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는 법사위 쟁탈전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6.16 10:39:08
  • 호수 1536호
  • 댓글 3개

얼마나 먹을 게 많길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제 야당이 된 국민의힘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법사위원장을 돌려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법사위원장은 명확한 기준 없이 합의와 관례에 의해 주고받았다. 이젠 법적 명문화를 통해 매년 반복되는 논란을 종식해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 활동하는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법사위원장을 돌려주고, 법사위를 정상화하라”고 요구했다. 현재 법사위원장은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맡다가 지난 12일 사퇴하면서 공석 상태다.

줄다리기

주 의원은 게시글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국회 관행보다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가 더 중요하다’면서 법사위원장과 국회 운영위원장을 독식했다”며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헌정사 내내 상호 견제를 위해 다른 정당이 맡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은 이제 여당이니,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식 웃음이 났다”고 비웃었고, 같은 당 서영교 의원도 “상임위원장 임기는 2년”이라며 “지금 이야기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상욱 의원이 국민의힘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이후, 국민의힘은 국회 107석을 보유하고 있다. 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은 190석을 보유하고 있다. 특정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할 수 있는 180석을 뛰어넘는다.


국민의힘은 현 상황서 개헌 저지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 때문에 주 의원은 “정부여당 견제를 위해 법사위원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에 대한 각각의 평가를 떠나, 야당의 정부여당 견제 기능을 무시할 순 없다. 따라서 보수층에선 주 의원의 주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에 따르면, 법사위는 법안의 체계·자구 심사를 맡는다. 체계·자구 심사는 법 전체의 통일성을 위해 진행되지만, 특정 법안 통과 저지를 위한 시간 끌기 용도로 활용될 때도 있다. 법사위원장이 마음만 먹는다면, 체계·자구 심사를 명분으로 모든 법률안의 본회의 부의를 저지할 수 있다.

따라서 법사위에 대해선 “사실상 상원이 아니냐”는 지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권한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로 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지난 2020년 4월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하면서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기능을 없애겠다”고 공약했던 적도 있다.

그때그때 아전인수…법사위가 뭐길래
불과 107석…법사위원장이라도 있어야

하지만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를 맡았던 같은 해 5월 “국회 통과 법안 중 해마다 10건 넘는 위헌 법률이 나온다”며 “체계·자구 심사까지 없애면, 매우 위험하다”고 반박했다.

헌정사상 최초로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가 진행됐던 제15대 국회 후반기 이전까지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모두 여당이 차지했다. 야당이 처음으로 법사위원장을 차지했던 시기는 김대중 전 대통령 당선 이후였다. 명분은 정부여당 견제였다.

이후엔 ▲국회 전체를 지휘·운영하는 국회의장 ▲대통령실을 소관 기관으로 두는 국회 운영위원회를 여당 혹은 제1당이 차지하면, 야당 혹은 제2당은 법사위원장을 차지하는 관례가 이어졌다. 이 중 운영위원장은 여당 원내대표가 맡는 관례도 함께 이어졌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국민의당 원내대표였던 지난 2016년 6월 제20대 국회 원구성 협상과 관련해 “한쪽이 국회의장을 차지하면, 반대편은 법사위를 갖는 게 관례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16대 국회 이후 법사위원장을 가져간 정당의 상황을 보면, 확보 기준이 들쭉날쭉해서 명확한 결론을 내기 어렵다. 제15대 국회 후반기와 제16대 국회에선 야당 겸 제1당이었던 한나라당이 법사위원장을 차지했다. 이후 제17대부터 제19대 국회까진 야당 겸 제2당이었던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각각 법사위원장을 차지했다.

여소야대였던 제20대 국회 전반기엔 여당 겸 제2당이었던 새누리당이 법사위원장을 차지했다가 정권이 교체돼 야당 겸 제2당이 된 자유한국당은 제20대 국회 임기 내내 법사위원장 직을 유지했다.

여대야소였던 제21대 국회 전반기엔 여당 겸 제1당이었던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차지했다. 다시 정권이 교체된 후론 여당 겸 제2당이었던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차지했다. 제22대 국회 전반기인 현 상황에선 야당 겸 제1당이었던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차지했다가, 지난 4일 정권교체로 인해 여당 겸 제1당으로서 법사위원장을 차지하고 있다.

합의·관례 따르다가
기준 없이 들쭉날쭉

법사위원장을 놓고 진행된 혼란은 뚜렷한 기준 없이 여야 합의와 관례에 의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배분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지금까지의 합의와 관례는 정치적 상황과 힘의 무게 균형에 따라 무너질 수도 있다. 정 의원과 서 의원이 주 의원의 요구를 무시한 것은 범여권이 190석을 차지하는 등 힘의 무게 균형이 극단적으로 기울어진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현재 국민의힘은 야당 겸 제2당이다. 따라서 법사위원장을 배분받는 2개의 관례상 기준을 모두 충족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현 국회의 전반기 안에 법사위원장을 배분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윤석열정부서부터 이어졌던 당내 혼란이 여전히 수습되지 않았고, 민주당 주도로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를 겨냥할 수 있는 특검법 3개가 모두 통과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방어만으로도 벅찰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시장 재임 당시부터 대 국민의힘 강경파였다. 이 대통령의 성향은 야당 대표 시절까지 이어져 윤 전 대통령의 무더기 거부권 행사에 다수의 탄핵소추 발의로 맞섰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민주당 지지자들은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얼마든지 법안을 놓고 ‘침대 축구’를 할 수 있는 법사위원장 직을 순순히 국민의힘에 넘겨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일각에선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기능에 기간 제한을 둬, 기간 내에 심사를 끝내지 않으면 본회의에 상정한다”는 제한을 두자고 주장한다.


명문화 필요

제19대 국회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으로 법사위원장을 맡았던 민주당 이상민 전 의원은 지난 2020년 5월 “의원 한두 명의 문제 제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며 “법사위에 법안이 넘겨지면 3개월 안에 심사하게 하고, 그 안에 처리하지 않으면 본회의에 자동 부의하는 방법도 있다”고 주장했다.

법사위원장 직 임명 기준과 체계·자구 심사 기능의 한계 등 지금까지 합의와 관례에 의존했다가 정치적 상황에 따라 파행의 명분이 됐다. 지금은 뚜렷한 명문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으로 보인다. 상임위원장 임기 2년마다 같은 논란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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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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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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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