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처럼’ 윤상현이 사는 법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6.03.16 10:42:30
  • 호수 15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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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딪치고 부딪치는 윤상현과 윤상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5선 윤상현 의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결자해지를 요구했다. 윤 의원의 정치적 실존은 정치권과 지역구에서 극과 극으로 다른 이미지를 연출한다. 윤 의원의 정치적 행적을 풀 열쇠는 스스로 언급한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에게 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지난 3일 공개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역사적 결자해지를 해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사실을 밝혔다.

“결자해지”
충정 편지

윤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이 날 밟고 가라는 취지의 추가 입장을 밝힐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윤 의원은 자신의 편지를 ‘충정의 편지’라고 규정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측근을 통해 ‘윤 의원의 충정을 알고 있으니 깊이 고민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 전한길씨는 윤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씨는 지난 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윤 의원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윤 전 대통령은 ‘윤 의원이 친윤(친 윤석열)이라더니, 윤 어게인을 말하는 세력과 말하지 말라는 거냐’는 생각이 들어 화가 머리 끝까지 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상현이란 이름 석 자를 내 전화기에서 삭제할 것”이라며 “당신을 안다는 자체가 치욕스러우니 다시는 내게 전화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윤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 이어지던 지난해 12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서울 광화문에서 주도한 탄핵 반대 국민대회 연단에 섰다. 그 당시 윤 의원은 보수단체 집회 연단에 올랐던 유일한 현역 의원이었다.

그는 “우리 당이 배출해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소추를 막지 못했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파면처럼 무도한 국회 세력에 의해 무기력하게 짓밟혔다”고 주장하면서 “사죄드린다”고 바닥에 엎드려 큰절까지 했다.

지난해 1월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한 이후, 윤 의원은 “젊은이 17명이 담장을 넘다가 유치장에 있다고 해서 관계자와 얘기했다”며 “곧 훈방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애국 시민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담 넘은 17명은 훈방 조치 됐느냐”는 질문을 받자, “조사 후 곧 석방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윤 의원 측은 “경찰에 연행된 청년 17명에 대한 도움 요청을 받아 답한 것일 뿐, 이후 발생한 기물파손·침입 사건을 언급한 게 아니”라며 “윤 의원은 어떤 경우에도 폭력 사태는 일어나선 안 된다는 의견”이라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2010년대엔 친박(친 박근혜)계 인사로 분듀되는 정치인이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무특보를 맡았다. 당시 국회 본회의장 연설 후 퇴장 당시 좌측에 늘어선 의원들과 악수하던 박 전 대통령에게 “대통령님, 저 여기 있어요”라고 외치자, 윤 의원을 향해 돌아보면서 웃기도 했다.

윤 절연 시도에 전한길 “전화기서 삭제”
친박·친윤 활동 중 설화 속 숨은 비밀은?

윤 의원에 대해선 한동안 “박 전 대통령을 사석에선 누나라고 부른다”는 소문도 돌았고, 언론도 이를 자주 보도했다. 이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 논평이 나오자, 그는 “잘못 알려진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을 누나라고 부르는 사람은 새누리당 한선교 전 의원”이라고 반박했다.

한동안 윤 의원은 친박 성향으로부터 비롯된 설화에 휘말렸다. 지난 2016년 불거진 새누리당 공천 살생부 파문 당시 풀린 통화 녹음 파일 때문이었다. 여기엔 윤 의원이 새누리당 김무성 당시 대표를 향해 욕설하면서 “김무성·비박(비 박근혜)계를 다 죽여야 해서 전화했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윤 의원은 “가장 먼저 그런 XX부터 솎아내 공천에서 떨어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발언을 한 사람의 정체를 공개한 인물은 다름 아닌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김학용 당 대표 비서실장이었다.

그때는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 심사가 바쁘게 진행되던 시점이었는데, 윤 의원은 녹취록 파문으로 결국 공천을 받지 못했다. 결국 새누리당 탈당 후 무소속으로 인천 남구을 지역에 출마해 당선됐다.

윤 의원의 설화는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에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전 대통령 탄핵 소추 1차 표결에 집단 불참했다. 이들 중 김재섭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도봉갑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당시 윤 의원은 배승희 변호사의 개인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 의원이 자신에게 조언을 요청한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김 의원은 윤 의원에게 “나는 형을 따라가고 있는데, 지역구에서 엄청 욕을 먹으니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자문을 구했다.

