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왔어요” 모친 장례식장 찾은 기사 ‘울컥’ 감동 사연

지난 26일, 조문·조의금까지
“얼굴 뵙는 게 도리라 생각”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최근 모친의 장례식장에 문상을 왔다는 한 누리꾼의 택배기사 사연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불혹(40)을 넘겼다는 A씨는 지난 26일,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이분 꼭!! 회사에서 크게 칭찬받게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이런 글을 어디에 올려야 하는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데 처음 글을 남겨본다. 너무너무 감사하고 감동적인 일이 있어 이분이 많은 칭찬과 회사에서 좋은 일도 있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최근 갑작스레 모친을 떠나보내야 했고 장례를 치르는 중이었으며 지난 27일이 발인날이었다. 발인 전날이었던 26일 오전 8시 무렵, 한 COOOOO택배기사가 우물쭈물하며 빈소를 찾아왔다. 처음에는 장례식장 물품을 배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혹시 OO씨 빈소가 맞느냐?’는 물음과 함께 택배기사 손에는 물건이 하나 들려 있었다.

해당 물건은 A씨 모친이 주문했었던 상품이었다. 그런데, 택배기사는 어떻게 모친의 부고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까지 찾아왔을까?

A씨는 “어머님 휴대폰에 택배기사님 연락처가 저장돼있었는지 부고 문자메시지가 갔던 것 같다. 그래서 주소지로 배송하지 않으시고 상품을 빈소로 가지고 오셨다”고 설명했다.

당시 택배기사는 “평상시에 어머니께서 음료수도 잘 챙겨주시며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했는데, 얼굴 뵙는 게 도리인 듯해서 왔다”며 “아침 일찍 발인인데 오늘도 늦으면 실례일 것 같아 최대한 서둘러 오느라 업무복 차림으로 와서 죄송하다”고 A씨에게 상품을 건넸다.


A씨는 “저희 형제들 다 울컥했다. 물건만 주고 가셔도 너무 감사한 일인데 절도 올리시고 조의금까지 하시고 ‘감사했다’며 90도 인사하시면서 가시는데 ‘어떻게 저런 분이 계시냐’며 계속 이야기하며 계속 울었다”고 감사해했다.

이어 “그냥 봐도 인상이 선한 분인데 정말 좋은 일 있으셨으면 좋겠다. 이 글이 유명해져서 회사 관계자분도 아셨으면 한다”며 지점명까지 공개했다. A씨에 따르면 해당 택배지점은 대구 남구 대명동 소재다.

아울러 “기사님, 감사하다. 기사님을 뵈면서 저를 돌아보게 됐다. 미리 인사드린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마무리했다.

해당 글은 11만명이 넘는 회원들이 조회했고 3026명이 추천했으며 200개가 넘는 댓글들이 달렸다(28일 오전 9시40분 기준).

회원들은 “어머님의 따뜻하셨던 마음이 느껴진다” “대구도 알고 보면 따뜻한 도시라고 한다. 어머님 끝까지 잘 모시고 힘내시라” “너무도 아름다운 글이다” “이웃에 따뜻한 어머님이신 것 같다. 택배기사님도 그 따뜻함에 보답하려고 오신 게 참 감사하다. 글이 너무 훈훈해서 눈물이 울컥했다” “천국이 있다면 거기서 택배받아보시며 정말 감사해하실 것 같다” 등의 댓글로 A씨 모친을 추모했다.

또 “추천을 안 누를 수가 없었다” “이런 마음을 가진 분들이 계셔서 그래도 세상은 돌아가는 것 같다” “어머님의 인품도 글 속에서 느껴진다. 좋은 사람 곁엔 좋은 분만 계시더라. 저도 어머님처럼 좋은 사람이 돼야겠다” “훌륭하신 분 곁에는 훌륭한 사람들만 있는 법이다. 글을 읽는데도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세상에 글 작성자 어머니와 기사님 같은 분들이 많이 계셨으면 좋겠다” 등 감동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반면 “주작 냄새(가 난다)”는 의혹 댓글도 눈에 띈다. 해당 댓글엔 “주작이라고 하더라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글은 소설이라도 환영한다”는 대댓글이 달렸다.


28일,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A씨는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 기도하면서 조심스럽기도 하다”며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해당 택배기사는 김모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haewoong@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9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