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민주당 전대 관전 포인트

‘찐명’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최대 이벤트인 전당대회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다음 달 2일 선출되는 차기 당 대표는 1년 동안 거대 여당을 이끄는 막중한 책임과 더불어 ‘정권 초기 버프’를 톡톡히 받게 된다. 권리당원 득표 반영 비율이 55%로 높아진 만큼 당원들의 표심 확보가 필수다. ‘찐명’을 가려내기보다는 당원의 마음을 더 많이 사로잡는 쪽의 승리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일정이 빽빽하다. 오는 10일 후보자 등록 이후 ▲19일 충청권 ▲20일 영남권 ▲26일 호남권 ▲27일 수도권 경기·인천 순으로 순회 경선이 이어진다. 이후 당 강령에 따라 대의원 15%, 권리당원 55%, 일반 국민 30%로 새로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결정된다.

한 달 앞으로
당심 어디로?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건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다. 정 의원은 지난달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주권 시대에 맞는 당원 주권 시대를 열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정 의원은 “당을 위해서라면 힘들고 고달픈 길을 피하지 않고 항상 선당후사하며 희생과 봉사의 새로운 정당 문화를 열었다”며 “제21대 국회에서는 수석 최고위원으로 이 대표의 곁을 지켰고, 22대 국회에서는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열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정무적 판단력, 정치적 결단력, 정책 추진력으로 유능한 민주 정당을 만들겠다”며 “항상 당 지도부와 ‘원팀 플레이’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노무현 정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개혁 공천 혁명 덕분에 정치에 입문한 노무현 정신의 후예”라며 “최전방 공격수로 별명이 ‘당 대포’인데 이제 당 대표가 돼 최전방 공격수뿐 아니라 최후방 수비수까지 담당하는 전방위적 선수가 되겠다. 혼자 하지 않고 당원, 국회의원, 국민과 한 호흡으로 뛰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 의원은 전당원투표제 상설화를 비롯한 ▲당원주권위원회 신설 등을 통한 당원주권정당 ▲ 12·3 불법 계엄 및 내란 행위 조사·처벌을 위한 특별위원회 설치 ▲당내 검찰·사법·언론개혁 TF가동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민주적 공천제도 마련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뒤이어 지난 23일 민주당 원내대표인 박찬대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박 의원은 “먼저 출사표를 던졌거나 앞으로 던지게 될 분들과 더없이 멋진 경쟁을 펼쳐 보이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재명정부의 성공에 민주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당·정·대 관계를 원팀 수준으로 강화하고, 정치 공세 차단부터 입법·정책 시행 전반에 걸친 긴밀하고 유기적인 협력으로 하나하나 따박따박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정청래 VS 박찬대 외나무 승부
똑같이 개혁 외치지만…차이는?

내란 종식은 이정부가 지향하는 통합의 대전제라고도 주장했다.

박 의원은 “특검을 최대한 지원하고 특검 흔들기에 총력전으로 맞서겠다”며 “이를 통해 윤석열-김건희 부부를 우리 공동체로부터 시급히 격리하겠다. 특검조차 정치 보복이라고 호도하는 세력과의 통합은 야합일 뿐, 윤석열정부에 빌붙어 불법을 저지른 자들은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 정의 이전에 상식이다. 통합은 정의의 결과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과 마찬가지로 개혁을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이정부 출범 후 꾸려지는 첫 번째 민주당 지도부는 ‘유능한 개혁 정치’를 철저하게 견지해야 한다”며 “이 대통령이 약속한 ‘정의로운 통합’과 ‘유연한 실용’을 떠받칠 수 있는 집권여당의 효과적인 전략 방향이다. 정부는 통합과 실용에 방점을 찍고 여당은 개혁에 비중을 두는 역할 분담, 나아가 당정이 유기적으로 방향과 속도를 조율할 수 있는 진짜 원팀. 이것이야말로 이재명정부, 국민주권정부의 성공 열쇠”라고 거듭 설명했다.

