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만나다> 신인규 정당 바로 세우기 대표

“보통 시민 힘으로 정치 새 표준 만든다”

[일요시사 취재2팀] 양동린 선임기자 = 신인규 ‘정당 바로 세우기’ 대표는 지난 2023년, 윤석열 대통령의 정당 사유화를 비판하며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신 대표는 거대 양당 독과점 정치를 벗어나 보통 시민의 조직된 힘으로 정치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 내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와 함께 기득권 공화국의 해체와 대한민국의 정당 바로 세우기를 정치 신조로 내세우고 있다.

신 대표의 ‘정당 바로 세우기(이하 정바세)’는 한국 정치서 정당이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한 노력이나 목표를 표방한다. 또 정당 이념, 정책, 지도력, 구조 등을 올바르게 정립하고 개선하기 위해 출범했다. 여기엔 정당 내부의 부패 척결 및 민주적 절차 강화, 국민의 요구에 맞는 정책 수립, 그리고 정치적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도 포함된다.

부패 척결
절차 강화

정당은 헌법 제8조에 따라 운영에 필요한 국고보조금을 받는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당에 지원된 국고보조금은 총 약 1조5000억원가량이었다. 우리나라의 정당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어디에 어떻게, 원래 목적에 맞게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감시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민의 세금을 공돈 쓰듯 마음대로 쓰는 관행이 달라지지 않는 한 정당 운영의 민주화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정바세가 정치적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시급하다고 보고 있는 것은 각 정당들의 보조금 운영 실태다. 정당들은 해마다 수백억원의 세금을 국고보조금 명목으로 받고 있다. 이해관계에 휩쓸리지 말고 좋은 정책을 개발하라는 취진데, 정말 취지에 맞게 쓰이는지 외부 감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쟁점이 되는 이준석 의원의 개혁신당 정당보조금 사용 논란 등에 대해 <일요시사>는 신인규 정바세 대표에게 정부가 지급하는 정당보조금의 부적절한 사용 실태에 대한 대책 마련과 분배 방식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최근 개혁신당 내홍 사태의 원인인 정당보조금 사용으로 허은아 전 대표가 이준석 의원 등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는데…

정당은 헌법기관으로 보호받고 자유권도 갖고 있어 내부 회계를 자세히 들여다본다거나 조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물론 1년에 한 번씩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감사하긴 하지만, 정당의 자유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세밀한 부분까지 다 들여다보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최근 개혁신당 이 의원의 배임 논란은 내부 비리에 대한 제보보단 공익 제보 차원으로 이해하고 있다. 보통 규모가 큰 당에서는 이런 일들이 덜 있는 편인데, 개혁신당처럼 적나라하게 벌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국민의 세금 마음대로 쓰는 관행
달라지지 않는 한 민주화 공염불”

왜냐하면 거대 정당에는 다수의 계파들이 모여 있고 계파들끼리 내부적으로 견제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혁신당의 경우, 이 의원이 사실상 대주주라고 표현되는 거의 1인 정당처럼 운영되고 있어 그의 의사결정에 대한 내부 통제가 쉽지 않은 구조적 문제가 있다.

보통 회사로 치면 1인 회사에서 개인이 법인을 소유할 때 돈을 착복하거나 제3자에게 이권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개혁신당 사례도 1인 주주 회사, 1인 소속 회사의 경우라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허 전 대표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만큼 반드시 수사기관에 의해 엄정하게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국내 정당들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목적에 맞게 제대로 쓰이는지 감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보공개 강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 같은데?

정당보조금에 대한 헌법 취지는 정당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을 보조하라는 것인데, 작금엔 본래 의미가 변질돼 최소한의 지원이 아니라 정당의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 잡은 게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 정당들은 국가 예산 즉, 국민의 세금인 ‘국고보조금’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정당 수입원 중 국고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정치자금법에 따라 정당은 국고보조금을 정책개발비, 지방당 지원, 여성 정치 발전에 쓰고 남은 돈으로 인건비, 사무비, 조직활동비에 충당할 수 있다.

개혁신당
문제는…

당비가 아닌 국민 세금으로 정당을 운영한다? 기실 국가 예산으로 정당을 지원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닐 수 있다. 정치자금의 음성적 수수에 따르는 정치 부패를 막을 수 있고, 선거 비용과 정당의 운영비 지출의 증가 추세에 따른 정당의 재정적 압박을 완화하며, 정당 간 또는 후보자 간 자금 능력 격차의 해소로 공평한 경쟁을 유도해 유능한 후보자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는 등의 분명한 이점도 있다.

