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2칸 주차’ 논란 포르쉐 차주 “차가 커서…이해해달라”

3칸 구역인데…SUV로 입주민 피해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한 아파트 입주민의 외제 SUV 포르쉐 차량 주차 문제로 인한 고통 호소글이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5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두 칸 주차 포르쉐의 만행 추가본(사진 첨부)’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서울 은평구 소재의 아파트에 거주 중인 입주민이라고 밝힌 글 작성자 A씨는 “아무래도 사진을 첨부하는 게 여러 모로 이해를 돕기 편할 것 같아 사진을 첨부했고 추가적인 얘기를 적어볼까 한다”며 전날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돼있는 포르쉐 차량의 사진을 올렸다.

그는 “중간 라인이 보이진 않지만 두 칸을 사용하고 있고 옆의 공간은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세울 수 있게 배려했다는 말인 것 같다”며 직접 경차로 2대 주차가 가능한지 여부를 실험한 사진도 2장 게재했다.

A씨가 굳이 경차로 과연 문제의 주차 구역에 2대 주차가 가능한지 실험에 나선 데엔 이유가 있었다. 포르쉐 차주 B씨가 2대 주차가 가능하다는 실험 결과가 나온다면 해당 자리에 주차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A씨가 “그(소형차를 옆에 댈 경우 주차 불가한 상황)건 당신이 판단할 게 아니다. 두 대 대면 다시는 거기 주차하지 않을 건가요?”라고 묻자 B씨는 짧게 “네”하고 대답했다.

하지만, 직접 실험 결과를 사진으로 촬영해 인증했음에도 불구하고 B씨는 “전기차가 커서 옆 자리에는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제외하곤 다른 차를 댈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자리가 넓진 않지만 충분히 사람이 타고 내릴 정도의 자리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B씨는 ‘2대로 한번에 주차하는 실험을 해야지. 경차 1대로 (따로)하는 실험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따졌다고 물었다.

B씨 주장에 따르면 차주 아내도 소형차를 소유하고 있는 터라 주차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혹시나 오해가 있으실까 설명드리고 지속적으로 이렇게밖에 할 수 없음을 길게 설명드린 점 양해 부탁드린다”며 차량 내부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어라운드뷰와 후방 카메라 사진 및 전방 주차 사진을 보냈다.

촬영된 어라운드뷰 사진을 보면, 해당 차량은 너비가 커서 오른쪽 주차 라인을 아예 넘어선 모습이다. 운전자의 원활한 하차를 위해 왼쪽 주차 라인 안으로 대긴 했으나 반대편 라인을 침범했다. 결국 옆 주차 공간은 주차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A씨도 “저는 (아파트)분양받아서 3년 넘게 살고 있고, 일반 자리에 대면 충분히 가능할 텐데 왜 굳이 소형차 자리에 주차하시려는 거냐?”며 “소형차 자리에 두 자리 먹고 주차하시면 그 소형차가 일반 두 자리를 차지한다곤 생각 못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B씨는 “여기가 소형차 자리냐? 소형차 두 대도 어렵다는 말씀을 드린 것으로 절대로 못 댄다. 알고 주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A씨는 “관리사무소에 가서 확인했다. 소형차 자리 맞으며 두 대를 충분히 댈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맞받아쳤다.

일반 주차 자리에 차를 대지 않는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은 B씨는 “너무 공간이 작아 오히려 다른 차들이 문을 열지 못할 정도라 그게 더 다른 입주민분들께 피해가 된다”고 대꾸했다.


A씨가 “현재처럼 소형차 자리에 대는 행동이 더 피해다. 주차비는 두 배 내시느냐”는 지적에 B씨는 “소형차를 세워도 옆에 아무 차도 대지 못한다. 이건 팩트”라고 반박했다.

그는 “저 자리는 소형차 자리냐? 중형차 자리냐? 그건 관리사무소서 정해야 할 것 같다. 여기 살면서 저 구역에 3대가 주차돼있는 걸 한번도 본 적이 없다”며 “당연히 3대 주차 못하고, 안에 있는 사람은 절대 나오질 못한다. 앞으로 개인번호로 연락하지 마시고 관리사무소에 말씀 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제가 ‘아파트 살면서 누가 문을 활짝 열고 타고 내리느냐? 다들 어느 정도 내릴 공간되면 배려하면서 사는 게 아니겠느냐’고 했더니 결국 화제를 전환하며 말을 돌렸다”고 허탈해하기도 했다.

그는 “이 글을 읽으신 분들 중엔 제 생각과는 달리 ‘오지랖이다’ ‘다른 자리 있는데 굳이 왜?’ 등 다른 생각을 하고 계신 분들도 있을 것”이라며 “생각보다 둥글둥글한 성격이 아닌 건 알고 있다. 보안관이냐고 묻는 분들도 있던데 아니다. 그냥 입주민”이라고 대꾸했다.

