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고리 3인방 수사 ‘증거인멸’ 정황들

첫 단추 끼웠는데…아직 갈 길이 멀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V0’가 구속되면서 김건희 특검팀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일부 혐의에 관해 재판부 설득에도 성공했다. 일단 수사의 첫 단추는 잘 끼운 셈이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수사해야 하는 의혹만 16개다. 김건희씨의 최측근들이 핸드폰을 교체하는 등 ‘증거인멸’ 정황이 확인되면서 특검팀 수사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은 여전하다.

“신병 확보에 성공해서 그나마 다행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지.”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별검사) 관계자의 말이다. 김건희씨 구속에 성공한 건 특검팀의 첫 성과다. 김씨의 오락가락하는 진술이 결정타였다. 특검팀은 김씨의 최측근들에 대한 수사가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도이치모터스·통일교·명태균씨 등 여러 의혹에 거미줄처럼 엮여 있기 때문이다.

브레이크
우려 왜?

서울중앙지법 정재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오후 11시58분경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특검팀은 7일 김씨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정치자금법 위반(명씨 공천 개입),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건진법사·통일교 청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같은 날 오전 10시10분경 시작된 심문은 점심시간 없이 오후 3시까지 4시간 넘게 동안 진행됐다.

특검팀에선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나와 김씨의 범죄 혐의와 증거인멸 우려 등 구속 사유를 오후 1시경까지 설명했다. 이날 특검팀은 “김씨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불구속 상태로 조사하면 관련자들의 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당시 김씨가 착용한 6000만원대 반클리프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서희건설 측이 ‘김씨에게 전달했다’고 인정한 자수서와 실물 진품 목걸이를 제시하기도 했다. 김씨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발견된 목걸이 모조품이 증거인멸을 위해 갖다 놓은 것으로 의심된다는 취지였다.

김씨는 처음 목걸이를 분실했다고 주장했으나 이후 오빠 김진우씨 장모 자택에서 물품이 발견되자 “김씨(오빠)가 가져갔다”고 말을 바꿨다.

이 혐의는 구속영장에 포함되지는 않았으나 특검팀은 증거인멸 우려를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로 판단하고 이를 이날 법원 심사 때 언급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또 김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인용되기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노트북을 초기화했고 탄핵 이후에는 휴대폰을 교체한 뒤 압수한 수사기관에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은 사실을 제시했다. 여기에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유경옥·정지원·조연경 전 대통령실 행정관 역시 특검 수사 전후로 휴대폰을 초기화한 점까지 종합해 구속 사유를 뒷받침했다고 한다.

‘집사’ 김예성 신병 확보…판도라 열리나
최측근 유경옥·정지원·조연경 잇단 소환

또 김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사전에 인지했다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과 진술을 확보했다며 이를 근거로 범죄 사실이 상당 부분 규명됐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판단할 때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 범죄의 중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김씨는 약 1분간의 최후 진술에서 “결혼 전의 문제들까지 지금 계속 거론돼 속상하다. 잘 판단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심사가 끝난 뒤 김씨는 호송차를 타고 오후 4시경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에 도착한 뒤 결과를 기다리다가 이곳에 수감됐다.

오정희 특검보는 이날 “목걸이 진품을 확보한 경위를 법원에 설명하고, 김씨 오빠 인척의 주거지에서 발견된 가품과 진품 목걸이 실물 2점을 증거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토 순방 때 착용한 것이 명백히 진품임에도 특검 수사 당시 김씨는 이를 20년 전 홍콩에서 구입한 가품이라고 주장했다”며 “김씨와 관련자들의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정황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특검팀이 김씨의 구속 기한을 연장할 방법은 많다. 그만큼 수사해야 할 건이 산더미다. 우선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 ▲8억1144만원 시세차익 ▲블랙펄인베스트먼트(블랙펄) 40% 수익 배분 약속 ▲1차 주포 이정필씨에게 지급된 손실보전금 4700만원 등을 특정했다.

최근에는 김씨가 2011년 8월 당시 코바나컨텐츠 이사였던 김범수 전 아나운서의 주식 계좌에 3억원을 입금한 뒤 같은 날 증권사 직원과의 통화에서 “거기로 3억원 넣었다. 내가 차명으로 하는 것이니 알고 있으면 된다”고 말한 녹취 파일도 확보했다.

휴대폰
초기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키맨은 최근 구속된 이종호 전 블랙펄 대표다. 이 전 대표는 컨트롤 타워였다. 2차 주가조작 시기(2010년 10월∼2012년 12월) 김씨의 증권계좌를 관리하며 주가조작에 사용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사건은 이미 검찰에서 수사를 상당 부분 정리했다. 이 외에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1차 주가조작 ‘주포’ 이씨로부터 2022년 6월∼2023년 2월 25차례에 걸쳐 8000여만원을 받고 그가 형사재판에서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도록 힘써주겠다고 말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대표가 이씨에게 “김 여사나 VIP(윤석열)에게 얘기해 집행유예가 나오도록 해주겠다”고 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 중이다.

