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위기의 스타 강사 조정식

‘대치동 족집게’ 나락 일보 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스타강사 조정식이 문항 거래 의혹으로 곤혹을 겪고 있다. 조정식이 발간한 모의고사에 실린 문항이 수능에 거의 동일한 형태로 출제되면서 문항 거래 의혹에 휩싸였다. 조정식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여론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메가스터디 소속 스타 영어 강사 조정식이 현직 교사들로부터 수능 모의고사 문항을 사들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조정식은 2023학년도 수능 영어영역 23번과 유사한 지문을 사설 모의고사에 수록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입소문 타고
메가스터디행

앞서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조정식이 현직 고등학교 교사 A씨로부터 학원용 모의고사 문제를 5800만원에 샀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첫 거래 당시 조정식이 A씨에게 10개 문항 대금 200만원을 직접 보냈다. 또 감사원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조정식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현직 교사 21명에게 고등학교 3학년 대상 사설 모의고사 문항을 수천만 원에 걸쳐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수수한 인물은 2009년부터 EBS 수능 연계 교재 집필에 참여해 온 교사 A씨로, 그는 2021년 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약 5800만원을 받고 조정석 측에 문제를 제공했다고 전했다. A씨는 시중에 유통되지 않은 EBS 연계 교재 원고 2권을 유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2022년 11월 시행된 2023학년도 수능 영어영역 23번 문항은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집필한 <Too Much Information>에서 발췌한 내용을 바탕으로 출제됐다. 그런데 수능 직후, 이 지문이 조정식의 사설 모의고사와 문장 한 줄을 제외하고 동일하다는 주장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당시 일부 수험생들은 조정식의 인스타그램에 “시험에서 같은 지문이 나와 반가웠다” “족집게 실력 대단하다”는 취지의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는 닷새간 100건이 넘는 이의신청이 접수됐다. 신청자들은 조정식이 제공한 사설 모의고사 문제와 수능 지문이 지나치게 유사하다며, 해당 모의고사를 사전에 풀고 해설 강의까지 들은 수험생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시험이 됐다는 이의제기가 빗발쳤다.

핵심은 출제 지문 유출 여부다. 해당 문항의 출제위원으로 참여했던 대학교수는 과거 자신이 감수했던 EBS 교재에서 해당 지문을 접하고, 이를 저장해뒀다가 영어 23번 문항으로 출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정식 측에서 제작한 모의고사에 실린 유사 지문은 또 다른 현직 교사가 출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 결과, 수능 출제진과 조정식 간의 직접적인 유착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 측의 사설 교재 중복성 검증 과정에는 명백한 허점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평가원은 예년과 달리 해당 연도에 조정식이 발간한 모의고사 문제집을 검토 대상에서 누락했고, 이로 인해 유사 문항을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교재는 수능 직전인 2022년 9월27일 출간됐으나, 평가원은 “9월26일까지 발간된 교재만을 구매한다”는 내부 기준을 들어 해당 교재를 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다.

현직 교사와 5800만원 문항 거래 의혹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


이의신청이 접수된 이후에도 문제는 계속됐다. 평가원은 조정식의 모의고사와 수능 문항의 유사성을 지적하는 다수의 이의신청에 대해 심사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당시 심의 실무를 맡았던 평가원 직원 3명은 내부 이의 심사위원들에게 “해당 교재는 평가원이 구매할 수 없는 자료였다”고 설명하며, 이를 공식 심의 안건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이후, 해당 직원들은 업무 방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수능 23번 문항을 출제한 대학교수를 업무방해 혐의로, 해당 문항을 판매한 현직 교사 및 이를 매입한 조정식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각각 불구속 송치했다. 수능 문항 유사성 논란에 책임이 있는 평가원 직원들도 함께 검찰에 넘겨지며, 사건은 교육계 전반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사건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고, 감사원 역시 감사에 착수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집단 손해배상소송에 나섰다. 수험생 44만명을 대표해 조정식 강사 및 해당 문항을 거래한 교사·학원 측을 상대로 1인당 2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조정식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평안은 지난 11일 “조정식 강사와 변호인단은 현재 검찰에 송치된 모든 혐의에 대해 무혐의임이 명백하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어 “조정식은 해당 교사에게 5800만원을 직접 지급한 사실이 없다”며 “사건은 현재 수사기관의 엄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이며, 무분별한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정식에게 1타 강사 타이틀은 빠질 수 없는 단골 키워드다. 천부적인 재능으로 단기간에 1타 강사 타이틀을 딴 그는 어릴 적에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조정식은 대구 경신고등학교 출신으로, 고등학교 시절 시험 기간 중 날씨가 좋다는 이유로 학교를 빠지고 친구들과 낚시를 떠났다가 수학 시험에서 -1점을 받았던 일화가 있다. 하지만 학업 능력은 매우 뛰어나, 현역 시절 수능을 앞두고 치른 세 차례의 모의고사에서 전 과목 만점을 기록한 바 있다.

