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미도 마이랜드를 고발한다” 보배 회원들 옥신각신, 왜?

“미리 확인 안 한 잘못” VS “요즘 어떤 세상인데…”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구매 전에 미리 확인하지 않고 티켓을 구매한 보호자 잘못이다” VS “요즘 세상에 환불 불가라는 게 어디 있냐? 환불은 소비자의 기본 권리다. 사용한 것도 아닌데 환불 불가는 어불성설이다.”

최근 두 아이와 함께 인천 월미도 소재의 마이랜드를 찾았다가 놀이시설 이용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기분만 망치고 돌아왔다는 하소연 글에 누리꾼들이 옥신각신 하고 있다.

지난 21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엔 ‘디스코팡팡으로 유명한 월미도 마이랜드를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 작성자 A씨는 “지난 20일 낮, 8세, 5세 아이와 함께 바람 쐬러 마이랜드에 갔다. 매표소부터 이상한 낌새를 차렸어야 했는데 (매표소서)사람 얼굴은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나왔다”며 “지금 생각하니 저희 같은 일이 다반사라 아예 입구를 봉쇄한 것 같다”고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마이월드 이용권은 소인 티켓이 4회권에 2만원이었고 아이가 둘이라 2장을 총 4만원에 구매한 후 인근의 아이들이 탈만한 놀이기구를 찾았다. 그런데 ‘키 제한’이라는 난관에 부딪혔다.

A씨는 “서울랜드, 롯데월드, 에버랜드 등 유명 놀이동산의 유아 놀이기구들보다 더 레벨이 낮아 보여 키 제한에 걸릴 생각을 못한 제 잘못도 당연히 있다”면서도 “100cm 정도면 다른 놀이동산서 타는 기구들도 여기에선 기본 130cm 이상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참고로 서울랜드 급류타기도 타는 아이”라는 부연설명도 했다.


A씨는 인근 관리자에게 “5세 아이가 탈만한 게 있느냐”고 물었지만 “탈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탈 수 있는 놀이기구가 없다’는 생각에 할 수 없이 아이들을 설득한 후 매표소로 가서 구매했던 티켓의 환불을 요청했다. 당시 티켓을 구매한 후 채 2분도 되지 않았다.

A씨 주장에 따르면 매표소 담당자는 쌀쌀맞은 목소리로 환불 불가라고 안내했다. 그는 “아이가 탈 수 있는 기구가 없다. 처음부터 키 제한이 있다는 걸 티켓 결제 전에 안내해줘야 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매표소 앞에 적혀 있는데 그걸 확인하지 않은 것이니 환불이 안 된다”는 매표 담당자의 답변이 돌아왔다.

A씨는 “매표소 담당자의 안내처럼 자세히 살펴보니 작게 ‘티켓 환불 불가’라고 적혀 있었다. 여기저기 놀이기구 사진과 글씨, 홍보 문구가 너무 많아 저걸 다 읽어보고 티켓을 구매하는 사람이 있겠느냐?”면서도 “물론 보지 못한 제 잘못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미 놀이기구를 태워줄 마음이 사라진 A씨는 담당자에게 여러 차례 환불(카드 취소)을 요구했으나 ‘절대 안 된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는 그는 “제 인생에 이렇게 열 받았던 적은 처음”이라며 “고작 4만원 돈이 아까운 것보다 매표소 담당 여성분의 태도였다”고 호소했다.

이미 여행을 망쳤고 환불받지도 못하는 티켓도 버리고 싶었지만 아이들을 생각에 안으로 들어가 작은 사이즈의 회전목마를 타기로 했다. 두 장의 티켓 4회권에 각각 1회 체크를 받은 후 안으로 입장하려는 찰나, 아이가 멀미 때문이었는지 “놀이기구를 타지 않겠다”고 했다.

할 수 없이 A씨는 놀이기구 관리자에게 “죄송하다. 아이가 못 타겠다고 한다. 체크를 취소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해당 관리자는 “타겠다고 해서 체크했고 이미 체크한 것은 취소가 안 된다”고 거절했다.


A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가보신 분은 아실 거다. (단순히)사인펜으로 쓱 긁은 건데…문 여는 게 힘든 것도 아니고 그냥 방문 열듯 펜스를 열어주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1초라도 놀이기구가 운행하고 아이가 내린 거라면 당연히 관리자 말씀이 맞지만 타지도 않고, 입구에 잠겨있는 자물쇠만 풀어주셨는데 문 열었으니 탄 거라고 했다. 이게 맞느냐?”고 억울해했다.

그러면서 “진짜 이런 식으로 대한민국서 영업할 수 있다는 자체가 신기할 따름이다. 제발 마이랜드 망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돈 벌면 안 된다. 관리자나 사장 찾으니 ‘그런 거 없으니 그냥 가라’고 했다”고 마무리했다.

