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협박 전화’ 돌리는 노량진 재개발 현장, 왜?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4.10 14:40:09
  • 호수 1526호
  • 댓글 4개

쌍팔년도도 아니고···설치는 알박기 세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노량진 본동 재개발사업이 철거 반대 시위와 협박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재개발사업 구역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A씨는 평소 ‘재개발이 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왔다. 상가와 주택 대부분은 철거됐지만, 알박기 조직에 의해 폐허로 남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A씨는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상대방은 A씨에게 “그 동네서 설치고 다니지 말라”는 등 경고와 협박을 한 뒤 끊었다고 한다. 앞서 A씨는 가게를 찾은 손님들과 대화에서 “개발한다고 주민들 내보냈으니 장사도 안 되고 죽겠다. 빨리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A씨가 손님들 앞에서 재개발사업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직후 협박 전화를 받은 것이다.

시달리는
원주민들

노량진 본동 개발 현장이 슬럼화로 고통받는 이유는 개발 시행사와 과거 지역주택조합원 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7년 지역주택사업으로 시작한 노량진 본동은 PF 대출금 2700억원을 갚지 못해 파산했다.

이후 일반 개발 사업지로 변경되면서 각각 2~3억원가량의 지주택 분담금(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일부 조합원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인당 9억원의 보상을 요구했다. 시행사와의 합의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조합원들은 ‘재산보호연대(이하 재보연)’라는 단체를 조성했다.

재보연은 사업지 내 빌라 3곳에 매매 예약 가등기를 설정한 채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재보연이 가등기 말소 조건으로 시행사인 ‘로쿠스’ 측에 요구한 합의금은 총 10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시행사와의 합의를 거부한 일부 지주택 조합원들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합의금과 시행 권한을 되찾기 위해 재보연을 결성한 것이다.


로쿠스 측은 개발 현장에 살던 원주민들과 합의를 받아들인 지주택 투자자들에게 각각 수억원에 달하는 보상을 마친 상태다. 개발 현장 내에 연립주택을 소유했던 김모씨의 경우, 지난 2023년 11월28일 시행사와 매매 합의를 마쳐 지난해 3월 시행사에 건물 관리를 맡겼다.

누나가 사망하면서 주택을 상속받은 김씨는 상속세 등에 따른 부담을 느꼈고, 다주택 중과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3월 철거 계약을 진행했다. 철거업체는 주관부서인 동작구청 도시정비2과에 해체계획서를 접수하러 갔다. 

정비과에서는 ‘해당 건물이 옹벽 위에 있는 건물로 심의를 거쳐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철거업체는 구조 기술사 및 건축사를 대동해 옹벽의 안정성에 관한 구조 계산을 위해 현장을 방문했다.

구조 기술사, 건축사가 김씨의 건물에 방문하자 재보연 회원들이 출입을 막아섰다. 재보연 회원 55명이 가등기를 설정한 ‘에이스빌라’가 김씨의 건물과 붙어 있어 철거 과정에서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재보연 회원들의 방해로 철거해야 할 김씨의 건물은 옹벽 안정성에 대한 점검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다.

동작구청은 “전문가들의 옹벽 안전 점검을 위한 절차 진행은 건축주(김씨)와 에이스빌라 점유자들끼리 해결할 문제”라고 안내했다. 이에 김씨는 재보연 측과 협의를 위해 연락했지만, 이들은 소통을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스빌라의 8세대 중 7세대는 시행사의 소유물로 이미 폐가 처리된 가운데, 502호 한 채에 재보연 회원들이 가등기를 설정해놓고 김씨 주택의 철거마저 방해하는 상황이다.

