체근무일로 지정했다. 길게 쉬되, 업무의 리듬이 무너지지 않도록 사전에 시간을 재배치한 것이다. 달력을 전략의 영역으로 끌어온 셈이다. 그래서 중국은 춘절이 끝난 24일(화)이 되면 곧바로 정상 속도가 붙을 것이다. 이미 앞뒤 주말 근무를 통해 비워질 시간을 당겨 채웠고, 복귀와 동시에 생산·유통·수출 등 산업의 스위치가 다시 켜지도록 준비해 두었기 때문이다. 연휴는 길지만, 재가동은 빠르다는 게 중국 당국의 설명이다. 휴식과 생산을 하나의 계획표 안에 넣어 둔 배열 덕분이다. 우리의 설 연휴는 다르게 흘렀다. 공식 휴일은 14일(토)부터 18일(수)까지였다. 그러나 복귀하자마자 다시 주말이 기다리고 있다. 집중할 시간은 짧고, 본격적으로 달릴
2026-02-19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계절은 늘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를 건너며 바뀐다. 아직 공기는 차갑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이미 다음 계절을 준비한다. 정치도 그렇다. 이번 설 연휴는 휴식이 아니라 6·3 지방선거로 진입하는 경계선이며, 유권자의 시간과 정치의 시간이 겹치는 경계 구간이었다. 설은 원래 가족의 자리지만 선거를 앞두면 평가의 자리로 변한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의 대화 속에서 지역 이야기와 정치 이야기가 오르내리고, 그 말들이 다시 일상으로 흘러가 여론이 된다. 정당은 이 순환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설 연휴 전에 판을 깔아야 한다. 6·3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이번 판의 중심 인물은 공천관리위원장이었다. 공관위원장은 후보의 운명을 결정하는 사람이고, 동시에 당의 미래 이미지를 설계하는 사람이다. 어떤 기준을 세우느냐에 따라 당의 색깔이 달라지고, 그 선택은 몇 년간 지역 권력을 좌우한다. 결국 공천은 인사 절차를 넘어 정당이 유권자에게 내미는 집단적 약속이 된다. 공관위원장이 쥔 힘은 단순한 추천 권한이 아니다. 누구에게 기회를 줄 것인가, 누구에게 문을 닫을 것인가를 정하는 권력이다. 본선은 언론의 조명을 받지만, 승패는 경선에서 갈린다. 그래서 6·3 지방선거 출마를
2026-02-18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까치설은 어저께였고 우리설은 오늘이라고 했다. 우리는 그 말을 오래전부터 동요로 불러왔지만, 정작 그다음 가사는 만들지 않았다. 설 명절은 늘 오늘에서 멈췄고, 내일은 설명되지 않은 채 남겨졌다. 축제나 잔치 다음의 시간에 대해 말하지 않는 사회, 어쩌면 우리는 그 공백 속에서 살아왔다. 설 전날은 신호다. 좋은 소식이 온다는 느낌이고 곧 무언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다. 사람들은 선물을 준비하고 마음을 정리하고 관계를 떠올린다. 기다림은 아직 책임을 요구하지 않기에 가장 달콤한 희망의 시간이다. 그래서 우리는 변화보다 설렘을 먼저 생각한다. 설 당일은 잔치다. 차례를 지내고 새배를 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잘 지냈느냐는 질문과 별일 없다는 대답이 오가며 공동체의 관계는 깊어진다. 우리는 그 반복 속에서 행복을 느끼고 가족을 확인한다. 확인된 관계 속에서 사람은 다시 버틸 힘을 얻는다. 하지만 명절의 진짜 무게는 늘 내일로 넘어간다. 떡국을 먹고 한 살을 더했다는 말은 결국 다음 시간을 감당하라는 뜻이다. 나이를 먹었다는 것은 책임이 늘어나는 일이고, 기대받는 위치로 이동하는 일이다. 명절이 끝난 자리에서 비로소 현실은 우리를 부른다. 여기서 한 장면이 떠
