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량진 재개발 ‘알박기’ 보도 후···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7.09 10:51:04
  • 호수 1539호
  • 댓글 6개

1000억 달라고 떼쓰다 결국···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노량진 본동 주택개량 재개발사업 현장에 ‘떼거리 알박기’로 업무방해 혐의를 받는 부동산 업자 김모씨 등 24명이 불구속 송치됐다. 김씨 일당은 ‘재산보호연대’를 조직해 행동강령을 만들고, 회원들에게 총 50억원에 달하는 회비를 걷었다. 시행사업 부지에 허위로 가등기를 설정하고 사업을 방해한 혐의가 인정돼 지난해 말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앞서 2007년 지역주택사업으로 시작한 노량진 본동은 PF 대출금 2700억원을 갚지 못해 파산했다. 일반 개발 사업지로 변경되면서 각각 2억~3억원가량의 지주택 분담금(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일부 조합원들은 1인당 9억원의 보상을 요구했다.

고의와 허위
가등기 수법

현 시행사와의 합의를 거부한 조합원들은 ‘재산보호연대(이하 재보연)’라는 단체를 조성했다. 재보연은 사업지 내 빌라 3곳에 매매 예약 가등기를 설정한 채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재보연이 가등기 말소 조건으로 현 시행사인 로쿠스 측에 요구한 합의금은 총 10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가등기 설정은 미래에 구입할 예정일 때 권리를 보전하기 위해 걸어두는 계약이다. 다만, 재개발사업 등을 방해할 목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가등기를 풀지 못한 건물은 철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량진 본동 주택 개발사업은 재보연 관계자 등 약 70명의 가등기권자들로 인해 정체됐다.

사업 구역 내에 위치한 ‘영본빌라 202호’ 등 17평도 안 되는 빌라 한 채에 공유자는 33명, 가등기권자가 11명이다. 인근 ‘에이스빌라 502호’ 역시 재보연 소속 55명의 ‘떼거리 가등기’가 설정돼있다. 가등기가 단순 주택 구입 목적이 아님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실제로 재보연 회원 A씨는 취재진과 통화에서 “가등기는 시행사와 협상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결국 서울중앙지방법원도 지난 4월 영본빌라 202호 가등기권자들에 대해 통정허위표시로 인한 가등기 말소는 물론 가등기가 무효임을 알리면서 말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보연 측은 “분담금 손실을 찾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했으나, 개발사업을 방해하고자 하는 ‘알박기 세력’으로 간주해 법적 철퇴를 내린 것이다.

지난 4월 202호 일부 가등기 말소 후 지난 6월에도 가등기 말소 판결이 선고됐다. 이어 502호 인접 건물에 허위로 설정된 가등기에 대해서도 6월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허위 가등기로 말소 판결이 선고됐다. 떼거리 가등기의 표본인 502호에 대해서는 재보연의 조직적 시간 끌기로 근 1년여가 지난 지금에서야 법적 공방에 휩싸였다.

지난 7월3일 진행된 502호 일부 가등기권자들에 대한 재판도 종결돼 9월 판결 선고가 예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개발사업에서 이권을 취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주택법상 매도청구를 회피하고 시간 끌기를 통해 시행사업자에게 금융부담을 가중시키고, 고액의 부당이득을 취하기 위해 시행사의 미매입 부지 중 빌라 2채를 매입해 60여명이 넘는 가등기 설정을 통해 알박기를 13년째 지속해온 세력들로 인해 노량진 본동 사업은 현재 99% 넘는 부지를 확보하고도 삽조차 못뜨고 있다.

이에 시행사는 이들을 업무방해죄 등으로 고소했다. 지난해 12월 동작경찰서는 재보연을 조직하고 운영한 부동산업자 김씨 등 핵심 인물들을 대상으로 수사에 나섰다. 김씨가 거주하는 ‘에이스빌라 502호’ 및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15년째 얼어붙은 노량진 본동 개발
분담금 수천억 날린 지주택 세력 원인


서울동작경찰서는 피고소인인 재보연 회원이자 단체를 이끈 부동산 업자 김씨 등 가등기 관련 주요 가담자 25명 전원을 업무방해,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및 동행사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지난 5월8일 유죄 취지의 기소 의견으로 불구속 송치했다.

