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위기의 스타 강사 조정식

‘대치동 족집게’ 나락 일보 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스타강사 조정식이 문항 거래 의혹으로 곤혹을 겪고 있다. 조정식이 발간한 모의고사에 실린 문항이 수능에 거의 동일한 형태로 출제되면서 문항 거래 의혹에 휩싸였다. 조정식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여론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메가스터디 소속 스타 영어 강사 조정식이 현직 교사들로부터 수능 모의고사 문항을 사들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조정식은 2023학년도 수능 영어영역 23번과 유사한 지문을 사설 모의고사에 수록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입소문 타고
메가스터디행

앞서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조정식이 현직 고등학교 교사 A씨로부터 학원용 모의고사 문제를 5800만원에 샀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첫 거래 당시 조정식이 A씨에게 10개 문항 대금 200만원을 직접 보냈다. 또 감사원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조정식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현직 교사 21명에게 고등학교 3학년 대상 사설 모의고사 문항을 수천만 원에 걸쳐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수수한 인물은 2009년부터 EBS 수능 연계 교재 집필에 참여해 온 교사 A씨로, 그는 2021년 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약 5800만원을 받고 조정석 측에 문제를 제공했다고 전했다. A씨는 시중에 유통되지 않은 EBS 연계 교재 원고 2권을 유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2022년 11월 시행된 2023학년도 수능 영어영역 23번 문항은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집필한 <Too Much Information>에서 발췌한 내용을 바탕으로 출제됐다. 그런데 수능 직후, 이 지문이 조정식의 사설 모의고사와 문장 한 줄을 제외하고 동일하다는 주장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당시 일부 수험생들은 조정식의 인스타그램에 “시험에서 같은 지문이 나와 반가웠다” “족집게 실력 대단하다”는 취지의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는 닷새간 100건이 넘는 이의신청이 접수됐다. 신청자들은 조정식이 제공한 사설 모의고사 문제와 수능 지문이 지나치게 유사하다며, 해당 모의고사를 사전에 풀고 해설 강의까지 들은 수험생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시험이 됐다는 이의제기가 빗발쳤다.

핵심은 출제 지문 유출 여부다. 해당 문항의 출제위원으로 참여했던 대학교수는 과거 자신이 감수했던 EBS 교재에서 해당 지문을 접하고, 이를 저장해뒀다가 영어 23번 문항으로 출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정식 측에서 제작한 모의고사에 실린 유사 지문은 또 다른 현직 교사가 출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 결과, 수능 출제진과 조정식 간의 직접적인 유착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 측의 사설 교재 중복성 검증 과정에는 명백한 허점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평가원은 예년과 달리 해당 연도에 조정식이 발간한 모의고사 문제집을 검토 대상에서 누락했고, 이로 인해 유사 문항을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교재는 수능 직전인 2022년 9월27일 출간됐으나, 평가원은 “9월26일까지 발간된 교재만을 구매한다”는 내부 기준을 들어 해당 교재를 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다.

현직 교사와 5800만원 문항 거래 의혹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


이의신청이 접수된 이후에도 문제는 계속됐다. 평가원은 조정식의 모의고사와 수능 문항의 유사성을 지적하는 다수의 이의신청에 대해 심사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당시 심의 실무를 맡았던 평가원 직원 3명은 내부 이의 심사위원들에게 “해당 교재는 평가원이 구매할 수 없는 자료였다”고 설명하며, 이를 공식 심의 안건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이후, 해당 직원들은 업무 방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수능 23번 문항을 출제한 대학교수를 업무방해 혐의로, 해당 문항을 판매한 현직 교사 및 이를 매입한 조정식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각각 불구속 송치했다. 수능 문항 유사성 논란에 책임이 있는 평가원 직원들도 함께 검찰에 넘겨지며, 사건은 교육계 전반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사건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고, 감사원 역시 감사에 착수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집단 손해배상소송에 나섰다. 수험생 44만명을 대표해 조정식 강사 및 해당 문항을 거래한 교사·학원 측을 상대로 1인당 2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조정식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평안은 지난 11일 “조정식 강사와 변호인단은 현재 검찰에 송치된 모든 혐의에 대해 무혐의임이 명백하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어 “조정식은 해당 교사에게 5800만원을 직접 지급한 사실이 없다”며 “사건은 현재 수사기관의 엄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이며, 무분별한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정식에게 1타 강사 타이틀은 빠질 수 없는 단골 키워드다. 천부적인 재능으로 단기간에 1타 강사 타이틀을 딴 그는 어릴 적에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조정식은 대구 경신고등학교 출신으로, 고등학교 시절 시험 기간 중 날씨가 좋다는 이유로 학교를 빠지고 친구들과 낚시를 떠났다가 수학 시험에서 -1점을 받았던 일화가 있다. 하지만 학업 능력은 매우 뛰어나, 현역 시절 수능을 앞두고 치른 세 차례의 모의고사에서 전 과목 만점을 기록한 바 있다.

