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진 막냇동생 마취 사망? 끊이지 않는 기레기 논란, 왜?

지난 4일, 연예 매체서 SNS 인용 보도
과거 여러 차례 한자 표기 오류도 입길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언론인들을 비하하는 표현 중 가장 흔히 쓰이는 말 중에 ‘기레기’라는 말이 있다. 통상 ‘기자+쓰레기’의 합성어로 흔히 수준 이하의 기사를 쓰는 기자들을 통칭하는 신조어다. 단순히 수준이 떨어지는 기사를 쓰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많은 독자들의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발제를 낚시성으로 뽑거나 원래 단어와 다른 한자어를 사용하는 수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펌)가수 박서진 막내동생 마취사고로 사망’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게재됐다. 얼핏 제목만 봐서는 대중가수 박서진의 막냇동생이 병원서 마취 수술을 받다가 사망한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놀랍게도 해당 기사는 해당 가수의 막냇동생 사망 기사가 아니었다.

온라인 연예 매체 <텐OOO>는 지난 4일, ‘박서진 막내 동생, 마취 사고로 사망…“똑똑하고 애교많은 아이였는데”[TEN이슈]’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냈다.

매체는 ‘가수 박서진이 반려견을 떠나보냈다. 박서진은 3일 인스타그램에 “‘백설기’(반려견 이름), 하늘나라로 소풍갔다”며 “똑똑하고 애교많은 아이를 보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어 “동물병원 수의사 선생님도 많이 미안해 하고 사과해줬다. 정말로 착하신 분이구나 설기에게 정말로 미안해하시고 계시구나, 설기를 보며 진심으로 우시길래”며 “더 이상 미안해 하지 않으셔도 된다. 괜찮다. 아무 것도 안해주셔도 된다. 좋게 마무리 지었다‘고 적었다”고 밝혔다.


이어 ‘박서진은 지난달 30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슬개골 탈출 수술 중 병원의 마취 실수로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며 “병원에서는 보상을 해주시겠다고 하지만 이미 무지개다리를 건넌 아이를 돌릴 수 없고 어떻게 보상한다는 말이냐”고 토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 말미엔 ‘한편 박서진은 2013년 싱글 앨범 ’꿈‘으로 데뷔했다. 또한 그는 KBS 1TV ’아침마당’, ‘전국노래자랑’, TV조선 ‘미스터트롯2’ 등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으며 지난 3월에는 새 앨범 ‘춘몽’을 발매했다’고 소개했다.

보배 회원들은 “요즘 기자라는 사람들 수준이 딱 이 정도니 쓰레기라는 말을 듣는다. 텐OOO? 뭐하는 아시아인데? 여기도 언론 축에 들어가는 거냐?” “욕 나오네, 정말” “이런 건 박서진이 들고 일어나야 되는 거 아닌가요?” “기자 양반이 개요? 선은 지킵시다” 등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회원 ‘reOO’는 “박서진이 누군지도 모르겠지만 개 죽은 걸 동생이라고 하는 기레기는 도대체 뭐냐? 개 전용 신문이냐?”고 비판했다. 회원 ‘MrOOO’은 “박서진이 개라는 거니? 개가 사람이라는 거니? ‘이러니까 기레기란 소리를 듣지’란 댓글 먹어가며 클릭 장사 겁나 하시나 보다”라고 질타했다.

다른 회원들도 “참 가지가지한다. 기자가 낚시 하냐?” “미쳤네. 이딴 게 제목이라니…” “저 정도면 고소감 아닌가? 동생이 개도 아니고” “동생이라니…기자가 미쳤나?” “제목만 보면 사람인 줄 알겠네” “이제 개까지 기사에 나오냐? 죽던 말던 무슨 상관인데…막말로 진짜 막냇동생이라도 이게 기사감이냐고?” 등 비판에 동참하고 있다.

기사 댓글에도 ‘어이없다’는 분위기의 비판 댓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SNS를 통해 로긴한 누리꾼들은 해당 기사에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기자라고 하지 않는 게…다른 기자님들 욕먹어요. 탈고하면서 아무런 생각이 안 들었다는 게 큰 문제인데 문제를 문제로 인식조차 못하니 대책이 없는 것”이라며 “그냥 어그로 끌려고 쓴 제목인가요?”라고 탄식했다.


