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 아무리 확실한 일이라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뜻의 속담이다. 누구나 보이스피싱 전화가 왔을 때 제일 먼저 갖게 되는 심리는 ‘의구심’이다. 만약 내가 온라인으로 제품을 구매한 정보가 유출돼 연락이 왔다면 의구심이 바로 들 수 있을까?
지난 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유명 가전업체서 개인정보 유출까지 걸린 시간은 단 하루’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 A씨는 “저에게 이런 어이없는 일이 벌어질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며 운을 띄웠다.
그는 “다가올 겨울을 대비해 지난달 29일 오전 11시경 한 유명 가전업체서 가습기를 구매했는데 하루 만에 개인 핸드폰으로 연락이 왔다”고 설명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쯤 자신을 유명 가전업체 결제팀 XX라고 밝힌 보이스피싱범은 “가습기 구매 건과 관련해 결제 오류가 나서 발송을 못해드리고 있다”면서 “결제한 카드 내역을 카카오톡 아이디를 통해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이름과 구매 항목, 결제 내역을 모두 알고 있었기에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통화 종료 후 수신된 카카오톡 아이디를 검색해보니 ‘안심톡’이 나왔고, 이에 이상함을 느낀 A씨는 공식 홈페이지에 기재된 전화로 오후 1시30분까지 점심시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의심을 갖기 시작했다.
게다가 다시 연결된 보이스피싱범과의 전화 통화에선 어눌한 말투로 ‘왜 안보내셨어요?’라는 말을 들은 A씨의 의심은 증폭될 수 밖에 없었다.
A씨는 전화를 끊은 뒤 공식 홈페이지 번호로 확인 전화한 결과 “보이스피싱이 맞다”는 공식 답변을 들었다. 그는 “어떻게 결제 하루 만에 내 정보가 유출된 걸까? 공식 홈페이지서 회원 가입하고 결제까지 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확인 결과 가습기 판매 업체는 이전에도 개인정보 유출로 사과문을 올렸던 적이 있는 기업이었던 것이다.
A씨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쳤다면 확실히 고쳤어야 하는데, 고객 정보 유출을 얼마나 가볍게 생각했으면 같은 사건이 반복되는지 참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해당 가전업체는 A씨가 구매한 제품에 대한 환불 처리와 함께 ‘제품을 그대로 사용해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A씨는 마치 가습기를 지급하면서 문제를 덮으려는 의도로 느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부 법적으로 자신들에게 위반될 수 있는 문제들만 최소한의 조치로 취한 채 피해자인 저의 보호는 소홀히 하고 있다고 느껴졌다”고 주장했다.
해당 업체는 현재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보이스피싱 건을 접수하고 호스팅 업체와 함께 조사를 진행 중이다. 또 모든 주문을 품절 처리하고 보안점검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진정으로 고객의 안전을 보장하려면 법적 요건을 넘어서, 책임감 있는 대응과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아 너무 화가 난다”고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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