조합장 비리와 내부 분열로 노량진 본동 지역주택조합은 2012년 파탄 상태에 이르게 되면서, 현 시행사인 로쿠스 측은 2012년 4월경 대우건설의 대위변제 및 적법한 환가처분 절차를 통해 노량진 441번지 사업부지를 취득했다.

이 과정에서 피의자 김씨는 조합원 또는 투자자이었던 사람 중 약 120여명과 함께 자신들의 동의 없이는 누구도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겠다며 2012년 4월9일자로 재보연을 출범시켰다. 김씨가 재보연 대표를 맡아 실질적인 의사결정을 주도했고, 김씨 아래 팀장들이 나머지를 관리하는 계층적 형태를 갖췄다.

내부 회의를 통해 전략을 수립하고 지시를 하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 재보연은 표면상 조합원들의 권익보호가 목적이라고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고소인에 대한 어떤 법률상 채권이나 정당한 권리도 보유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주택 개발사업 진행을 방해하고 이를 통해 협상력을 높여 시행사 등으로부터 부당한 고액의 합의금을 얻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결성된 단체였다.

제명된
조합원

2012년 조합 파탄 후 부지 공매와 내분 사태를 겪은 조합은 대외적으로 로쿠스와 대우건설 및 청와대 등에 민원을 제기(2017년 동작구청 중재로 시행사와 합의까지 약 670여회)했다. 내적으로는 공매 직전 공증서류를 통해 채권자 지위를 확보한 일부 조합원 및 투자자(약 156명) 등에게 “서로 힘을 합해 시행사와 시공사에 맞서 싸우자”고 3차례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그들 중 36명을 제외한 122명은 끝내 조합에 대한 채권자 지위를 고수해 조합원 명단에서 제명당하고 말았다. 현재는 최종 388명이 유효한 조합원이고, 피의자 김씨를 포함한 122명은 이미 파탄 난 조합에 대한 채권자 지위에 있을 뿐 시행·시공사에 대한 어떠한 권리 주장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시 조합 측은 대우건설이 사업 승인과 착공에서 늑장을 부렸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우건설은 지급보증으로 빚을 대신 갚았기에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대우건설 측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PF 대출을 갚지 못해 대위변제로 2700억원의 빚을 안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우건설은 “토지 소유권을 얻는다고 해도 600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조합장 최모씨가 조합 분담금 가운데 100억원 이상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012년 10월1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전 조합장 최씨가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서울 영등포구 소재 재단법인 사무실과 지방 거주지 등 2~3곳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최씨가 수백억원을 횡령한 단서를 잡았다. 지난 2013년 12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용현)는 최씨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10억원, 추징금 10억15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3년 만기 출소한 최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통해 “억울함은 없지만, 10년이 지났음에도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현장을 보고 뭔가 잘못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최씨는 “당시 토지 매입이 대부분 완료된 상태였고, 내가 횡령한 조합비로 인해 사업이 무산될 현장은 아니었다”며 “재산보호연대가 시행 권한을 갖기 위해 악의적으로 가등기를 설정하고 사업을 방해하기 때문에 수십 년째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씨는 사업지의 땅을 사서 되파는 등 방식으로 수십억원대 횡령·배임을 저지른 혐의에 관해 “재보연 소속 회원들이 과거 조합원일 때 동참한 행위를 조합장인 내가 짊어지게 된 것”이라며 “내가 구속됐다고 사업이 재개된 것이 아니라면 근본적인 문제는 재보연에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투기 의심 25여 명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 송치
공무원 속이고 허위 작성한 등기 ‘혐의 인정’

재보연은 대우건설의 합의를 줄곧 거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20년 대우건설과 합의할 기회가 있었으나, 1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요구하는 등 “대우건설은 공매가만 돌려받고, 빠져야 한다”며 거절했다. 이보다 앞선 2016년 동작구청의 중재 협의안에 따라 일부 지주택 조합원은 합의했으나, 재보연은 일체 합의에 반대하는 스탠스를 유지했다.

