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뜨거운 감자’ 광진구

누가 붙든 박 터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4월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내년을 기준으로 집권 3년 차를 맞이하는 윤석열정부와 거대 야당이 심판론을 펼치기 위한 이벤트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최근 종로에 이어 ‘신 정치1번지’로 불리는 지역구가 있다. 일찍부터 크고 작은 이벤트가 발생한 서울 광진구 갑과 을이다. 뜨거운 감자인 광진구에 누가 출사표를 던질지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서울 광진구는 광나루로를 기준으로 북쪽은 갑, 남쪽은 을 선거구로 나뉘어 있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지역구와 달리 내부사정은 복잡하기만 하다. 후배에게 자리를 내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복귀를 신호탄으로 공천을 둘러싼 친·비명의 한판승부, 설욕전을 펼치기 위한 오신환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까지 총출동하면서다.

집안 싸움

광진구는 과거부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지역인 만큼 국민의힘에는 험지로 통한다. 제20·21대 국회의원 선거서도 갑·을 두 지역구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광진구 갑의 경우 16·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됐지만, 을 지역은 줄곧 민주당의 텃밭으로 분류됐다. 현재 광진구 갑은 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을은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이 깃발을 꽂고 있다.

먼저 광진구 갑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대리전으로 번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역인 전 의원은 20대에 이어 21대 광진구 갑 총선서 국민의힘 김병민 최고위원을 13.1% 차이로 꺾고 당선됐다. 지난 대선 경선서 이 전 총리를 돕는 등 친낙(친 이낙연)계로 분류된다.


해당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인물이 친명(친 이재명)인 만큼 계파 갈등은 불가피하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첫 번째로 거론되는 후보는 오현정 전 서울시의원이다. 오 전 시의원은 이 대표의 삶을 만화로 그려낸 <함께, 우리 이재명>의 저자로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이정헌 전 JTBC 앵커도 광진갑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 전 앵커는 이 대표 캠프에 합류해 힘을 싣는 등 역시나 친명계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이를 두고 이 대표 강성 지지자인 ‘개딸’(개혁의 딸) 사이에서는 친낙계인 전 의원을 밀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후보단일화를 통해 친명계 후보에게 표를 몰아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친낙계 밀어내고 광진갑 꿰차기?
친명계 지원사격 나선 개딸들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친윤(친 윤석열)계 인사이자 광진갑서 한 차례 쓴맛을 본 김 최고위원이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총선을 앞둔 2020년 3월 공천 혁신을 위해 ‘퓨처 메이커 청년벨트’를 기획했다. 지역구 공천서 탈락한 청년을 추려 수도권 험지에 배치해 ‘젊은 피 수혈’을 시도한 것이다.

이는 연고가 없는 청년들을 험지로 내몰았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결국 실패로 막을 내렸다. 당시 김 최고위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21대 국회의원 선거서 퓨처 메이커 전형으로 미래통합당서 광진갑에 공천됐지만, 재선인 전 의원과 맞붙으면서 낙선했다.


광진갑에 다시 한번 도전하는 김 최고의원은 그동안 당 안팎서 소장파 이미지를 착실히 쌓아왔다는 평을 받는다. 이번 총선서 2030세대 지지자의 표를 끌어모을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광진을은 갑 지역구보다 치열한 공천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곳에서 다섯차례 당선된 추 전 장관이 현역이자 친문(친 문재인) 세력인 고 최고위원과 대립각을 세우면서다. 고 최고위원은 지난 총선서 당시 미래통합당인 오세훈 현 서울시장을 2.55%포인트 차이로 꺾고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2020년 ‘추-윤’ 갈등으로 장관직을 내려놓은 뒤 조용한 삶을 살던 추 전 장관은 최근 정치 행보 재개를 시사하면서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지난 7월, 그는 돌연 ‘문재인 대통령이 사퇴를 종용해 할 수 없이 장관직서 물러났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파장을 일으켰다. 자신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갈등을 빚었을 때 오히려 문 전 대통령이 사퇴를 권유했다는 주장이었다.

지난 9월에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부결을 강력히 호소하기도 했다. 결국 체포동의안이 통과되자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을 향해 “스스로 용퇴하는 게 맞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광진을에 발 넣는 추미애·오신환
깃발 붙들어 맨 고민정…결과는?

이처럼 추 전 장관이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자 민주당 내부에서는 “친문계와 선을 긋고 친명계로 노선을 틀었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공천을 위한 개인적 판단을 지적할 수 없지만, 계파 갈등을 초래하는 식의 발언은 적절치 못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추 전 장관의 발언이 친문계인 고 최고위원을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두 인물의 대결은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의 경쟁구도로 비춰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연말이 다가올수록 공천을 둘러싼 기 싸움이 예상된다.

치열한 민주당 틈바구니서 존재감을 키우는 여당 후보가 있다. 현재 국민의힘 광진을 당협위원장을 맡은 오신환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다. 지난 21대 총선서 고 최고위원이 오세훈 시장을 꺾고 올라간 만큼 자존심을 내건 설욕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오 위원장은 지난 19·20대에 관악을서 당선됐다. 지난해 8월에는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임명돼 오세훈 시장과 합을 맞췄다.

험지로 걸어 들어간 오 위원장은 지난 7월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조직강화특별위원회 당협위원장 후보자 면접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아무래도 지역이 지난 20대 총선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출마한 지역이라서 여전히 지역주민들이 오세훈 시장을 많이 언급하고 있다”며 “그때 만들어진 기반 위에 제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광진을에 관심이 집중되자 고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누가 오든 자신 있다”며 의지를 굳혔다.

미지수

복잡한 내부 사정만큼 선거 결과 예측 또한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양한 세대와 소득이 점점 모이는 추세인 만큼 최근 들어서는 특정 정당을 선호하기보다 공약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광진구에 출사표를 던진 한 정치인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한강벨트로 묶인 지역 곳곳서 재개발 호재 소식이 들려오면서 몇 년 전부터는 표심이 흔들리는 추세”라면서도 “한강과 가까울수록 진보진영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공약이라는 변수가 있으니 마지막까지 결과를 알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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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