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조국’ 요동치는 정치판

242일 만에 조국호 재출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독무대였던 여의도에 변수가 생겼다.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사면 복권으로 자유의 몸이 된 것이다. 여의도 정가에선 조 전 대표의 생환에 따른 빚 청산, 견제 수단, 계파 통합 등 갖은 해석이 나온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긴장감 속 그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를 비롯한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를 확정했다. 이로써 조 전 대표는 지난 15일, 자녀 입시비리 및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만에 석방됐다.

변수와
역할론

이날 특별사면·복권이 단행된 인사는 조 전 대표 외에도 더불어민주당 최강욱·윤미향 전 의원과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등 2188명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조치가 대화와 화해를 통한 정치 복원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이번 사면은 국민 통합이라는 시대 요구에 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 조 전 대표였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무리한 검찰 수사의 희생양이 된 조 전 대표를 사면하라는 여론과 이를 반대하는 여론이 팽팽하게 맞붙으면서 이 대통령의 최종 결단에 관심이 집중된 상태였다.

그러던 중 국무회의 날짜가 예정됐던 날짜보다 하루 앞당겨지면서 사면 명단 공개도 빨라졌다.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는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나서 조 전 대표에 대한 사면을 요구하자 찬반 의견으로 잡음이 생겼고, 이를 빠르게 털어내기 위해 발표 시기를 앞당겼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조 전 대표에 대한 사면이 이뤄지자 정치권은 저마다 곧바로 입장을 내놨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온몸을 부딪혀 얼음을 깨는 쇄빙선처럼 자신을 부딪혀 윤석열정권과 맞서 싸우던 조국호의 선장이 돌아온다. 사필귀정이란 말로는 부족하다. 이는 뒤틀린 정의를 바로잡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당 김선민 당 대표 권한대행 역시 사면이 발표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조 전 대표가 자유의 공기를 호흡하게 된 것은 국민 덕”이라며 “검찰 독재와 검찰권 오남용 피해 회복을 위해 함께해 주신 대한민국 학계·정계·종교계·시민사회·원로분들께도 고개 숙여 인사 올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에게는 “고심 어린 결정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김 권한대행은 “이제 개혁에 강한 동력이 생겼다”며 “혁신당이 선봉에 서겠다. 개혁 5당이 국민 앞에 약속한 검찰·사법·감사원·언론개혁과 반헌특위(반헌법행위 특별조사위원회) 설치 등 5대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당→돌풍→옥살이→사면→대표?
화려한 서사…목표는 22대 대선?

당 내부에서는 조 전 대표 사건의 재심을 신청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 원내대표는 “최근 민주당 및 다른 야당과 공동 발의한 ‘검찰권 오남용에 대한 진상 조사 및 피해 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있다. 법안에 따르면 2019년 ‘조국 사태’를 포함한 윤석열 검찰 세력의 검찰권 남용 사례의 진상을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피해 회복 조치를 해야 한다”며 “그 조치 중 하나로 재심이 있기에 이 법이 통과되면 (재심 신청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활기가 도는 혁신당과 달리 보수 진영의 반발은 예상대로 거셌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이번 사면 결정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이 대통령의 국민 임명식 행사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사면권을 남용함에 따라 사법 시스템 자체가 무너지게 생겼다”며 “최악의 정치 사면”이라고 평가했다. 서울대 법대 82학번으로 조 전 대표와 동기인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도 “정의와 도덕을 땅에 묻은 것”이라며 “광복절이 이재명정부의 입맛에 맞는 사면을 통해 정의를 사망시키는 날이 됐다는 것이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에 대해서는 일부 진보 시민단체도 반대의 뜻을 내비쳤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은 “여론이 여전히 엇갈리는 상황에서 국민들로서는 ‘충분한 책임을 졌는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조 전 대표가 전체 형기의 30%가량만 복역한 점을 꼬집었고,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조 전 대표의 경우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까지 ‘자녀 학벌 세습’을 위해 권력과 연줄을 동원하는 비리를 저질러 시민들에게 배신감과 충격을 줬다”고 꼬집었다.

