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테르노 차준영’에 1조 물린 DL이앤씨…손배 소송전 전말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6.03.04 10:34:51
  • 호수 15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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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회장, 통일동산 휘젓고 나몰라 배째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DL이앤씨가 시행사 시티원 차준영 회장과 다툼 중인 1조원대 공사비 정산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 2월 ‘배우 김씨와 워커힐 카지노 간 에테르노 회장’ 보도에서 소송전의 내막을 설명했다. 이에 관해 차 회장은 “허위 보도”라며 형사고소와 손해배상 청구를 예고하는 내용증명을 보내왔다.

항소심 재판을 최초로 언급한 <이데일리> 보도와 판결문 등을 종합하면, 통일동산 공사비 소송의 규모와 구조 자체는 객관적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차준영 시티원 회장은 통일동산 사업의 손실 구조를 발생시키고 떠난 뒤 시행사 넥스플랜 회장으로 변신했다. 넥스플랜은 한 채에 200억~400억원에 달하는 아파트 ‘에테르노 압구정’ 시행사다.

18년째
흉물 방치

서울고등법원은 2026년 2월5일 선고한 항소심에서 DL이앤씨가 제기한 공사 대금 등 청구 사건과 관련해 시티원 측 항소를 기각했다. 1심 인용액 약 5184억원을 유지하면서 추가 청구액 약 45억원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원금 기준 약 5229억원 규모의 채권이 인정된 것으로 나타난다. 판결문에는 기성 공사 대금, 연대보증에 대한 구상금, 대여금 채권이 각각 구체적으로 산정돼있다. 일부 채권에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연 17%의 지연이율이 적용되는 구조도 확인됐다. 

지연손해금까지 합산할 경우, 시티원과 차 회장의 최종 부담액이 총 1조원에 이를 수 있다. 일부 채권의 이자 기산일이 2009~201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데다 지연손해금까지 적용하면 실제 지급 총액은 1조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사건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DL이앤씨는 시티원과 공사비 4125억원, 공사 기간 28개월 조건으로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파주 통일동산 관광숙박시설 사업에 착수했다.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은 경기 파주시 탄현면 ‘신세계사이먼 프리미엄아울렛’ 인근에 지하 3층~지상 15층 규모 관광숙박시설(1265실)을 새로 짓는 사업이다.

DL이앤씨는 2006년 12월 시티원과 도급계약을 맺고 이듬해 11월 착공에 나섰다.

2008년 9월 사전청약을 실시했으나, 청약률이 9%(118실)에 그쳤다. 사전 청약자들은 잇따라 해약에 나섰고 시티원은 본 계약에 나서지 않았다. DL이앤씨는 결국 공정률 33% 수준이던 2008년 12월 공사를 전면 중단했다.

DL이앤씨는 공사 중단 12년 만인 지난 2020년 8월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공사 중단까지 투입한 기성 공사비 1207억원과 연대보증인으로서 대위 변제한 시티원 채무 3524억원, 시티원에 직접 빌려준 대여금 1000억원 등 총 5731억원을 달라는 취지였다.

DL이앤씨와 공사비 소송 패소
최종 부담액 1조500억원 추산

차 회장은 도급계약상 DL이앤씨가 착공일로부터 28개월 내 공사를 완료해야 하지만 이유 없이 공사를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DL이앤씨가 현장을 원상 복구하고 지체상금 187억원(공사비의 5%)과 미래 분양수익을 포함한 사업 손해 5140억원 등 총 5327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반소했다.

DL이앤씨는 “시티원이 도급 계약상 의무인 콘도 분양을 사실상 포기해 공사 대금을 지급받을 수 없게 돼 이에 불가피하게 공사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차 회장은 “분양률이나 공사비 지급 여부와 무관하게 DL이앤씨에게 기간 내 공사를 완료할 책임 준공 의무가 있다”고 맞선 것이다.

DL이앤씨는 공사 중단까지 투입한 기성 공사비와 연대보증에 따른 대위 변제금, 대여금 등을 합산해 소송을 제기했다. 시티원 및 차 회장 측은 책임 준공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반소를 제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사 대금을 지급받기 어려운 현저한 사유가 발생해 불가피하게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판단해 반소를 기각했다.