“제가 사는 곳, 제가 일하는 곳 등 알게 모르게 저도 피해를 받는 일에 대해선 그냥 넘어가진 않는다. 해볼 거 해 보고 알아볼 거 알아보고 부딪히는 편”이라는 A씨는 “남에게 피해주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본의 아니게 피해를 줬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정정하는 만큼 피해받기 싫어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입주 초기부터 아파트 단지가 작아 주차 공간 부족으로 인해 민원이 많고 주민들간 상당히 예민하다. 얼마 전엔 1세대 2주차 반대 투표도 한 걸로 봐서 더 그렇다”며 “특히 요즘은 장마철이라 누구나 야외보단 지하주차장을 선호한다. 문콕도 싫다. 그래도 기본적인 매너는 지켜야 서로 얼굴 붉히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마무리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현행 국내 아파트 주차면 규정은 너비는 2.5m, 길이는 5.0m 이상이 돼야 한다(확장형의 경우 2.6m 이상, 5.2m 이상). 단, 2019년 3월 이전의 지하주차장의 경우는 너비 2.3m 이상이다.

하지만 해당 차량의 너비는 1.98m, 길이는 4.93m로 주차 후 하차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반면 A씨가 실험했던 차량의 경우 너비 1.59m, 길이 3.59m로 하차에 크게 지장이 없어 보인다. 결국 해당 구역은 소형차 전용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해당 글은 이튿날(16일) 218명 회원들의 추천을 받아 기어이 ‘커뮤니티 인기글’에 올랐다(오후 4시40분 기준). 보배 회원들은 “경차 전용 표시가 없으므로 아파트 관리소 잘못 아니냐” “포르쉐가 잘못했네”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닌가?” 등 다양한 의견들을 쏟아내고 있다.

한 회원은 “근데 왜 경차 전용 표시가 없는 거냐? 저런 사람들 때문에라도 경차 전용 표시를 해야 한다. 관리사무소에 요청하시라”고 조언했다.

다른 회원은 “관리실 잘못도 있다. 경차 전용 표시만 있었어도 포르쉐가 주차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글쓴이님이 옳은 일 하신 건 맞다”고 응원했다.

A씨는 “2대를 대던 못대던 포르쉐가 다른 곳에 주차하면 되는 거 아닌가? 경차는 알아서 2대 댈 것 같은데…”라는 댓글에 대댓글로 “제 요점이 그거다. 저 구역이 경차 전용이던 일반 전용이던 두 자리를 쓰지 말라는 게 팩트”라며 “저기가 경차 자리 맞느냐. 왜 기분나쁘게 개인번호로 연락하느냐 등 엄청 물타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회원은 “경차가 들어가도 딱 맞게 주차되는 곳인데 포르쉐가 들어가니 다른 차가 주차 못하지. 내려서 봐도 이상함을 못 느끼나? 주차칸이 왜 있는지 생각 안하는 이기적인 사람인 듯”이라며 A씨를 두둔했다.

다른 회원도 “포르쉐 차주, 좁고 넓고를 떠나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다. 어찌 독불장군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시는 거냐? 더불어 어울려 사는 세상,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했다”고 거들었다.

이밖에도 “생긴 것만 봐도 사이즈가 작은데 누군가 지적했으면 그냥 미안하다고 하면 끝날 일을 주저리주저리하고 있다” “차를 모시고 사는 부류들의 공통적인 모습으로 다른 차량이 주차하지 못하도록 의도적으로 저러는 것”이라는 댓글도 달렸다.

앞서 지난 2022년 9월19일에는 차량 규격을 제한해 아파트 주차장의 이용을 제한하는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의 규정 적용은 정당하다는 사법부의 판단이 나왔던 바 있다.

부산지법 제9민사부(재판장 신형철 판사)는 부산 동래구 모 아파트 입주민이 아파트 입대의를 상대로 제기한 주차 등 방해금지 및 손해배상청구소송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너비 2m, 길이 5.92m의 차량 소유자였던 원고는 입대의가 주차 가능 차량 범위를 ‘등록 제원상 너비 2m 이하, 길이 5.3m 이하의 차량’으로 제한하자,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개정 주차 규정의 내용이 강행법규에 위반된다거나 집합건물법의 규정 취지에 반해 구분 소유자의 소유권을 필요로 하고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정도로 사회관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은 것으로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원고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 아파트는 전체 1420세대로 현재 주차공간이 현저히 부족한 상황에서 아파트 입주자 등이 한정된 주차구역을 균등하게 이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주차장 이용을 제한하는 조치가 일정 범위 내에서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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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