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갈등 폭발’ 원효로3가 재개발 빨간불 내막

용산구청이 갈라친 ‘황금땅 오국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낙후된 지역을 개발해 아파트를 올린다. 목표는 같지만 진행 방법은 달랐다. 의견이 갈라졌고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상황을 조율하고 정리해야 할 지자체는 ‘나 몰라라’ 뒷짐만 지고 있다. 그사이 서울에 몇 남지 않은 ‘금싸라기 땅’이 다섯 조각으로 쪼개졌다.

‘부동산 좀 안다’ 하는 사람들에게 서울 용산구 원효로 일대는 ‘알짜배기’ 지역이다. 부동산 가치의 첫 번째 조건인 위치가 좋고 무엇보다 다수의 사람이 꿈꾸는 ‘한강뷰’를 구현할 수 있다. 안 그래도 뜨고 있는 용산 지역의 숨겨진 수혜 지역이라는 말이 과하게 들리지 않을 정도다.

아파트 꿈
동상이몽

최근 원효로3가 지역 재개발 문제를 두고 추진 단체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주민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는 건 일상다반사지만 원효로3가의 경우는 그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갈등이 장기화하면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원효로3가 재개발은 앞으로 들어설 용산국제업무지구 인근에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핵심사업으로 이곳에 들어설 국제업무존에 100층 내외의 랜드마크를 세우겠다는 등의 구상이 나와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가 들어서면 원효로3가 인근의 부동산 가치는 크게 상승할 수밖에 없다. 큰 사업성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원효로3가 재개발 진행 방향을 두고 주민 간의 이견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아파트를 짓자는 궁극적인 목표는 동일하지만 그 방법을 두고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추진 단체의 난립, 혼재된 사업 등 각종 문제로 사업이 표류하는 중이다.

한 부동산 업자는 “많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봤지만 이 정도로 복잡한 곳은 드물다”고 혀를 내둘렀다.

실제 원효로3가 재개발 지역은 13일 기준 총 5개 구역으로 쪼개져 있다. 먼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1구역과 2구역으로 나뉘었다. 1구역은 다시 1-1과 1-2로, 2구역은 2-1, 2-2, 2-3 등으로 나뉘어 재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중 1-2와 2-3구역은 역세권이라는 점을 이용해 ‘노선형 상업지역’ 개발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업성 큰 알짜배기 지역
개발 방식 따라 쪼개졌다

원효로3가 재개발사업에 밝은 한 관계자는 “구역이 합쳐졌다가 나뉘는 일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추진 단체만 늘어났다. 특히 용산구청에서 주민의 요청대로 구역계를 내주는 바람에 사업이 섞였다. 용산구청이 갈등을 만든 셈”이라고 주장했다.

구역계는 사업 추진 범위를 시각화한 경계로 연번에 따라 구분한다. 구역계의 첫 번째 연번자 이름을 따 ○○○ 구역, ○○○ 추진위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최근 선호하는 개발 방식에 따라 구역이 쪼개지고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던 사업에 불씨가 던져졌다. 1-1구역의 추진 단체가 진행한 ‘신속통합기획’을 두고 1-2구역의 추진 단체가 반발하면서 갈등이 표면화했다. 신속통합기획에 대한 주민 간의 찬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신속통합기획은 2021년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도입된 정책이다. 기존 정비사업이 지나친 규제와 절차 지연으로 장기화하는 것을 막아보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서울시가 정비사업 초기 단계부터 주민이나 전문가 등과 소통하며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공공 지원을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 도입으로 절차를 간소화해 5년여 정도 걸리는 정비구역 지정 기간을 절반 정도인 2년6개월가량으로 단축하고자 했다. 재개발사업의 성패가 속도에 달린 만큼 빠른 변화를 원하는 주민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갈등을 최소화하며 행정력 낭비를 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원효로3가 1-1구역 추진 단체는 용산구청에 신속통합기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속통합기획은 구청이 추진 단체의 신청 내용을 확인하고 서울시에 심사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서울시는 구청의 입안 요청이 올라오면 후보지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선정 여부를 결정한다.

두 달에 한 번, 짝수 달에 후보지 선정위원회가 열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간 단축
정책 도입

