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운전 3연타’ 김재범 체육회 위원장 자격 논란

과거 딛고 중책 맡은 유도왕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2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한국 유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김재범 한국마사회 감독이 대한체육회 경기력향상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그의 선수 시절, 세 번의 음주 운전을 두고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제42대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취임한 지 세 달이 지났다. 유 회장은 42대 집행부 구성에 이어 산하 위원회 구성까지도 발 빠르게 진행 중이다. 하지만 경기력향상위원장으로 임명된 유도 금메달리스트의 과거 음주 운전이 다시 불거지며 자격 논란에 휩싸였다.

세 번의 사건

대한체육회(회장 유승민)가 지난 4월 K-스포츠 전성시대를 이끌어갈 핵심 인물로 유도 영웅 김재범 한국마사회 유도단 감독을 경기력향상위원장에 임명했다. 경기력향상위원회는 선수들의 실질적인 훈련 환경, 지원 제도, 데이터 기반 분석 등을 관장하는 핵심 조직이다.

김재범 위원장이 이끄는 이 위원회는 앞으로 스포츠 과학 융합, 국가대표 선발 프로세스 개선, 심리·영양·재활 등 전문 지원 체계 강화 등의 업무를 주도할 예정이다.

이는 유 회장의 ‘선수 중심 체육’ 철학과 맞닿아 있으며, 한국 스포츠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징적인 행보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 유도의 전설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서 남자 81kg급 금메달을 획득하며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고 아시아선수권,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올림픽을 모두 석권한 최연소 ‘유도 그랜드슬래머’이기도 하다.

그의 커리어는 단지 성적에만 머물지 않았다. 특유의 성실함과 투혼, 부상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끈기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어왔다. 은퇴 이후에도 한국마사회 유도단 감독으로 활약하며 후진 양성과 유도 저변 확대에 힘써왔다.

이번 위원장 선임은 체육계 안팎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선임 소감서 “지도자로서, 선수였던 사람으로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자리에 서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대한민국 선수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스포츠를 통해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길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현장 밀착형 피드백 시스템, 비인기 종목의 성장 기반 마련, 국가대표의 훈련 지원 체계 확립 등을 중점 추진 과제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체육회 경기력향상위원장 임명
무면허 상태 음주 운전 등 3회 적발

체육계서도 김 위원장 임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체육계 한 관계자는 “김재범 위원장과 같은 인물의 합류는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정책의 무게감도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반면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을 꼬집으며 자격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09년 1월4일 오전 11시께 술을 마신 채 자신의 벤츠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사거리 인근서 불법 유턴을 하다 마주 오던 스타렉스 승합차의 뒷부분을 들이받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이날 혈중알코올농도 0.095% 상태서 차를 몰다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 위원장은 지난 2007년 음주 운전을 하다 적발돼 면허가 정지됐으며, 지난 2008년에 또다시 음주 운전으로 적발돼 면허가 박탈된 상태였다. 무면허 상태서 또 음주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것이다.

불구속된 지 일주일 여가 지난 후 MBC서 방송한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이하 스친소)> 신년 특집에 <스타의 가족을 소개합니다>에 출연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김 위원장에 유도 기본기를 선보이는가 하면, 손바닥 댄스 등 의외의 순진하고 귀여운 끼를 뽐내며 수줍은 면모를 드러냈다.

또 슈퍼주니어 이특의 친누나 박인영씨와 커플을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방송 시작 직후 네티즌들은 무면허 음주 운전으로 불구속 입건됐던 김재범의 출연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이날 방송분에서는 김재범이 등장하자 ‘이날 녹화는 지난해 12월 진행됐다’는 자막이 떠 논란을 사전 예방하려 했으나 역시 논란은 이어졌다.

많은 네티즌들은 “음주 운전으로 입건된 김 선수가 방송에 버젓이 출연하다니 어이없다” “올림픽 은메달리스트라곤 하지만 구설수에 오른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같은 의견이 이어지자 스친소 제작진은 프로그램 공식 홈페이지에 “2009년 1월 17일 방송된 <스타의 가족을 소개합니다> 편은 2008년 12월 녹화된 방송분으로 MBC 파업으로 인해, 방송이 지연돼 나간 것입니다. 이에 시청자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감사드립니다”는 글을 게재했다.

이번 위원장 임명때도 관련 비판이 나왔다.