DL이앤씨 측은 현재 차 회장 통장과 부동산에 대해 압류 조치를 취해둔 상태다. 판결이 확정될 경우, 강제집행 절차를 통한 채권 회수에 적극 나설 계획으로 알려졌다. DL이앤씨는 공사 중단 12년 만인 지난 2020년 8월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차 회장은 통장 등이 압류되자, 친형인 차대영 명의 계좌를 빌려 에테르노 압구정의 분양 계약금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분양금이 넥스플랜으로 이체된 사실도 거래 내역서 등을 통해 볼 수 있다.

차 회장 측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로드맵은 내용증명을 통해 “본인(차 회장)은 해당 소송의 당사자가 아니며, 5184억원 배상 판결을 받은 사실이 없고, 계좌 압류나 자금 유용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결문에는 거액의 채권 인용 사실이 명시돼있고, 차 회장이 사건 당사자로서 소송에 참여한 구조가 확인된다.

상상 초월
손배 액수

<일요시사>는 앞선 보도에서 통일동산 사업 1심 판결 규모와 함께, 차 회장의 또 다른 사업지인 에테르노 압구정 분양 과정에서 제기된 자금 흐름의 수상한 점을 다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재무제표에 따르면 시티원과 차 회장의 현재 회사인 넥스플랜은 최근 자본잠식 상태로 나타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티원의 2024년 말 기준 부채 총계는 약 6289억원으로 자산(약 1359억원)을 약 4930억원 초과했다.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4930억원)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매출은 전무한 채 판관비와 이자비용 등 비용만 쌓이는 구조인 셈이다.

이는 판결 확정 및 강제집행 절차가 진행될 경우, 사업과 재무구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DL이앤씨 측이 채권 보전을 위해 압류 조치를 취한 만큼, 실제 집행 단계에서 어떤 자산이 대상이 될지도 향후 관전 포인트다.

차 회장이 현재 운영 중인 넥스플랜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넥스플랜의 2024년 말 기준 부채 총계는 약 5432억원으로 자산(약 5244억원)을 약 188억원 초과했다.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188억원)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당기순손실은 약 214억원에 달한다.

매출은 분양·용역 합산 약 669억원을 기록했지만 판관비가 전년(약 131억원)보다 3배 이상 급증한 약 399억원에 달했다. 이자비용도 약 261억원에 이르러 영업손실 약 111억원을 포함한 세전 손실 약 214억원이 발생하는 구조다.

넥스플랜은 현대건설과 손잡고 가수 아이유 등 유명인들이 분양받은 강남 초고가 하이엔드 주거 단지 ‘에테르노 청담’을 완판한 데 이어 현재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29세대 규모의 ‘에테르노 압구정(총분양 예정가액 6860억원)’을 개발 중인 시행사다.

항소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시티원과 관련 계열사의 재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에테르노 분양 자금이 신탁 구조 안에서 적정하게 관리됐는지도 쟁점이다.

부실한 재무
판관비만 ↑

통일동산은 신세계사이먼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 임진각, 출판단지와 인접한 관광 요지로 주목을 받았다. 2004년 조성된 통일동산 지구의 핵심 숙박시설로 기대를 모았지만, 장기간 방치되면서 관광특구의 경쟁력 약화와 도시 이미지 훼손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동안 시는 ‘부동산투자이민제 지구’ 지정, 국토교통부 방치건축물 정비 선도사업 공모 추진 등 정상화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시티원 측은 전면 철거 후 아파트 단지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DL이앤씨와 공사비 정산 갈등으로 인해 흉물로 남겨졌다.

현재는 지구단위계획 변경 가능성까지 거론되나 특혜 논란 우려도 적지 않다.

DL이앤씨는 채권 확보를 위해 관련 자산 압류 조치를 취한 상태로, 판결 확정 시 강제집행에 나설 방침으로 전해졌다. 다만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시티원의 재무 여력이 취약해 실제 채권 회수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지역사회에서는 “더 이상 흉물 방치를 용납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자유로를 따라 오두산통일전망대, 임진각 방향으로 진행하다 보면 앙상한 공사 현장이 도드라지는 등 통일동산 미관을 해치고 있는 이유에서다.

