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지난 15일, 유튜브 및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를 통해 ‘고속버스 민폐녀’라는 동영상이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해당 영상의 최초 촬영 및 유포자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1567개(17일 오전 8시 기준)의 댓글과 함께 3685명의 추천을 받으며 이번주 최다 댓글 부문에 ‘압도적 1위’에 랭크돼있다.
지난 16일, 자유게시판에 작성된 [영상] 고속버스 민폐녀‘라는 제목의 글에는 한 고속버스 승객이 직접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영상이 등장한다.
영상에 따르면 고속버스 기사로 보이는 한 남성이 20대로 보이는 한 여성 승객 A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씨가 좌석 등받이를 완전히 뒤로 젖힌 상태로 뒤에 앉아 있는 뒷좌석 승객에게 불편을 주자, 버스기사가 양해를 구하는 장면이 담겼다.
실제 뒷좌석의 남성 승객은 한껏 젖혀진 등받이로 인해 무릎 쪽 공간이 협소한 나머지 발을 통로 쪽으로 두고 있는 모습이었다.
옆 좌석의 중년 여성 B씨가 “(등받이를 너무 젖혀서)뒤가 너무 좁잖아”라고 지적하자 A는 “아뇨, 저 못하겠어요. 뒤에 사람 불편하다고 제가 불편할 수는 없죠”라고 대꾸했다.
버스기사가 “뒤에 손님이 불편해하시고, 누워서 가는 리무진 버스가 아니고 일반 버스니까 조금만 양해를 부탁할게요”라고 다시 정중하게 말하자 A씨는 “이만큼 숙이라고(의자를) 만든 건데 뭐가 문제냐니까요?”라고 거절했다.
버스기사는 “다른 사람한테 피해가 가니까 양해를 구하잖아요, 그쵸? 자유라는 게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는 게 맞잖아요”라고 되묻자 A씨는 “거절하는 것도 제 의사인 거잖아요. 그걸 제가 들어야 되나요?”라고 반문했다. 인근 좌석에선 “그럴 거면 프리미엄(버스) 타세요”라는 지적도 나왔다.
버스기사가 “불편하세요? 불편하신 것 같은데 자리를 옮겨드릴까요?”라고 제안했지만 A씨는 “아니, 뒷사람이 불편한 거죠”라고 응수했다.
옆 좌석에선 “그러니까(뒷 승객이) 불편하지 않아야지”라는 조언이 이어졌다.
버스기사는 “어르신이 뒤에서…앉아보실래요? 뒤에? 불편하시니까 조금만 올려달라고…완전히 펴라는 게 아니잖아요. 조금만 올려주시면 뒤에 분이 가시잖아요. 같이 더불어 사는 세상 아닙니까?”라고 요청했다.
이 말을 들은 A씨는 마지못해 등받이 레버를 조작해 등받이를 원래대로 올리면서도 “뭘 바꿔서 생각해요? 아니, 캐리어 끌고 와서 그것 때문에 올리라고 한 거였잖아요”라고 B씨와 언쟁을 벌였다.
B씨가 “그게 아니야. 난 조금만 올려달라고 했지. 버스가 침대야? 안방이야?”라고 지적하자 A씨는 “아니, 그렇게 불편하면 차를 끌고 가세요”라고 받아쳤다.
언성이 높아진 B씨가 “너나 그래”라고 하자 A씨도 “너나 그렇게 해”라며 반말로 맞받아쳤고 “나 차 없다”고 하자 A씨는 “그럼 불편해도 참고 가야지”라고 몰아붙였다.
B씨가 “아니, 정도껏 해야지, 정도껏”이라며 어이없어하자 A씨는 “이렇게 만들어졌는데 어쩌라고?”라고 지지 않았다.
결국 이를 지켜보고 있던 B씨 남편으로 보이는 뒷좌석 남성이 “어이 젊은이, 조용히 얘기해”라고 지적하자 A씨는 “아휴”하고 한숨을 내쉬자 “잘한 거 없어”라고 말했다.
A씨도 “사모님 단속이나 잘하세요”라며 지지 않았고 B씨도 “너나 잘해, 너나”라고 응수하자 그는 격앙된 목소리로 “아, 너나 잘해. 나이 먹는다고 다 그러는 줄 알아”라고 소리쳤다.
