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81일째’ 제주항공 참사, 진상규명은 안갯속

유가족 “항철위 진실 은폐” 비판
“규정대로 해 문제 없다” 국토부
전문가 “블랙박스 문제 흔치 않아”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약 6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배상은 물론,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25일, 참다 못한 유가족들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진상을 밝혀 달라고 호소에 나섰다.

이날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이하 유가족협의회) 김유진 대표는 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간담회를 열고 “저희 같이 고통에 사는 국민이 없도록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을 명명백백히 밝혀주시고, 책임자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해달라”며 이 대통령과 면담도 요청했다.

김 대표는 “오늘은 참사로 179명의 소중한 가족을 잃은 지 179일째 되는 날이다. 다시는 이런 참사로 가족을 잃는 사람이 없도록, 저희처럼 고통에 사는 국민이 없도록 관심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동안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무안공항 쉘터(임시 텐트) 찬 바닥에서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유가족들이 있다”고 한탄했다.

그는 “재발 방지법 등이 제정되도록 대통령이 약속한 만큼 항공 안전 공약 이행과 더불어 특별법 시행령의 ‘치유 휴직’을 근로자뿐만 아니라 공무원이나 자영업 하는 유가족도 해당되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월, 국회는 ‘12·29 여객기 참사 피해 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피해자에 대한 생활·의료 지원금, 치유 휴직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피해자를 비롯해 사고 수습이나 취재 등에 참여한 사람들도 심리상담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공원 조성 및 기념관 건립 등 추모사업 관련 내용도 포함돼있다.

이 대통령은 “진상규명은 수사·조사 기관에서 하고 있으니 기다려 보라. 당장 제가 나선다고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면서 “피해자가 근로자나 공무원이냐에 따라 차등이 있다는 건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김 대표는 “법적으로 근로자만 치유 휴직이 된다. 공무원은 자기들의 병가를 써야 하고 자영업자는 전혀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 못하다”며 “(법 제정) 당시 유가족들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특별법 시행령은 제가 결재할 당시엔 (국토교통부에서) 유가족들과 충분히 협의했다고 들었다”며 “국토부와 다시 이야기해서 대화하고, (대통령 면담 건은) 부족하면 그때 가서 또 이야기하겠다”고 말한 후, 국토부에 유가족과의 면담 일정을 잡으라고 즉각 지시했다.

일각에선 정부 조사가 장기화되는 과정에서 진실이 묻혀버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남경찰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수사본부는 참사 발생 6개월 후인 지난 21일, 국토부 공무원과 한국공항공사 직원, 로컬라이저 시공업체 관계자 등 15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 이는 지난 2022년 10월 발생한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이 용산소방서장 등 관련자들을 9일 만에 입건해 수사한 것과 대비된다.

진상규명 과정에서 유가족에게조차 정보가 제한되는 등 절차적 투명성이 문제가 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유가족협의회는 무안국제공항 2층에서 공식 출범식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항철위)는 공정한 진상규명을 위해 국토부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고, 유가족에게 엔진 손상 부위와 블랙박스 기록 등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 같은 요구는 항철위가 국토부 산하 한국공항공사의 감독을 받는 데 대한 ‘셀프 조사’를 우려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부는 여객기 폭발의 주요 원인인 둔덕(로컬라이저 지지대) 관련 안전시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기관으로, 그 산하인 항철위는 비행·음성기록장치(FDR·CVR, 통칭 블랙박스) 데이터 등을 유가족들에게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 13일 발생한 에어인디아 787-8 드림라이너 추락사고에 대해 인도 정부는 참사 3개월 안에 (블랙박스를 포함한) 사고 원인 보고서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며 “반면 항철위는 셀프 조사라는 오명을 받으며 지금까지도 유가족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도네시아와 에티오피아도 예비보고서에 공개하는 데이터를 (항철위가) 공개하지 않는 것은 진실을 은폐하는 것”이라며 “대형 참사로 희생된 179명의 죽음을 규명함으로써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이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가족협의회는 지난 10일 ‘대통령에게 드리는 편지’에서도 “항철위의 조사 결과만 믿고 기다릴 수 없다”며 “20년 전 콘크리트 둔덕 보완 요구는 묵살됐고, 철새 도래지에 만들어진 공항에서 새를 쫓는 관리자는 단 한 명 뿐이었다”고 작심 비판한 바 있다.