또, 재보연 관계자들은 지난 2018년 수감 중인 전 조합장 최씨를 상대로 특경법상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최씨가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는 취지였다. 고소인 이씨는 재보연 대표 김씨와 함께 조직적인 업무방해를 주도한 핵심 인물로 지난 2011년 8월~2012년 1월 사이 대여 명목으로 8회에 걸쳐 조합 통장에 자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최 전 조합장은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 2월11일 대전고등법원 제3형사부 항소심 재판부는 ‘실제 투입 자금 중 일부는 차용금으로 볼 수 없고, 김씨가 당시 조합의 상황을 잘 알면서도 고율의 선이자 욕심과 최 조합장 구속 후 자신들이 조합을 좌지우지할 목적이 있다’며 ‘(최 조합장이) 그들을 기만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최 조합장은 “재보연이 과거 행적과 비위 행위에 대해 제일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나를 다시 구속시키기 위해 110여명이나 되는 회원들에게 위조 탄원서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송치된 재보연은 고초를 겪은 노량진 지주택 조합과는 엄연히 다르다. 여기에 조합 분담금을 내지 않고, 재보연의 머릿수를 채워주면서 금전적 이득을 위해 뒤늦게 합류한 구성원도 포함됐다. 피의자 김씨는 지난 2012년 4월 노량진 본동 개발사업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집단적 위세와 단합된 행동을 위해 운영 규정(행동강령) 및 개별 서약서(운영 규정 위반 시 제재 등)까지 만들었다.

합의 거절
버티기 나서

최 조합장 등 재보연 관계자에 따르면, 김씨가 재보연 운영 및 소송비 명목으로 지금까지 거둬들인 공금만 해도 약 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씨는 공금의 사용 내역을 묻는 재보연 회원들에게 제명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가 자금 사용처 공개에 민감한 이유는 공금을 변호사비 등 소송비 외에 로비 자금으로 일부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의혹 및 개인적인 유용 의혹도 제기됐다. 여전히 일부 회원들은 자금 사용처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

알박기, 이주 거부 등 막무가내 조합원들로 인한 사업 지연으로 조합이 부담하는 대출이자 등 손해를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공동불법행위책임이 최근 인정된 사례도 있다. 가등기 말소 판결이 현실화되고, 형사사건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노량진 본동의 경우, 재보연 측은 사업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물론 형사책임까지 부담해야 할지도 모른다.

막가는 조합원
손해배상 책임

이미 시행사는 형사 고소된 25명 전원에 대해 5억원의 손해배상청구(일부 청구) 소장을 접수한 사실이 확인됐다. 시행사 측은 “만약 재보연의 방해 행위가 계속된다면 향후 개별적인 형사고소는 물론 그동안의 사업 지연으로 인해 발생한 수천억원의 금융 손실에 대해서도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묻겠다”며 “가압류, 가처분을 통한 보전 처분은 물론 일체의 소송비용 등에 대해서도 끝까지 추궁할 것”이라고 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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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 ‘통일교 수사’ 최종 시나리오