버스기사가 “어른한테 그러시면 안 되지 않느냐”고 정중히 말하자 “먼저 반말하고 큰소리치잖아요”라고 대꾸했다.
B씨가 “반말하게 만들었잖아”라고 하자 A씨는 “그러니까 나도 반말하잖아”라고 되받아쳤다.
다시 B씨가 “너는 부모도 없니?”라고 되묻자 A씨는 “넌 없어?”라고 따지 듯 소리쳤다.
그동안 가만히 앉아있던 뒷자리 승객은 격분해 자리서 일어나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지만 버스기사가 중재에 나서면서 일단락됐다.
A씨는 “존중받고 싶으면 먼저 그렇게 행동하세요”라고 지적하자 B씨도 “너나 그렇게 해”라고 대답했다.
뒷자리 남성이 등받이를 툭툭 차자 그는 “X발, 진짜”라며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욕설을 들은 B씨는 “내가 살다가 이런 개망나니는 처음 보네. 망나니도 이런 망나니는 처음 봐. 이건 어느 정도지”라고 허탈해했다.
결국 버스기사가 B씨 중년부부를 다른 좌석으로 안내하면서 불편했던 상황은 정리가 됐다.
이번 ‘고속버스 민폐녀’ 논란을 두고 좌석의 설계 문제, 배려 및 도덕의 부재 등 다양한 해석들이 쏟아졌다.
보배 회원들은 “애초에 저렇게까지 눕혀지지 않도록 만들어야 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데 저 친구는 야생의 동물 아닌가?” “정말 개망나니다. 내가 뒷자리였다면 가는 동안 계속해서 뒤에서 발로 찼을 것”이라며 “운수회사 블랙리스트로 지정해서 자가용이나 자전거 말고는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없게 해야 한다” 등 비판 목소리를 냈다.
또 “어리다고 무시하지도 않지만 요즘 애들은 먼저 반말했으니 반말한다고? 무시한 게 신념이 있으니 이 모양이다” “금쪽이, 많이 컸네. 혼자 버스도 타고…” “버스기사님이 침착하게 대응 잘하셨네. 초등학생에게 똑같이 당해봐야 한다” “‘남친과 싸우고 화나서 그랬어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태반” 등의 다양한 해석과 비판이 공존하기도 했다.
한 회원은 “민폐녀의 기본적인 인성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면서도 “공공 교통, 비행기, 버스, 기차 등 등받이 각도 최대치를 법적으로 설정해야 될 것 같다”고 주문했다. 이어 “남 눈치 안 보고 무조건 뒤로 제끼는 사람들이 많은데 버스는 둘째 치고 비행기 장거리 구간은 앞사람 유무를 떠나 너무 불편하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저런 승객들은 버스기사님이 승차거부하게 만들어야 한다” “저런 경우는 강제로 내리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나?” 등 기사의 강제 하차를 주장했다.
하지만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28조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이 여객의 승차를 거부하거나 여객을 중도하차하게 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 영상 제보자는 JTBC <사건반장>을 통해 영상 이전의 상황을 공개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A씨가 처음부터 의자를 뒤로 젖혀서 갔는데 뒷좌석 승객이 처음부터 정중하게 요청하지는 않았다. 발로 등받이 부분을 툭툭 차면서 반말로 올려달라고 했고 원위치로 되돌렸다고 한다.
자꾸 신경이 쓰였던 A씨는 휴게소에 도착하자마자 “말로 하면 되지, 왜 사람을 툭툭 차느냐”며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언쟁이 발생했다.
억하심정이 발동했던 A씨는 다시 좌석 등받이를 완전히 젖혔고 중년부부 사이서 언쟁이 발생하자 버스기사가 나서 중재하는 과정이 촬영됐다는 것이다.
제보자는 “여성이 잘못한 것은 맞지만 앞뒤 상황없이 영상이 일파만파 퍼져서 겁이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앞뒤 사정도 모른 채 A씨의 언행에 대한 십자포화가 이뤄져선 안 되겠지만 그의 막무가내식 대화는 작금의 MZ세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특히 자신의 권리와 편의만 내세우며 남의 불편에는 전혀 공감하려 들지 않고, 그러지도 못하는 현실은 결국 기성세대의 책임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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