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투 안줬다고 폭행당했다” 지방 마트 업주의 하소연

주취 손님에 치아 5개 손상·코뼈 부상
관할지역 경찰서 ‘훈방 조치’ 논란도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이번 일이 커져서(공론화) 앞으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법이라는 게 사람이 지키고 살아야 할 최소한의 양심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 때문에 피해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세상인 것 같습니다.”

지방서 마트를 운영 중이라는 한 업주가 ‘공짜 봉투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치아 5개에 금이 가고 코뼈가 부러지는 폭행을 당했다는 사연이 누리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28일, 자신을 마트 업주라고 밝힌 A씨는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봉투 공짜로 주지 않는다고 폭행당했다’는 제목으로 글을 게재했다.

그는 “지난 26일 오후 9시쯤, 카운터서 큰 소리가 들려서 가보니 ‘공짜로 봉투를 달라’는 문제로 언쟁이 있었다”며 “아시다시피 마트서 종량제 봉투만 쓸 수 있게 바뀐 지 몇 년 되서 일반 봉투는 사용할 수가 없다”고 운을 뗐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일반 흰색 봉투를 사용할 경우 200~3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게 돼 이날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손님들은 A씨의 설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욕설을 했다. A씨가 같이 욕을 하자, 이들은 툭툭 밀치면서 폭행을 시작했다. 결국 A씨는 치아 1개가 빠지고 4개가 깨지는 중상을 당해 인근 응급실로 실려 갔다.

A씨는 “당시 손님들은 술에 취한 상태였으며 저를 폭행한 사람이 ‘널 죽이고 징역가겠다’며 본인에겐 이런 일이 그저 흔한 일인 듯 웃으면서 여유롭게 경찰을 부르라고 했다”며 “경찰들이 현장에 도착했는데도 주변 사람들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폭행당한 A씨는 “CCTV 동영상은 가해자 얼굴이 나와서 올려야 될지 모르겠다. 치아 5개가 깨지거나 금이 가고 코뼈가 3조각이나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으며 아침마다 병원을 가고 있다”며 증거 사진 2장도 함께 첨부했다.

사진 속에는 피가 묻어 있는 오른손과 A씨의 부러진 것으로 추정되는 치아가 봉투 안에 담겨있다.

그는 “가해자가 다시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일을 하고 있는데 주인이라 맡길 사람도 없다”며 “응급실 갔다가 돌아와 발주 넣는데 비참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군대도 몸 때문에 면제라 스무살 때부터 10년 가까이 하면서 버텨왔는데 정말 큰 회의감이 온다”며 “남들 쉴 때도 일하고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데 지금 너무 괴롭다”고 호소했다.

A씨가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폭행 가해자를 훈방 조치했다는 점이다. 그는 “사건은 접수됐고 (경찰이)훈방 조치했다고 해서 훈방이라고 기재했는데 우선 귀가 조치인지 모르겠으나 들은 그대로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 이틀째라서 그런지 경찰서에선 연락이 없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조사받는 거 말곤 뭐가 없을까 싶어 글을 올린다”며 자문을 구했다.

회원들은 “저 정도면 살인미수 아니냐?” “90년도에도 치아 부러지고 날라가면 부르는 게 값이고 구속 수사 대상일 텐데 경찰이 훈방 조치한다는 게 이상하다” “항상 가해자가 벌을 제대로 받지 않으니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 같다” “저렇게 때려도 훈방이라니…” 등 A씨를 옹호하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A씨 지인이라고 밝힌 한 회원은 “10년 동안 마트하면서 저 친구가 이렇게 됐다는 소식에 정말 가슴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요즘 세상이 어떤 시대냐? 주먹질 함부로 했다간 큰일 나는 세상인데 봉투 안 준다고 사정없이 사람 얼굴을 가격하느냐”며 “얼마나 못 배웠으면 저렇게 사람을 폭행하느냐? 원래 해당 동네가 술 취한 아저씨, 아줌마들이 많은 곳”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회원은 “지난 2009년, 경남 함안 군북서 촌동네서 지역주민이라고 훈방하는 경우는 저도 겪어봤다. 알고 보니 수배범이었다”고 털어놨다.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 회원은 “아무리 그래도 욕했다고 욕한 거라면 CCTV를 공개해보라. 욕하는 주취자와 같이 쌍욕했다면 일만 커진다”며 “서로 무슨 욕을 했는지 알 수 없기에 일단 중립”이라고 말했다.

반면 “봉투 하나로 한몫 잡아보겠다고 글을 올린 건가?”라며 색안경을 낀 듯한 댓글도 눈에 띈다.

현행 경찰청 훈령 ‘범죄수사규칙 제45조(경찰 훈방)’에 따르면 ▲경찰관은 죄질이 매우 경미하고 피해회복 및 피해자의 처벌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제1항의 훈방을 위해 필요한 경우 경찰청장이 정하는 위원회의 조정·심의·의결을 거침 ▲경찰관은 훈방 시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야 하며 반드시 그 이유와 근거를 기록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길거리서 시비가 붙어 1:1로 다툼이 발생해 서로 몸을 밀어내는 이상의 신체접촉이 없어 서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할 경우는 폭행죄에 해당된다. 하지만 폭행죄는 피해자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기 때문에 경찰이 더 이상 수사할 수가 없으므로 훈방 조치가 가능하다.

재경 소재의 경찰 출신의 행정사는 “이번 사건은 경미한 사건이 아니므로 출동 경찰관들은 관련자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형사입건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면서 “1대 1 단순 폭행사건이 아닌 만큼 지구대에 연락해 관련자 전원을 지구대로 데려갔어야 했다”고 제언했다.

이어 “지역경찰 입장에선 FM대로 관련자들을 임의동행 요구 또는 현행범으로 체포해 지구대로 연행했다면 최상의 조치가 됐을 것”이라면서도 “지구대서 피해자와 가해자에게 사건 진술을 청취하고, 주취자는 지인을 수소문해 보호자에게 연락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A씨는 지난 2021년 10월14일에도 보배 자유게시판을 통해 “가게 앞 사유지에 자꾸 주차하는 킥보드로 골치를 썩고 있다”면서 자문을 구했던 바 있다.

그는 “요 몇 달간 킥보드 때문에 화나는 일이 너무 많다. 매번 하나하나씩 치우는 것도 이젠 못 참겠다”며 “킥보드 업체를 상대로 영업방해로 고소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날 <일요시사>는 A씨에게 사실관계 확인 및 자료 요청을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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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