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정국진 새미래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

“서울·경기 통합해야” 주장, 왜?

[일요시사] 김명삼 대기자 = 지난 계엄·탄핵 정국과 맞물려 벌어진 개혁신당 내홍 사태에서 대중의 이목을 끈 인물이 있다. 당 주류 이준석계에 맞서 수적으로 열세인 허은아계의 입장을 조목조목 대변해 온 정국진 당시 선임대변인이었다. 이준석계에 의해 개혁신당에서 제명된 이후 ‘반 이재명’을 기치로 내걸고 새미래민주당에 입당했던 그가 6·3 지방선거 예비후보로 돌아왔다. 그것도 대통령선거 다음으로 큰 선거, 경기도지사 선거다.

정국진 예비후보는 지난 3일,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에 제9차 전국동시지방선거 ‘1호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출마 의사를 공개하면서 ‘변혁 도지사’가 되겠다고 천명해 온 바 있다. 변혁의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경기-서울 통합, 기초·광역의회 통합 등 전국민적인 관심을 모을 법한 굵직한 어젠다를 내걸었다.

<일요시사>와 만난 정 예비후보는 국민의힘에 만연한 지방선거 패배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면서, 야권 단일후보가 돼 당선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만 39세의 젊은 나이와 소수 정당 소속을 전전한 이력은 단점이 아니라 오히려 변혁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라고도 덧붙였다.

다음은 정 예비후보와의 일문일답.

-당랑거철(螳螂拒轍)이 아니냐는 비아냥도 있지 않은가?

▲소년이 무너지는 제방을 맨손으로 막지 않았다면 마을은 파괴됐을 것이다. 정치는 희생이자 헌신이다. 장판파에 선 장비나, 주군의 아이를 품에 안고 돌파한 조자룡이 적의 위세에 눌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젊은 나이에다, 소수정당 소속이라는 핸디캡이 있는데….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이 뒷사람의 이정표가 된다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이 프랑스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때의 나이가 딱 나와 같다. 지금 나처럼 원외정당 소속이기도 했다. 올해 새 뉴욕시장이 된 34세 조란 맘다니를 보라. 해외에는 비슷한 사례가 부지기수다. 국내에서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일이라 고되지만 큰 보람으로 돌아올 것을 기대한다.

-그래도 현실의 벽은 높다. 복안이 있는가?

▲인지도가 부족한 내가 기댈 곳은 유권자께서 진정성을 알아봐 주시는 것뿐이다. 구태 정치가 회피하고 방치한 과제들의 해결사가 되겠다. 경기-서울 통합, 기초·광역의회 통합, 수원·성남비행장 이전 등의 공약은 내가 거대정당의 기성 정치인이었다면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세가 강한 경기도에서 야당 후보로 당선되는 것은 물론, 그 전에 야권 단일후보가 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 않을까?

▲국민의힘은 경기지사 선거를 사실상 포기한 것 같다. 질까 봐 지레 겁먹고 아무도 나서는 이들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경기도에서 비호감도가 높은 국민의힘 간판으로는 누가 나와도 필패다. 반면 새미래민주당의 젊은 후보인 나라면 경기지사 선거에 의외성을 부여하고 역동성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골리앗을 쓰러뜨린 건 목동 다윗의 물맷돌이었다.

-경기·서울 통합 공약은 어떤 배경에서 나오게 됐는가?

▲최근 경기 2개 시, 서울 1개 구에 걸쳐 있는 ‘한 지붕 세 가족’ 구조의 위례신도시를 방문했다. 좁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생활 인프라와 행정 서비스가 단절된다. 이러니 버스나 택시 타기도 불편하고, 바로 집 앞에 학교가 있어도 행정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멀리 떨어진 학교로 가야 한다.

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관할이 어디냐에 따라 각종 행정이 책임을 미루는 ‘핑퐁 행정’도 호소하더라. 주민들은 단일 행정구역으로 만들어 달라는데, 비단 위례신도시만의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경기도 도시들은 연담화돼있어서 행정구역과 생활권의 불일치를 보이는 지역이 많기 때문이다. 이를 타파해야 한다.

- 경기·서울 통합의 또 다른 필요성과 그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경기·서울은 물론 인천까지도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아가 강원 철원군과 충남 천안·아산시까지도 포함돼야 한다고 본다. 국토부 용역으로 중앙대 연구팀이 재작년 낸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메가시티의 범위가 여기까지 닿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 인지도와 호감도를 쌓은 도시 브랜드인 ‘서울’을 공유하게 되면 경기도 각 시군별 경쟁력도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서게 될 것이다. 지난달 다녀온 해외 견학 출장을 통해 이런 구상을 더욱 정교하고 견고하게 다졌다.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 해외 견학을 가기로 결심한 이유는?

▲사무실에 앉아 지도와 각종 자료를 보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선거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열이틀 일정으로 해외 4개국 5개 메가시티를 자비로 다녀왔다. 일반적인 관광지 대신 ‘해외의 경기도’에 해당하는 지역을 중점적으로 둘러봤다. 이 구상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서이기도 했는데 대만족이었다. 종일 걸어다니느라 온 발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몸무게가 빠지는 강행군을 한 보람이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어떤 것을 들 수 있나?

