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영상 있다” 업주 ‘울산 대게 환불거부’ 손님과 진실공방

업주 당일 카드 결제영수증 공개
예약 시각 및 룸 발생 여부 배치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오후 7시15분에 돌아간 CCTV 영상이 있어 향후 증거로 제출할 예정이며 게는 삶아서 나올 때까지 30분 걸려서 미리 삶아도 오후 7시쯤 먹게 된다.”

지난해 12월31일, 장모 칠순잔치로 예약 후 찾아갔던 울산 정자항 소재의 한 대게집 환불거부 논란이 진실공방 양상으로 가열되고 있다. 이른바 ‘울산 대게 환불거부’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손님과 업주 측은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등 법적 대응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한 누리꾼은 예약 시각보다 일찍 해당 음식점에 도착했으나 선결제 후 2, 3층에 자리가 없었던 데다 언제 자리가 날지도 모르겠다 싶어 환불을 요청했는데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이 지난 4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소개되면서 대게집 사장의 갑질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업주로 추정되는 회원의 반박 댓글이 게재되면서 균형의 추가 업주 측으로 다소 기우는 모양새다.

보배 회원 A씨는 이튿날인 지난 5일, ‘울산 대게 75만원 환불사건의 진실은?’이라는 제목의 글에 “7시 이전에 자리가 나왔지만 이미 기분 탓하면서 환불만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가 그렇게 잘못한 건가요? 지금도 장난전화와 노쇼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데 다 체증해놓고 있다. 섣불리 한쪽 편에 서지 마시고 법적으로 누가 거짓을 말하는지 지켜봐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사건은 2023년 12월31일, 오후 7시30분 예약 손님이 오후 6시21분에 방문해 ‘아직 방이 나지 않아 대기해야 한다’고 부탁드렸는데도 막무가내로 환불을 요청하고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언론에 흘려 현재 매장에 심각한 영업방해 및 피해를 끼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울산경찰서에 명예훼손과 일부 고의적 노쇼, 고의적 업무방해 등의 내용으로 오늘 고소장을 접수했으며 사이버상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반복적으로 게시하는 상황에 대해 민형사상 법적 조치에 들어갔음을 알려 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말 가장 바쁜 날 오후 7시30분에 예약해놓고 오후 6시40분에 자리를 마련해주지 않으니 환불해달라는 게 오로지 업주의 책임이냐?”며 “일부 고객 응대에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고 해도 이 과실이 전부 저희에게 있는 상황이 아니다. 부디 한쪽 의견만 듣고 죄 없는 자영업자에게 함부로 돌을 던지는 행위를 멈춰 달라”고 마무리했다.

100% 업주 책임이 아닌 만큼 전액 환불은 어렵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읽힌다.

A씨는 댓글에 첨부 파일로 당일 결제 영수증으로 예상되는 카드사 신용매출전표 사진도 공개했다. 실제로 매출 전표상 거래일시는 지난해 12월31일 오후 6시21분40초로, 합계금액은 75만원으로 기재돼있다.

A씨는 “왜 선결제인가요?” “예약 시각보다 1시간10분이나 일찍 와서 ‘룸 내놔라’고 진상짓 하는데 ‘네’ 하고 계산하고 삶았다는 거냐?” 등 보배 회원들의 댓글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앞서 해당 업주는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서 “방을 잡아두긴 했는데 앞서 이용하던 손님이 오랜 시간 이용해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홀에 자리를 마련해주고 조금만 기다려달라며 포장도 권유했지만 손님이 막무가내로 환불만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A씨가 결제했던 대게는 냉동실에 보관하고 있으며 법에 따라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년에 서너번 해당 음식점을 방문했다는 한 보배 회원은 지난 6일 ‘울산 대게집 75만원 환불 요구건에 대해 업주에게 들었다’는 제목으로 “제 글이 사장님을 옹호하는 글일 수도 있겠지만, 들은 말 그대로를 옮긴 것이니 감안해달라”며 글을 게재했다.