비록 유가족들의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그간 항철위의 조사 활동에서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참사 이틀 만에 구성된 항철위는 다음날 CVR 일부 데이터를 추출해 교신 내용을 공개했고, 한 달여 만에 조류 충돌 가능성과 사고기 항로 분석 등이 포함된 예비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참사 98일 만인 지난 4월5일엔 사고기와 관제탑 간 4분7초 분량의 교신 녹취록을 유가족 일부에게 공개하며 조사되고 있는 상황을 알리기도 했으나, 이는 공개 하루 전 공지한 점에서 유가족들의 참여권을 보장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경찰 역시 사고 직후인 지난 1월2일 관계 기관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전남경찰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수사본부는 이날 무안공항, 부산 지방항공청 무안출장소, 제주항공 서울사무소 등 3곳에 수사관 30여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날 압수수색은 사고 원인 규명과 형사상 책임 여부(업무상과실치사상)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증거물 확보 차원에서 진행됐다.

당시 전남경찰청은 “사고 당시 관제 음성파일 등 1000여점을 압수했고, 제주항공 대표 등 50여명을 참고인 조사했다”며 “향후 국과수 등과 합동 정밀 조사를 거쳐 혐의가 인정되면 형사 입건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사고기가 충돌한 2m 높이의 콘크리트 둔덕에 초점을 맞췄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따르면 항공기 착륙을 돕는 로컬라이저의 지지 구조물은 안전성과 충돌 시 피해 최소화를 중심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경찰은 이를 근거로 무안공항에 설치된 둔덕이 왜 그렇게 단단한 재료로 지어져야 했는지 조사했다.

다만 이 같은 노력에도 여객기 참사와 관련한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은 오리무중이다.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콘크리트 둔덕에 대해 국토부는 “규정을 준수해 설치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항철위는 사고 직전 4분이 빠진 음성 블랙박스 기록 및 관제소 교신록 등 일부 자료만 공개해 되려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탓이다.

지난 1월11일, 국토부에선 “사고기의 블랙박스가 사고 발생 4분 전부터 녹화를 중단했다”며 백업을 포함한 모든 전원이 차단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필 이날 참사에서 전원 차단이 발생했다는 점은 의혹에 꼬리를 묻기에 충분했다.

당시 권보헌 극동대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항공기 블랙박스는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그 강도도 굉장히 강하다. 대략 3400G인데, 이는 중력가속도의 3400배를 견딜 수 있고 1100도에서 1시간을 견디는 수준”이라며 “(제가) 많은 사고 사례를 연구했지만 블랙박스가 작동하지 않아 기록이 안 된 경우는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12월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승객 175명, 승무원 6명을 태운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착륙을 시도하던 중 활주로 끝 둔덕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항철위에 따르면 사고기는 착륙 도중 조류 충돌로 엔진이 고장난 것을 확인한 후, 복행(go-around)해 반대편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했다. 이때 랜딩기어가 전개되지 않아 비상 동체 착륙 상태로 진입했으나 활주로 바깥 철근 콘크리트 소재의 둔덕을 들이받고 폭발했다.