그러자 윤 의원은 “나도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해서 끝까지 갔다”며 “그때 욕을 많이 먹었지만, 1년이 지나면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다 찍어준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은 욕먹을 수 있지만, 내일·모레·1년 후면 국민은 달라진다”고 말했다.

윤 의원이 대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해당 발언은 국민 비하 발언으로 인식됐다. 실제로 “무소속 출마했는데도 당선시켜 준 지역구 주민도 비하한 것 아니냐”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김 의원도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지역구 특성을 고려할 때, 강경한 성향의 윤 의원은 적절한 조언을 듣기 위한 상대라고 보기 어렵다”는 비판을 들었다.

윤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도 설화를 일으켰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긴급 현안 질의에서 박성재 당시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비상계엄엔 동의하지 않는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비상계엄은 고도의 정치·통치 행위”라고 주장했다.

국민 비하?
주민 비하?

이어 “대법원 판례는 고도의 정치 행위에 대해선 대통령의 권한을 존중하면서 사법적 판단을 자제해 위헌성을 심판한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이 발언 이후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대법원·헌법재판소 모두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따른 국가 작용이더라도,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된다면 사법 심사 대상”이라는 판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통치 행위 이론은 20세기 독일의 법학자 칼 슈미트로부터 비롯됐다. 칼 슈미트는 “주권자는 예외 상태를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정치적 규범·합리적 절차보다 주권자의 결단을 우선시하는 결단주의 헌법관을 집대성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르면, 헌법·법률은 주권자가 예외 상태에서 법적 질서를 창출하는 순수한 정치적 결단의 표현이다. 통치행위는 비상 상황에서 법을 정지시키면서 공동체의 질서를 형성하는 주권자의 의지로 표현된다.

칼 슈미트의 사상은 독일 나치당이 당수 아돌프 히틀러에게 모든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 성립된 지도자 원리 이론의 밑바탕이 됐다. 따라서 통치 행위를 긍정하면 자유민주주의 헌법 체제의 틀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 그래서 사법기관은 현실적으로 통치행위 자체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됐다면 사법 심사 대상이 된다는 한계를 그었다.

결단주의 헌법관은 제1차 세계대전 때문에 태동했다. 20세기 초까지 세계를 지배했던 주요 사조는 이성을 중시하는 자연과학과 합리주의였다. 이는 법 체계에도 반영돼 법조문을 있는 그대로 현실에 반영하는 법실증주의로 이어졌다.

그런데 주요 강대국이 모두 참전해 엄청난 규모로 장기간 진행된 제1차 세계대전은 합리주의에 대한 믿음을 무너트렸다.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 합리주의는 “몇 명을 죽여 얼마의 영토를 늘릴 수 있느냐”는 의문에 대한 해답으로 직결됐다. 결국 이는 제1차 세계대전의 비극을 상징하는 독가스·참호전으로 이어졌다.

합리주의에 대한 회의는 법실증주의의 지배력을 무너트렸고, 이어 찾아온 사조가 결단주의였다. 체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선 법을 현실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지도자의 결단이 중요해진 것이다. 하지만 결단주의는 나치 독일의 태동과 제2차 세계대전이란 비극으로 이어졌다. 현대의 주류 헌법관인 통합주의는 이에 대한 반성으로 태동했다.

한편 윤 의원은 언론 인터뷰·기고를 하면서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주장을 인용했다.

윤 의원은 지난 2023년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당시 여성 비하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던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을 비판했다. 당시 윤 의원은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말했다. 최 전 의원이 그런 발언을 한 것은 그 수준을 나타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어는
존재의 집

<서울경제>에 ‘정치인의 언어’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하면서 다시 최 전 의원을 비판했다. 윤 의원은 “정치인의 언어는 우리 사회의 의식·수준을 반영한다”면서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하이데거의 발언을 다시 인용했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언어는 내 생각을 전달하는 수단·도구가 아니다. 언어가 있어야 존재를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존재는 언어라는 집에 살면서 그 감각을 드러낸다. ‘대통령’이란 언어가 있어야 그가 대통령임을 알 수 있고, ‘국회의원’이란 언어가 있어야 그가 국회의원임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인간이 언어를 말하는 게 아니라, 언어가 인간을 통해 말한다”고 주장한다. 사람은 태어나면 말을 한 후 글을 배운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언어를 지배하는 게 아니며 언어라는 집에 살면서 말하고 쓰면서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낸다.

