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만나다> 정치 입문 1년 강미정 대변인

“혁신당 정치는 언제나 맑음”

[일요시사 취재2팀] 양동린 선임기자 = 지난 2024년 3월, 22대 총선을 앞두고 조국혁신당은 ‘이정섭 검사 처남댁’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강미정 아나운서를 영입했다. 당시 혁신당 조국 전 대표는 강 아나운서를 ‘검찰개혁 완수에 큰 힘을 보탤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처남의 마약 수사 무마 ▲현직 검사들에 대한 골프장 무상 제공 ▲가사도우미·사기업 직원 등의 범죄 기록 사적 조회 ▲위장 전입 의혹 등을 폭로한 강 아나운서에 대해 정의의 목소리를 대변할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검찰 비위 의혹을 폭로하며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자신의 안위에 대한 걱정과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용기 내어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히 내며 검찰개혁을 외쳤던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

그는 “진실을 밝히니 시련이 닥친다. 하지만 가슴 찢기는 시련의 시간을 분노로만 남기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정섭 검사 처남댁으로 살면서 검찰 폭력의 생생한 목격자였고 피해자”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앞으로 무도한 검찰 권력의 횡포에 맞서 싸우겠다”며 검찰개혁의 선봉에 서겠다고 다짐했던 바 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정곡을 찌르는 표현과 호소력 있는 어투로 국회 소통관을 사로잡고 있는 강 대변인을 <일요시사>가 만나 지난 1년여간의 여의도 정치 소회를 들어봤다.


-정치 입문 1년 차인데, 그동안의 소회는?

▲여의도 정치 1년을 겪으면서 22대 총선 승리, 조국 전 대표 수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등 총체적으로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의 연속이었고, 그런 경험들을 저의 정치 이야기로 담아내기에는 벅찬 것 같다. 자연인 강미정으로 밖에서 정치를 바라볼 때와 안에서 직접 부딪칠 때의 차이가 매우 컸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치열한 토론과 논쟁이 오가는 현장서 정치가 얼마나 복잡한 조정과 타협의 과정인지 몸소 체감하고 있다. 비록 선출직은 아니지만 저에게 맡겨진 역할 역시 국민이 허락해 주신 자리라 생각하는 만큼 더 많이 배우고 더 단단해지면서 맡은 바를 해내고자 한다.

상처받고 때로는 분노했던 순간도 많았지만 그 모든 과정서 정치의 본질을 찾아가려 한다.

-정치인 강미정이 바라본 여의도라는 정치 세상은?

▲운전을 처음 배울 때, 면허 따고 1년쯤 지나면 시야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착각하기 쉽다고 하는데, 정치도 마찬가지다. 이제 막 정치의 세계에 들어선 저의 발언이 가장 위험할 수도 있다.

밖에서 볼 때는 국회가 국민의 공복으로서 국민이 원하는 걸 다 하면 되는데 게을러서 안 하거나 자기 이득과 맞지 않아서 시도조차 안 한다고 생각했다. 막상 국회에 발을 딛고 보니까 어떤 것을 관철하는 데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검사 처남댁’으로 주목
용기 내 검찰개혁 외쳐

국회의원 혼자서 뭔가 발휘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주변에 생각이 다른 의원들,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 모두 설득 작업이 필요하기에 정치는 고도의 협력, 소통, 상생의 기술로 이어지는 인간관계의 복합 예술인 것 같다.

이렇듯 여의도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변수가 생기는 역동적인 곳이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때로는 답답할 만큼 느리게 움직이기도 한다. 국민은 빠른 변화를 원하지만, 정치의 속도는 더딜 때가 많은 만큼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고, 더 과감하게 움직여야 한다.

-내란 수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찬반 이슈들이 정국을 뒤덮고 있는데 탄핵을 바라보는 강 대변인의 시선은?

▲탄핵은 헌정 질서에서 가장 극단적인 선택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지만 때로는 그 극단적 선택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 된다. 이번 윤 대통령 탄핵은 단순한 정치적 공방이 아니라,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우는 데 필요한 과정이었다.