다른 누리꾼들도 “진짜 역겹네요. 제목” “류XX 류XX 류XX 류XX” “적당히 해라” 등의 어이없다는 댓글을 적었다(6일 오후 2시 기준).

6일, 사진 커뮤니티인 ‘SLR클럽’에도 ‘현직 욕먹는 기레기 상황이라네유’라는 제목으로 캡처 사진 한 장과 함께 동일 기사에 대한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에는 6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추천인기글에 올랐다.

해당 게시글에도 “커피 마시면서 내리다가 뿜었네요. 아오” “반전에 반전이네요” “그냥 참담합니다” “기레기들, 저런 기사 쓰고 돈 받나?” “저런 건 경고하고 몇 번 쌓이면 쫓아내야 한다” “어처구니없네” 등 참담하다는 반응 일색이다.

해당 기사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는 지점은 낚시성 제목과 맞춤법으로 요약된다.

‘박서진 막내 동생’이라는 제목만으로도 이미 많은 독자들은 ‘박서진이라는 사람의 막냇동생이 마취사고를 당해 사망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기사에선 그의 실제 동생이 아닌 반려견을 떠나보냈다고 보도했다. 정상적인 발제라면 ‘박서진 애완견’ ‘박서진 애완견 백설기’라고 발제했어야 한다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맞춤법(띄어쓰기)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맞춤법상 매체가 뽑은 제목 중 ‘막내 동생’은 막냇동생으로 표기하는 게 맞고 ‘애교많은’도 ‘애교 많은’으로 써야 하며, ‘미안해 하고’는 띄어쓰기 맞춤법 상 ‘미안해하고’로 쓰는 게 맞다.

비판 댓글과 함께 해당 기사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지만 해당 매체는 기사에 대한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

반면, 같은 날 다른 매체들은 ‘박서진, 의료사고로 사망한 반려견 추억 “우리집 막내딸”’(<매일경제>), 박서진 ‘박서진 “반려견, 병원 실수로 무지개다리 건너”’(<머니투데이>), ‘박서진 “병원 마취 실수로 반려견 떠나…좋게 마무리”’(JTBC), ‘박서진 “병원 마취 실수로 반려견 무지개다리 건넜다…의사 울며 사과”’(<뉴스1>), ‘박서진, 반려견 의료사고 마무리…“수의사 눈물로 사과”’(<스포츠경향>) 등으로 보도했다.

한자어를 다른 한자어로 표기해 망신을 당한 경우도 있었다.

앞서 <OO일보>는 지난달 13일, LG트윈스의 한국시리즈 우승 기사를 ‘‘LG의 우승 韓 풀어준 명장’ 염경엽 감독 “우승 압박, 사실 많이 부담스러웠다”[승장 인터뷰]’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문맥상 한자어는 ‘韓’이 아닌 ‘恨’이 들어가야 했다.

당시 해당 기사를 접한 누리꾼들은 “아이고 기자야, 모르면 그냥 한글로 써라”라며 “아니며 기자의 심오한 뜻이 담겼나?” “수준 보소” “데스크 감수 안하고 노냐?” “기자는 잘 빨기만 하면 됨” 등 해당 매체와 기자를 싸잡아 비판했다.

논란이 일자 매체는 한자를 恨으로 수정 조치했다.


지난달 15일에는 국영 통신 매체 <OO뉴스>서 광화문 새 현판 공개 소식을 보도하면서 ‘흰 바탕에 검은 ‘文化光’은 역사 속으로…새 현판 15일 공개’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냈다. 서울 종로구 소재의 광화문(光化門)을 전혀 다른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기존 현판은 흰 바탕에 검은 글씨의 ‘광화문’(한글)로 돼있었으나 새 현판은 검은 바탕에 금빛 글씨(한자)로 변경됐다. 통상 한글 현판은 좌측서 우측으로 쓰고 읽지만, 한자로 된 현판은 반대로 우측서 좌측으로 쓰고 읽는 게 관례다.

심지어 해당 기사는 동대문, 서대문, 남대문 등 문을 뜻하는 問이 아닌 글을 뜻하는 文으로 표기해 더 입길에 올랐다.