사면 이후 국정 지지율이 소폭 하락했지만 민주당은 담담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사면이 결정적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는 배경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국민들도 많고 정권 초기 정치인 사면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을 하는 분도 있다”면서도 “전반적으로 사면에 대해 크게 여론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금배지?
대권 플랜?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 역시 조 전 대표 사면을 발표하면서 혁신당이 야당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강 대변인은 “그런 부분에서 이 대통령의 측근 인사가 아니라 정치계, 종교계 등 각계각층의 사면에 대한 요구가 많이 있었던 인사 중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굉장히 팽팽한 사회적 요구 속 고심의 결과로, 사면권이란 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여당보다 야당 쪽 사면이 훨씬 많고 이 대통령의 가장 측근이라고 하기 어려운 분들이 주로 사면 대상이다. 시민사회를 비롯한 각계 의견이 충분히 반영됐다”고 부연했다.

사면 후폭풍을 뒤로 한 채 혁신당은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있다. 혁신당은 조 대표가 사면된 이튿날인 지난 13일 임시 최고위원회를 열어 현 지도부의 임기 단축을 결의, 정기 전당대회 개최를 의결했다. 전당대회를 통해 침체된 당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새로운 당 대표를 뽑아 ‘조국혁신당 2.0’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이날 혁신당은 ▲내란의 완전한 종식 ▲강력한 정치개혁과 다당제 연합 정치 실현 ▲민주·진보 진영의 견고한 연대 ▲안정적 지도 체제와 당의 단결 ▲당의 미래 정당화 등 5대 과제를 추진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조 전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서 99%의 지지율로 압승한 만큼 사실상 차기 전당대회는 그에게 당 대표직을 돌려주기 위한 형식적인 과정에 가깝다는 평이다. 조 전 대표 체제로 당을 빠르게 재정비하고 다가오는 6·3 지방선거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정치권에선 “조 전 대표의 최종 목표는 2030년에 치러질 22대 대통령선거”라는 해석이 중론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조 전 대표가 창당을 결심하던 때부터 목표는 대통령이었으며 단거리가 아닌 장거리 선수로 정치판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출마길이 열린 지금 조 전 대표는 대권주자로 발돋움하기 위한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조 전 대표의 복귀가 내년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구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이목이 쏠린다. 자칭타칭 차기 서울시장이나 부산시장 후보군으로 분류될 뿐더러 현재 공석인 인천 계양구 을·충남 아산시 을 등 국회의원직에 도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로써 ‘내란 청산’을 앞세워 서울시장에 후보를 낼 계획이었던 민주당의 셈법도 복잡해지게 됐다. 만일 조 전 대표가 부산이 아닌 서울시장으로 출마할 경우 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굴리는
주판알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도 위기감이 맴돈다. 혁신당은 지난 4월 치러진 전남 담양군수 재선거 당시 조 전 대표의 부재 속에서도 민주당을 꺾고 승기를 잡았다. 조 전 대표의 사면 소식에 혁신당 전북도당이 “전북 정치의 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힘을 실으며 사기를 높였다.