‘여론 뭇매’ 박정태 사례 보니…
대한체육회 “결격사유 아니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박정태 전 해설위원이 프로야구 구단 SSG의 2군 퓨처스 감독으로 선임될 당시 음주 운전 이력이 있어 비판받다가 감독직을 사퇴한 바 있다”며 “과거 전력이 있는 사람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공적인 자리에 전력이 있는 사람을 임명한 것을 믿을 수 없다. 안 그래도 체육계서 여러 사건이 발생하는 상황에 이들에게 다시 체육계서 일할 수 있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SSG 구단은 지난해 12월 박정태 전 해설위원을 퓨처스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구단의 공식 발표 후 SSG 팬들은 물론 야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가장 큰 문제는 박정태의 과거 세 차례 음주 운전 이력이었다. 박정태는 2019년 1월 음주 상태로 시내버스 기사의 운전을 방해하고 폭행한 혐의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및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 2년과 사회봉사 160시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을 통해 박정태가 이번 음주 운전 외에 두 차례 더 음주 운전으로 처벌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결국 박 전 해설위원은 SSG 퓨처스 감독직을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

김 위원장은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어린 나이에 잘못을 했고, 그 이후 사죄하는 마음으로 2012년 올림픽을 준비했다. 조용히 맡겨진 일을 열심히 해왔다”며 “최대한의 피해를 안 입히게, 사회적으로 잘못하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살고 있지만, 과거에 죄 지은 부분에 대해서 비판이 나온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이어 “대한체육회 위원장이든 위원이든 어느 자리에 가기 위해서는 범죄 이력 조회 동의서에 서명을 해야 한다”며 “동의서를 제출하고 대한체육회서도 승인이 났다. 과거 잘못에 대해 짚어주신 부분은 너무 감사드리면서도 죄송하지만 맡은 바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제없나

대한체육회 내규의 결격사유는 ▲피성년후견인 또는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않은 사람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 ▲법원의 판결 또는 다른 법률에 따라 자격이 상실되거나 정지된 사람 ▲징계로 파면이나 해임 처분을 받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지 않은 사람 ▲성범죄나 상해와 폭행의 죄로 처벌을 받은 사람 등이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경우 내규상 아무 문제가 없다”며 “그의 음주 운전 사건이 있을 당시에는 관련 규정이 미비해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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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장동혁 갈지자 행보 속셈