폭염, 위생 문제 등으로 구설에 올랐던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 등 사회 여론에 대해 정반대의 기사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 

앞서 지난 8월,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했던 세계잼버리대회를 두고 한 매체는 ‘“텐트 생활했던 새만금 그리워”서울 곳곳 즐기는 잼버리 참가자들[현장 르포]라는 기사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해당 기사엔 “새만금 폭염으로 힘들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스카우트 대원들이 경복궁을 둘러보고 뮤지컬 관람까지 했다” “인천대학교 숙소가 크고 아름다웠다”는 이탈리아 대원의 소감과 함께 “텐트 생활했던 새만금이 그립다. 캠핑 경험을 많이 하지 못해 아쉬웠다”고 보도했다.


간척지를 메워 빗물이 빠지지 않았고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 400여명이 발생하는가 하면, 조직위서 제공한 달걀서 곰팡이가 발견되기도 했다. 또 일부 남녀 공용 화장실과 샤워장 등 편의시설 문제와 함께 태국인 남성 지도자가 여성 샤워장에 들어갔다가 성범죄 논란도 불거졌다.

또 운영 과정서 전북도(도지사 김관영) 및 여성가족부(김현숙 장관), 행정안전부(이상민 장관) 등 수장들의 부적절한 대응이 도마에 오르며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언론사 간부 출신 인사는 “언론들이 자체적으로 자정 노력을 기울어야 하는데 기사 클릭 수가 많아질수록 광고비도 올라가기 때문에 유혹을 떨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라며 “가끔 눈살이 찌푸려지는 기사를 접할 때마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매체 유입환경이 오프라인서 온라인, 온라인서 모바일로 급격히 변하면서 소비성 기사들이 많아지는 것도 문제”라며 “한국기자협회 등 각 매체사마다 가입돼있는 협회 강령 등을 제대로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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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곽종근 공소장에 담긴 윤 ‘2차 계엄’ 정황