조정식의 목표는 서울대학교 법대였으며, 야간자율학습 시간에는 수능 만점 수기를 쓰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6개월 만에
1타 강사로

2001학년도 수능 당일에도 그는 긴장하지 않고 응원을 나온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며 입실할 정도로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해 수능은 유례없는 ‘물수능’으로, 만점자가 60명이 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두 문제를 틀리며 서울대 법대에는 불합격하고 고려대 법대에 입학하게 된다.

서울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조정식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다가 응원 OT 행사에서 수백 명이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동작을 하는 광경을 보고 문화적 충격을 받아 재수를 결심하게 된다. 조정식은 그때 상황에 대해 “북한인가 싶었다”고 말했다.

재수 준비는 종로학원에서 다니면서 했고, 9월까지는 공부보다 놀기에 바빴다고 한다. 한번은 학원 모의고사를 망쳤다고 생각해 술을 마시고 귀가한 적이 있는데, 알고 보니 전체 3등을 기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해 서울대는 수능 성적 100%로 선발하던 특차 전형을 폐지했고, 그는 다시 서울대 법대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일로 고려대 법대에 재차 합격해 입학하게 됐다. 당시 조정식은 전국 68등이라는 수능 성적에도 불구하고 전교 하위권에 가까울만큼 내신이 낮았다고 한다.

그는 고려대 법학과 02학번으로 입학해 2016년 2월 졸업했다. 1학년 1학기에는 F 학점 2개에 나머지가 모두 D 학점이었고, 평균 학점은 0.93, 2학기에는 D 학점을 받은 한 과목을 제외하고 전부 F 학점으로 0.13의 학점을 받는 등 성적이 매우 낮았다. 이후 수차례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면서 오랜 기간에 걸쳐 학업을 마무리하게 된다.

그는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면서 본격적인 강사 활동을 시작했다. 노원구에서 공익근무하던 당시 근무지의 이사장 허락을 받아 초기에는 국어 과목을 맡으며 강의를 시작했다. 이후 강의하던 학원이 폐업하면서 다른 학원으로 옮기게 됐고, 남은 과목이 영어뿐이어서 자연스럽게 영어 강의를 시작하게 됐다. 조정식은 영어 빈칸 추론 유형 문제에서 강점을 보이며 점차 이름을 알렸다.

조정식은 강사로서 빠르게 이름을 알리며 성장했다. 강의 경력이 길지 않았음에도 대치동에 입성했고, 2015년까지 강남 메가스터디 연합반 고3 전담 강사로 활동했다. 같은 해에는 메가스터디 러셀에 출강했으며, 당시 영어과 강사 4명 중 수강생 수 1위를 기록했고, 재등록률 면에서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2016년 12월2일에는 메가스터디 영어 과목 강사로 정식 입성했다. 이후 6개월 만에 1타 강사로 자리 잡으며, 회사 홍보 없이 본인의 강의력만으로 입소문이 나 높은 평가를 받았다. 현재까지도 수강생 수와 재등록률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방송 활동
중단하나


조정식은 고려대학교 재학 시절 교수들과 마찰을 겪은 적이 있는데, 이는 당시 크게 이슈가 됐다. 2006년,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소속이었던 조정식을 포함한 30여명의 학생들이 교수들을 본관에 억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폐교 예정이던 고려대학교 병설 보건대학 학생들에게도 본교 학생들과 동일한 총학생회 투표권을 부여해달라고 주장하며 본관을 점거했다.

이미 고려대 본교 소속으로 편입된 보건과학대학 학생들은 투표권이 있었지만, 병설보건대학 2·3학년 학생들은 학적이 분리돼있어 투표권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이 상황을 ‘불필요한 특권의식’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으나, 학교 측은 학적이 다른 이상 같은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이는 과거 유례도 없는 요구였기에 다수 학생과 교수진도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더불어 이전 해, 고려대가 이건희 당시 삼성 회장에게 명예 철학박사 학위를 수여하기로 하자 학생들이 계란을 던지며 항의하는 사건이 있었고, 이 또한 총학생회 소속 학생들이 주도한 시위였던 만큼 학교 측은 당시 두 사건을 연장선상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사건 후 상벌위원회가 구성됐고 일부 반성의 태도를 보인 학생들에게는 견책이나 정학 등의 징계가 내려졌다.