김건희 특검 ‘통일교 수사’ 최종 시나리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구속됐다. ‘정교유착 의혹’ 수사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김건희 특검팀의 활동 기간도 30일 연장됐다. ‘시간 압박’의 짐을 덜게 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흘러간 통일교 자금과 윤석열 전 대통령 간 연관성, 통일교 교인 국민의힘 집단 입당 의혹 등이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인력·시간 압박에 고민이 깊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 대한 신병 확보 여부도 수사에 차질을 줄 수 있는 중대 기로 상황이었다. 한 총재가 구속되면서 수사 물줄기가 이어지게 됐다. 관건은 남은 시간 안에 모든 의혹을 수사할 수 있느냐다. 설마설마 했는데… 한 총재는 지난 23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각종 청탁과 함께 금품을 전달한 혐의로 구속됐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한 총재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검팀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정치자금법 위반·청탁금지법 위반·업무상 횡령·증거인멸 교사 등 4개 혐의를 적용했다. 한 총재 구속 직후 통일교 측은 입장문을 통해 “수사와 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 총재에 이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정원주 전 비서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공범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책임 정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 전 실장은 최근까지 천무원(통일교 최상위 행정조직) 부원장을 맡아 교단 내 실세로 꼽힌다. 특검팀은 한 총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한 총재가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하고,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씨에 명품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백 등을 건네는 등 ‘통일교 현안 청탁’ 과정을 승인하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영장심사에 팀장급을 포함해 검사 8명을 투입한 특검팀은 한 총재가 특검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가 공범인 권 의원이 구속되는 것까지 지켜본 뒤 임의로 출석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인 점과 증거인멸 우려 의견 등을 420쪽 분량의 의견서에 담아 제출했다. 반면 한 총재 측은 이달 초 심장 시술을 받았고 각종 합병증 우려에도 자진 출석했다며 구속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권, 통일교 측 경찰 수사 정보 미리 알려 특검, 일부 교인 국민의힘 실제 입당 확인 한 총재는 전날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전관 출신의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마지막까지 변론 전략 등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재명정부에서 첫 민정수석으로 임명됐다가 사퇴한 오광수 변호사도 한 총재 변호인단에 합류했지만, 이후 논란이 일자 사흘 만에 변호인 사임계를 내기도 했다. 특검팀은 이날 한 총재와 함께 영장심사를 받은 정 전 실장의 수첩에서 한 총재가 연루된 해외 원정도박 수사 사건과 관련해 “자금 관련해 (경찰이) 수사 중이고 압수수색이 나올 것”이란 취지로 적힌 메모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한 총재 측은 ‘도박 수사 무마’ 사건이나 ‘금품 전달 의혹’ 등에 대해 “전달자인 윤 전 본부장의 개인 일탈”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정 전 실장이 원정도박 수사 사건을 미리 보고받고 챙긴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2022년 10월3일 권 의원으로부터 한 총재의 해외 원정도박과 관련한 경찰 수사 정보를 들은 뒤, 이를 한 총재와 정 전 실장에게 보고하고 통일교 직원들을 시켜 관련 증거인멸을 교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총재 측은 관련 보고를 받은 사실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을 지시하거나 승낙한 적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 총재는 특검 조사를 받은 뒤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했느냐’고 묻는 질문에 “내가 왜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의 신병 확보에 성공함에 따라 향후 수사를 통해 권 의원에게 흘러간 통일교 자금 1억원과 윤 전 대통령 간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추적할 전망이다. 해당 자금의 전달 시점이 20대 대선을 앞둔 2022년 1월로 추정되는 만큼 윤 전 대통령선거에 쓰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9부 능선 넘었다 이와 함께 대선 전후 통일교의 재정·조직 지원에 따라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배정 등 통일교 현안이 정부 정책에 반영됐는지 규명하는 것이 향후 수사의 핵심이다. 특검팀은 한 총재 구속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통일교 교인 집단 입당 의혹 등 남은 혐의 수사에도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앞서 특검은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둔 2022년 10월∼2023년 3월과 22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1∼4월 등을 특정해 통일교 교인 명단과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대조했다. 해당 기간 국민의힘에 신규 입당한 통일교 교인은 39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권 의원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윤석열정부 시절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일교 측에 지원을 요청한 단서를 포착했다. 