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만나다> 사분오열 정의당 류호정에게 묻다

“지금 이 순간도 가라앉고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의당의 존폐가 갈림길에 섰다. 당을 향해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침몰하는 배에서 다른 배로 옮겨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12년간 타고 온 배를 버릴지언정 목표를 위한 항해는 멈출 수 없다는 것이다. 곱지 않은 당내 시선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류 의원은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일요시사>가 류 의원과 만나 정의당의 내부 사정을 조목조목 뜯어봤다.

재창당을 앞둔 정의당이 녹색당과의 선거연합정당 추진을 공식화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위성 정당 전략’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밀려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기울어지는 가세를 일으키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논의됐지만, 흡수되지 못하고 내홍으로 번졌다. 현 지도부를 향해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맞서 일어났다. 다음은 류 의원과의 일문일답.

-공동대표를 맡은 정치유니온 ‘세번째권력’이 출범한 지 7개월이 지났다. 그동안의 근황이 궁금하다.

▲세번째권력은 양극단의 진영 정치가 끝없이 펼쳐진 이곳에서 ‘새로운 정당’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최근에는 세 가지 축으로 움직이고 있다. 우선 운영위원은 정의당의 노선 전환을 위한 활동을, 집행위원은 신당 창당을 위한 실무적 작업을 하고 있다. 회원들은 새로운 정당의 비전을 놓고 토론 중이다.

-현재 정의당 내부에서는 ‘자강론’과 ‘연대론’으로 파가 나뉘어져 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주장하는 자강론이 무엇인지 설명을 부탁한다.

▲자강론은 “우리가 열심히 힘을 키워나가면 다음을 기약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논리다. 선거 때가 되면 ‘반윤석열 투쟁’의 일환으로 민주당과 다시 손잡을 수 있다는 기대를 내심 깔고 있는 듯하다.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고 있지만 민주대연합으로의 회기를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닐지 싶다. 결국 ‘민주당 2중대론’이 반복되는 것이다. 반대 선상에 있는 연대론은 ‘신당 창당론’과 ‘진보통합론’으로 나뉜다.


-진보통합론은 이 대표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게 아닌가?

▲결이 다르다. 사실 이번 녹색당과의 연대는 오직 그 당의 정체성만 끌어들인 느낌이 강하다. 진보통합론은 노동당, 진보당 등 소위 진보정당이라고 불렸던 모든 정당을 합치는 방법이다. 이런 ‘헤쳐모여’ 방식은 과거 민주노동당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민주노동당도 민주대연합론도 다 실패했다. 그래서 세번째권력은 신당창당론을 주장한다. 정의당의 당명, 당색, 정책을 모두 원점서 재검토하고, 정의당이 신당창당의 선봉에 서자는 것이다.

대선부터 보궐선거까지 ‘참패’
언제까지 해 뜰 날만 기다리나

-이 대표와 지도부가 자강론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그동안 지켜온 가치와 신념 등 내려놓을 수 없는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챙길 게 많을수록 생각의 속도와 방향은 더뎌진다. 오히려 모든 걸 바꿀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꿈을 지킬 수 있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그리고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거치면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현실을 모두가 확인했다. 그런데 소위 말하는 ‘진성 당원의 자존심’까지 생각하다 보니 모든 걸 바꾸겠다는 결심이 쉽지 않아 보인다.

-재창당을 마친 정의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금 배가 가라앉고 있다. 당원을 설득해서 데리고 나온 뒤 다른 배를 타고 항해를 이어가야 한다. 이 대표가 변화를 끌어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사퇴하는 게 맞다. 이 대표가 변화를 결심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당원이 낯설어하는 것들을 이 대표가 끈기 있게 설득해 바꿔야 한다.


-이 대표 사퇴와 더불어 정의당을 ‘가라앉는 배’라고 표현했는데?

▲그렇다. 배가 가라앉고 있는데 당원들이 이 배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상황이다. 그래도 우리는 탈출해서 ‘정치 집권’이라는 목표를 향해야 한다. 다 부둥켜 끌어안고 가라앉는 걸 기다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정의당이 접촉 가능하다고 알려진 세력 중에 ‘이준석 신당’도 언급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대표가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선택 금태섭 대표나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와도 소통이 안 되는 상황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라고 되겠는가? 큰 의미가 없는 일종의 ‘정치적 수사’라고 생각한다.

-이전부터 이 대표는 제3지대와의 연대에 선을 그었다. 녹생당과의 통합·연대가 추진된 배경이 궁금하다.

▲녹색당이 다른 진보정당을 재고 따지다 보니 소거법으로 정의당만 남았다. 나는 이 연대에 모순이 있다고 본다. “녹색당과 연대했으니 이제 다른 제3지대로 세력을 넓히겠다”고 말은 하지만 진심이 아니다. 지금껏 그런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 녹색당과의 통합·연대를 깰 수는 없는 노릇이다. 주변서 다른 세력과의 연대를 이야기하니까 마지못해 꺼낸 말이라고 보고 있다.

“자존심 부리다 다 죽어”
“대표직 사퇴” 쓴소리도

-새로운선택·한국의희망 등 신당 창당 발기인대회에 매번 참석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인지?

▲축사를 위해서 갔다. 세번째권력은 제3지대서 양당제를 깨부술 사람이 다 모여야 한다는 기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나부터 찾아가 대화하려는 노력을 보인 것이다. 꽉 막힌 21대 국회를 경험하면서 양당제로는 좋은 정치를 기대할 수 없겠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이를 22대 국회서 반복하지 않기 위해 다당제를 구성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제3지대는 결국 거대 양당에 흡수될 것이란 회의적인 시선이 있는데?

▲총선용 기획정당을 만들 생각은 없다. 향후 만들어질 제3지대 정당은 국민과 지지고 볶으면서 20년, 30년 지속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애초에 정의당 출신인 만큼 양당에 흡수되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여당 야당을 떠나 청년층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년 정치인의 시선으로 봤을 때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청년 정치인이 겪는 부당한 상황에 자신을 투영해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보궐선거를 예로 들 수 있다. 패배한 뒤 국민의힘은 이준석 전 대표를, 정의당은 장혜영 의원과 나를 탓하고 있다. 어느 집단이든 젊은 느낌을 내기 위해 ‘젊은 피 수혈’을 하지만 그만큼의 권력을 주지 않는다.

청년이 집단에 소비되는 데 그치고 있다. 청년이 회사나 일터로부터 느끼는 기시감을 그대로 느끼는 것이다. 결국 청년이 정치를 불신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내년 총선 출마 계획은 있는지?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있는 분당갑에 출마한다. 내년이면 분당서 거주한 지 약 10년이 된다. 취업을 위해 수도권 중에서도 판교로 왔고, 지금까지도 애정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현재 분당은 30여년 된 신도시다 보니까 이제 재건축 이슈가 떠오르고 있다. 또 교육에 관한 열기가 상당한 곳이고 환경과 동물 복지도 관심을 갖고 계신다.

-끝으로 국민에게 어떤 국회의원으로 남고 싶은지 궁금하다.

▲임기 초부터 ‘정치는 사회적 약자의 무기’라는 생각을 했다. 임기가 끝났을 때에는 필요할 때 곁에 있었던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마지막까지 잊지 않고 실천하겠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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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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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