그러나 조정식을 포함해 주도적 역할을 한 학생들은 “학교는 배움의 대상이 아닌 투쟁의 대상이며, 나가게 되더라도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취지의 강경 발언으로 입장을 고수하면서 출교 처분을 받았다. 출교는 학적을 박탈하고 재입학도 불허하는 중징계로, 사실상 영구 제적을 의미한다.

당시 고려대 내부에서는 주동자에 대한 비판 여론이 우세했다. 병설 보건대생 이슈 자체에 공감하지 못한 학생들이 많았고, 무리한 시위 방식도 지지를 얻지 못했다. 학생 커뮤니티 등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출제 모의고사 23번 문항 유사
“그런 사실 절대 없다” 부인

감금 문제로 그는 법원까지 가게 됐고, 법원은 해당 사유가 “교수들의 요구 거부로 인해 현장에서 즉시 의사를 관철시키려다 벌어진 돌발적 행위며, 대화보다는 물리력에 의존한 경솔함, 민주주의적 소양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악의적 목적에서 비롯된 행위는 아니었고, “학생들의 주장이 대학 자치활동의 일환으로 반드시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무엇보다 학교 측이 고압적인 태도로 대화를 회피했다는 점도 사태 악화의 원인으로 언급했다.

결국, 법원에서는 이를 주도한 학생들에게 내려진 출교 처분이 절차상 하자와 징계 수위의 과도함 등을 이유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학교는 이후 무기정학 처분을 내렸지만, 이 역시 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으며 징계 문제는 오랜 법적 다툼 끝에 종결됐다.

조정식은 강의에서 학생들의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학생들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튜브 ‘메가스터디’ 공식 채널에는 ‘16점 학생 과외한 썰’이라는 제목으로 조정식이 강의 중 대학 시절 과외하던 이야기를 하는 영상이 공개됐는데 해당 영상이 유명해져 높은 조회수가 나왔다.

영상에서 조정식은 “옛날에 그런 친구가 있었다. 대학생 때 과외하던 친구였는데, 두 달 과외하고 환불해 줬었다. 도저히 안되겠더라. 고3인데 이런 애는 처음 봤다”고 말문을 열었다.

조정식은 2005년 6월경 특성화고를 다니던 아이를 과외하게 됐다. 그 학생에게 영어 모의고사 점수를 묻자 “모른다”고 답해, 그 자리에서 모의고사 시험을 치르게 했다. 결과는 16점이었다. 조정식은 학생의 점수에 대해 “이해가 안 됐다”며 “문제를 이해하나 싶어서 ‘remember(기억하다)’라는 단어를 물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학생은 “악토버, 노벰버, 디셈버, 리멤버? 선생님, 악토버가 몇 월이에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 후 시간이 지나 그 학생 모의고사 점수가 올랐는데 30점대였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결국, 학생의 모친에게 과외비를 환불해주고 그만뒀다고 전했다.

조정식은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강사 일에 대한 소신을 밝힌 적이 있다. 프로그램 진행자인 유재석은 “몇 년째 1타 강사를 유지 중이냐”고 질문했다. 조정식은 “인터넷 강사를 시작한 게 2017년인데 그해부터 지금까지 유지 중”이라고 답했다.

또, 거금을 들고 와서 1대 1 과외를 해달라고 하는 경우에 대해 묻자, 조정식은 “나는 그런 부탁 들어오면 그냥 안 할 생각으로 회당 2억원 주세요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자신의 강의 노하우에 대해서는 “강의할 때 말을 좀 빠르게 하는 편이다. 말할 때 1.2배에서 1.5배 정도 빠를 때 집중력이 올라간다고 하더라. 자신이 강조하는 부분에 목소리를 키우는 경우가 흔한데, 그렇게 되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 쉽게 지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며 “저희는 60분짜리 강의를 한번에 해야 되니까 일부러 집중을 시켜야 될 때 톤을 다운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모든 의혹
전면 부인

조정식은 자신이 학생들에게 하는 조언에 대해 “내가 맨날 하는 얘기가 있다”며 “잠 좀 줄이지 말고, 밥 먹는 시간에 공부하지 말라고 얘기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에 대해선 인간의 의지력은 ‘소모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편, 조정식은 채널A 예능프로그램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 시즌2>에도 출연 중이다.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방송 활동 중단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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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