특검팀은 “다른 잠재 주자들도 요청해 왔다”는 윤 전 본부장의 문자메시지 등을 토대로 통일교가 전방위적으로 국민의힘 후보들과 유착됐는지 살펴보고 있다. 우선 특검팀은 2023년 3월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연락한 정황과 통일교 지구별 책임자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역을 분석 중이다. 특검팀이 2022년 11월 중순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보낸 메시지를 주목하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당시 전씨에게 “내년 전당대회에 어느 정도 규모가 필요한지, 윤심은 어떤지”라고 물으며 “몇몇 잠재 주자들도 요청이 왔다. 저희와 과거에 연결됐던 주자들”이라는 취지로 얘기했다. 실제 일부 입당 정황 전씨는 이에 “윤심은 변함없이 권(성동 의원)”이라고 답하며 당 대표 출마를 검토하던 몇몇 국민의힘 잠재 주자들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심판이라 포기했고, B씨는 윤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됐다. C씨는 이기적’이라는 취지였다. 윤 전 본부장이 D 의원은 어떤지 묻자, 전씨는 “윤심 근처에도 못 갔다”고 답했다. D 의원은 전당대회에 출마했지만, 당선권 안에 들지 못했다. 특검팀은 이 같은 문자 내역 등을 토대로,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검토했던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통일교 교인들을 동원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18일 국민의힘 당사에 대한 세 번째 압수수색 시도 끝에 데이터베이스(DB) 관리업체에서 당원 명부를 확보했다. 특검팀은 2022년 10월~2023년 3월 조직적으로 가입한 당원들과 당 대표 선거 참여가 가능한 책임 당원들을 파악할 계획이다. 책임 당원은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한다. 특검팀이 통일교 교인과 국민의힘 당원 명단 대조를 통해 ‘집단 가입’ 교인들을 찾으면 ‘통일교 3만명 지원’ 의혹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2023년 2월 초 윤 전 본부장이 ‘신규 입당원이 1만1101명, 기존 당원이 2만1250명’ ‘중앙 차원에서 지침을 내렸다’며 김씨에게 보내달라고 전씨에게 전달한 문자메시지도 확보했다. 특검팀은 당시 김씨와 한 총재의 승인하에 통일교가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김기현, 최고위원 박성중, 조수진, 장예찬’을 집단적으로 지지했다고 판단한다. 전씨가 윤 전 본부장에게 “당 대표 김기현, 최고위원 박성중, 조수진, 장예찬으로 정리하라네요”라는 취지로 문자를 보내자, 윤 전 본부장은 “움직이라고 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실제로 김 의원은 당 대표에 당선됐고, 조수진 의원과 장예찬 후보도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수차례 논의” 당 대표 선거에도 직접 개입? 수사 기간 한 달 늘었는데 규명 의혹 산더미 그러나 김씨는 특검팀 조사에서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고 해당 후보들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며, 당시 당 상황에 관심이 없었다”는 취지로 반발했다. 전씨도 “그냥 광을 판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 등에게 정당법 제42조(입당강요죄)와 제49조(당대표 경선 자유방해죄)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정당법 위반 혐의가 성립하려면 통일교 측이 교인들 의사에 반해 강제로 입당시켰고, 당내 선거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도록 조직적으로 투표 지시를 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혐의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특검팀이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하는 건 ‘정교 유착’ 의혹의 정점에 있는 윤 전 대통령이다. 권 의원에게 전달된 1억원 중 윤 전 대통령 몫으로 추정되는 돈이 별도로 준비돼있었던 만큼 한 총재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내야 한다. 지난 23일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1월5일 서울 여의도 중식당에서 종이상자에 담긴 ‘관봉권’ 형태의 현금 1억원을 권 의원에게 전달했다. 당시 1억원은 5000만원씩 각자 다른 색의 비단으로 포장됐고 노리개가 달려있었으며 이 중 하나에는 임금을 뜻하는 ‘왕(王)자’가 자수돼있었다고 한다. 윤 전 본부장의 배우자인 당시 통일교 재정국장 이모씨는 같은 날 오전 10시께 두 개 상자 사진을 모두 찍어뒀다. 통일교 내부에서는 당시 전달된 자금 일부가 대선후보였던 윤 전 대통령의 몫으로 준비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 전 본부장 역시 특검팀 조사에서 권 의원에게 금품을 전달한 이유에 대해 “대선에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전 대통령은 권 의원 주선으로 윤 전 본부장을 실제 만나기도 했다. 권 의원은 2022년 3월22일 경기도 가평 천정궁을 방문해 한 총재에게 금품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쇼핑백을 받은 뒤 같은 날 오후 윤 전 본부장을 데리고 당선자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만나게 해 준 것으로 조사됐다. 수천만원 따로 전달? 윤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 총재에게 대선을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말했고, 윤 전 본부장의 통일교 현안 청탁에 “향후 그와 같은 사항들을 논의해 재임 기간에 이룰 수 있도록 하자”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통일교의 현안 중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 규모 확대 등 일부는 실현되기도 했다. 금품을 직접 주고받은 윤 전 본부장과 권 의원의 신병을 확보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금품을 전달받았는지, 통일교 현안이 추진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