조정식의 목표는 서울대학교 법대였으며, 야간자율학습 시간에는 수능 만점 수기를 쓰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6개월 만에
1타 강사로

2001학년도 수능 당일에도 그는 긴장하지 않고 응원을 나온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며 입실할 정도로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해 수능은 유례없는 ‘물수능’으로, 만점자가 60명이 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두 문제를 틀리며 서울대 법대에는 불합격하고 고려대 법대에 입학하게 된다.

서울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조정식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다가 응원 OT 행사에서 수백 명이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동작을 하는 광경을 보고 문화적 충격을 받아 재수를 결심하게 된다. 조정식은 그때 상황에 대해 “북한인가 싶었다”고 말했다.

재수 준비는 종로학원에서 다니면서 했고, 9월까지는 공부보다 놀기에 바빴다고 한다. 한번은 학원 모의고사를 망쳤다고 생각해 술을 마시고 귀가한 적이 있는데, 알고 보니 전체 3등을 기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해 서울대는 수능 성적 100%로 선발하던 특차 전형을 폐지했고, 그는 다시 서울대 법대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일로 고려대 법대에 재차 합격해 입학하게 됐다. 당시 조정식은 전국 68등이라는 수능 성적에도 불구하고 전교 하위권에 가까울만큼 내신이 낮았다고 한다.

그는 고려대 법학과 02학번으로 입학해 2016년 2월 졸업했다. 1학년 1학기에는 F 학점 2개에 나머지가 모두 D 학점이었고, 평균 학점은 0.93, 2학기에는 D 학점을 받은 한 과목을 제외하고 전부 F 학점으로 0.13의 학점을 받는 등 성적이 매우 낮았다. 이후 수차례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면서 오랜 기간에 걸쳐 학업을 마무리하게 된다.

그는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면서 본격적인 강사 활동을 시작했다. 노원구에서 공익근무하던 당시 근무지의 이사장 허락을 받아 초기에는 국어 과목을 맡으며 강의를 시작했다. 이후 강의하던 학원이 폐업하면서 다른 학원으로 옮기게 됐고, 남은 과목이 영어뿐이어서 자연스럽게 영어 강의를 시작하게 됐다. 조정식은 영어 빈칸 추론 유형 문제에서 강점을 보이며 점차 이름을 알렸다.

조정식은 강사로서 빠르게 이름을 알리며 성장했다. 강의 경력이 길지 않았음에도 대치동에 입성했고, 2015년까지 강남 메가스터디 연합반 고3 전담 강사로 활동했다. 같은 해에는 메가스터디 러셀에 출강했으며, 당시 영어과 강사 4명 중 수강생 수 1위를 기록했고, 재등록률 면에서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2016년 12월2일에는 메가스터디 영어 과목 강사로 정식 입성했다. 이후 6개월 만에 1타 강사로 자리 잡으며, 회사 홍보 없이 본인의 강의력만으로 입소문이 나 높은 평가를 받았다. 현재까지도 수강생 수와 재등록률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방송 활동
중단하나


조정식은 고려대학교 재학 시절 교수들과 마찰을 겪은 적이 있는데, 이는 당시 크게 이슈가 됐다. 2006년,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소속이었던 조정식을 포함한 30여명의 학생들이 교수들을 본관에 억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폐교 예정이던 고려대학교 병설 보건대학 학생들에게도 본교 학생들과 동일한 총학생회 투표권을 부여해달라고 주장하며 본관을 점거했다.

이미 고려대 본교 소속으로 편입된 보건과학대학 학생들은 투표권이 있었지만, 병설보건대학 2·3학년 학생들은 학적이 분리돼있어 투표권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이 상황을 ‘불필요한 특권의식’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으나, 학교 측은 학적이 다른 이상 같은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이는 과거 유례도 없는 요구였기에 다수 학생과 교수진도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더불어 이전 해, 고려대가 이건희 당시 삼성 회장에게 명예 철학박사 학위를 수여하기로 하자 학생들이 계란을 던지며 항의하는 사건이 있었고, 이 또한 총학생회 소속 학생들이 주도한 시위였던 만큼 학교 측은 당시 두 사건을 연장선상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사건 후 상벌위원회가 구성됐고 일부 반성의 태도를 보인 학생들에게는 견책이나 정학 등의 징계가 내려졌다.

