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명동·강남 가짜 논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6.02.26 13:51:41
  • 호수 15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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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브랜드 다른 두 매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명동과 강남역 인근에 프랑스 브랜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를 표방한 매장들이 버젓이 운영되고 있어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외관상 정식 브랜드 매장과 구분하기 어렵다. 사실상 프랑스 본사와의 계약이 해지된 유통업체가 운영하는 ‘가품 매장’인 셈이다.

가품 매장은 브랜드 제품을 정상가보다 50% 이상 할인한다는 문구를 앞세워 국내 고객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까지 끌어들였다. 이면에는 복잡한 라이선스 분쟁과 법적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프랑스 패션계에서 1970년대부터 명성을 쌓아온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이하, 마리떼)는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면서 재기했다.

뭐가 진짜?

2019년 국내 전개사인 레이어(대표 신찬호)가 현지 독점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규모가 빠른 브랜드 성장세를 보였다. 연 매출 규모가 수천억원대까지 오르는 성과를 내며 국내를 넘어 아시아 시장 확장까지 추진했다.

브랜드 인지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클레비를 비롯한 복수의 유통업체들이 정식 라이선스가 없음에도 불명확한 방식으로 상품을 생산·유통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SNS 공동구매, 오픈마켓, 오프라인 행사 등을 통해 로고만 같은 상품을 정품으로 둔갑시켜 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는 물론 브랜드 가치 손상 우려가 커졌다.

레이어는 이에 대응해 2025년 3월, 클레비를 상대로 상표 전용사용권 침해금지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같은 해 7월28일 이 신청을 받아들여, 마리떼 상표를 붙인 제품의 판매 및 유통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클레비의 이의신청도 9월 기각되며 레이어는 국내에서 마리떼 상표의 유일한 전용사용권자로서 법적 지위를 명확히 인정받았다.

법원 가처분 결정 이후라도 현재 및 장래의 침해 행위까지 금지하는 효력이 발휘된다는 점에서, 마리떼 상표가 사용된 제품의 생산·유통·판매 행위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업계와 법조계는 해석한다. 때문에 가처분 이후 판매가 이뤄지는 유통 행위는 상표권 침해에 해당할 공산이 크다.

서울 명동과 강남 거리에는 여전히 두 개의 마리떼 매장이 존재한다. 명동의 경우 도보 2분 거리에 레이어가 운영하는 공식 FSS(Factory Store & Sale) 매장이 있는 반면, 클레비가 운영하는 비공식 매장도 나란히 자리한다. 외부 간판과 인테리어만 보면 일반 소비자가 두 매장을 구분하기 어려운 형태다.

특히 클레비 매장들은 “전 상품 50% 할인” 등의 홍보 문구를 전면에 내세워 정상가 대비 높은 할인율로 소비자를 유인한다. 제품 태그에 표기된 정상가에서 임의 할인하는 이벤트 형태라는 설명만 있을 뿐, 실제로 정품인지 아닌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문제가 크다.

상표권 분쟁 패소 뒤 ‘50% 세일’
법적 판단 이후에도 혼선 지속

물론 두 매장은 내부 상품 구성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레이어 매장은 새로운 시즌 컬렉션과 다양한 디자인 제품을 선보이는 반면, 클레비의 매장은 로고를 크게 넣은 기본 아이템 위주로 판매하며 가격 경쟁력을 강조한다. 후드티, 맨투맨, 모자 등 일반 상품군의 가격은 비슷하지만, 할인율이 크게 표시되면서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추긴다.

유통 현장의 혼선이 남아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법적 판단 이전에 형성된 유통 구조다. 클레비는 가처분 결정 이전에 본사와의 계약을 근거로 영업을 진행했다는 점을 내세워 왔다. 당시에는 레이어와 클레비가 공존하는 ‘동시 전개사’ 형태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었다.

이 시점에서는 클레비 제품을 법적으로 곧바로 가품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구조였던 것이다.