법치주의의 원칙이 무너지고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권력이 오히려 국민을 위협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선 누군가는 결단해야 했고, 국회는 그 임무를 수행했다. 탄핵은 단순한 법적 절차가 아닌 국민의 목소리이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헌법적 조치다.

이제 우리는 그 선택이 정당했음을 입증해야 한다. 과거에도 권력이 국민 위에 군림하려 했던 순간들이 있었지만, 국민은 결코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3일의 위헌적 비상계엄 역시 그런 권력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조국 없이 어쩌냐고?
정당은 한 사람으로
유지되는 것 아니다“

그러나 역사는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의 의지가 그 어떤 권력보다 강하다는 것을 증명해 왔다. 탄핵은 필요했고, 반드시 이뤄져야 했다. 우리는 그 의미를 기억하며, 다시는 같은 과오가 반복되지 않도록 나아가야 한다.

-조국 대표께서 수감됐다. 조국 없는 지금의 혁신당은?

▲조국 대표께서 저를 영입한 뒤에도 제게는 놀랄 만큼 자유를 허락했다. 그리고 이제 1년도 채 되지 않아, 대표는 영어의 몸이 됐다. 어쩌면 조국 없는 조국혁신당을 대비할 사전 연습을 하게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혁신당은 특정 개인을 위한 정당이 아니다. 조 대표가 창당을 주도하고 비전을 제시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당은 한 사람의 지도력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있다.

지금 혁신당은 단단하게 나아가고 있고 어쩌면 조 대표가 부재한 지금이야말로 당이 더욱 빛을 발할 순간인지도 모른다. 정당이란 본디 다양한 목소리가 모여 토론하고, 때로는 갈등 속에서 성장하는 곳다. 혁신당은 국민이 원하는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존재하며, 우리는 그 목표를 향해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중이다.


-탄핵 정국 속에서 좌·우로 더욱 선명하게 갈라진 대한민국. 극단의 이념 정치를 극복하려면?

▲이념이 사라질 수는 없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양한 이념이 존재하는 것이 건강한 일이다. 문제는 이념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극단적으로 이용해 대립을 부추기는 극단적 집단의 막가파식 정치가 아닌가 싶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탄압하거나 억누르는 방식이야말로 진짜 위험하다. 우리는 이미 그런 역사를 경험했다. 지난해 12월3일엔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체제다. 다른 의견을 가진다고 해서 힘으로 누르려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후진(형편없는)’ 정치의 전형이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이념이 아니라, 민주주의 그 자체다.

-한국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정치는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현실 속에서는 자주 잊히곤 한다. 현재의 정치는 진영 논리에 갇혀 대립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는데, 국민은 정쟁이 아니라 실질적인 변화를 원한다. 정치는 이념을 넘어 실용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하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상적인 이야기 같지만, 저는 바로 그 변화를 꿈꾼다. 변화를 만들기 위해 잘 싸우는 정치인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인 강미정이 추구하는 정치는?

▲정치는 ‘한정된 자원을 놓고 어떻게 분배하느냐’를 정하는 예술이다. (정치 설득의 미학이)한정됐기 때문에 다툼이 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이런 (분배)과정서 싸움이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정치인들이 싸운다고 싫어하시는 국민이 많은데, 싸우지 않는 정치인은 요리하지 않는 요리사와 같다고 생각한다(극단적 대립과는 다르다).

저는 정치의 어두운 장막을 걷어내고 여의도 하늘의 맑음을 위해 싸우는 것이다. 다만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국민을 위해서 싸우는 정치인, 막 싸우는 정치인이 아니라 잘 싸우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앞으로의 정치 행보는?

▲우선 대변인으로서 혁신당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것을 익혀가며 당을 대변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또, 이번에 경기도 의정부지역 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는데 섬김 정치, 소통 정치를 최우선 좌우명으로 삼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어떠한 사소함도 놓치지 않고 꼼꼼히 챙기는 정치인 강미정이 되어보려 한다. 많은 응원 부탁드리겠다.

<haohao51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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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