그러나 조정식을 포함해 주도적 역할을 한 학생들은 “학교는 배움의 대상이 아닌 투쟁의 대상이며, 나가게 되더라도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취지의 강경 발언으로 입장을 고수하면서 출교 처분을 받았다. 출교는 학적을 박탈하고 재입학도 불허하는 중징계로, 사실상 영구 제적을 의미한다.

당시 고려대 내부에서는 주동자에 대한 비판 여론이 우세했다. 병설 보건대생 이슈 자체에 공감하지 못한 학생들이 많았고, 무리한 시위 방식도 지지를 얻지 못했다. 학생 커뮤니티 등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출제 모의고사 23번 문항 유사
“그런 사실 절대 없다” 부인

감금 문제로 그는 법원까지 가게 됐고, 법원은 해당 사유가 “교수들의 요구 거부로 인해 현장에서 즉시 의사를 관철시키려다 벌어진 돌발적 행위며, 대화보다는 물리력에 의존한 경솔함, 민주주의적 소양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악의적 목적에서 비롯된 행위는 아니었고, “학생들의 주장이 대학 자치활동의 일환으로 반드시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무엇보다 학교 측이 고압적인 태도로 대화를 회피했다는 점도 사태 악화의 원인으로 언급했다.

결국, 법원에서는 이를 주도한 학생들에게 내려진 출교 처분이 절차상 하자와 징계 수위의 과도함 등을 이유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학교는 이후 무기정학 처분을 내렸지만, 이 역시 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으며 징계 문제는 오랜 법적 다툼 끝에 종결됐다.

조정식은 강의에서 학생들의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학생들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튜브 ‘메가스터디’ 공식 채널에는 ‘16점 학생 과외한 썰’이라는 제목으로 조정식이 강의 중 대학 시절 과외하던 이야기를 하는 영상이 공개됐는데 해당 영상이 유명해져 높은 조회수가 나왔다.

영상에서 조정식은 “옛날에 그런 친구가 있었다. 대학생 때 과외하던 친구였는데, 두 달 과외하고 환불해 줬었다. 도저히 안되겠더라. 고3인데 이런 애는 처음 봤다”고 말문을 열었다.

조정식은 2005년 6월경 특성화고를 다니던 아이를 과외하게 됐다. 그 학생에게 영어 모의고사 점수를 묻자 “모른다”고 답해, 그 자리에서 모의고사 시험을 치르게 했다. 결과는 16점이었다. 조정식은 학생의 점수에 대해 “이해가 안 됐다”며 “문제를 이해하나 싶어서 ‘remember(기억하다)’라는 단어를 물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학생은 “악토버, 노벰버, 디셈버, 리멤버? 선생님, 악토버가 몇 월이에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 후 시간이 지나 그 학생 모의고사 점수가 올랐는데 30점대였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결국, 학생의 모친에게 과외비를 환불해주고 그만뒀다고 전했다.

조정식은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강사 일에 대한 소신을 밝힌 적이 있다. 프로그램 진행자인 유재석은 “몇 년째 1타 강사를 유지 중이냐”고 질문했다. 조정식은 “인터넷 강사를 시작한 게 2017년인데 그해부터 지금까지 유지 중”이라고 답했다.

또, 거금을 들고 와서 1대 1 과외를 해달라고 하는 경우에 대해 묻자, 조정식은 “나는 그런 부탁 들어오면 그냥 안 할 생각으로 회당 2억원 주세요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자신의 강의 노하우에 대해서는 “강의할 때 말을 좀 빠르게 하는 편이다. 말할 때 1.2배에서 1.5배 정도 빠를 때 집중력이 올라간다고 하더라. 자신이 강조하는 부분에 목소리를 키우는 경우가 흔한데, 그렇게 되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 쉽게 지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며 “저희는 60분짜리 강의를 한번에 해야 되니까 일부러 집중을 시켜야 될 때 톤을 다운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모든 의혹
전면 부인

조정식은 자신이 학생들에게 하는 조언에 대해 “내가 맨날 하는 얘기가 있다”며 “잠 좀 줄이지 말고, 밥 먹는 시간에 공부하지 말라고 얘기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에 대해선 인간의 의지력은 ‘소모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편, 조정식은 채널A 예능프로그램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 시즌2>에도 출연 중이다.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방송 활동 중단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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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