시 관계자는 “채무 정리 이후 사업 구조를 어떻게 재편하느냐가 관건”이라며 “관광숙박시설 원안 복원, 주거·복합개발 전환, 공공 주도 방식이나 자력 재개 등 여러 방안이 가능하지만 결국 사업 주체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최창호 파주시 의원은 “2009년 4월 공사가 중단된 후 장기간 방치돼 지역의 흉물로 남아 해결해 달라는 민원이 지속되고 있다”며 “10년 이상 방치되니 짓다가 중단된 건물들이 시커멓게 변해 점점 더 흉물스러워졌다”고 밝혔다.

차가원-MC몽 불륜설 제보
배우 데리고 카지노 동행

탄현면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공사가 중단된 콘도 때문에 지역주민들이 피해를 많이 보았다”며 “공사 중단 건축물로 인한 도시 미관 저해, 덩달은 주변 지역 쇠퇴화가 이어지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DL이앤씨가 시행사 시티원과의 소송에서 1심과 2심 모두 승소했지만 시티원 측은 항소심 패소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시티원(회장 차준영)은 2월24일 DL이앤씨가 낸 파주 통일동산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의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한편, 차 회장은 영화배우 김씨와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에 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커힐 카지노 관계자는 지난해 7월경 ‘VVIP 고객인 차 회장의 요청으로 김씨 출입을 허용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업계 관계자와 나눴다. 문제는 5100억원에 달하는 금융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 차 회장이 워커힐 카지노 VVIP의 자격을 갖출 수 있었냐는 것이다.

차 회장은 축구선수 손흥민, 연예인 황정음 등의 에테르노 분양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동산의 임대 관리 등을 전담하는 전문가인 차 회장은 에테르노 청담, 압구정의 시행사 넥스플랜의 회장이다.

또 자신의 친조카인 차가원 피아크그룹 회장과 가수 겸 프로듀서 MC몽이 불륜 관계라는 의혹을 지난해 12월 <더팩트>에 제보하기도 했다. 이른바, ‘MC몽 불륜설’을 흘린 배경에는 지난해 6월 빅플래닛메이드엔터테인먼트 주식 21%에서 출자전환 후 2%를 소유했던 MC몽에게 ‘나눠 갖자’며 강요했던 사건에서 출발한다. 

MC몽이 스스로 불륜설이 조작이었음을 주장하자, MC몽의 해외 원정도박 등을 재차 언론사에 제보한 것도 차 회장이다. 제보에 따르면 “차 회장이 MC몽의 해외 원정도박 기사를 쓴 종편 방송 기자들에게 압구정 모 샤브샤브 식당에서 식사를 접대했다”고 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1월26일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 직원이 관계자와 나눈 카카오 톡 대화에서 “차 회장의 요청으로 김씨와 지인 여성들이 함께 출입했다”고 언급했다.

