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에 문신충 너무 많아 짜증” 금지 법제화 가능성은?

24일, 보배드림 하소연 글 화제
경범죄처벌법은 있으나마나?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팔·다리 및 등의 신체에 새겨진 용이나 뱀, 잉어, 호랑이 등 울긋불긋한 문신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불쾌감을 유발한다. 위화감을 조성하거나 불안감을 안기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지 일본의 전통 문신으로 알려진 이레즈미 스타일이나 형형색색의 다양한 문신들을 주변 곳곳서 심심치 않게 마주치기도 한다.

최근 한 누리꾼은 심한 문신을 한 이른바 문신충(문신한 사람들을 낮춰 부르는 표현)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서슴없이 드러냈다. 지난 24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수영장 다니는데 문신충이 너무 많아서 진짜 짜증난다’는 제목의 하소연 글이 게재됐다.

글 작성자는 “수영장에 자녀도 데리고 가는데, 문신충이 너무 많다. 이레즈미 스타일도 많고 문신이 무슨 도화지 사이즈로 큰 사람들도 많다”며 “잉어 문신하고 물에서 헤엄치는 꼴 보면 그냥 민물강에 처박아 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애들도 보는 샤워실서 문신 드러내놓고 씻는 거 보면 눈살까지 찌푸려진다”며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문신 있는 사람들은 노출 있는 기관에 오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신충을 사람 취급해 주다 보니 여기저기서 활개를 치고 있다. 진심 너무너무 보기 싫다. 이 사람들은 씻었는지, 때가 묻은 건지 알 수도 없다. 씻어도 지워지지 않을 만큼 더러워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한 보배 회원은 “아이 키우는 입장에선 정말 문신 드러내놓고 키즈 카페 오는 사람들은 뭐냐? 아이들이 보고 따라 할까 봐 겁난다. 일본처럼 직·간접적인 규제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다른 회원은 “계곡이나 해변가 같은 공공장소는 어쩔 수 없겠지만 유료로 이용하는 시설은 불쾌감 없이 편히 쉴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문신한 사람들이야 아무렇지 않겠지만 일반인들이 보기 싫은 건 사실”이라고 직격했다.

다른 회원들도 “사우나 가도 요즘 문신충 많아졌던데 특히 젊은 친구들이 많이 하고 다니는 추세 같다”며 “문신한 젊은 사람들이 탕에 들어오면 기분 잡쳐서 밖으로 나온다” “애초에 문신은 공공장소 출입을 금지하거나 노출을 하지 못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혐오스럽다” “일본은 수영장, 목욕탕서도 문신 1cm라도 있으면 입장금지던데, 우리나라도 그렇게 해야 할 듯”이라고 동조했다.

다수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는 한 회원은 “특정 호텔의 사우나가 입장금지시키고 있고, 리조트나 일반 대중탕은 입장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다른 회원도 “일본 사우나에선 특정 사이즈의 파스 같은 걸 지급하는데, 가려지지 않을 경우 입장을 금지시키는데 우리나라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실제로 일본의 유명 온천 관광지 등에선 문신한 사람들의 입장을 금지시키고 있다. 관광명소 앞에는 ‘몸에 문신이 있는 사람의 입욕을 금지한다’는 안내 팻말이 목격된다. 일본 내 폭력단체로 이레즈미 문신을 한 야쿠자들이 다른 입장객들에게 불안감이나 혐오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국내서도 목욕탕이나 호텔, 수영장 등 일부 시설을 중심으로 문신이 있는 손님의 출입을 제한하는 이른바 ‘노 타투 존’이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노 타투 존을 선언했던 한 헬스장 업주는 “다른 고객에게 위협감을 조성할 수 있어 문신한 사람들의 입장을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한 회원은 “이 문제가 여기 올린다고 해결되진 않을 것 같고, 국회 국민동의청원이나 입법(법안)을 (발의)해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자기들이 창피한 걸 알아야 하는데 모르니 그렇게 했을 테고 최소한 가릴 줄이라도 알아야 하는데 그럴 생각도 안 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반면 “찌질하게 여기서 징징대지 말고 직접 말하시라. 그럴 용기는 없어서 여기서 이러는 거냐?” “앞에선 눈 깔고 뒤에선 ㅋㅋ” “방구석 여포? 민물강에 처박는다고? 되려 처박힐까 봐 눈도 못 마주쳤겠지” 등의 비판 댓글도 달렸다.

현행 경범죄처벌법 제3조 1항 19조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없이 길을 막거나 시비를 걸거나 주위에 모여들거나 거칠게 겁을 주는 말과 행동으로 다른 사람을 불안하게 하고 불쾌하게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이 이용하거나 다니는 도로·공원 등 공공장소서 고의로 험악한 문신을 드러내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준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 처리 대상이다.

이처럼 경범죄처벌법이 존재하고는 있지만 단순히 문신한 신체 부위를 드러내놓은 상태로 다니는 것에 대해 경범죄로 처벌받는 사례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일부러 문신을 ‘과시하거나 공포감 조성을 위해’ 고의로 노출했다고 보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게다가 이번 사례처럼 목욕탕이나 수영장 등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탈의할 수밖에 없는 경우는 경범죄 처벌 대상서 자연스레 제외될 수밖에 없다.

지난 21대 국회(보건복지위원회)에는 ▲문신사법(대표발의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반영구화장문신사법(엄태영 국민의힘 의원) ▲타투업법(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 ▲문신·반영구화장 문신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최종윤 전 민주당 의원) ▲신체예술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법률안(송재호 전 민주당 의원) 등 관련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아무 논의도 없이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이 같은 전례를 미뤄 봤을 때 이번 22대 국회서 다시 문신과 관련된 법안이 발의되더라도 본회의 통과까지는 요원해 보인다.

보통 문신은 타투(Tatto)로도 불리며 유사의료행위로 분류된다. 살갗을 바늘로 찔러 피부와 피하조직에 상처를 낸 뒤 먹물이나 물감을 흘려넣어 그림이나 무늬, 글씨 등을 새기는 행위를 말한다.

일부는 수술 자국이나 흉터를 가리기 위해, 미용의 목적으로 시술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폭력단체 등 범죄조직원들은 등이나 배 등의 신체 부위에 강한 이미지로 보이기 위해 문신을 하기도 한다.

현행 의료법 제27조에 따르면 문신(눈썹 문신 포함)은 의료행위로 의사 면허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시술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또 시술이 ‘영리 목적’으로 판단될 경우, 보건범죄단속법(제5조) 위반죄로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는다.

의료 업계에선 문신 시술에 대해 위생 등의 위험성 등의 이유로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이시형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피부과)는 “문신은 염료를 바늘로 관통해 주입하는 만큼 시술 과정서 출혈이 심하게 일어날 수 있는 침습 행위”라며 “궤양이나 세균감염, 접촉성 피부염, 알레르기 반응 등 여러 가지 피부질환을 야기할 수 있는 데다 이 같은 병변들은 영구적 흉터를 남기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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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