후보지 선정위원회에서 후보지로 선정되면 그다음부터는 기존의 정비사업 절차대로 사업이 진행된다. 후보지 선정까지의 과정이 대폭 줄어드는 것이다. 서울시는 ▲법·조례상 주택정비형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 요건에 맞고 ▲토지등소유자 30% 이상 동의로 구역 지정을 희망하는 지역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신속통합기획 후보지 선정을 요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단 ▲공공재개발, 모아타운,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등 타 사업 공모 등에 신청했거나 후보지로 선정된 구역 ▲토지등소유자 25% 이상이 반대하는 구역 ▲전용주거지역 ▲지분쪼개기, 부동산 이상 거래 등 투기 발생 구역 등은 신청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찬반 갈등 우려 구역 ▲여러 사업이 혼재된 구역 ▲현금청산 대상 세대수가 많은 구역 ▲투기 발생 우려·의심 구역 ▲노후 건축물 소유 주민 동의가 현저히 낮은 구역 ▲지난 공모 등에서 미선정 사유가 해소되지 않은 구역 ▲구청장이 재개발 추진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구역 등은 제외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원효로3가 1-1, 1-2구역 추진 단체 사이의 갈등이 촉발된 지점도 바로 여기다. 원효로3가 재개발 사업에 관여 중인 한 관계자는 “엄연히 추진 단체가 나뉘어 있는데 1-1구역 측에서 1-2구역까지 묶어서 1구역을 통으로 신속통합기획을 신청했다”며 “이미 과거에 신속통합기획을 추진했다가 미선정된 일이 있었는데 용산구청이 이번에도 받아줬다”고 지적했다.

원효로3가 1구역 상황이 서울시에서 밝힌 신속통합기획 제외 대상, 제외 가능 대상에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이전에 진행된 서울시의 후보지 선정 결과에서 지적된 부분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과거에도
안 됐는데…

이 관계자는 “(용산)구청은 당시 후보지 미선정 사유를 파악하고 있고 현재까지 그 부분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또다시 서울시에 입안을 요청했다. 용산구청에서 (1-1구역 추진 단체를) 밀어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반대 주민 사이에 파다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요시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서울시는 원효로3가 1구역에서 2021년에 추진한 신속통합기획 후보지 미선정 사유에 대해 “건축허가를 받고 공모 공고일 이전 등기가 되지 않은 현금청산 대상 세대수가 다수 확인돼 재개발 반대 등으로 사업 추진이 장기화될 것이 우려되는 등 사업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므로 사업 추진 및 개발 방식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금 청산 대상자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조합원 분양권 대신 감정평가를 통해 돈으로 보상받는 사람을 말한다. 분양권을 신청하지 않거나 철회한 경우, 재건축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등이 있다. 서울시의 답변은 아파트 분양권 대신 현금을 받고 조합에서 빠져나가는 주민 수가 많아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낸 것이다.

신속통합기획 추진을 반대하는 주민 수가 상당하다는 점도 언급됐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구청의 입안 요청으로 시에서 심사를 진행해 후보지로 선정되더라도 주민 반대율이 30%가 넘으면 취소된다. 반대율이 30%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 수치가 높으면 선정 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신속통합기획을 추진하는 지역의 토지등소유자 가운데 16% 정도가 반대 의사를 밝혔다. 실제 용산구청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신속통합기획을 반대하는 주민이 적지 않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서울시에서 밝힌 제외 가능 대상 항목의 ‘찬반 갈등 우려 지역’으로 비쳐질 수 있는 대목이다.

신속통합기획 추진 두고 폭발
오는 4월 서울시 심사에 달려

해당 구역의 한 관계자는 “만에 하나 후보지로 결정돼 정비사업이 추진된다고 해도 조합 설립 등 절차마다 갈등이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업 초기 단계부터 용산구청에서 교통정리를 제대로 해야 했는데 구역계를 남발하는 등 문제를 만들었다”며 “현재 재개발사업에서 제기된 대부분 문제는 용산구청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산구청 재정비사업과 신속통합개발팀 관계자는 “원효로3가 재개발 구역의 한 추진 단체가 신속통합기획을 추진하겠다고 신청했는데 주민 간 갈등이 첨예한 상황이다. 그래서 지난 1월30일에 ‘신속 추진 자문단’이라는 내부 기구를 통해 전문가의 견해를 들었다. 당시 그 자리에서 용산구청은 추천권자고 서울시는 결정권자이기 때문에 결정권자의 판단으로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게 타당하다는 방향으로 결정돼 2월 초에 (시에)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전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문제로 지적된 부분이 어느 정도 개선됐다”면서도 “주민 반대 비율이 적진 않다”고 말했다. 현금 청산 대상자 비율 등이 과거와 비교해 좀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용산구청에서 입안 요청 기간이 지난 후에 자료를 제출해 2월에는 후보지 선정위원회가 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용산구청이 행정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지금 같은 주민 갈등이 불거졌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전에는 관 주도로 구역을 정하고 정비사업을 진행했는데 신속통합기획 같은 제도는 주민 주도로 진행된다. (제도의) 취지는 좋은데 주민들의 생각이 일치되기 어렵고, 주민이 진행하는 부분에 대해 구청이 통제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어떤 식으로든 사업이 진행되다 보면 (갈등이) 진화되긴 하는데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지난하다”고 덧붙였다.

결론 나도
난항 계속

서울시 주택실 건축기획관 주거정비과 관계자는 “4월에 후보지 선정위원회가 예정돼있다”며 “용산구청의 입안 요청이 들어온 뒤 해당 구역에서 민원 사항이 다수 발생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며 “주민 반대율 등 항목에 따라 다각도로 사업을 검토한다. 결과는 심사 당일에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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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