김용현·곽종근 공소장에 담긴 윤 ‘2차 계엄’ 정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불법 계엄이 국회서 해제된 지 한 달이 지났다. 검찰은 사건에 연루된 군 수뇌부들을 연달아 재판에 넘기는 과정서 2차 계엄 시도 정황을 포착했다. 구속 기소된 일부 장성들이 지휘관들에게 복귀가 아닌 대기 명령을 내린 게 핵심이다. 정보사도 빠지지 않았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계엄에 개입된 정보사는 노상원 전 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주도면밀히 움직였다. 검찰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국방부 조사본부가 연합된 공조수사본부(이하 공조본)보다 발 빠르게 움직였다. 수사 한 달여 만에 군 수뇌부를 줄기소 처리했다. 검찰은 내란 수괴(우두머리)로 윤석열 대통령을 지목했다. 군 수뇌부들의 공소장에는 국군정보사령부(이하 정보사)의 역할이 적나라하게 적시돼있었다. 정보사 역할 적나라 적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시작으로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을 구속 기소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이들의 공소장엔 윤 대통령이 150회 이상 등장하고, 기소된 당사자보다도 훨씬 많이 언급된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윤 대통령 공소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고 봤다. 또 수사 과정서 윤 대통령이 지난해 3월부터 비상계엄을 염두에 뒀고, 계엄 당일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라고 지시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 외에도 검찰은 각 사령관들을 포함한 군 관계자들을 조사해 계엄 당일 윤 대통령이 비화폰(군 보안폰)으로 직접 전화하면서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국회의원들을)다 끄집어내라”고 독촉하는 등 국회 봉쇄를 직접 지시한 사실을 밝혀냈다. 가장 먼저 윤 대통령에게 피의자 출석 통보를 한 것은 검찰이었다. 검찰은 지난달 15일 윤 대통령에게 1차 출석 요청을 했지만, 윤 대통령 측은 “변호인단 구성이 완료되지 않았다”며 불출석했다. 검찰은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출석 통보를 한 이후 수사권 논란이 커지고 공수처가 이첩을 요구하자 윤 대통령 사건을 공수처에 넘겼다. 경찰은 지난달 4일 윤 대통령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 직후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을 만들고, 공수처, 국방부 조사본부와 함께 공조본을 꾸려 동시다발적으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계엄 전 이른바 ‘롯데리아 회동’을 갖고 계엄을 사전 기획한 혐의를 받는 ‘계엄의 배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1차 수사도 마무리한 상태다. 특수단이 최근까지 입건한 피의자는 대통령실 및 당정 관계자 25명과 군 관계자 19명, 경찰 5명 등 총 49명에 달한다. 검, 한 달 만에 군 핵심 수뇌부 기소 짙은 플랜 B 논의 정황 “지휘부 대기” 그러나 정작 이번 사태의 ‘정점’인 윤 대통령 사건을 맡은 공수처의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지난 7일까지 공수처가 신병을 확보한 피의자는 문 전 사령관 1명뿐이다. 공수처는 검찰이 이미 두 차례 출석을 통보했던 윤 대통령에게 추가로 3차례나 더 출석을 통보한 뒤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지만, 지난 3일 집행 5시간반 만에 철수하며 “수사력과 수사 의지가 모두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체포영장 집행을 일임하려다가 국수본이 “위법 소지가 있다”고 반발하자 철회하기도 했다. 검찰이 윤 대통령과 함께 이첩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수사도 제자리걸음 수준인 건 마찬가지다. 현 형사소송법과 공수처법 등을 따져보면 검찰은 기소권이 있으나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 공수처도 내란죄 수사권이 없어 직권남용 관련 범죄로 내란 혐의를 입건해 윤 대통령을 수사 중이다. 현행법상 내란죄 수사권이 있는 경찰은 윤 대통령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고 체포영장 집행 등에 협력 중이다. 특히 공수처는 대통령을 기소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을 체포하더라도 기소하려면 검찰에 다시 넘겨야 한다. 애초부터 검찰과 공수처, 경찰이 합동수사본부를 꾸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대검은 공수처에 합동수사를 3차례 제안했지만,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사건 이첩 강행 규정을 들며 거부했고, 결국 검찰은 윤 대통령 사건을 이첩했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요구안 가결 이후에도 ‘2번, 3번 계엄 선포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음을 증거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이 2차 계엄을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은 계엄 직후부터 제기돼왔다. 국회서 계엄 해제요구안이 통과된 지 3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비상계엄을 해제했기 때문이다. 