2026-02-17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최근 20년 동안 개별용달을 해온 한 기사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도로나 다리가 새로 개통되면 이익을 보는 날도 있었지만, 도로에 공사가 있거나 날씨가 나쁘면 손해가 많다고 했다. 운송료는 이미 정해져 있는데 실제 들어가는 비용은 매번 달라지기 때문이다. 운행 상황은 매일 변하는데 정산은 멈춰 있다는 하소연이었다. 지금의 운임 체계는 계약 순간 멈춘다. 화주와 운송사는 거리, 통행료, 유류비, 소요 시간 등을 기준으로 가격을 정하고 계약을 한다. 그 이후에 벌어지는 모든 변수는 운송사의 책임이 된다. 교통체증이 생겨도, 우회로를 돌아가도, 기름값이 조금 오르내려도 계약 금액은 그대로다. 반대로 도로 사정이 좋아져 시간이 단축되거나 비용이 줄어들면 그 이익이 오래 유지되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다음 재계약에서 화주는 개선된 조건을 곧바로 운임 인하의 근거로 삼는다. 좋아진 환경은 공유되고 나빠진 환경의 부담은 한쪽에 남는다. 위험의 방향이 언제나 일정하게 고정된다. 그래서 수도권이나 대도시 운송은 실력보다 운이 작용하는 시장이 되어버렸다. 사고 한 번, 폭설 한 번이면 하루 수익 구조가 무너진다. AI와 데이터의 시대라고 말하지만 정산 방식만큼은 과거에 묶
2026-02-16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1945년 8월15일의 태극기는 광복을 알렸지만 그 아래에 서 있어야 할 주권 정부는 없었다. 당시 한반도는 해방된 땅이 아니라 점령된 공간이었고 한국인은 독립된 국민이 아니라 전쟁 승전국의 관리 대상이었다. 미국과 소련이 북위 38도를 경계로 들어온 순간 분단은 이미 지도 위에 그어졌지만, 그 선이 국가의 경계로 굳어질지는 당시 누구도 예상하지 않았다. 진짜 비극은 그 선을 어떻게 넘을 것인가를 한국 정치가 약 3년 동안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군과 소련군이 들어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후 통일 국가를 만들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은 분명히 존재했다. 그 공간을 채우는 방식이 연합과 타협이 될지 배제와 경쟁이 될지는 한국 지도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었고, 그 선택의 갈림길에 이승만 김구 여운형 김일성 네 사람이 서 있었다. 이승만의 선택은 냉정하고 계산적이었다. 그는 냉전이 한반도를 관통할 것을 누구보다 빨리 읽었고, 그래서 통일 정부가 아니라 남한 단독 정부를 택했다. 미군정과 결합해 반공 국가를 먼저 세우고 그것을 지렛대로 북을 압박해 통일하겠다는 전략이었지만, 그 순간 통일은 뒤로 밀려나고 분단은 현실이 아니라 제도로 굳어졌다. 김구의 선택은 정반대
2026-02-15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최근의 한·중·일 관계는 오래된 시계가 다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미·중 기술 전쟁 속에서 한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고, 일본은 방위비 증액과 자위대의 군사화로 노선을 바꾸고 있다. 한국은 미·일 안보 체제에 편입되면서도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놓지 못하는 줄타기를 하고 있다. 동아시아의 역사는 세 나라가 따로 흘러온 기록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시계 위에서 함께 움직여온 궤적이다. 우리는 한국사, 중국사, 일본사를 분리해 배우지만 실제로 이 셋은 한 번도 따로 존재한 적이 없었다. 중국이 중심을 잡고 일본이 주변에서 팽창하며 한반도가 그 경계에서 흔들리는 구조는 수천년 동안 반복돼 왔다. 지금 우리가 보는 미·중 충돌과 일본의 재무장, 그리고 한국의 외교적 모호성도 이 오래된 시계가 다시 한 바퀴를 도는 장면일 뿐이다. 중국이 안정돼있을 때 동아시아는 비교적 조용했다. 한나라와 당나라, 명나라 시절에는 국제 질서가 단단했고 주변국들은 그 틀 안에서 자율성을 누렸다. 중심이 단단하면 주변은 흔들리지 않고, 패권이 분명하면 충돌도 줄어든다. 그래서 이 시기 동아시아는 교역과 문화 교류가 활발했다. 중국의 안정은 곧 동아시아 전체의 안정이었다.
