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만원 ‘속초 썩은 대게’ 논란에 업주, 이틀 만에 사과문

지난 12월31일, 횟집 피해 호소글
3일, 보배드림에 “덜 익어 흑변현상”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정말 죄송하다. 상황의 경중을 떠나 가게의 명백한 잘못이고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

‘썩은 대게’ 논란의 중심에 섰던 강원도 속초의 한 횟집 업주가 3일, “연말 대게값 폭등에 따른 대게와 회만 제공하기엔 서비스 질 저하를 대비해 메뉴가 변경돼 제공이 됐고, 가게 내부적으로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고객님께 2마리가 제공되지 못했다”며 이같이 사과했다.

이날,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 자유게시판에는 해당 횟집 업주로 추정되는 A씨가 ‘속초 대게 가게 사과문’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게재했다.

그는 “재차 주문이 새로 들어가다 보니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고 고객님께 조금이라도 빨리 갖다드리고자 했던 게 대게가 까맣게 되는 흑변현상이 일어나게 됐다”며 “대게 피 성분인 헤모시아닌이 산소와 결합하면서 검게 변하는데, 덜 익은 게가 상온의 산소와 만나서 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손님의 대게를 꺼내는 과정서 찜통 뚜껑을 자주 열게 됐고 ‘빨리 올려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다 보니 평소 조리시간보다 빨리 올려 큰 실망감을 안겼다”면서도 “흑변은 수족관의 살아있는 대게도 일부분 나타나며, 고객님께 올라간 대게는 절대로 상한 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일을 계기로 메뉴 재정비와 대게 찌는 시간을 정확히 지키고, 전면적인 매뉴얼 수정을 통해 흑변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무엇보다 철저한 위생관리를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부모님과의 좋은 추억 남기려던 속초 여행이었는데, 저희 가게 때문에 마음 상하신 점 진심으로 사과드리겠다”며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 올린다. 매장으로 전화주시면 거듭 정중하게 사과드리고 대게를 택배로 보내드리겠다”고 마무리했다.

A씨의 보배 가입일은 지난 2일로, 작성글은 이날 사과문이 유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사과문의 해명대로라면 손님을 더 많이 받기 위해 메뉴를 변경했고 이로 인해 내부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으며, 평소보다 찜통 뚜껑도 더 자주 열어 대게가 덜 익었다는 것으로 읽힌다. 바꿔 말하자면, 제대로 손님받을 준비되지 않은 상황서 연말 특수로 이익을 극대화하려다가 오히려 손해만 떠안은 형국이다.

앞서 보배 회원 B씨는 지난해 12월31일, 새해 해돋이를 보기 위해 부모와 함께 강원도 속초의 한 횟집서 곰팡이가 피어있는 대게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B씨는 이날 보배 자유게시판에 ‘노량진 대게 사건을 속초서 당했네요’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오랜만에 대게를 먹으러 대포항에 갔는데 1층서 호객행위 하는 분의 안내로 음식점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B씨 주장에 따르면 A·B코스 메뉴 중 B코스는 대게 2마리의 구성이었고, 실제 메뉴판엔 대게 1마리, 홍게 2마리로 표기돼있어 ‘대게 2마리가 맞느냐’고 재차 물었다. 이후 ‘맞다’고 했던 음식점에선 대게 1마리와 홍게 2마리가 나왔다.

B씨가 첨부한 음식점 메뉴판에 적혀 있는 B코스 추천 세트에는 대게 1마리+홍게 2마리+자연산 회+속초 물회+해산물 세트+조개찜+홍게라면+게장밥으로 구성돼있으며 가격은 25만원으로 표기돼있다.


“좀 전의 대답과는 다른 메뉴가 나왔다”는 B씨의 지적에 음식점 측은 ‘확인해보고 대게 2마리로 바꿔드릴 테니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다.

한 30분쯤이 지나는데도 대게가 나오지 않자 B씨는 ‘왜 음식이 나오지 않느냐’고 항의했고 10분 후 곰팡이가 핀 썩은 대게 2마리를 건네 받았다.

그는 “윗부분은 멀쩡해서 1/3 정도 먹은 후 뒷면을 보니 곰팡이가 잔뜩 피어있었다. 너무 불쾌하고 화가 났지만 오랜만에 부모님과 함께 온 연말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아 결제하고 나왔다”며 “다시는 속초에 오지 못할 것 같다. 너무도 불쾌한 경험이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노량진 썩은 대게 사건이 있었는데도 이렇게 장사하는 곳이 계속 있다는 게 답답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B씨는 포털사이트에 소개된 해당 B세트 메뉴 내용과 가격, 당시에 받았던 검은 색이 들어가 있는 대게 다리 사진을 함께 첨부했다.

해당 글에 회원들은 “이 사건도 공론화돼서 25만원에 썩은 대게 판매한 횟집은 망했으면 좋겠다” “노량진이나 속초나, 소래포구나 자갈치시장이나 도긴개긴인데 항상 당하고 나서야 아차 싶다” “썩은 음식을 판매했는데 그냥 넘어가느냐?” “이래서 무슨 행사하는 날에 관광지 가면 안 된다. 숙박, 음식 모두 뒤통수 치니 기분만 잡치는 게 현실이다” “속초 가서 대포항 가는 거 아닙니다” 등 비토 목소리를 냈다.

속초에 거주 중이라는 다른 회원은 “X팔린다. 곰팡이보단 게가 죽으면 검게 변하는데 수족관의 살아있는 것으로 찌면 절대 그런 일 없다”며 “게가 죽으면 금방 검어진다. 어떤 집은 포항게라고 속여서 파는 음식점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게의 검은 부위에 대해 곰팡이는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회원 ‘꼼장어OO’은 “검게 변하는 현상이 곰팡이는 아니고 냄새로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살아있는 게를 쪄도 검게 변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다른 회원도 “맞다. 장 색깔이 멀쩡한 걸 보니 문제없다. 보통 썩어서 검게 변할 경우 내장부터 맛이 간다”고 힘을 실었다.

현재 대게 유통을 하고 있다는 한 회원도 “사진 속의 대게는 덜 쪄져서 그런 게 확실하다. 썩은 건 아닌 것 같다”며 “이쪽 업계 종사하시는 분들은 덜쪄져서 그런 거지, 썩은 대게를 판 게 아니라는 것을 다들 아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가세했다.

속초 인근에 거주한다는 한 회원은 “원래 관광지 주변의 음식, 숙박업소들은 뜨내기 장사를 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특별한 날 찾는 손님들을 정성과 진정으로 받아야 한다. 좋은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를 받은 손님들이 더 많은 손님을 끌어 오는 건 기정사실”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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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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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