김씨는 통일교 측으로부터 고가의 선물 등을 받고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윤석열정부 초기 통일교 2인자로 알려진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은 김씨에게 통일교 현안을 청탁할 목적으로 ▲2000만원 상당의 샤넬 백 2개 ▲2022년 6∼8월 6000만원대의 영국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을 건진법사 전성배씨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전씨는 2022년 대선캠프에서 활동하다가 김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윤 전 본부장과 전씨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도 연루됐다.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씨가 윤 전 본부장과 함께 통일교 신도들을 국민의힘에 입당시켜, 통일교 현안 해결과 윤석열 부부에게 접근 등을 목적으로 권 의원의 당 대표 당선을 지원하려 했다는 게 골자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은 특검팀 출범 직후 가장 먼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착수한 사건이다. 특검팀은 삼부토건 측이 2023년 5월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을 계기로 현지 재건 사업을 추진할 것처럼 투자자를 속여 부당 이득을 봤다고 보고 있다.


시세조종 과정에 김씨 개입 여부를 확인하는 게 특검팀의 목표다. 이 전 대표는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에도 등장한다. 이 전 대표는 2023년 ‘멋쟁 해병’이라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지인들에게 “내일 삼부 체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삼부토건 주가는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상한가를 기록했다.

구속 연장
혐의 충분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특검팀의 수사 대상이다. 원 전 장관이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참석할 당시 삼부토건 관계자들이 동행했다. 원 전 장관이 행사에 참석하기 전 국토부 고위 관계자가 삼부토건 임원들과 따로 면담하기도 했다.

다만 특검팀은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과 이응근 전 대표를 재판에 넘기면서 공소장에 김씨나 원 전 장관의 이름은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권력형 비리 사건의 경우, 수사 전략상 공범 피의 사실을 고의로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기훈 삼부토건 부회장은 지난 2022년에도 우크라이나 재건 MOU를 체결했다며 거짓 보도자료를 냈다가 유라시아경제인협회로부터 항의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 회장 등의 승낙을 얻어 협회에 3000만원씩 후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항의를 무마했던 걸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이 회장과 이 부회장이 176억여원, 조성옥 전 회장이 193억원의 이익을 본 것으로 의심 중이다.


특검팀은 위 사건들과 김씨의 문고리 3인방이 연관돼있다고 보고 있다. 김씨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면서 각종 민원 창구이자 김씨에게 닿는 통로 구실을 했기 때문이다.

유 전 행정관은 지난 4월 샤넬백 청탁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받던 도중 핸드폰을 초기화하면서 증거인멸을 시도했다. 그는 전씨가 통일교 측에서 받은 샤넬백을 다른 제품으로 교환한 당사자다.

당시 검찰은 유 전 행정관을 범죄수익은닉 혐의 피의자로도 입건한 이후 ‘샤넬백 등은 김씨 범죄수익’으로 규정한 수사보고서를 특검팀에 이첩했다. 유 전 행정관은 현재 출국금지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 제외 진술거부권·부인
“측근들 협조 못 얻으면 꽝”

유 전 행정관은 샤넬백을 교환할 당시 매장에 인테리어 업체 21그램 대표의 부인 조모씨와 동행했다. 조씨는 2022년 7월 샤넬백을 다른 가방 2개로 교환할 당시 차액을 자신의 카드로 결제했는데 특검팀은 이를 대통령 집무실·관저 공사 수주 특혜를 위한 뇌물성 자금으로 의심한 것이다.

조씨가 당시 결제한 차액은 추가 조사 결과 200여만원이 아닌 300여만원에 달한다.

유 전 행정관이 김씨 보좌를 총괄했다면 정 전 행정관은 심부름을 주로 해 왔다. 전씨의 휴대전화에 ‘건희2’로 저장된 연락처의 실제 사용자가 정 전 행정관이다. 정 전 행정관은 전씨 처남 김모씨와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도 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과 전씨 처남이 김씨와 전씨 간 소통을 대리해 왔다고 의심한다.

조 전 행정관은 대통령실 안팎에서 ‘조 과장’으로 불리며 김씨에 대한 민원 등과 관련해 민간 부문과 정부 기관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담당했다. 옛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실의 보좌진 출신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조 전 행정관이 통일교의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수주 청탁에 관여한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의 문고리 3인방 중 특검팀에 가장 많이 협조한 인물은 조 전 행정관이다. 타 행정관들처럼 핸드폰을 교체하긴 했으나 2022년 6월 김씨가 윤 전 대통령과 NATO 순방에 동행했을 당시 착용한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가 재산 신고 내역에 누락된 점에 관해 일부 사실관계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행정관은 2022년 9월 재미 동포 최재영 목사가 김 여사에게 300만원 상당의 디올 백을 건넸을 때도 등장했던 인물이다. 최 목사가 명품 가방 사진과 함께 김씨 면담을 요청하자 유 전 행정관이 일정을 조율했고, 조 전 행정관은 최 목사 민원을 부처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고리
열어야…

김씨를 둘러싼 수많은 의혹에 이들 문고리는 빠지지 않았다. 이들의 핸드폰이 핵심 물적 증거였던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김씨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지만 남은 수사가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핸드폰을 확보해도 비밀번호를 알아내지 못하면 더 큰 문제다. 김건희를 둘러싼 의혹들에 항상 등장했던 게 최측근 문고리들인데 이들의 협조를 얻지 못하면 다시 수사에 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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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