1000억원 토해내라는 ‘페라리’ 주인
슬럼 가속화 온상
조폭이 따로 없어

김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내 건물을 내가 철거하겠다고 하는데, 관련 없는 사람들이 점거하고 있는 웃지 못할 상황”이라며 “살지도 못하는 집에 세금만 내고 있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세금을 대신 내줄 것도 아닌 재보연은 협의조차 거부하면서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경찰은 노량진 본동 주택개발 현장에 ‘떼거리 알박기’로 업무방해 혐의를 받는 재보연 회장이자 부동산 업자인 김모씨 등을 압수수색했다. 시행사와 합의를 거부한 재보연은 행동강령을 만들고 회원들에게 총 50억원에 달하는 회비를 걷었다. 문제는 ‘회비 지출 내역을 공개하라’는 회원을 탈퇴시켰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김 회장이 재보연 회비로 아들의 페라리, 포르셰 등 고급 외제차를 구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실제로 재보연이 가등기한 에이스빌라 주차장에는 김 회장 측의 페라리와 포르쉐가 세워져 있었다. 지난해 김 회장은 취재진과 전화 통화에서 “대우건설 때문에 재산을 다 잃게 생겼으니 그에 맞는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등기 설정은 미래에 구입할 예정일 때 권리를 보전하기 위해 걸어두는 계약이다. 다만, 재개발사업 등을 방해할 목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가등기를 풀지 못한 건물은 철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량진 본동 주택개발 사업은 재보연 관계자 등 약 70명의 가등기권자들로 인해 정체된 상태다.

도심 속 흉물이 된 현장은 우범지대로 전락해 안전 요원이 투입되는 등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됐다.

가등기 빌라
고급 외제차

재보연 회원 중에는 대통령실 경호본부 관계자 B씨도 있었다. B씨는 사업 구역 내 위치한 ‘영본빌라 202호’ 등기에 ‘가등기권자’로 확인됐다. 공직자 신분으로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인 B씨는 지난 2010년 지주택 사업이 한창일 때 총 2억7600만원의 분담금을 입금하고 지주택 조합원 자격을 취했다.

당시만 해도 노량진 본동 아파트를 5억원 정도에 분양받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B씨가 주거용 오피스텔을 소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무주택자만 해당되는 지주택 조합원의 자격을 잃었다고 한다. 지주택은 무주택자 또는 전용면적 60㎡ 이하의 유주택자들을 모집해 부지를 매입한 뒤 집을 지어 분양하는 사업이다.

B씨는 취재진과 인터뷰서 “오피스텔 소유로 인해 조합에서 제명됐기에 시행사 합의 대상서 제외됐고, 분담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며 “전 재산에 가까운 돈을 투자했는데, 이자까지는 돌려받아야 하지 않겠나. 변호사가 조언하길 영본빌라 202호에 가등기를 설정하고 버티면 시행사에서 협상이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B씨는 가등기를 설정하기 위해 재보연 측에 4000만원을 입금했다. 4000만원을 입금해 지분을 확보한 이유에 대해 B씨는 “(영본빌라 202호 공유지분)매매 금액이 대략 1700만원인데 그냥 2000만원으로 하는 것보다는 4000만원으로 올려놓는 게 좋지 않겠나”라며 “어차피 2000만원 받으려고 제한 행위를 한 건 아니다”라고 당연하다는 듯 언급했다.

이처럼 B씨는 가등기 설정 이유에 대해 개발사업의 주체를 방해하고 합의금을 더 받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실제 영본빌라 202호의 감정평가액은 약 5억7000만원이기에 공유자 30여명을 기준으로 나누면 공유지분 금액은 1인당 1700만~2000만원으로 계산된다.

17평도 안 되는 빌라 한 채에 공유자는 33명, 가등기권자가 11명이다. 김씨의 주택과 맞닿는 에이스빌라 역시 재보연 소속 55명의 ‘떼거리 가등기’가 설정돼있다. 가등기 목적이 단순 구입 목적이 아님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실제로 A씨는 취재진과 전화 통화에서 “가등기는 시행사와 협상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재보연은 개발사업에서 이권을 취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먼저 시행사의 미매입 부지 중 빌라 2채를 매입했다. 빌라 2채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조합장이 매도인과 협의를 본 금액보다 높게 매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시행사로부터 보상금을 많이 받기 위해 시세를 조종한 것이다.

나 몰라
배 째라

지주택으로 출발한 노량진 본동 개발 사업지는 지난 2007년 441번지 일대에 368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기 위해 토지 매입비 목적으로 총 1400억원을 모아 조합을 결성했다. 이후 사업 진행 과정서 약 800여세대로 확대됐다.

