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만나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 민주당 전술을 말하다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3.04 15:08:50
  • 호수 15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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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는 대통령이 힘자랑”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당과 헌법재판소의 갈등에 대해 “우리가 흔들리는 헌재를 붙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선 “힘없는 대통령이 힘 있는 척하다가 비상계엄까지 선포해 아쉽다”는 소회를 남겼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해선 “힘 많은 주류인데, 힘없는 척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여당 의원 18명 중 1명이고, 권영세 비대위에 참여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연이어 비판하면서도, 윤 대통령이 “야당 의원을 많이 만나야 한다”는 조언을 듣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권영세 비대위는 윤 대통령·강경 보수와의 밀착을 선택한 것 같다. 비대위원으로서 현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권영세 비대위원장이 비대위 출범 당시 처음 밝혔던 메시지는 화합·안정·쇄신이었다. “쇄신도 화합된 상황서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읽었다. 지금은 비대위로 인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다고 생각한다. 탄핵 심판도 마무리되고 있다. 권 위원장이 쇄신을 얘기할 시점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국민의힘 주류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선 “윤 대통령 파면을 기정사실화하고, 강경 보수를 집결시키기 위한 눈속임 아니냐”고 의심하는데…

▲그렇게 보실 수도 있다. 하지만 저희가 짚었던 내용은 헌재의 절차적 공정성을 요구하는 메시지였다.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이나 실행한 군인들의 진술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판단해야 한다”는 정도의 메시지를 냈던 것이다.


그런데 헌재는 증거를 자의적으로 채택하는 등 여당 지지층에게 혼란을 계속 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야당은 저희에게 “헌재를 그만 흔들라”고 하지만, 저희는 흔들리는 헌재를 붙잡고 있다.

-당 일각에선 “일부 증인들이 민주당과 입을 맞춰 기획 탄핵을 추진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민주당의 전술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선동을 통해 정권을 흠집 내고, 결정적 사건이 발생하면 탄핵소추를 통과시킨다. 이후엔 평소와 달리 대중적·보수적 발언을 내뱉다가, 정권을 잡으면 급진적 정책으로 회귀한다. 물론 윤 대통령은 계엄이란 극단적 상황을 유발했다.

하지만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개딸(이 대표의 여성 지지층)’이라는 극단적 소수를 토대로 당과 입법부를 장악해 각종 법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게 만들었다. 또 제22대 국회서 민생 법안이 아닌 특검법·방송4법 등 민주당에 유리한 법안 수십건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어떻게 하면 짧은 시간 안에 행정부를 타격하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게 할 수 있을지 궁리한 후 연이어 날치기 통과시켰다.

정말 중요한 민생 법안은 패스트트랙에 태우지도 않았다. 이 대표는 당을 일극 체제로 지배하는 다수당 대표이기 때문에 힘 많은 주류다. 그런데도 검찰과 언론의 탄압을 받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등 힘없는 척한다. 반대로 윤 대통령은 힘이 없었으니 야당과 대화를 해야 했다. 그런데도 힘 있는 척하다가 비상계엄까지 선포했다. 많이 아쉽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비상계엄 사태 직후보단 많이 올랐다. 그런데 지난 1월24일 지도부의 설 인사 당시엔 항의하는 시민이 많았다. 국민의힘이 추종해야 하는 건 무엇인가?

▲둘 다 중요하다. 정권 창출의 가장 중요한 공식은 지지층을 기반으로 중도층의 선택을 받는 것이다. 지지층과 중도층은 듣고 싶어하는 메시지가 서로 다르다. 저희는 집권여당이기 때문에 민생·경제 관련 여러 의제를 더 많이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이 대표는 계속 중원을 공략하겠다면서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주 52시간제에 대한 의견도 엇갈리고, 상속세 강화를 얘기하는 민주연구원과 달리 완화를 얘기한다. 이 대표는 일극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저희는 여러 메시지를 넓게 내야 해서 아쉬운 측면이 있다.

-최근 국민의힘 주요 인사들은 “비상계엄은 잘못됐다”면서도 윤 대통령을 두둔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모순이 될 수 있진 않을까?

▲민주당의 횡포를 지적하시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2030 남성들은 “윤 대통령이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느냐”는 배경을 쫓다가 민주당의 횡포를 봤다. 민주당은 내란몰이를 하면서 한덕수 총리까지 탄핵했다. 계엄을 같이 극복해야 하는 제1당이 계속 흔들어댔던 것이다. 국민도 이에 대한 실망을 저희 당 지지율로 연결하셨고, 저희도 그 상황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이 대통령에게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는 일각의 비판도 있는데…

▲저는 “당에선 많은 분들이 대통령께 민심을 충분히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저도 비대위 구성 후 대통령께 “저희는 소수당이라 힘이 없으니, 야당을 많이 만나셔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저는 대통령께 “정치가 별거 있겠느냐. 야당 의원들에게 도와달라고 하시면 된다. 대통령께서 마침 술을 좋아하시니, 야당 의원들을 불러 함께 술 마시면서 얘기하면 된다. 물론 언론엔 자기중심적으로 떠벌릴 거다. 그게 뭐가 중요하냐? 속으론 대통령이 불러줘서 너무 좋아할 거다. 먼저 야당 의원들을 부르셔서 삼삼오오 술과 식사를 대접하면, 그게 정치”라고 말씀드렸다.

힘없는 대통령이 힘 있는 척하느라, 방법을 잘못 선택하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

윤 대통령은 정계 진출 후 1년도 안 돼 대통령이 되셨다. 정치 경험이 없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해 당선된 것이다. 우리 헌정사에선 정치인 출신 대통령이 이런저런 눈치를 보느라 개혁을 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윤 대통령이 당선된 이유 중엔 ‘정치권에 빚이 없으니, 여러 개혁을 잘하실 것’이란 믿음도 있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정국을 너무 극단적으로 운영했다. 특히 오랜 세월 검사로 재직했던 것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윤 대통령이 파면되면, 곧바로 조기 대선이 진행된다. 국민의힘은 보수를 대표하는 일국의 집권여당이다. 재집권 명분이 “이재명은 안 된다”라면 설득력이 있을까?

▲저희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계속 꼬집으니까, 민주당은 주 52시간제·상속세·국민연금 개혁·전 국민 1인당 25만원 지급 등 물량 공세를 폈다. 중도 보수론 같이 말도 안 되는 얘기도 꺼냈다. 저희로선 반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가 대통령에 어울리는지, 국민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집권여당으로서 민생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해야 되는 측면도 있다. 적절히 잘 섞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

-야6당이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의 특검법 반대 주장이 국민 여론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는데?

▲민주당은 선동의 대가들이다. 조기 대선이 진행되면, 60일이란 짧은 기간 동안 명태균씨를 이용해 국민의힘 전체를 엮어 선동할 거다. 그래서 저는 “국민의힘이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할 수 있도록 정치권이 관심을 내려놓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30세대의 정치 성향은 성별에 따라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청년 정치인으로서 어떤 고민을 하는지?

▲문재인정부가 유도한 상황이다. 물론 정치권 전체의 잘못이 맞다. 그리고 저를 포함해 여러 의원들이 이용한 것도 사실이다. 저도 지양하고 싶다. 비대위와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은 “2030 세대를 통합할 수 있는 방법과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고민을 많이 한다. 야권의 지도자들이 국민을 상대로 다양한 갈라치기를 하는 것에 능숙한 분들이란 사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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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