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러브샷’을 하면서 “우리는 하나다”를 외쳤다. 두 사람에겐 각각 하나가 돼야 할 이유가 있다. 이 연대가 장 대표를 몰아내고 그 틈을 타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임시 동맹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깜짝 회동하면서 ‘러브샷’을 했다. 이들은 건배사로 “우리는 하나다”를 외쳤다. 김 전 장관과 한 전 대표는 지난 17일 서울 관악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현직 당협위원장 모임 ‘이오회’에 함께 참석했다. 이날 김 전 장관은 건배사로 “우리는”을 선창했고, 한 전 대표는 “하나다”라고 호응했다.
깜짝 회동
김 전 장관은 이날 “국가적으로나 우리 당으로서나 귀한 보배”라면서 한 전 대표를 극찬했다. 이어 “우리 당의 보배를 누가 자르려고 하느냐”면서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해 한 전 대표를 징계하려는 것을 비판했다.
두 사람은 지난 5월 국민의힘 대선후보 최종 경선에서 맞붙었다. 여기서 이긴 김 전 장관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그는 지난 8월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도 출마했지만, 한 전 대표는 출마하지 않았다. 한 전 대표는 김 전 장관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맞붙은 결선투표 직전인 지난 8월23일 “최악을 피해달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발표했다.
당시 한 전 대표는 출마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조경태·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던 당 대표 후보 단일화 논의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따라서 결선투표 직전 나온 한 전 대표의 목소리는 김 전 장관 지지 호소로 해석됐다.
김 전 장관도 한 전 대표에 대한 정치적 호감을 밝혔다. 김 전 장관은 당 대표 본경선 3차 토론회에서 “내년 재보궐선거에서 한동훈 전 대표와 전한길씨 중 누구를 공천할 거냐”는 질문을 받은 후 “한 전 대표에게 공천하겠다”고 답변했다.
김 전 장관과 장 대표는 전당대회 당시 갈등 관계였다. 두 사람 모두 강경 보수 성향을 드러냈기 때문에 각각 강경 보수 세력을 향해 지지를 호소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당시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결선투표는 ‘강경 보수 대표 선수 선발전’으로 해석되는 측면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세상 모두 아는 개인적 악연이 있는 장 대표를 ‘최악’이라고 지칭하면서 김 전 장관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의힘 내 조용한 실세 집단’이라고 평가받는 언더 찐윤은 김 전 장관의 오랜 정치 관록과 고집을 부담스러워했단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후보로 대선에 출마했던 김 전 장관은 당 안팎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 압박에 시달렸다. 당시 김 전 장관은 대선후보 경선에선 적극적으로 단일화에 나설 것 같은 태도를 보이다가, 대선후보로 확정된 이후엔 소극적으로 바뀌었다.
러브샷으로 하나 된 김·한?
적서 아군으로? “당의 보배”
그러자 국민의힘 권영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기습적으로 대선후보를 김 전 장관에서 한 전 총리로 교체하려다가 실패했다. 당시 국민의힘 내부 구도에 대해선 “언더 찐윤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설이 파다했다.
당시 갈등에 대해서도 ‘김 전 장관과 언더 찐윤이 갈등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어 “장 대표가 당선된 이유는 당시 갈등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김 전 장관과 한 전 대표는 각각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 김 전 장관에 대해선 “지난 6월 대선 패배 이후 정치적 영향력이 사실상 소멸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한 전 대표는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징계를 받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에 부닥쳤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이미 지난 16일 한 전 대표의 측근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해 윤리위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정계 은퇴 선언을 하지 않았다. 김 전 장관은 대선 다음 날인 지난 6월4일 관악산을 등반해 턱걸이를 했다.
김 전 장관의 측근인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그가 운동하는 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열혈 청년 김문수”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는 “김 전 장관의 정계 은퇴는 없다”는 간접 선언으로 해석됐다.
그런데 김 전 장관은 국민의힘에 기반이 거의 없는 야인이다. 그래서 정계 활동을 이어가려면 최소한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그 기반을 만드는 첫걸음은 언론 노출이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서 낙선한 지난 4월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꾸준히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며 이것이 언론 보도로 이어지길 바란다. 그래서 홍 전 시장에 대해선 “다시 정계에 복귀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두 사람의 ‘러브샷’은 김 전 장관에게 “노병은 아직 죽지 않았고, 술 한 잔과 함께 돌아왔다”는 홍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최소한 “정치 활동을 이어갈 것이란 메시지를 밝혔다”는 단기 효과는 제대로 거둘 수 있었다.
궁지 몰린 동맹…단기 효과 가능할 듯
장 몰아낸 후 강경 보수 공백 노릴 듯
다만 두 사람 모두 당내 입지가 좁고, 언더 찐윤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 장기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언더 찐윤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싸움을 시작하려고 한다. 친윤(친 윤석열)계 핵심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 5일 진행된 이재명정부 국정평가 회의 도중 장 대표를 공개 비판했다. 당시 윤 의원은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어이없는 비상계엄에 대해 잘못했단 인식을 아직도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비판하는 꼴이라서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초선 모임 대표로 선출된 김대식 의원도 지난 16일 JTBC <이가혁 라이브>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당내 노선 변화 방침을 담은 메시지를 밝힐 시한으로 연말을 제시했다. 김 의원은 “장 대표가 연말까지 메시지를 낼 거라 믿고, 장 대표의 리더십도 믿고 싶다”며 “모든 언론이 장 대표의 변화를 주문하는 것을 장 대표가 모를 리 없다”고 압박했다.
장 대표가 버틸 땐 ▲언더 찐윤 ▲초·재선 중심 소장파 ▲친한(친 한동훈)계 ▲김 전 장관 등이 모두 뭉쳐 장 대표를 압박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미 일각에선 장 대표를 몰아낸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최고위원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선에서 41% 지지를 받은 김 전 장관이 국민의힘을 바로잡는 데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대로 장 대표의 측근인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지난 19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언론이 더는 정치하기 어려운 분들의 러브샷에 잠깐 관심을 가지는 것 외엔 큰 반향을 일으키긴 어렵다”고 평가절하했다. 이어 “김 전 장관과 한 전 대표의 러브샷은 정계 은퇴 러브샷”이라고 강조했다.
열혈 노병
일각에선 “김 전 장관과 한 전 대표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언더 찐윤이 장 대표 교체를 시도하는 틈을 타 국민의힘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임시 동맹을 체결한 것”이라고 본다. 이에 따르면, “장 대표가 축출된 이후엔 국민의힘이 ▲언더 찐윤 ▲친한 ▲김문수계 등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장 대표가 물러나면, 그 공백을 김 전 장관이 메울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노병은 다시 돌아왔다. 관악산에서 턱걸이 하던 열혈 청년으로 다시 국민의힘에 돌아갈 것인지, 그저 노병인 채로 쓸쓸하게 다시 퇴장할 것인지, 러브샷엔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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