지난 총선만 하더라도 진보 정당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검찰 독재정권이라는 공공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 지금 범여권 정당은 ‘내란 정당 축출’ 등 민주당과 비슷한 전략만으로는 거대 여당을 이길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차별화를 내세우기 위해 혁신당과 민주당 간의 견제 심리가 작동할 수밖에 없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조 전 대표 본인이 우리는 민주당보다 약간 왼쪽을 지향한다고 했다”며 “지금 정의당이 없는 상황에서 공백이 크지 않나. 양당 구조를 깰 3당·4당이 필요하다면 조 전 대표가 나와서 이 부분을 채우는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이 민주당 지각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도 주목된다. 이번 사면 명단에는 최강욱 전 의원뿐만 아니라 윤건영 의원,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 친문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문 전 대통령의 ‘아픈 손가락’인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오면서 친문계가 결집할 계기는 물론 구심점까지 갖춰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친문계에 힘을 실어줬냐’는 해석에는 아직 물음표가 붙는다. 통합을 강조해온 이 대통령이지만 사면 찬성만큼 반대 여론도 거센 상황에서 조 전 대표를 안고 간 것은 그 자체로도 리스크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에는 다름 아닌 민주당 정청래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정치적 전략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받던 박찬대 의원이 전당대회서 낙마하자 친명(친 이재명) 파이를 늘리고 정 대표에게 쏠린 권력의 중심을 이동시키기 위한 셈법이란 것이다. 조 전 대표가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회복하면 민주당의 수장인 정 대표와의 만남은 필연적인 만큼 두 사람 간의 긴장감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계파 간의 불화를 우려해 이 같은 해석에 선을 긋고 있지만, 벼랑 끝까지 몰린 국민의힘은 틈새를 노리며 연일 군불을 때고 있다.

지방선거 앞두고 분주해진 셈법
정청래 견제 수단? 난무한 해석

국민의힘 장성민 전 의원은 ‘청·명 전쟁’ 프레임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조 전 대표의 사면에 대해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신임 정 대표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모든 구심력을 일거에 헝클어뜨려 권력의 초점을 조국으로 이동시켜버리는 이 대통령의 노림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람 대 사람이 아닌 당끼리의 관계성도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몇몇 인사들이 벌써부터 지방선거 채비에 나선 가운데, 일각에선 혁신당과 민주당의 합당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민주당 쪽에서는 혁신당을 향해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내며 아군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민주당 김병주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혁신당이) 범여권이 맞다고 보고 있고, 늘 같은 동지 개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합당설에 대해선 “아직 그런 거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 시대 흐름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 역시 “조 전 대표가 복권돼서 설사 경쟁자가 되더라도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조 전 대표의 혁신당과 민주당이 서로 협조하고 도울 수 있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혁신당 측에서 러브콜을 보내지 않고 오히려 민주당에서 운을 띄우는 점이 눈에 띈다. 혁신당을 품고 감으로써 지방선거에서 양측 모두 후보를 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민주당의 ‘큰 그림’일 것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혁신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전전긍긍하던 혁신당이었지만 조 전 대표가 돌아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민주당과 합당을 은근히 바라던 이들도 지금은 손을 거두고 흐름을 지켜보는 것 같다”며 “계산을 끝냈을 때 아쉬운 사람이 먼저 손을 내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처음부터
천천히

조 전 대표는 지금 당장 정치적 목표를 정하기보다는 자신의 사면에 힘써주고 기다려준 당원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북 콘서트를 여는 등 바닥 민심부터 훑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당 역시 조 전 대표의 뜻에 따라 차후 행보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김 권한대행은 조 전 대표를 둘러싼 각종 하마평과 출마 여부에 대해 “너무 앞서 나간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지금 중요한 건 내년 선거보다는 내란 청산과 개혁 과제”라며 “이를 위해 어떤 일을 해 나가느냐, 그 중심에서 당과 조 전 대표가 어떤 구심점 역할을 할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끝나지 않은 사면’ 후폭풍, 폭탄 달고 돌아온 이 사람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와 더불어 ‘사면 후폭풍’을 몰고 온 인물이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후원금 횡령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명예 회복 활동에 평생을 바쳐온 사법 피해자 윤미향의 명예를 회복하는 데 광복절 특별사면권 (행사의)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에서는 광복 80주년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매국 사면’이라는 거센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 전 의원을 향해 “위안부 할머니들 피눈물 팔아 개인 사리사욕을 채운 반역사적·패륜적 범죄를 저질렀다”며 “그런 사람을 광복절에 사면하는 건 몰역사적 사면의 극치이자 국민에 대한 감정적 도전”이라고 비난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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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