VVIP라 가능?
간 큰 회장님

이에 “김씨는 내국인인데 워커힐 파라다이스 입장이 가능한가요?”라고 묻자, 워커힐 카지노 직원은 ‘차 회장과 같은 VVIP 고객의 요청이기 때문에 김씨의 Visitor(방문객) 출입은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카지노에서 VIP란 2개월 동안 하루 평균 4시간씩 5일 이상 게임해야 하고, 한 게임당 평균 50만원 이상을 베팅해야 VIP 대접을 받을 수 있다. 또 게임 실적을 분석한 두 달 동안 로스 금액(따거나 잃은 돈)이 1억원 이상 유지돼야 한다. 이보다 더 높은 실적을 요구하는 등급이 VVIP인데 보통 카지노에서 초청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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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등장하자 보수의 심장인 대구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광폭 행보에 나선 김 전 총리를 바라보는 대구 시민들도 양가감정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1995년 민선 시장 선출 이래 대구에서 단 한 번도 시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구 민심이 심상치 않은 만큼 최초의 진보 대구시장이 탄생할지 이목이 쏠린다. 대구는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광역자치단체이다. 지난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대구에서 23.22%(37만9130표)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던 김문수 후보는 67.62%(110만3913표)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구는 윤석열정부 퇴진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조차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약세를 보이는 지역이었다. 적절한 타이밍 그런 대구에서 최근 국민의힘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지리멸렬하는 사이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당이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우위를 선점했다. 지난달 30일 김부겸 후보는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 그것이 저의 마지막 소명”이라며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김 후보는 대구에 당선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2012년과 2014년 각각 제19대 총선·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대구광역시장)에서 낙선했으나 2016년 제20대 총선을 통해 대구광역시 수성구 갑에서 당선됐다. 이후 제21대 총선에서 또다시 낙선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김 후보는 캠프 해단식에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면목이 없다”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 새로운 날들을 향해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던 바 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김 후보가 다시 대구 전면에 등장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굳이 이런저런 수치를 열거하지 않겠다. 대구의 정치, 한 당이 독식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정치인이 일을 안 한다. 일 안 해도 서울에서 공천만 받으면 또 된다. 대구 시민을 표 찍어주는 기계로 취급한다”며 “요즈음 시장 공천 과정을 보면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냐는 생각이 든다.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제대로 된 보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 김부겸이다. 나를 잘 써달라. 김부겸과 함께 대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날 김 후보는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도 공개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김부겸으로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겠다”며 “경기도 군포 초선 시절부터 해왔던 대로 제 전화번호를 공개하겠다. 대구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버려야 진짜 건강한 보수가 살아난다”며 “이번 선거는 대구가 다시 숨 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 발전이 제 마지막 소명이다.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보수 심장’ ‘민주당’ 없는 민주당 동진 전략 지난 3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중앙당의 만장일치로 김 후보를 대구광역시장 후보자에 선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김 후보는 광폭 행보를 보였는데, 특히 김 후보는 ‘민주당’이라는 여당 프리미엄을 전면에 세우는 대신 “김부겸을 도구로 써달라”는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김 후보는 대구·경북(TK)의 상징인 박근혜·박정희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있고 대구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꼈다면 과오 논쟁을 넘어 대구의 미래를 향한 논쟁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포용의 정치를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KBS에서 김 후보의 박 전 대통령 예방에 대해 “대구 현실에 대한 판단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회동의 전제 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의 실질적인 명예회복 방안’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당 차원의 명예회복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조명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출마 선언문을 보면 김 후보는 민주당을 강조하는 대신 대구의 발전 방향만 이야기했다”며 “김 후보가 민주당 출신인 것을 모르는 대구 시민은 없다. 그럼에도 ‘내란’ ‘계엄’ 등 예민한 단어를 빼버림으로써 시민들은 김부겸이란 인물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김 후보는 국민의힘을 비판한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대구시장을 해 왔는데 대구가 뭐가 바뀌었냐, 그건 국민의힘이 무능해서’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준다. 절대 왼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현재 보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분위기가 안 좋다. 그때는 TK를 제외하고 몽땅 내줬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처절하게 패배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명확하게 ‘절윤’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워낙 김 후보가 전략을 잘 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빼고 ‘경제’ 넣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참전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당을 떠나 정치꾼이 아닌 역량 있는 행정가를 뽑아야 한다”며 김 후보를 추켜세웠다. 그는 “부산은 스윙 보터 지역이라 민주당이 가덕신공항도 해주고 해수부도 이전해 주지만, 대구는 막무가내식 투표를 하니까 민주당 정권이 도와주지도 않고 버린 자식 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후임 대구시장이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김부겸 전 총리를 언급한 것”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주시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이 연일 상승하면서 안정궤도에 돌입했다는 평이 나온다.