‘오락가락’ 장동혁 갈지자 행보 속셈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미국 정계가 이재명 대통령을 압박하는 흐름을 타 강경 보수 노선과 장외 집회로 기세를 올리려고 한다. 하지만 8개월여를 앞둔 지방선거에 정치 생명이 달린 정치인의 현실을 고려해 “극우 방식으론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빙글빙글 도는 장 대표의 ‘용꿈’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각) 훈훈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2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을 앞세워 “왜 미국에 감사하단 말을 하지 않느냐”는 등 젤렌스키 대통령을 강하게 질타해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호평에서 비판으로 일각에선 “이 대통령도 이런 망신을 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왓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 대해서도 같은 분위기를 연출할 가능성을 암시했다. 그는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전 “한국의 새 정부가 교회를 잔인하게 급습하고, 우리 군사기지까지 들어갔다”며 “한국에서 숙청·혁명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양에 가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만나시고, 북한에 트럼프 월드도 하나 지어서 저도 거기서 골프를 칠 수 있게 해달라”는 등 저자세로 나가면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노벨평화상 수상 욕심을 자극했다. 국내에선 평소 강경한 정치 성향을 유지하는 이 대통령의 ‘저자세’를 유연함으로 해석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한미 관세 협상이 난항에 빠지면서 이 대통령에 대한 호평은 금세 비판으로 바뀌었다. 당시 체결됐던 한미 관세 협상의 핵심은 ▲상호 관세율 15% ▲한국의 대미 투자 3500억달러(약 485조원) 등이었다. 문제는 3500억달러가 우리나라 총 외환 보유고의 84%에 달하는 액수란 것이다. 아울러 두 대통령의 공동합의문도 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미국에 “자동차·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에 대한 15% 관세율을 명시하자”고 요구했고, 미국은 우리에게 “3500억달러의 구체적 조달 시기·방식·사용처를 명문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각)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3500억달러 투자를 이행하지 않으면, 상호 관세율 25%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은 “한국의 직접 투자 비중을 최대한 높이고 투자 대상은 미국이 주도해 선정하며, 투자액 회수 후 미국이 이익 중 90%를 가져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등은 지난 4일(현지시각) 조지아주 소재 현대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노동자 317명을 단속했다. 이들이 단기 상용 비자(B-1)로 미국에 입국해 근무하다가 불법체류자로 규정됐기 때문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에 입국해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면담했고, 미국 영주권자 1명을 제외한 316명은 지난 12일 귀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훈훈하게 진행한 후 ‘한국 새 정부가 교회를 잔인하게 급습하고, 미군 기지에 들어간’ 데에 대한 보복을 동시에 진행하는 등 기만책 섞인 양동 작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재명 압박하자 강경론 선회 미 극우 논객도 한국서 극우 부추겨 미국 정부의 한국인 노동자 추방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보수 성향 친위 집단 MAGA 진영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의 극우 정치인 토리 브래넘은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잡지 <롤링스톤>과의 인터뷰에서 “그 공장이 조지아주 주민을 고용하지 않아서 ICE에 신고했다”며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도 저임금 불법체류자를 다수 고용하는 것은 지역경제에 대한 기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편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 우선 정책 연구소 미국 안보센터 부의장은 지난 7월21일, 한국 국회의원 13명과 함께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정권이 교체됐다고 해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불공정하거나 그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있으면, 한국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이츠 부의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비서실장·사무총장을 지낸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부정선거가 진행돼 내가 큰 피해를 봤다”는 취지의 부정선거론을 주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플라이츠 부의장은 지난 1월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윤 전 대통령을 몰아내고 대통령 권력을 약화하려는 극좌 급진주의자들에게 유리한 발언을 하진 않으리라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윤 전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하고, 두 사람의 보수 철학은 매우 비슷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선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강경 보수 진영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탄핵 반대 시위를 주도했던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는 지난 8일 ‘대통령·부산시 교육감 선거서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손 목사와 손잡고 함께 시위를 주도한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는 지난 13일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코리아로부터 채널 수익 창출 중단 통지를 받았다. 수익 창출이 중단된 이유는 “민감한 콘텐츠 관련 정책을 위반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격분한 전씨는 “언론 탄압이자 보수 우파 죽이기”라며 “구글코리아 내 좌파 직원이 판단한 거냐”고 비판했다. 아울러 지난달 26일 당선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강경 보수 표심에 지지를 호소해 당선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당선 이후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체제에서 정책위의장을 지낸 국민의힘 4선 김도읍 의원을 다시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했다. 트럼프의 양동 작전 김 의장은 평소 중도 보수 성향으로 평가받고 있고, 장 대표는 김 의장을 삼고초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관군 국민의힘이 국회에서 소리 낼 때, 전씨는 당 밖 의병으로서 그 소리를 증폭하고 적을 막는 역할을 했다”며 “당 밖 의병이 전씨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1등 공신임을 자처하던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크게 반발했다. 전씨는 지난달 30일 “제가 장 대표에게 영향력이 있어 힘이 세다고 보는 사람들이 놀랍게도 벌써 제게 인사·공천 청탁을 한다”며 “저는 장 대표에게 부담을 드리지 않기 때문에 그런 역할은 안 한다”고 말하는 등 장 대표에게 견제구를 던졌다.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도 지난 1일 “많은 사람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하는데, 김도읍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기려면, 영남 지방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4개 자유 우파 정당에 양보하면 된다”며 “이에 응하지 않아서 4개 정당이 영남 전 지역에 후보를 내면 국민의힘은 이길 수 없다”고 위협했다. 그러자 장 대표는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밝혔던 “더 강하게, 더 넓게 500만 당원과 함께 싸울 것”이라는 각오를 다졌다. 