이날 사고로 비행기 꼬리 칸에 탑승했던 승무원 2명을 제외한 전원이 사망했으며, 지난 1997년 229명이 숨진 대한항공 801편 사고 이후 국내 최대 항공 사고로 기록됐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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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북한 도발에 역대 정부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 대북 확성기를 틀거나 삐라를 날리면서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북한도 오물 풍선과 무인기를 날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물론 윤정부도 참지 않았다. 북한처럼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 이 비밀 작전은 국가안보실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군 관계자로부터 국가안보실 지시로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6개월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언급했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라는 평가다. 안보실 중 국방·안보 파트는 1차장 소관이다. 나머지는 각각 외교와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태효 전 1차장이었다. 계속되는 군 거짓말 내란 특검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우리 군 무인기라며 공개한 사진 외에도 우리 군이 보낸 또 다른 무인기가 있다는 진술을 군 관계자로부터 확보했다. 이 관계자는 특검팀에 “백령도에서 날린 무인기 두 대 중 한 대는 평양에 추락했고, 나머지 한 대는 평양 인근에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김명수 합참의장과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사실관계 공개 자체를 거부해 왔다. 앞서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은 북한 외무성이 지난해 10월 “한국이 10월3일, 9일, 10일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범시켜 삐라(대북 전단지)를 살포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국방부 국방과학연구소는 국회에 제출한 ‘북 전단 무인기 비교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와 우리 군 드론작전사령부(드론사)에 납품한 무인기의 전체적인 형상이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등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고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켰다며 외환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2022년 있었던 북한군의 서울 상공 무인기 침투와 2024년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한 대북 작전이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남북 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치달았을 때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일대 영공에 침투시켰다. 그중 1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에 진입해 국가원수 경호 방공망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다가 2024년 5월부터11월에는 북한이 오물 풍선 수천 개를 한국에 살포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윤 전 대통령은 그해 6월 현충일 기념사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겨냥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참 지휘부는 대응 작전과 관련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남북 긴장이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며 상황 관리에 치중했다. “국방·안보 1차장 소관”…정보융합팀 추진? 국군조직법상 부적절…당시 실장들은 몰랐다 그러자 민주당 등에서도 오물 풍선의 자유 낙하를 기다리는 군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휴전선 상공에서 풍선을 격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당시 “북한이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 다양한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드론사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드론사에 무인기 침투 작전을 지시한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수사 중이다. 군 안팎에선 ‘김 전 장관→김 의장→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드론사에 지시가 내려갔을 가능성과, 김 전 장관이 김 의장이나 이 본부장을 건너뛰고 드론사에 직접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합동참모본부와 방첩사령부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사령관은 무인기 북파 시점을 전후해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과 김 의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특검팀은 “2024년 6월 드론사 방첩대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알고 있어서 놀랐다”는 군 현역 장교의 증언도 확보했다. 당시 드론사 방첩대 지휘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맡았다. 드론사는 적 무인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에 출범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합동 전투부대로, 국군조직법에 따라 합참의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안보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부대다. 그러나 특검팀에 출석한 군 관계자는 “모든 군 작전은 상급 기관인 합동참모본부의 지시를 받는데 무인기 침투 작전은 대통령실 안보실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며 “북한이 무인기 추락 사실을 공개한 날 작전을 수행한 드론사령부에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격려금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관계없는 안보실 왜? 민주당 부승찬 의원도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대통령)의 지시라며 국가안보실 직통으로 무인기 침투 작전을 하달했다”는 내부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당 외환유치진상조사단은 올해 초부터 드론사가(歌) ▲무인기 기종 재고 현황 ▲평양에 드론이 침투한 지난해 10월 드론사 상황일지 ▲삐라통을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터 보유 여부 등의 자료 제출에 성실히 응하고, 수사기관이 김 사령관과 핵심 참모들에 대한 수사에 즉각 착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안보실은 당시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인성환 제2차장이 지난 2024년 3월 드론사를 공식 방문한 바 있다”며 방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이는 육·해·공군 주요 사령부 현장 확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부대 방문이며, 당시 드론사의 업무보고 등 공식 일정에 다수의 드론사 장병들이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또 “김용대 드론사령관은 같은 해 8월 국가안보실 방문 당시 드론 전력화 방안 및 국방혁신위원회 안건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방부 및 방사청 관계관 다수와 함께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다수의 인원이 함께한 공식 방문과 안보 태세 강화를 위해 정상적으로 추진한 업무를 ‘북풍 몰이’로 연결 짓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자,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외환 의혹 관련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연결고리’를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 통수권자인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방부 장관, 군부대까지 이어지는 지휘체계 전체가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이 김 전 국방부 장관을 추가 구속하고, 군검찰과 협조해 여 전 사령관·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추가 구속한 것도 외환 수사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계엄 비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노상원 수첩’의 경우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준비 정황이 담겨 있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보기관 간부들의 설명이다. 수상한 연결고리 김봉규 정보사 대령의 “(노씨가)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다. 언론에 특별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는 경찰 진술 등도 특검으로 송부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주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드론사가 안보실의 지시로 무인기 침투 비밀 작전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가리키는 시기는 지난해 8월이다. 안보실은 산하에 1·2·3 차장을 둔다. 이들은 각각 국방과 외교,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 전 1차장이었다. 안보실장은 장호진·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었으나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안보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실세 중의 실세였다. 최종적으로 안보실장이 모든 보고를 받지만 핵심 정보는 김태효 전 차장이 먼저 훑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 전 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북파공작부대(HID)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속초 갔던 김, HID 출신 용산 스카우트 왜? “방문 이례적” 대북 공작 플랜 일환이었나 김 전 차장이 HID를 방문한 이후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인간정보 특기(820) 육관사관학교 60기 출신 오모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갔다. 오 중령은 인성환 당시 안보실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지난 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실이 당시에 언급했던 것처럼 오 중령이 소속된 팀은 ‘대북 특수정보’를 다룬다. 대북 문제에 대해 깊숙하게 알지 못하는 김 전 1차장을 사실상 보좌하는 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오 중령은 정보사 내 얼마 남지 않은 ‘대북 공작’ 전문가로 꼽힌다. 12·3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정성욱 정보사 대령의 계보를 잇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안보실의 지시로 드론사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실행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오 중령이 속한 팀이 작전의 밑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보사 내부의 분석이다. 무인기를 언제 평양에 보내고 어떤 방법을 구사해야 하는지도 대북 공작의 한 종류기 때문이다. 일부러 들키려 분명한 목적 정보사 한 고위 관계자는 “무인기를 날린 시기를 보면 대북 공작 플랜을 한두 달 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 때나 막 날리는 게 아니다. 어떤 목적을 정한 이후 그다음 시기를 정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대북 공작은 일부러 들키게 하거나 정말 들키지 않아야 하는데 일부러 들키려 한 공작은 ‘북풍 공작’이다. 이 방법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쓰지 않았던 방법이다. 자칫하면 수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고 실패할 경우 정보사의 피해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