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최근 한 고속버스기사의 온라인 푸념글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고속버스기사로 추정되는 한 회원은 지난 24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고속버스는 극한직업입니다.(실화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 제 버스 트렁크에 꽃들을 잔뜩 실으시고는 ‘기사님, 이 꽃들 시들면 책임지셔야 해요’라고 얘기했다”며 “제가 어떻게 해야 꽃들이 시드는 걸 막을 수 있을까요?”라고 황당해했다.
이어 “회사에 얘기해서 트렁크에 에어컨을 달아달라고 해야 하나요?”라고 되물었다.
해당 글에는 “그렇게 소중하면 자차로 가지” “여혐이라고 오해받을까 봐 조심스럽긴 한데 저런 말 하는 사람 대부분은 여성 아닌가요? 남자라면 이성적으로 저렇게 막혀 있는 곳이면 따뜻해질 거라고 생각할 텐데 말입니다” 등의 해당 승객을 비판하는 댓글이 달렸다.
닉네임 ‘토착왜OOO’은 “여혐이 맞다고 본다. 저런 큰 박스를 2박스나 가져와서 버스로 화물 부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남자라고 생각했다”고 반박했다. 해당 반박 댓글에는 “이성이 있다면 저 큰 박스를 여성 혼자 옮겼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고속버스기사를 옹호하는 대댓글이 달렸다.
다른 회원들도 “어쩌라는 거죠? 중간 중간 물도 뿌려주고 그래야 하나요?” “시들어있는 상태서 보내진 건지도 모르는데 화물 탑재 거부해야 한다” “어떤 책임을 원하는지 궁금하다” 등의 악플에 가까운 댓글이 쇄도했다.
해당 회원은 25일 오전 1시에도 ‘모든 고속버스기사님이 난폭운전을 하는 게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2019년, 2020년에 회사로부터 받은 상장 사진도 함께 첨부했다.
그는 “제 글에 달린 댓글을 읽다 보면 ‘왜 고속버스들은 1차선을 타느냐? 왜 고속버스들은 난폭운전을 하느냐? 왜 고속버스들은 운전을 뭐같이 하느냐?’고 묻는다”면서도 “저도 직업이 고속버스기사인데 ‘왜 저렇게 운전할까?’하는 의문이 들만큼 난폭운전 하는 기사님을 종종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를 쓰고 난폭 운전해봤자 한국의 고속도로는 아우토반이 아니다. 대형 트럭들이나 기름값 때문에 천천히 달리는 타 회사의 버스들 때문이라도 더 달려봐야 목적지 도착 기준으로 길어야 5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 차를 넘어봐야 앞에 또 있을 테고, 기를 쓰고 넘어봐야 어딘가 정체로 결국 반포IC서 같이 램프로 빠질 텐데… 시간이 흐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음을 비우게 되더라”며 “제 생각으로는 습관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앞차와의 거리두기를 안 하신다거나 앞차를 어떻게든 넘어야 직성이 풀리시는 분, 그런 식으로 운전해봐야 승객분들이 인정해주는 거 아니다”라며 “고속버스기사는 승객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셔다드리는 게 목적이지, 어떻게든 기록 단축해서 빨리 내려드리는 게 목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소한 저만이라도 정도를 걷기로 마음먹고 운전대를 잡으니 회사서 인정해주고 제 버스에 탑승하시는 승객분들도 기분 좋게 버스서 내리시면서 ‘감사하다, 덕분에 편하게 잘 왔다, 푹 잤다’ 등 기분 좋은 멘트를 들을 수 있더라”고 감사해했다.
아울러 “오늘도 제 부모님 제 가족, 제 아이들이 버스에 타고 있다고 생각하며 운전대를 잡는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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