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대구 시민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차기 대구시장 적합도 49.5%를 기록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15.9%)을 큰 격차로 앞섰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간의 1대1 가상 대결에서도 추 의원과 맞붙을 경우 52.3% 대 36.6%로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김 후보는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컷오프되자 반발 차원에서 대구 시민이 역결집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단순 역결집이 아니라 실제 보수 민심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도 김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8일 대구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김 후보를 ‘제2의 노무현’ ‘제2의 이재명’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노무현이 종로 꽃길을 마다하고 부산 가시밭길에 도전했듯이 김부겸도 군포 꽃길을 마다하고 대구 가시밭길에 내려왔다”며 “김부겸도 이재명도 대구·경북 사람이고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다”고 말했다. 이날 정 대표는 당정 차원에서 지역 숙원사업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지난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TK 신공항 건설, 취수원 문제 등 대구 숙원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며 “그 의지는 앞으로 예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팍팍 깎이는 현지 민심 TK 통합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통합이 멈춰 섰다”며 “김 전 총리와 힘을 합쳐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화답하듯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대구에 중요한 약속을 했고, 정 대표도 ‘무엇이든지 다해드림센터장’이 되겠다고 했다. 이 보증수표를 믿고 대구를 메딕시티, AI·로봇 수도,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선도 도시로 만들어 그 약속을 시민의 삶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전략은 ‘민주당’을 빼고 대신 ‘대구 발전’ ‘민생’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일 김 후보는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취재진들과 만나 1호 공약을 소개하는 등 민생·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1호 공약으로 대구의 지역 경제 발전을 꼽으며 “지역의 주요 기관과 단체, 어른들께 조속히 인사를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대구 곳곳을 마주하며 지역의 어려움과 스스로의 부족함을 동시에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최대 현안인 인구 유출 문제를 언급하며 “젊은이들이 떠나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져서는 안 되는데 이를 막지 못하는 현실에 시민들이 아픔을 느끼고 있다”며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해결과 경제 도약에 집중할 것”이라며 “대구의 절실한 요구를 예산과 법률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핵심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안방마저 내줄 상황에 몰렸다. 김 후보가 우후죽순 치고 나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당내 교통 정리에서조차 애를 먹으면서 표가 갈릴 위험에 처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고 싸움이 일어나는 만큼 여의도에서는 ‘김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장동혁 대표’라는 웃지 못할 농담도 나온다. 국민의힘을 향한 대구의 실망감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지난 9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54%,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0%로 집계됐다. 특히 TK에서 여당 44%·야당 34%로 집계되면서 국민의힘에서도 위기감을 감지한 모양새다. 잘나가는 김 멍 때리는 장 대구 달서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대구 여론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며 “모두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대구시장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의원은 MBC 라디오를 통해 최근 대구 민심에 대해 “그동안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으로 ‘이번에는 갈아보자’고 했지만 대안이 없어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 반이재명 정서가 강했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 ‘윤석열보다는 이재명이 잘한다’, 심지어 ‘얄밉게 잘한다’는 사람도 있다”며 여기에 “김부겸이란 대안도 있어 대구 민심이 그 대안으로 옮겨가기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인데도 당은 ‘무난히 여섯 명(예비 후보) 중 한 명을 뽑으면 된다고 하고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으로 ‘김부겸을 통해 이익이라도 챙기자’라고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이진숙을 다독거려서 될 문제가 아니다. 6명 중에서 뽑힌 후보가 김부겸을 이기기 힘들 만큼 대구 민심은 훨씬 더 나쁘다”며 “상황이 이렇기에 보수 기득권에 안주하는, 보수 결집으로 이기겠다라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무소속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으며, 가처분이 기각된 주호영 의원은 “항고심을 지켜본 뒤 거취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장애물은 장동혁 대표 체제 그 자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앞서 주 의원은 지난달 26일 법원에 컷오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법원은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이후 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를 향해 “민심을 붙잡을 대책도, 보수를 다시 세울 노선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변화를 약속하는 모습도 없다”며 “대신 곳곳에서 공천 작당만 벌였다는 비판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구 현장에서도 장 대표가 싫어 국민의힘을 못 찍겠다는 말이 적지 않다. 장 대표가 먼저 결단해야 한다”며 “비상대책위원회든 선거대책위원회든 새로운 책임 체제를 즉각 구성하라”라고 장 대표의 후퇴를 촉구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변수는 시민들의 막판 결집력이다. “당장 내일 선거가 치러지면 김부겸을 찍겠다”는 이들조차 투표소에 들어가면 “그래도 보수를 찍어야지”라는 마음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삼진 아웃?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습관성 투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관계자는 “‘보수가 큰일 났다’ ‘대구가 위험하다’라는 위기의식이 있어야 이들이 똘똘 뭉쳐 결집하고 표가 된다”며 “지금은 장 대표가 위기 그 자체다. 그래서 ‘이번에는 김부겸 한번 믿어보자’는 기대감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보수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보수 지역 민심도 그에 맞춰가는 것”이라며 “김 후보가 크게 실수하지 않는 이상 ‘이대로라면 대구가 민주당에 뺏긴다’라는 위기감보다 ‘그래도 보수를 먼저 살려야지’라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