통상 보배에 직접 겪은 피해 호소글이 게재될 경우, 글 작성자의 억울함이나 피해에 대해 동조하거나 응원 댓글이 달리지만, 해당 글에는 A씨를 옹호하는 댓글과 비판하는 댓글이 공존하고 있다.

“인천시청에 민원 넣으시라. 점검기간이 지났다던지 등 놀이기구에 불법 여부도 철저히 조사해봐야 한다. 분명 시정조치할 게 많을 것으로 여겨진다”는 댓글이 베스트 댓글 1위에 올랐다.

“월미도 오래되기도 했고 불친절이야 늘 이야기 나오던 거 아닌가? 그런 데 가지 말고 좋은 데 많으니 일단 인천시청에 민원 넣으셔라. 다음엔 아이들과 다른 데 가시는 걸 권장드린다”는 댓글도 베스트 댓글에 올라 있다.

이날 인천시청에 민원을 넣기 위해 한 시간가량 통화했다는 A씨는 “모든 부서들이 (책임을)떠넘겼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정말 놀러 많이 다녔고 여행도 많이 다니는데 다시는 안 가겠지만, 진짜 최악 중 최악”이라고 비난했다.

이외에도 “월미도 유명하죠. 갈 데가 못 된다” “90년대나 지금 월미도나 달라진 게 없다” “저게 참 이해가 안 가는 게 떡 하니 환불 불가라고 써있는데 한 장이라도 썼으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환불해줘야지. 그런데도 중구청이 가만히 있는 걸 보면 뭔가 있긴 있지”라는 댓글들도 눈에 띄었다.

반면, “월미도도 문제 많지만 얼마나 손해보고 사시는 걸 싫어하시길래 이런 것 하나하나까지 전부 글로 옮기시나? 놀이기구에 키 제한 있다는 걸 알아보지 못한 잘못이 있다는 생각은 안 하시는 거냐?”며 “장사치들이 속였다고 생각 마시고 못 본 본인 잘못도 있음을 아셔야 할 것 같다. 억울했다면 그 자리서 멱살이라도 잡고서 환불하셨어야 했다”는 지적 댓글도 달렸다.

이에 A씨는 “(옆에)아이들 둘이 있는데 여성 멱살 잡는 건 아닌 것 같다. 물론, 제 잘못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카드 취소, 환불이 안 된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4만원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는 건 아니니 오해 마시라”고 반박했다.

또 “매표소 가운데 티켓 가격 바로 아래에 환불 안 된다고 빨간 글씨로 써 있더라. 사진 올려드리고 싶다” “환불 안해줬다고 그냥 징징거리는 거 밖엔…” “매표소 간판에 ‘구입하신 모든 티켓은 교환, 환불이 불가능합니다’라고 빨간색 글씨로 크게 써있다” 등 마이랜드 측을 두둔하는 듯한 뉘앙스의 댓글들도 다수 달렸다.

또 “글 내용만 봐서는 저 곳도 문제지만 글 쓴 분도 좀 그러네요” “놀이시설 측 환불이나 안내 등 운영에 문제가 있는 건 분명한데 놀이기구에 키나 몸무게 제한 있는 건 놀이공원 한 번이라도 가봤다면 알 거라고 생각된다. 중립”이라는 중립 댓글도 달렸다.


이날 <일요시사>는 마이랜드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끝내 닿지 않았다. 관할 지자체인 중구청 취재도 들어갔으나 “담당자가 휴가 중이라 답변하기 어렵다”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오프라인 업체의 경우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소비자 요구 시 업체서 환불해야 할 법적인 의무는 없다. 다만, 온라인에선 ‘전자상거래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7일 이내에 소비자가 청약철회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해당 기간 내에 환불을 요청할 경우 이에 응해야 한다.

마이랜드는 인천 중구 월미도 소재의 테마파크로 기본 입장료는 따로 받지 않고 있다. 다만, 타가다디스코(대인·소인 7000원)를 제외한 2층 바이킹, 범버카, 점프 보트, 미니 바이킹 등을 이용하기 위해선 대인 6500원, 소인 5500원의 티켓을 구매해야 한다.

마이랜드 인터넷 홈페이지에 안내된 ‘마이랜드 이용요금’란에는 기구별로는 ‘12개월부터 12세(초등학교 5학년)까지 소인 요금이 적용된다. 티켓 교환, 환불 불가’라고 기재돼있다.

티켓별로는 대인 1만8000원, 소인 2만원의 선택할인권 구매가 가능하다. 해당 할인권은 놀이기구 가격에 관계없이 3기구(대인), 4기구(소인) 선택이 가능하고 2인 이상 나눠 사용이 불가하며 할인권 티켓 역시 교환이나 환불 불가로 돼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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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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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