전날 가입했던 그는 “12월31일 오후 7시30분에 예약한 손님 아홉 분이 오후 6시20분경에 도착해 1층 대게직판장서 대게를 골라 카드 결제 후 2층 초장집으로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약된)해당 룸엔 손님이 식사를 마무리하는 중이었는데 직원이 ‘대게가 쪄지는 약 20분 동안 홀 좌석서 기다려달라’고 안내했으나 거부하고 1층으로 내려가 환불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미 손님이 선택한 대게들은 찜솥에서 찌고 있는 터라 환불은 곤란하고 잠시 기다리면 룸으로 안내하고 2층서 발생하는 1인 5000원의 초장값을 받지 않겠다고 했으나, 손님은 재차 환불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손님 일행은 ‘포장해드릴 테니 타 초장집서 드셔라’고 권했으나 거부하고 환불을 요구했으며 실랑이하는 동안 음식점을 찾았던 손님들을 놓쳐 적지 않은 손실을 입었다.

“환불을 거부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던 B씨는 지난 4일 보냈던 <일요시사> 취재 요청 내용을 5일에 확인했지만, 어떤 응답도 하지 않았다.

다만, 원글에 추가 형식으로 “내용증명 보내고 민·형사 소송을 하기로 했다. 현재 관공서 민원 접수 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며 방송사에 제보해 동서 형님께서 인터뷰를 진행했다”며 “어느 댓글에 예약 취소하고 삼각김밥을 먹었다는 온라인 리뷰가 있다고 하는데 저 아니다. 그날 나와서 바로 다른 식당으로 이동했다”고 반박했다.

보배 회원들의 댓글에선 “역시 양쪽 당사자 말을 들어봐야 한다. 너무 한쪽 말만 듣고서 급발진은 위험하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사장님은 인민 재판 당하신 것과 다름없다” 등 B씨가 하소연 글을 올렸을 때와는 다소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반면 “알겠는데 아직 식사 전인데도 웬 환불? 그럼 먹지도 않았는데 미리 선불 받았고 그걸 안 준다고?” “그럼 1시간 넘게 찌는 것도 아닐 텐데 1시간이나 더 일찍 와서 방도 없는데 대게는 왜 잡았느냐?” “반박 댓글이 핑계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1시간 전, 자리도 없는데 대게를 죽이고 찐다는데 너무 많이 찌면 수율이 빠지고 작게 찌면 비려서 맛이 없는데 그런데도 죽였다고? 1시간 동안 찌다가 줄 건가? 자리 없다고 포장해가라고?” 등 여전히 B씨를 옹호하는 댓글도 달렸다.

회원 ‘형혼OO’은 “본질을 흐리지 마시라. 2번이나 방 예약을 하고 갔는데 막상 가보니 없고 기다려도 자리가 없어 환불을 요구했는데 해주지 않은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저 곳은 일반적인 초장집이 아니다. 애초 예약제를 무시하는 곳이었으면 예약이 안 된다고 해야 하는 게 상식 아니냐? 사람이 7시에 예약했다면 여러분은 시간 약속을 정각 7시에 맞춰 움직이느냐?”며 “40분 일찍 도착했는데 예약한 방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회원 ‘콩OO’도 “CCTV를 통해 확인 중에 있다? 왠지 가게의 잘못으로 쏠려간다. 어떤 식으로 난동을 부렸는지 확인하는 것도 아니고 누구인지 모를 대상을 차는 것도 아니니 10분이면 확인하고도 남을 텐데 확인 중이라고? 녹화된 영상의 시간 캡처 하나만 올려도 되는데 그건 안 하고?”라며 업주를 향한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무엇보다 예약돼있는 룸의 사용 여부도 확인하는 과정이 생략된 채 손님에게 선결제를 요구한 부분은 대게집 업주의 잘못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게다가 예약돼있던 방이 언제 자리가 날지도 모르는 상황서 대뜸 대게 손질부터 시작했다는 해명은 납득이 쉽지 않아 보인다.

업주의 반박 중 노쇼에 대한 부분도 이해하기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노쇼란 예약 후 손님들이 자리에 나타나지 않는 것을 말하지만 이번 논란의 경우, 예약 손님이 음식점을 방문했기 때문에 노쇼에 해당되지 않는다. 오히려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책임은 뒤로 하고, 적반하장식의 대응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회원 ‘로또1등OOO’는 “이건 업주가 미리 돈 받아먹고 ‘배 째라’고 한 거 아니냐? 예약을 받지 말던가, 자리를 비워 두던가 했어야 했다”며 “그것도 아니라면 결제 취소해주고 사과했어야 한다. 노쇼, 업무방해로 신고하셨다? 자폭하시네”라고 힐난했다.

