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인피니티? ‘대전 마세라티’ 긁힘 견적 2100만원 논란

모친, 보배드림에 “수리 금액 너무 커” 호소
“새 차 뽑으려고?” 과다 비용 비판 댓글 쇄도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한 외제차 차주가 경미한 흠집을 낸 중학생 부모를 상대로 2100만원의 수리비를 청구한 사실이 알려지며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게다가 수리비 외에 렌트비도 700만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지난 25일, 국내 최대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인 ‘보배드림’에는 ‘아이가 자전거로 외제차를 긁었어요’라는 글이 게재됐다.

자신을 중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엄마라고 밝힌 글 작성자 A씨는 “지난 21일, 아들이 마세라티를 긁었다. 집에 오는 구간 아주 짧게 자전거 도로 없는 구간이 있다”며 “인도로 가던 중 행인을 피하려다 인도 옆으로 떨어지면서 손잡이가 차량 좌측 주유구 뒤쪽을 긁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아이가)차주 번호가 없어 112에 전화해서 사고접수를 했다. 부모 상의도 없이 그랬길래 어른스럽게 행동한 게 기특해서 칭찬해줬다”며 “교통사고가 아니라 아이 아빠 운전자보험에 있는 일상배상책임보험으로 손해사정인과 차주가 얘기하고 있는데 차주가 견적을 뽑아 요구한 금액이 2100만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사에서 못해준다고 하면 소송 갈 준비하라고 하는데 이런 경우 소송하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혹시 아세요? 금액이 생각보다 너무 커서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주차도 금지구역에다가 역방향으로 해놨고 수리 맡겨둔 상태로 카센터서 저렇게 세워놓은 것 같다”며 해당 차량의 사진과 차량의 긁힘 상태, 상대 측 차주가 보낸 것으로 예상되는 수리 견적서 사진을 함께 첨부했다.


첨부된 사진에는 리어휀더 부분에 약 10cm가량의 스크래치가 나 있고 주유구 쪽에도 뭔가에 눌린 듯한 함몰된 부위도 찍혔다. 글 작성자는 함몰된 부분은 이번에 자전거 충격으로 생긴 게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듯 대각선으로 나 있는 긁힘 부분에 붉은 원으로 표시했다.

수리 견적서에는 리어휀더 682만9570원, 휀더 삼각유리 130만2070원, 휀더 엠블럼 12만1990원, 사이드스텝 142만5380원, 리어휠 250만5580원, 휠캡 10만9340원, TPMS 센서 28만4130원으로 총 1383만5866원(부가세 포함)으로 책정돼있다.

A씨의 주장과 달리 전체 수리 견적은 2100만원이 아닌 1383만원으로, 렌트비용 700만원이 합산된 금액인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글에 일부 회원들은 “잠시 잊고 있었던 ‘인천 인피니티 사건의 재림인가?” “짝귀 시즌2 시작되나요?” 등의 댓글로 해당 차주를 비난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해당 차주보다 과잉 견적을 낸 정비업체 잘못이 더 크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아직 해당 차주나 차주의 지인으로 예상되는 회원의 반박이나 해명글이 올라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차례 강한 전운이 예상된다.

현재 게시판에는 ‘베스트글 마세라티 제2의 짝귀님이 나타나신 것 같아 주저리 글 써요’ ‘살짝콩 긁힘 수리비로 살 수 있는 마세라티’ ‘마세라티 차주님 보세요’ ‘오늘 가입했는데 마세라티’ ‘마세라티 차량 아이가 차 긁었다는 글 보고’ ‘마세라티가 짝귀2를 찍으려고 하나 보네’ ‘마세라티 차량 리어휀더 확인 결과’ ‘마세라티 사건 최초 글 올린 분께 쪽지 보냈는데요’ 등 관련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이날 오후 5시45분에 작성된 해당 글에는 불과 17시간 만인 26일 10시40분 현재 2900여명의 회원들이 추천 버튼을 눌렀으며 댓글도 1000개가 넘게 달렸다. 국내 최대의 ‘자동차 커뮤니티’답게 억울할 수도 있는 교통사고 관련 문의 글에 유난히 더 많은 댓글과 추천이 달린 것으로 해석된다.


댓글 분위기는 ‘차주가 수리비를 과다 청구했다’는 쪽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은 “마세라티…전체적인 사진을 올려주세요. 이거 느낌이 쎄한데…” 두 번째는 “적당히 빨아야지. 제2의의 짝귀(인천 인피니티 사건의 차주)인가?”, 세 번째는 “긁힌 부분이 좀 되긴 하는데 저걸로 2100만원이요? 헤드램프 스크래치 나면 한 1억5000만원 부르겠네요”가 순위권에 올랐다.

일부 회원들은 페인트 도장만 긁혀 벗겨진 수준이라 리어휀더를 교체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며 과다 수리비 청구를 강하게 의심했다.

한 회원은 “리어휀더 교환 시 사이드스컷 및 쪽 유리등은 탈거해야 교환이 가능하다. 보통 탈거 시 손상이 없으면 다시 재사용하면 되는데 사이드스컷 같은 부품은 거의 다 안쪽 파인 자리가 부서진다고 보면 된다. 차량마다 다르긴 하지만 보통 앞휀더 교환도 마찬가지”라며 “특히 리어휀더의 경우 찌그러짐 없는 단순 긁힘은 무조건 교환 없이 판금도색으로 진행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회원도 “리어휀더 긁힘인데 리어휠은 왜 바꾸느냐? 리어휀더가 긁힌 건데 교체 판정 나온 거냐?”며 “복원불가만 교체 판정해주던데 찍힘도 평소에 수리 안하고 다니면서 호구 물었다 이건가?”라고 비꽜다.