당시 윤 의원은 최 전 의원의 여성 비하 발언을 민주당·최 전 의원이 사는 ‘집’으로 규정했다. 여성 비하 발언을 최 전 의원 그 자체로 규정한 철학적 수사라고 할 수 있다.

정치 상황을 짚으면서 정적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하이데거의 발언을 인용한 것은 슈미트의 철학적 흐름과 비슷하다. 하이데거도 친나치 행적이 뒤늦게 밝혀져 많은 비판을 받았다.

슈미트에 따르면 ‘정치는 적과 동지의 구분’이며, 정적은 공동체의 존재 방식을 위협하는 수준 낮은 타자로 설정된다. 수준 낮은 타자를 공동체에서 배제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들을 배제하는 이유는 공동체의 순수성·안전이다.

윤 의원은 제20대·제21대 총선에 연이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심지어 제22대 총선에선 국민의힘 심판 바람이 강하게 불었던 데다 국민의힘에선 수도권은 통상 험지로 분류되는 데도 5선에 성공했다.

정치권에선 윤 의원의 5선 달성을 성실한 지역구 관리를 꼽는 분위기다. 실제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윤상현 의원이 저희 엄마한테도 누님이라고 하고, 동생 결혼식에도 와서 정말 징글징글하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어 “친척으로부터 윤 의원이 동네 주민의 이름을 다 알고, 경조사도 챙긴다고 들었다”는 글도 게재됐다.

철학자 하이데거가 해독 열쇠
윤 이후 지향할 윤의 새 실존은?

5선에 성공했던 지난 2024년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했던 그는 “제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화번호는 5만5000개가 넘는다”며 “이 5만5000명 중엔 지역 유권자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지역·해외 거주자도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제21대 총선 당시에도 “제20대 국회의원 재임 당시 공약 완료율은 89.6%였다”며 “인천 내 국회의원 중 1위”라고 주장해 홍보 효과를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지역구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수도권 1호선 급행열차 운용과 관련이 있다. 윤 의원은 지난 2016년 지역구 내 제물포역이 급행열차 정차역으로 지정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당시 인천시와 남구는 국토교통부·코레일에 급행열차의 제물포역 정차를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제물포역의 이용 승객이 적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 의원은 “급행열차의 제물포역 정차 문제를 경제적 논리로만 판단하면 안 된다”고 꾸준히 주장했다.

제물포역이 수도권 1호선 급행열차 정차역으로 지정된 이후 윤 의원은 인천 남구 숭의4동 통장자율회·주민자치위원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그의 지역구 관리도 하이데거의 철학과 맞물린다. 하이데거는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돌보는 것을 ‘심려’라고 규정했다. 쉽게 말해 다른 사람을 걱정하고 마음 쓰는 것을 말한다. 윤 의원의 마음을 확인한 지역구 주민은 윤 의원에게 투표해서 관계를 이어간다.

이런 상황을 두고, 하이데거는 “실존은 현존재의 존재 자체”라고 설명했다. 이는 “사람은 미리 정해진 본질이 없어서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결정해 만들어나가면서, 외부에 자신의 가능성을 향해 자신을 던진다”는 의미가 있다.

윤 의원은 정치권·지역구란 상반된 현장에서 관계에 주력한다. 그가 맺는 두 관계는 상반된 평가로 이어진다. 실생활의 이익 중심 관계로 형성되는 지역구 내 관계는 윤 의원에게 5선이란 결과를 안겨줬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정치적 명분·정당성이란 평가 기준이 작용한다. 이 때문에 윤 의원의 장기인 관계 맺기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강경 보수 성향 지지자들로부터는 지지·성원을 얻는 반면, 다른 이념을 지향하는 유권자의 강한 비판을 받는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에게 “역사적 결자해지해 달라”는 요구를 하는 등 관계 변화를 시도했고, 이는 우호 관계였던 전씨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는 이유가 됐다.

관계 맺기
이면 득실

대한민국 유권자는 당파성과 정치적 신의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당파성이 강한 유권자일수록 정치적 신의를 중시한다. 친윤 핵심이었던 윤 의원은 윤 전 대통령에게 역사적 결자해지를 요구하면서 새로운 실존을 지향한다. 윤 의원이 지향하는 새로운 실존은 유권자에게 어떤 이미지로 연출될까? 그리고 그는 어디로 나아갈까?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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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