정점 수사 지지부진 박 총장은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이 설치된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을 방문했다고 박 총장이 국회서 증언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은 당시 윤 대통령이 ‘2차 계엄이라도 해서 국회를 접수하라’는 투로 이야기했고, 그래서 7공수여단과 13공수여단이 새벽 3시 반 복귀 명령이 떨어지기 전까지 대기 상태를 유지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계엄 해제 당일인 지난달 4일 오후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완규 법제처장, 이 장관 등이 대통령 안가(안전가옥)서 모임을 한 것을 두고도 2차 계엄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검찰 관계자는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해 “당연히 의혹이 있는 부분은 수사할 예정이고 일부 수사 중이다. 꼭 입증해야 하는 건 실행 행위가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박 총장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 후에도 육군본부에 있던 참모진들을 계엄사령부로 출동하도록 지시한 정황도 2차 계엄 의혹의 중요한 근거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박 총장은 지난달 4일 새벽 3시3분 참모진들에게 계엄사령부가 있는 서울 용산 합동참모본부로 모이도록 지시했다. 당시 지시를 내린 시각은 국회의 비상계엄 해체요구안이 가결된 이후였다. 공소장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의결 후 즉각 비상계엄 해제를 발표하지 않고, 계엄 다음날 오전 1시16분~1시47분경 합동참모본부 지하에 위치한 결심지원실에 모여 관련 논의를 계속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김 전 장관은 이날 오전 2시13분에 박 총장에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병력 재차 투입 여부를 물었고 박 총장은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을 남겼다. 박 총장이 계엄사령관이 된 이후 계엄사령부 구성 및 소집을 위해 어떤 지시를 했는지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군내 별동대 꾸리려 시도 노 전 사령관은 계엄 선포 직후 군내 자신이 지휘하는 별동대를 꾸리려 했다. 경찰은 수사 2단이 부정선거 의혹을 확신하는 노 전 사령관 등이 선관위 장악을 위해 구상한 조직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일 경찰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전·현직 군 관계자들과 지난해 11월1일과 3일 햄버거집서 두 차례 만나 수사 2단 설치를 논의했다. 수사 2단은 계엄 발령 이후 구성되는 합동수사본부와 별도로 운영되는 조직이었다. 구체적 임무는 선관위 서버 확보였다. 경찰은 지난달 12일 국방부 압수수색을 통해 수사 2단과 관련된 일반명령 문건과 이에 근거해 작성된 인사 발령 공문을 확보했다. 수사 2단은 3개의 부로 나뉘는데, 단장부터 부대원까지 총 60여명이 인사 발령 명단에 포함됐다. 수사2단은 1·2·3대로 나뉜다. 계엄 사태에 연루돼 업무가 배제된 김모 대령이 1대장을, 노 전 사령관과 햄버거집 회동을 한 정보사 김·정 대령이 각각 2·3대장을 맡는 것으로 계획됐다. 이 조직은 예비역인 노 전 사령관, 국방부 조사본부 출신으로 예비역인 김용군 전 대령이 실질적으로 지휘하려 했다. 이들의 주임무는 선관위 서버 탈취와 선관위 직원 납치·감금·심문이었다. 정 대령은 앞선 조사에서 선관위 장악을 위해 직원들을 케이블타이, 두건, 마스크 등을 사용해 무력 통제한 뒤 특정 장소에 감금하는 방안을 노 전 사령관, 문 전 사령관 등과 함께 준비했다고 진술했다. 국무회의 의결 전 군 간부 ‘계엄사 이동’ 지시 노, 해제되자 분노 “‘강행해’ 언성 높이기도” 노 전 사령관이 계엄 준비 과정서 핵심적 역할을 해 왔다는 증거는 계속 나오고 있다. 그는 계엄 직전, 김 전 장관과 국방부 공관서 단둘이 만나 계엄을 논의했다. 또 문 전 사령관과 김 대령, 정 대령 등과 함께한 자리서 선관위 장악에 북파공작부대(HID) 대원 등을 ‘체포조’로 동원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계엄 당일인 지난달 3일 노 전 사령관은 구삼회 제2기갑여단장, 김 전 대령 등과 2차 햄버거 회동을 열었다. 제2기갑여단은 장갑차와 전차 등을 운용하는 부대다. 구 여단장은 계엄 당일 경기 성남시 판교 정보사 100여단 사무실서 노 전 사령관 지시로 대기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노 전 사령관 등이 계엄 당시 탱크부대를 동원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들의 계엄 논의가 그 이전부터 이뤄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정 대령은 경찰 조사에서 지난달 중순쯤 “노 전 사령관이 ‘공작 잘하는 인원 15명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존재는 경찰이 김 전 장관의 통화 내용을 분석하던 중 드러났다. 김 전 장관과 노 전 사령관의 잦은 통화 기록에 의심을 품은 경찰은 결국 ‘계엄 비선 기획’의 실마리를 잡았다. 노 전 사령관은 1989년 김 전 장관이 수도방위사령부 제55경비대대 작전과장(소령)일 때 같은 부대서 대위로 근무했다. 20여년 전 김 전 장관이 박홍렬 전 육군참모총장의 비서실장이었을 당시 노 전 사령관은 국가정보원에 파견 근무 중이었다. 이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대북 관련 첩보를 제공하면서 수시로 통화하는 인연을 키웠다. 노 전 사령관이 박근혜정부 시절 경호실 군사관리관을 할 때, 경호실장이 박 전 총장이었고, 김 전 장관은 대통령 경호 업무와 밀접한 수도방위사령관이었다. 김 전 장관이 지난해 9월 국방부 장관이 된 이후 인사와 작전에까지 그의 입김이 미쳤다는 게 복수의 정보사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공작조 15명 보고도 지시 정보사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안을 받아들이기 전까지 노 전 사령관도 타 사령관들과 마찬가지로 부하들을 대기시켰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군 소식통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국회에 의해 계엄이 해제되자 노 전 사령관이 크게 분노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선관위 직원들을 겁박한 이후 다른 장소로 옮기지 못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강행하라’면서 언성을 높였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