이처럼 법적 판단 이전에 이미 형성된 유통 경로와 소비자 인식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법원이 판단을 내린 상황과 현장의 분위기는 달랐다. 법적 판단이 직접적으로 라이선스 분쟁을 정리하지 못해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

레이어는 가처분 결정 이후에도 클레비의 판매가 이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추가 소송을 진행 중이다. 기존 소송은 상표권 침해를 중지시키는 목적이었지만, 이번 추가 소송은 양사 간 권리·의무 관계를 확정하는 본안 소송이라는 점에서 분쟁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레이어 측은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은 당사가 등록상표에 대한 전용사용권을 보유함을 확인받은 것으로, 이를 침해하는 무단 상표 사용에 대해 민·형사상의 법적 대응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법률적 해석이나 대응 방향에 대해서는 시기상 보도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조계 관계자들도 클레비의 매장을 통해 3자 유통업체에 해당 물품이 판매되는 행위 자체가 불법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클레비가 생산한 상품을 제3자가 매장에서 판매하는 경우 또한 상표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마리떼 사태는 패션업계에서 반복되는 상표권·가품 유통 문제의 또 다른 사례로도 해석된다. 국내에서도 명품·캐주얼 브랜드를 중심으로 유사한 사례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보고됐다. 특히 서울 명동, 신촌, 홍대, 동대문 등 외국인 방문객이 많은 쇼핑 거리에서는 브랜드 로고가 부착된 정상 제품과 유사하지만 라이선스가 없는 비공식 상품이나 복제 상품이 판매되는 일이 흔하다.

관세청 집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품·위조품 적발 건수는 매년 수십만점에 이르는 수준이며, 일부 품목은 유통망을 통해 원활히 외국으로 재수출되기도 한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법원이 상표 사용에 대해 판단을 내렸다고 해도, 현장에서의 실제 정품 인증 방법과 소비자 인식 체계가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제대로 된 정품 확인 시스템, 지도 앱 등 디지털 유통 플랫폼의 정비, 상인 교육 등의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레이어와 클레비 법적 공방
‘마크 곤잘레스’도 동일 사례

마리떼 라이선스 분쟁과 비슷한 사례로 스포츠 브랜드인 ‘마크 곤잘레스’도 재조명됐다. 라이선스 관련 공식 위탁관리 기업 툴루마이즈(Tulumize Inc)는 패션 기업 비케이브를 상대로 한 마크 곤잘레스 지식재산권(IP)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툴루마이즈는 국내 법원에 미국 아티스트 마크 곤잘레스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비케이브를 상대로 저작권침해금지 등 소송에 나섰다. 이에 대해 1심, 2심, 3심 법원에서 모두 승소했다. 비케이브가 정당한 사용이라고 주장하며 제조, 판매해 온 의류 등의 물품은 마크 곤잘레스의 저작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로 판결됐다.

대법원 민사1부(재판장 대법관 신숙희)는 지난해 7월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1심 판결 및 서울고등법원 2심 판결에 불복해 피고 비케이브와 독립 당사자 참가인 ‘사쿠라인터내셔날’이 공동으로 청구한 상고심 사건에 대해 대법원 제1부 관련 대법관 4명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상고인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원심 판결을 관련 법리와 기록에 따라 인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앞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비케이브에 상표 사용 라이선스를 제공했던 일본의 사쿠라인터내셔널이 창작자인 마크 곤잘레스와의 라이선스 계약이 2021년 종료되자, 등록상표인 ‘엔젤 도형’과 출원 상표인 ‘와릿이즌(What it iSNt)’을 기반으로 비케이브에 새로운 계약을 체결해 줬다.

그러나 마크곤잘레스 측이 두 회사에 대해 상표등록 무효 소송과 저작권침해 소송을 제기해 두 가지 소송에서 1, 2, 3심 모두 승소했다.

사쿠라인터내셔날은 마크곤잘레스 IP의 소유자라고 주장하며 한국 내 공식 라이선스 사용권자인 더네이쳐홀딩스와 제이플레이스튜디오를 상대로 IP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소송의 근거가 된 등록상표가 무효화됐다.

가품 유통 문제

일본 법원에서도 역시 원고인 사쿠라인터내셔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지난해 1월30일에 내렸다. 일본에 등록한 상표권 및 저작권 일체를 저작권 창작자이자 보유자인 마크 곤잘레스에게 반환하고 불법적인 사용을 금지하라는 결정을 지난 1월21일 내린 바 있다.

한국 법원과 일본 법원 모두가 “사쿠라인터내셔날과 비케이브가 마크곤잘레스 IP의 정당한 소유권자 또는 사용권자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타인 소유의 IP를 사용하는 것은 불법행위”라고 판결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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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