회원 ‘다이어OOOO’는 “예약 시각으로 물타기 해서 손님 탓으로 돌리지 마시고 1층서 룸도 안 나왔는데 결제하고 올라가라고 한 여사장이 제일 잘못 아니냐?”며 “예약 때도 전화로 ‘찌는 데 30분 정도 걸리니 그 전에 와서 1층서 결제하면 된다’고 예약할 때 설명 안 해주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일찍 와서 ‘룸 내놔라’ 진상짓을 했다는 게 본질이 아니라 1층서 예약했다고 말하고 결제하고 올라가라고 했으면 당연히 예약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상식 아니냐”면서 “올라가니 룸은 없고 직원들은 예약자 명단 확인도 안 하는 것 같고 주변에 식당 많은데 굳이 불친절한 곳에서 식사하고 싶었겠느냐?”고 지적했다.

회원 ‘새벽OOO’도 “아니 먹지도 않은 음식값을 환불해달라는데 안 해주고는 뭔 X소리야? 그렇게 장사가 잘돼서 자리가 없으면 환불해주고 다른 손님 받으면 되는 것이고, 예약 취소로 손해나기 싫으면 예약금을 받으면 되는 거 아니냐. 억울할 것도 없다”고 꼬집었다.


선결제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도 나왔다. 회원 ‘징계OOO’는 “먹지도 않은 거 결제한 것부터가 상식 이하다. 원래 그 동네는 선불이냐?”고 반문했다.

또 “예약 시각보다 일찍 왔다면 ‘지금은 자리가 없어 시간에 맞춰 자리를 마련할 테니 기다려달라’고 하면 될 것을 미리 선결제 요구하는 것도, 예약자도 기다리지 못하고 일찍 먹고 싶어 선결제하고 자리 빼달라는 것도 문제가 있다. 저는 식당 측과 예약자 둘 다 50 대 50으로 본다” 등 중립 댓글도 눈에 띈다.

이렇듯 이번 논란의 최대 쟁점은 ▲B씨 일행의 음식점 도착 및 예약 시각 ▲룸 발생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B씨는 도착 시각이 오후 7시라고, 업주는 오후 7시30분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업주 측이 공개한 결제영수증의 결제 시각이 오후 6시21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약 1시간이라는 ‘기다림과 이해’를 요구받았던 B씨 일행은 그런 상황이 납득이 가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주 입장에선 예약 시각보다 1시간 일찍 도착한 데다 이전 손님의 오버타임으로 예약돼있는 룸을 내주지 못했고, B씨 입장에선 예약한 룸을 이용할 수 없게 돼 환불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던 게 이번 사건의 본질이다.

룸 발생에 대해 업주 측은 “오후 7시 이전에 자리(룸)가 나왔지만 이미 기분 탓하면서 환불만 요청했다”고 주장했지만, B씨는 이날 오후 6시50분경 신고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과 함께 7시20분경 해당 음식점을 나왔다. 이 같은 업주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룸이 생겼는데도 B씨 일행이 들어가지 않고 굳이 경찰을 부른 이유가 설명되지 못한다.

즉, ‘7시 이전에 자리가 났다’는 업추 측 해명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8일 JTBC <사건반장>서 공개한 영상서 B씨가 “방도 없는데 예약은 왜 받았느냐?”고 언성을 높이자 업주는 “(위층 직원이)방이 없다잖아요, 방이…”라고 대꾸했다.

이어 “아니 그럼 대게 삶기 전에 먼저 (예약 룸을)취소했어야지. 결제 먼저 덜렁 해놓고 방도 없고…”라고 따지자 업주는 “방으로 예약이 4개 있는데 안 나오는 걸 끄집어낼 수도 없는 거 아니냐. 3시간 전에 들어가서 안 나오는데…”라고 항변했다.

“그럼 결제를 하지 말았어야지. 방이 없을 수도 있다고 말하고 결제하던가…”라고 추궁하자 “그거(죽은 대게)는 어떻게 하라고요? 자리가 방이 아니더라도 9명 마련해놓고 왔는데 조금씩 이해를 해야지, 어떻게 하느냐? 초장 값 안 받는다고 했지 않느냐. 75만원 대게 죽였는데 이 생물은 어떻게 하나? 조금만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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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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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