▲파리 사클레 대학교(Universite Paris-Saclay)는 우리로 치면 서울 밖 경기도 시흥, 안산 또는 안양시 정도에 위치해 있는데 특히 과학·공학 분야에서 유럽 너머 세계적 명성을 떨치고 있다. 작년 노벨물리학상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이곳 출신이기도 하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프랑스판 실리콘밸리를 목표로 교육·연구·산업시설을 빠르게 집적시켜나가고 있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인하공전, 한양대 안산ERICA캠퍼스가 한곳에 모여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 대학교에 현재 소속된 행정구역인 ‘에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면 ‘파리’라는 이름이 붙은 지금의 위상을 가질 수 있었겠나.

-국내 일부 혁신도시의 실패 사례를 보면 단순히 기능 집적만으로는 부족하다. 적절한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무의미하지 않은가?

▲허허벌판을 따라 파리지하철 18호선이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활발히 건설 중에 있었다. 대략 안양에서 부천을 부드러운 곡선으로 잇는 느낌의 전철이다. 우리 교통망을 생각해 보면, 경기도의 각 시군이 서울로 빨려들어가는 식이라 서울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파리 메가시티(일드프랑스)는 파리 중심부로의 교통만큼이나 파리 근교 경기도에 해당하는 지역들끼리의 순환선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현재 건설 중인 15~18호선은 바로 이런 ‘그랑 파리 익스프레스(Grand Paris Express)’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를 통해 파리의 경기도에 해당하는 지역들도 ‘파리’라는 브랜드하에서 지역별 개성을 살려 세계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끔 만들어가는 것이다.

구태 정치 과제들 해결사 자처
“현실 벽 높아도 통합 서둘러야”

이상의 파리 메가시티 전략을 세우는 곳이 APUR(Atelier Parisien d’Urbanisme: 파리도시계획연구소)다. 경기연구원, 서울연구원과 인천연구원 셋을 합친 격의 연구기관이다.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실행하는 곳은, 파리를 포함한 131개 지자체를 묶는 협력 틀로서 공공재단 성격을 가진 ‘메트로폴 뒤 그랑파리(Metropole du Grand Paris)’다. 파리를 찾았으니 에펠탑이나 개선문을 갈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그 대신 이 두 곳 청사를 가봤다. 도지사가 돼 다시 돌아오겠다 다짐하며 말이다.

-하지만 경기·서울 통합 시 수도권만 지나치게 비대해지지 않겠는가?

▲수도권 인프라 중 상당수는 비수도권이 없으면 누릴 수 없다. 전력 생산과 송전망이 대표적이다. 다만 수도권이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수록 지방에 흘러드는 낙수효과의 폭도 커진다. 이 낙수효과를 좀 더 체감할 수 있게 만들 필요가 있다. 무릇 경기지사쯤 되면 경기 도민뿐 아니라, 국가적인 과제에도 책임있게 임해야만 한다. 이와 관련해 합리적인 방안을 적절한 때 공개할 것이다.

-기초·광역의회 통합을 통해 연간 1조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하고 이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투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로 인해 지방분권 및 자치 역량이 줄어든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현재 지방의회가 국민에게 기억되는 방식은 외유성 해외 출장이나 성추문 등이다. 지방의원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왜 그럴까. 기초지자체는 너무 작고 광역지자체는 너무 넓다. 이들의 업무가 중복돼 있고 불필요한 행정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도 문제다.

지방정치가 효능감을 주지 못하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지방의회 무용론’이 저변에 넓게 깔려 있다. 김경 전 서울시의원과 강선우·김병기 두 국회의원 사태를 보라. 지방의회가 국회의원에 종속돼 시녀화된 구조를 깨야 한다. 나는 기초·광역의회 통합을 통해 도리어 지방의회의 힘을 강하게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대만처럼 통·반장과 이장의 역할을 내실화하는 작업도 뒤따라야 한다.

-현재 한국 사회를 어떻게 진단하는가?

▲조국, 김민석 같은 운동권 세대가 장기간 집권하면서 한국 사회 전반적으로 기득권과 부조리가 누적돼있다. 이로 인해 미래 세대는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이전 세대보다 삶의 질이 나빠진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애, 결혼 및 출산을 회피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나라 전체가 스스로 소멸을 선택하고 있다.

4050세대(X세대, M세대)는 민주당, 6070세대는 국힘이 이를 해소해주기를 기대하지만 넌센스다. 거대 양당은 기득권과 부조리를 만들고 이를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102030세대(제트세대, 알파세대)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속에 갈 데를 몰라 방황한다.

변혁의 시기였던 대한민국 고도 성장기에서 배워야 한다. 그때만 해도 30대의 나이로 경기도지사 직을 수행한 분들도 있었다.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그들이었기에 그 시기의 대한민국이 고도성장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나는 국제적으로 발생하는 ‘제트 혁명’을 한국에서 추동하고 싶다.

-정 예비후보는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했지만 조국 사태 이후 한결같이 제3지대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제3지대는 부침도 심하고 당장의 성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길을 걷는 이유가 무엇인가?

▲나의 30대는 무한도전의 연속이었다. 그 30대가 저물고 선거 중에 40대로 접어들게 된다. 그런만큼 이번 도지사 선거는 마지막 도전이라 생각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모든 것을 바치려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에게 이런 도전이 가능함은 물론, 끝내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낼 것이다. 변혁 친화적인 경기도민의 힘을 빌려서 말이다.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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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