당시 시공사로 선정된 대우건설의 보증으로 금융권의 자금을 빌려 사업을 진행했다. 이듬해인 2008년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2010년 서울시 건축 심의를 통과했으나, 서울시와 동작구가 재개발사업 기준을 강화하면서 사업이 지연됐다.

그러면서 현 시행사로 소유권이전 등기되는 동시에 하나자산신탁으로 신탁등기(공매 대금 2100억원, 신탁등기비 100억원)가 이뤄져 사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공매로 나온 부지의 사업주체가 바뀐 것이다.

부지 공매와 내분 사태를 겪은 지주택은 대외적으로 로쿠스와 대우건설 및 청와대 등에 민원을 제기(2017년 동작구청 중재로 시행사와 합의까지 약 670여회)했다. 내적으로는 공매 직전 공증서류를 통해 채권자 지위를 확보한 일부 조합원 및 투자자 158명 등에게 “서로 힘을 합해 시행사와 시공사에 맞서 싸우자”고 3차례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그들 중 36명을 제외한 122명은 끝내 조합에 대한 채권자 지위를 고수해 조합원 자격서 제명당하고 말았다. 현재는 최종 388명이 유효한 조합원이고, 김 회장 등을 포함한 122명은 이미 파탄 난 조합에 대한 채권자 지위에 있을 뿐 시행, 시공사에 대한 어떠한 권리 주장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시 조합 측은 대우건설이 사업 승인과 착공에서 늑장을 부렸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우건설은 지급보증으로 빚을 대신 갚았기에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남의 집 철거도 반대 ‘재보연’ 실체
연락 차단한 유령 조합원 ‘으름장’

대우건설 측은 언론과 인터뷰서 “PF 대출을 갚지 못해 대위변제로 2700억원의 빚을 안게 됐다”고 주장했다. 대우건설은 “토지 소유권을 얻는다고 해도 600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주택 전 조합장 최모씨는 조합 분담금 가운데 100억원 이상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012년 10월1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전 조합장 최씨가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서울 영등포구 소재 재단법인 사무실과 지방 거주지 등 2~3곳을 압수수색 했다.

이 과정서 검찰은 최씨가 수백억원을 횡령한 단서를 잡았다. 지난 2013년 12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용현)는 최씨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10억원, 추징금 10억15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3년 만기 출소한 최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통해 “억울함은 없지만, 10년이 지났음에도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현장을 보고 뭔가 잘못됐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최씨는 “당시 토지 매입이 대부분 완료된 상태였고, 내가 횡령한 조합비로 인해 사업이 무산될 현장은 아니었다”며 “재산보호연대가 시행 권한을 갖기 위해 악의적으로 가등기를 설정하고 사업을 방해하기 때문에 수십년째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사업지의 땅을 사서 되파는 등 방식으로 수십억원대 횡령·배임을 저지른 혐의에 관해 “재보연 소속 회원들이 과거 조합원일 때 동참한 행위를 조합장인 내가 짊어지게 된 것”이라며 “내가 구속됐다고 사업이 재개된 것이 아니라면 근본적인 문제는 재보연에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재보연은 대우건설의 합의를 거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20년 대우건설과 합의할 기회가 있었으나, 이들은 1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요구하고 “대우건설은 공매가만 돌려받고 빠져야 한다”며 거절했다. 이보다 앞선 2016년 동작구청의 중재 협의안에 따라 일부 지주택 조합원은 합의했으나, 재보연은 일체 합의에 반대하는 스탠스를 유지했다.

검찰 송치 단계를 앞둔 재보연은 고초를 겪은 노량진 지주택 조합과 엄연히 다르다. 일부는 조합 분담금을 내지 않고, 재보연의 머릿수를 채워주면서 금전적 이득을 위해 뒤늦게 합류한 구성원도 포함됐다.

집단행동
분양가↑

재보연 김 회장은 지난 2012년 4월 노량진 본동 개발사업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집단적 위세와 단합된 행동을 위해 운영규정(행동강령) 및 개별 서약서(운영 규정 위반 시 제재 등)까지 만들었다. 재보연의 일부 회원들은 김 회장의 자금 사용처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 현재 유효한 노량진 본동 지주택 조합원 중 상당수인 388명은 시행사 측과 합의를 완료했고, 보상금액을 협상 중이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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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