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정치팀] 강주모 기자 = 정치는 신념의 영역인 동시에 현실의 영역으로 불린다. 때로는 개인 신념에 따라 정책을 추진하거나 법안을 발의하면서도 그 과정에 국민적 충돌이나 현실과의 괴리 발생, 또는 과거의 발언이 현재 입장과 충돌하면서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다.
최근 ‘주식 양도소득세’ 논란의 중심에 선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의 사례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진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식 양도세 부과 대주주 요건을 원상회복해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주식 재벌 감세가 아니라 공정한 세제 개편으로 조세 정의를 회복해야 할 때”라며 윤석열정부에서 대폭 완화됐던 ‘대주주 기준’을 대폭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윤석열정권이 대주주 요건을 50억원으로 높였지만, 큰 손 9000명의 세금을 깎아줬을 뿐 주식시장은 침체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며 “대주주 요건을 종목당 10억원 보유로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주주 과세 기준은 2000년 100억원에서 시작해 2013년 50억원, 2016년 25억, 2018년 15억원, 2020년에 10억원까지 낮춰왔다”며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조세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 개선이 일관되게 추진돼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연말에 대주주들의 대량 매도 문제에 대해 “별 근거가 없는 얘기다. 대주주 요건을 기존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높였을 때도 오히려 주가는 떨어졌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일부 대주주가 과세를 회피하기 위해 주식을 내다 팔고 그 때문에 주가가 하락한다면 도리어 투자의 적기가 아니겠느냐”고 부연하기도 했다.
진 정책위의장의 이 같은 주장은 표면적으로는 ‘조세 정의 실현’이라는 정치적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큰 수익을 올리는 이른바 ‘주식 재벌’에게 정당한 세금을 부과해 세수 확보 및 소득 재분배를 이루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이는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지지해 왔던 ‘평등과 분배’라는 가치와 부합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게 문제다.
주식시장은 경제 상황보다는 심리적 요인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게다가 대주주 요건이 강화될 경우, 과세 회피를 위한 목적으로 이들이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할 경우 이에 따른 주가 하락이 유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는 개미 투자자들에게는 손실로 이어질 수 있으며, 주식시장 전반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이견의 목소리도 감지된다.
민주당 내 경제통으로 불리는 이소영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에 아파트 한 채 가격도 되지 않는 주식 10억원어치를 갖고 있다고 ‘대주주가 내는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게 상식적인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재명정부와 진 정책위의장의 대주주 기준 완화 주장에 대해 “세수 증가 효과가 불확실하다”고 정면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 의원은 “대주주들의 양도세는 결국 연말만 피하면 세금을 회피할 수가 있는 만큼 불필요하게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으며, 이를 방지하는 방향으로 기준을 강화하려는 게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문했다.
현재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은 종목당 주식 보유액이 50억원 이상인 대주주로 규정돼있다. 이재명정부는 이 기준을 다시 10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진 정책위의장도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진 정책위의장의 대주주 기준에 의문부호는 붙는 이유는 과거 그의 “저는 사실 주식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적인 양태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때로는 정치적 반대가 부담스러워도 책임지고 해야 된다. 그게 정치인의 사명”이라는 발언에 기인한다.
당시 주식 투자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주식 관련 세법에 대해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과연 적절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 같은 진 정책위의장의 발언에 이른바 개미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로 결국 연말에 폐지 수순을 밟았다.
앞서 지난 2020년 7월16일, 그는 MBC <백분토론> 토론회에서 부동산 관련 질의문답이 오가는 과정에서 “정부의 7·10 부동산 대책으로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후 토론회가 종료된 후 마이크가 꺼지지 않은 상태에서 “결국 집값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음성이 그대로 생중계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공식 석상에선 ‘집값의 안정화’를 얘기하면서 사석에서는 자신의 말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논란이 일자 이튿날 진 정책위의장은 “발언이 앞뒤 맥락 없이 잘린 채 편집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지만 토론회를 지켜보던 국민들에게 깊은 불신만 남겼다는 평가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매주 화요일 오후 11시20분부터 1시간20분간 진행되는 <백분토론>은 이날 역시 녹화가 아닌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그의 해명처럼 앞뒤가 잘려 편집된 영상이 송출된 것도 아니었던 셈이다.
이처럼 진 정책위의장의 주식 양도소득세 및 과거 발언들은 그의 정치적 진정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부자 감세’를 비판하며 정작 ‘조세 정의’를 외치지만 그런 정책이 개미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피해는 고려하지 않은 점, 공식 석상에선 ‘집값 안정’을 말하면서도 사석에선 ‘집값은 안 떨어진다’는 그의 언행은 정책적 소신에 진정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해 보인다.
여의도 정가에 밝다는 한 인사는 “진성준 정책위의장의 이런 논란들은 본인의 문제를 넘어 민주당 전체의 신뢰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내세우는 정책과 발언이 과연 자신들의 삶과 괴리되지 않는지, 진정성을 갖고 면밀히 살피는 계기가 됐을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개인의 신념과 현실, 과거의 발언과 현재의 입장이 충돌하는 역설의 덫에서 벗어나 진정한 소통과 공감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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