같은 날엔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국회 본관 앞에 모여 ‘야당 말살 정치 탄압 특검 수사 규탄대회’를 진행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지도부가 가장 강력한 방식의 투쟁을 하기로 했고, 장외투쟁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장외투쟁 명분은 ▲검찰청 폐지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반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 수사 기간 연장 반대 ▲내란 특검의 국민의힘 의원 압수수색 규탄 등이었다. 장 대표는 지난 8일엔 대통령실에서 이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악수도 사람과 하는 것”이라면서 국민의힘 등 보수 야당과의 대화를 차단했다. 당시 장 대표는 단군 신화를 인용해 “정 대표와 악수하려고 당 대표가 되자마자 마늘·쑥을 먹기 시작했다”며 “미처 100일이 안 됐는데도 이렇게 악수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등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영수회담은 비교적 훈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고, 장 대표도 자신의 의견을 이 대통령에게 모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수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장 대표는 다시 장외투쟁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분은 손 목사 구속이었다. 지난 14일 부산을 방문한 장 대표는 첫 일정으로 세계로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장 대표는 이날 “손 목사 구속은 모든 종교인에 대한 탄압”이라며 “2025년 대한민국에서 종교 탄압을 막는 게 제 소명이 될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돌고 돌아 장외투쟁 이어 지난 17일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구속된 것을 계기로 장외투쟁을 언급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이 장기집권을 위해 차근차근 야당을 말살하고 있다”며 “지금은 그냥 야당인 게 죄인 시대”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2019년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재판과 관련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징역형이 구형된 것 ▲정부·민주당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 ▲민주당의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 등을 장외투쟁 근거로 내세웠다. 국민의힘의 장외 집회는 지난 21일 동대구역 인근에서 진행됐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 중도 공략 필요성 사이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과 장 대표의 현 상황으로부터 비롯된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파면·구속을 거치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7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7%를 기록하는 등 강경 보수 성향 지지층만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는 불과 8개월여를 앞두고 있다. 이기기 위해선 지지층을 결집하면서 중도를 공략해야 한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로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데, 참패 시엔 대표직을 사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전 세계적으로 극우 정당이 각국 선거에서 승리하고 있고,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MAGA 진영이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21세 청년 타일러 로빈슨의 총격을 받아 사망한 극우 논객 찰리 커크 ‘터닝 포인트 USA’ 대표와 모린 배넌 ‘스티브 배넌 워룸’ 대표는 한국 극우를 부추기는 미국 정계 논객들이다. 이들은 지난 5일 한국을 방문해 ‘빌드업 코리아 2025’에 참석했다. 커크 대표는 “최근 한국 정치는 혼란스러웠다. 특검의 교회 압수수색은 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한국은 미국의 가장 든든한 우방이기 때문에 중국공산당으로부터 독립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산주의자들이 정치 검사를 앞세워 우파를 탄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한국 정부의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중국·북한의 공산주의에 맞서는 여러분의 싸움이 곧 우리의 싸움이고, 필요하다면 내가 한국을 위해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모린 대표도 “한국은 공산주의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관성은 오직 한동훈 축출 돌연 “극우론 안 돼” 유턴 손 목사는 커크 대표·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우 성향 일부 개신교 교단과 MAGA 진영이 김민아 대표가 이끄는 빌드업 코리아와 연결돼있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빌드업 코리아의 모태는 커크 대표가 이끄는 터닝 포인트 USA로 전해졌다. 극우 성향 교단과 미국 극우는 강경한 반공 성향을 매개로 연결된다. 일제강점기 당시 교단의 세가 강했던 지역은 평안도였다. 이들은 북한 정부 수립과 6·25 전쟁 이후 모두 월남했고, 강경한 반공 성향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미국에서도 소련과의 냉전을 계기로 매카시즘 광풍이 크게 일어나 복음주의 교단을 중심으로 한 반공 세력이 맹위를 떨쳤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과정에서도 복음주의 교단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국민의힘 지지 기반과도 연결되는 미국 정치의 흐름을 외면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가 일관되게 유지하는 정치 방향은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에 대한 강경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방송에서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 대변하는 인물을 대상으로 패널 인증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국민의힘 몫인 각종 방송 출연분 중 80% 이상을 친한계가 차지한다”고 보고 있다. 친한계엔 방송 출연을 위주로 정치 활동을 이어가는 원외 인사들이 많다. 장 대표의 방침에 대해선 “친한계의 숨통을 끊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 대해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5일 “민주당은 지난해 8월 이후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근거 있는 확신을 한다고 했다”며 “그 확신의 근거를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내란 특검의 참고인 소환을 2회 거부했고, 내란 특검은 서울중앙지법에 한 전 대표에 대한 공판 전 증인신문을 청구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고, 한 전 대표 증인신문은 오는 23일 진행될 예정이다. 한 전 대표는 연이은 당내 선거 패배와 안 좋게 결별한 장 대표의 당선으로 위기에 몰려 자신의 정치적 상징인 ‘비상계엄 반대’조차 자신 있게 내세우기 어려운 처지가 된 것으로 보인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권성동 의원은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16일 구속됐다. 나경원 의원 등 지난 2019년 4월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 연루된 국민의힘 의원들은 징역형을 구형받았다. 안팎으로 이어지는 내우외환에 일각에선 장 대표가 다시 강경 보수를 대상으로 한 장외집회에 전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지난 16일 공개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돌연 “우리가 설득하는 방식이 극우와 같다면,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며 “국민께서 공감하지 않는 방식으론 싸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지층의 확고한 신뢰 없이 성급하게 중도층 마음을 얻겠다고 나아가면 실패할 거라고 본다”는 의견도 남겼다. 내친 김에… 용꿈의 조건 같은 인터뷰에서도 빙글빙글 돌고 있단 느낌을 줄 소지가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고 보는 해석도 나온다. 용꿈은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명확히 밝혀 대중의 지지를 얻은 다음 노려볼 수 있다. 장 대표는 계속 빙글빙글 돌고 있다. 굳건한 의견 없이 빙글빙글 돌면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 장 대표의 빙글빙글 회전 정치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