회원 ‘파OO’은 불법주차 주제에 뭐 큰 스크래치도 나지 않은 것 같구만 어처구니가 없네. 저 차 중고 시세 얼마인지 궁금하다“고 거들었다. 회원 ‘이넘OOO’은 ”휀더 엠블럼, 사이드스텝, 삼각유리는 어디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휠캡에 TPMS 센서까지, 이참에 차를 새것으로 바꾸려고 하나? 다른 차 견적 가져다 장난치는 건가?”라고 허탈해했다.

자동차 관련 현직에 있다는 회원 ‘에쿠스OOOO’은 “불법주정차 자리에 주차한 건 생각 안 하고 견적 사악하게 뽑았던데 거지냐? 마세라티 거지”라며 “인피니티 사건을 모르고 있나 봐. 안 그래도 부품 가격 산출 중이니 과하다 싶으면 그대로 뚝배기 깨버릴 거니까 조심해”라고 경고했다. 이 회원은 “난 한다면 한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또 뉴스 나오겠네” “2100만원? 21만원이면 될 듯한데…” “2100만원이면 저 차보다 더 괜찮은 연식의 마세라티 뽑을 듯” 등의 차주를 비난하는 댓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회원 ‘너의사OOOOO’가 게재한 ‘살짝콩 긁힘 수리비로 살 수 있는 마세라티’ 글에는 해당 중고차 매물이 소개돼있다. 2013년식이라는 해당 차량보다 더 최신 연식인 2015년 4만1000km 주행 차량이 3560만원, 2014년식 8만2000km 주행 차량이 3990만원, 2018년식 6만6000km 차량도 수리비의 2배 값에도 미치지 않는 4195만원으로 올려져 있다.

렌터 비용 700만원이라는 부분에 대해 현직 렌터카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한 회원은 “렌트비 절대 저렇게 나오지 않는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일부 회원은 해당 차량이 주정차금지구역에 불법주차돼있는 것과 이번 사안은 관계가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회원 ‘d60f10OOOO’은 “불법주정차 과태료만 내면 장땡이고 그건 과실 산정에 들어가지 않는다”며 “판금도색 안 하고 센터 입고시키면 저 정도 금액이 나올 수 있다. 렌트비는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자전거 핸들의 충격으로 인해 차량의 다른 부위까지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중학생이 부딪친 부분만 사진을 촬영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해당 견적은 해당 차주가 직접 뽑은 게 아닌 만큼 그의 잘못으로만 몰 수도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회원 ‘오OO’은 “저 차는 딱 보니 액면 그대로 사업소 입고해서 정식 수리하겠다는 입장인 듯하다. 보험에 일상배상이 있으면 1억원까지 한도인데 무슨 걱정이냐”며 “자전거로 인도 주행하는 것도 사고 시 문제가 된다. 수리를 맡긴 업체에 과실을 물어야 할 것 같다”고 충고했다.

회원 ‘잣밥OOO’도 “차주도 문제지만 과잉 견적낸 업체가 더 나쁜 것 같다. 휀더 한 판 기껏해야 50이면 될 것을 진짜 너무들 한다”며 “TPMS는 뚜 뭐고 사이드스컷은 또 왜 수리에 들어갔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해당 수리비 견적을 낸 업체는 대전시 신탄진동 소재의 한 공업사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 3월29일, 한 보배드림 회원은 인피니티 차량 차주가 사이드미러 수리비로 400만원 이상을 요구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이 게재됐던 바 있다.(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38880)

그는 “너무 속상해서 올린다. 집 앞에 앞 빌라 사람이 자기 집도 아니고 늘 저희 빌라 난간에 늘 주차한다”며 “아이가 학원 차량을 기다리다가 차 옆을 지나면서 실수로 차량 사이드미러를 건드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차주로부터 사이드미러가 작동되지 않는다며 수리비 견적을 받았는데 수리비 및 도장 비용으로 100만원을, 렌트비용으로 300만원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다 청구’ 공분이 일었다.

논란이 일자 인피니티 차주는 아이 부모에게 수리비를 받지 않겠다며 오히려 사과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이렇게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듯보였다. 


하지만 보배드림 한 회원이 지난해 7월에 촬영된 포털 로드뷰의 주차 사진을 게재하면서 해당 사건은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해당 사진에는 운전석 쪽 사이드미러가 접혀져 있지 않았고 결국 아이가 사이드미러를 고장 낸 게 아닌, 이미 고장 나 있던 상태였고 아이를 상대로 사기를 치려 했다는 의혹에 제기되면서 되레 역풍을 맞았다.

해당 글은 몇 몇 회원들의 성지 방문(이슈 현장을 찾아가는 일)을 부채질했고 벌금 미납, 번호판 훼손 등의 범법 이력까지 드러나면서 논란은 들불처럼 번졌고 해당 차주는 몇 번의 사죄글을 올리며 회원들에게 사과해야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원들은 사과를 받아야 할 대상은 보배 회원들이 아닌 아이의 엄마에게 해야 한다며 훈수했고 이후로도 ‘인천 인피니티’ ‘짝귀’ 등으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짝귀라는 별명은 한쪽의 사이드미러는 정상적으로 접혀져 있고 다른 한쪽은 제대로 접혀 있지 않은 차량 모양을 희화한 것으로 보인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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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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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