2026-02-14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IT 시대의 인재는 코드를 짜고 시스템을 설계하는 사람이었다. 컴퓨터가 못하는 일을 사람이 대신 계산하고, 그 계산을 기계가 반복하도록 만드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IT 시대의 엘리트는 수학과 공학에 강한 젊은 두뇌들이었고, 빠르게 배우고 정확하게 적용하는 능력이 곧 경쟁력이었다. 기술은 지식의 싸움이었고, 더 많이 배운 사람이 이겼다. 기업과 국가는 그 젊은 기술자들을 모아 새로운 산업을 만들었다. 그러나 AI 시대는 전혀 다른 규칙으로 작동한다. 이제 기계는 코드를 대신 쓰고, 통계를 대신 계산하며,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찾아낸다. 사람이 일일이 설계하지 않아도 AI가 스스로 모델을 만들고 최적화를 반복한다. 기술의 무게중심이 ‘설계’에서 ‘활용’으로 이동했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보다, 무엇에 어떻게 쓸 것인가가 더 중요해졌다. 이 변화는 인재의 정의를 완전히 바꾸고 있다. AI는 지식을 모으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의 실패를 증폭시키는 기계다. 수십년 동안 영업에서 깨지고, 투자에서 속고, 조직에서 갈려본 사람이 AI를 쓰면 그 모든 실패가 즉시 유용한 데이터로 호출된다. AI는 그 실패를 새로운 패턴으로 바꾸고, 위험의 요소를 정밀하게
2026-02-13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이하 민주당)가 지난달 전격 제안했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사실상 중단했다. 정 대표는 지난 10일 밤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지방선거 전 합당 논의를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달 22일, 통합론을 띄운 지 19일 만에 내린 결정이다. 정 대표는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혼란 방지’와 ‘여론 수렴’을 들었다. 그는 “통합 제안이 내외의 우려를 낳았고, 기대했던 시너지가 나오기 어려운 상황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번 사태로 리더십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의 자세로 통합을 밀어붙였으나, 당내 소통 부재라는 비판 직격탄을 맞았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번 결정이 ‘전략적 후퇴’가 될지, 아니면 ‘동력 상실’의 신호탄이 될지는 지방선거 성적표에 달려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간 민주당 내에서는 정 대표의 ‘원톱’ 추진 방식에 대한 불만이 팽배했다. 특히 친명(친 이재명)계 내에서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조국혁신당과 선을 지켜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컸고, 이건태 등 초선 의원들과 중진들이 가세해 ‘의원 패싱’을 강력히 성토했다. 결국 이 같은 압박
2026-02-13 김명삼 대기자
정치는 만남의 기술이다. 설득과 타협, 긴장과 협력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은 정치의 본령이다. 특히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회동은 단순한 식사 자리가 아니라, 국정의 방향과 협치의 의지를 상징하는 정치적 행위다. 그런 점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과의 여야 대표 오찬에 불참한 결정은 여러 모로 아쉬움을 남긴다. 물론 야당 대표가 대통령의 초청을 무조건 수용해야 할 의무는 없다. 명분이 분명하다면 불참 역시 정치적 메시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메시지가 과연 국민에게 설득력을 갖느냐는 것이다. 장 대표는 “혹시 대통령을 만나는 기회가 있다면 요즘 너무 살기 힘들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는 시민들의 말이 무겁게 남아 있어서 오찬 회동에서 그런 목소리를 전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회동에 응했다”고 했다. 그랬던 그가, 오찬 회동을 불과 1시간 앞둔 시점에서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가 불참을 밝힌 배경에는 전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대법관증원법, 재판소원법 단독 처리에 따른 항의 차원 때문인 것이라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민주당의 단독 처리가 불편부당함을 느꼈다면, 오히려 회동 자리에서 해당 의제에 대해 얼마든지 거론할 수 있었으나 스
2026-02-12 강주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