정부와 하나가 되겠다는 포부는 모두 같지만 정 의원은 개혁, 박 의원은 통합에 초점을 맞췄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을 성공으로 이끌겠다는 하나의 목표를 향하지만 도달하기까지의 방식과 결에서 차이가 느껴지는 이유다.

정 의원은 국회 법사위원장을 지내며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호통치거나 국정감사에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등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해냈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의원은 이 같은 면모를 부각해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어 꽉 막혀 있던 개혁안을 빠르게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의원은 추석 전 검찰개혁을 마치겠단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지난달 29일 민주당 친명(친 이재명)계 최대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이하 민주혁신회의)’에서 “3개월 안에 이 문제를 해치우고 추석 귀경길 뉴스에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리 높였다. 이어 “이정부의 성공만을 위해서 일하겠다”며 “싸우지 않고 승리할 수 없다. 당에서는 개혁 작업을 위해 강력하게 투쟁하고 그 성과물은 이 대통령에게 돌려드리겠다”고도 강조했다.

‘당 대포’와
‘중고 신입’

언론개혁도 꼬집었다. 지난 1일 KBS 라디오 인터뷰 중 진행자가 ‘추석 고향 갈 때 검찰청 폐지 뉴스를 듣게 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이건 좀 허언 아닌가’라고 묻자 “앵커는 왜 그렇게 얘기하나. 허언이길 바라냐”고 따졌다. 당황한 진행자가 부인했지만 정 의원은 “그래서 제가 KBS라디오는 잘 안 나오려고 했다. 이런 불편한 질문, 불공정한 질문을 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토로했다.

정 의원은 인터뷰 후 페이스북에 해당 영상 클립을 올리며 “제가 진행자에게 강력하게 항의성 멘트를 날렸다. 화 안 난 척 인터뷰를 마쳤지만 하마터면 방송 사고 날 뻔했다. 공정한 방송개혁, 언론개혁을 빨리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날 게시물에는 과거 자신이 <TV조선>과의 인터뷰를 거절한 방송 장면을 함께 게시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개혁을 강조하면서도 화합에 무게를 실었다. 원내대표로서 대선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을 받는 만큼 경험을 살려 이정부와 발을 맞추는 데 초점을 둔 것이다.

박 의원 역시 민주혁신회의를 찾아 “이 대통령과 확실한 협력, 자기를 앞세우지 않을 사람, 원팀 당정대 구축의 적임자, 당을 통합하고 중도보수까지 확장해 갈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 역시 9월 내로 검찰개혁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의원은 지난달 27일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열린 ‘신속한 검찰개혁을 위한 광주시민 토크콘서트’에서 “검찰 스스로 개혁할 기회는 넘칠 만큼 주어졌지만 개혁은커녕 3년간 나라를 망친 주범으로 전락했다”며 “이제 시민의 힘으로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강력한 검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헌법재판소 또는 대법원을 광주로 이전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언론개혁에 대해서는 오는 9월까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내보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여론조사 꽃의 6월4주 차 정기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차기 당 대표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 정 의원이 37.6%, 박 의원이 27.1%를 기록했다. 정 의원이 박 의원보다 10.5%p 앞선 것이다.

개혁이냐
화합이냐

아울러 당심이 반영된 민주당 지지층의 결과를 살펴보면 마찬가지로 정 의원이 55.4%, 박 의원이 36.8%로 집계되면서 정 의원이 박 의원을 크게 따돌린 수치가 나왔다.

각종 개혁에서 속도를 내는 정 의원의 성향이 지지율을 탄탄히 뒷받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대 당을 찍어 누르듯 강력한 목소리를 낸 것이 당원들의 가산점으로 이어졌다는 평이다. 게다가 지진부진한 태도보다는 ‘정권을 잡았다고 방심하지 말고 거대 여당으로서 개혁을 완수하라’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가 정 의원의 기조와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해당 여론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간 실시했으며 조사 방법은 무선 100% RDD 활용 ARS 자동응답 조사였다. 응답률은 2.4%에 신뢰수준 95%, 표본오차는 ±3.1%p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두 사람은 각종 행사에 얼굴 도장을 찍으며 당원과의 스킨십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먼저 정 의원은 지난달 27일 방송인 김어준씨가 기획한 콘서트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콘서트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지지자들이 자리한 만큼 유세차 방문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4일에는 헌법재판소 탄학심판정에 출석해 17명의 법률대리인단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엮은 <국민의 나라> 출판기념회를 여는 등 부지런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 의원이 당심을 흡수했다면 박 의원은 원내대표로 지내며 국회에서 쌓은 ‘여의도 민심’을 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의원은 지난 1일 경기도의회에서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지역 기반의 민심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찐명’ 쟁탈전으로 흘러갈 것 같던 전당대회가 오히려 당심에 구애하는 모습이 되면서 양 지지층 간의 아우성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하지만 그 속에는 저마다 풀지 못한 앙금이 남은 것이다.

‘일단은’ 정에 몰리는 지지층
온라인 곳곳서 충돌 전전긍긍

그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바로 ‘정청래 수박설’이다. 정 의원은 강력하게 선을 그었지만 2018년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통령을 향해 “이재명 지사가 이야기를 하면 항상 분란이 일어난다” “이 지사가 그냥 싫다”고 말한 영상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에 정 의원은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정청래 보고 수박이라고 하면 도대체 수박 아닌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정 의원은 “한편으로는 속으로 감사했다”며 “저더러 수박이라고 욕을 한다면 누가 그걸 인정하겠느냐. 정청래가 ‘부당하게, 억울하게 작전 세력들로부터 공격받고 있구나’ 이런 인상을 줄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저를 지지하시는 분들이 더 뭉치게 되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양쪽 지지자 역시 각종 온라인상에서 저마다 의견을 교류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좋아 고르지 못하겠다’ ‘행복한 고민이다’ 등의 게시글이 대부분이지만 일각에서는 결이 맞지 않는 부분을 놓고 거친 언사가 오가고 있다.

지지층 간의 불화를 인식한 듯 두 사람은 친분을 과시했다. 박 의원은 “정 의원과 화끈하게 경쟁하고 멋지게 단결하겠다”고 밝혔으며 정 의원 역시 “그 누가 우리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 할지라도 잡은 손 놓지 않고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끝까지 함께 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의 마음이 1g이라도 더 기우는 쪽이 있지 않겠냐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지난달 26일 이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로 방문한 날 정 의원과 박 의원 둘 중 누구와 먼저 인사하는지를 놓고 당원들의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전당대회와 거리는 두는 모양새다. 만에 하나 명심을 차지하기 위한 네거티브 싸움으로 번질 경우 당의 분열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시로 지난해 7월 치러진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6·3 조기 대선 후보 선출 과정이 있다. 특히 대선후보 선출 과정은 이미 탄핵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의중인 이른바 ‘윤심’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면서 그야말로 혈흔이 낭자한 패싸움이 됐다.

앞서 이 대통령은 최근 박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전 원내지도부와의 만찬 회동을 추진했으나 일정이 알려지자 취소한 바 있다. 여당 전당대회에 현직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오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취지로 해석됐다.

엎치락
뒤치락

한 민주당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겉으로는 온화해 보이지만 모두의 신경이 이쪽(전당대회)으로 쏠려 있다. 50대 50, 49대 51 싸움 같은데 아직은 과열되지 않고 선의의 경쟁, 건강한 경쟁인 것 같다”며 “걱정이라면 지지자끼리 갈등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떤 결과가 나와도 남은 한쪽이 응원하며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 그래도 거친 네거티브로 이어질 것 같진 않다”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당권 접은 김경수, 어디 갔나 봤더니…

6·3 조기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섰지만 고배를 마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돌아왔다.

장관급인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공직에 복귀한 것이다.

김 전 지사는 임명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시작한 균형 발전의 꿈을,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행정수도 이전’과 초광역 협력을 통한 ‘5극3특(5대 초광역권·3대 특별자치도 육성)’을 국토 공간의 대전환으로 반드시 성공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대선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김 전 지사가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지방 균형 발전 컨트롤타워를 맡으면서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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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