매년 수백억원이 넘는 세금이 투입되고 있지만 정당은 지금까지 제대로 된 감사를 받지 않았다. 이에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 얼마든지 정당의 쌈짓돈으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돼있다. 또, 감사원법에 따라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보조금이 교부되면 감사할 수 있지만, 양당 기득권을 포함한 정치권에선 정치 탄압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감사원법을 무력화해 왔다. 

정당의 공익적 측면에 대한 지원이라는 취지로 대다수의 국가마다 정당에 국고를 지원하고 있다. 국고보조금이 국민의 세금인 만큼, 투명하게 애초의 취지에 맞게 쓰였는지에 대한 회계감사는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하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보조금 관련 제 법규나 정당의 보조금 사용에 대한 사후 관리·감독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정치자금법의 전면적인 개혁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실제로 미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주요국들은 경상보조금 없이 정당을 운영하고 있고 정당 지원은 선거보조금으로 한정하며 영국에서는 정책 개발을 위한 목적으로 한정해 최소한의 보조금만 지급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제기된 개혁신당의 정당보조금에 대한 업무상배임이나 횡령 같은 경우 1인 기업서 나타나는 부패 사건과 한가지다. 그렇기에 제도 보완도 당연히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지금의 정치 현실에서는 제도적 보완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에 개혁신당의 문제는 부득이하게 검찰 수사로 진실을 밝힐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느냐를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국고보조금
내역 보니…

또 개혁신당을 이 의원이 사실상 독점하고 장악하고 있는 당의 구조는 내부 부정부패의 문제가 발생하기 아주 좋은 구조다 보니 헌법서 부여한 자율권을 누리고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으면서 정치 병폐로 이어지고 있다.


이 의원처럼 개인의 능력으로 열성 팬을 갖고 창당했을 때 그 당의 모든 구성원은 예속된다. 이번 사태가 정당 민주주의 차원서도 비판받을 점들이 많지만, 정당 민주주의라는 헌법 가치를 떠나서도 공당의 내부 부패 문제에 대해 엄정한 사법 처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국고보조을 지도부 회식비, 화환, 당원 단합대회 술값 등으로도 지출했다는 의혹이 있고, 허위 영수증을 이용해 다른 용도로 사용한 비용을 정책개발비로 위장하는 사례도 있다고 하는데…

국고보조금이 아무런 용도 제한 없이 사용되고 있는 현실이 문제다. 정치자금법 제19조는 보조금의 사용 용도를 인건비, 사무용품비, 정책개발비 등으로 열거하면서 ‘기타 정당 활동에 드는 경비’라고 명문화했다. 사실상 용도 제한이 없는 것이나 다름 없다.

그러나 독일 등 대부분 국가는 보조금의 사용 범위를 명확히 하고 있다. 인건비나 임대료, 사무용품 등 정당 운영비는 당비나 후원금, 기탁금 등으로 충당하고, 보조금은 애초의 취지에 맞게 정책개발비 등 정당의 공익적 활동에 쓰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고보조금의 용도를 엄격히 제한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또, 정당마다 당내에 감사위원회가 있는데 개혁신당의 경우는 위원회조차도 구성이 안 돼있다. 회계감사가 필수적으로 따라야 하는데 보조금에 대해 사후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을 관리하고 관할하는 국가기관인 선관위가 정당 내 내부 통제기구까지 관리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세밀한 회계감사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어떤 업무를 추진했다고 보고 시 사실상 형식적 감사에 그치는 게 지금 상황이기 때문에 내부 고발이나 증언이 없는 한 정당 내부의 회계 부정을 적발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개혁신당이 공당의 형태로 다양한 정파들과 정당 민주주의를 지키면서 운영됐더라면 이번 같은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특수하게 1인 주주(이 의원)가 전체를 장악하다 보니 범죄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보통 해 먹어도 이렇게까지 지저분한 방법으로는 하진 않는데 1인 독과점 정당서 반민주성, 비민주성이 판치다 보니 이런 질 낮은 범죄 혐의까지 드러난 게 아니겠나?

우리의 정당보조금 제도가 얼마나 허술하냐면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라 선관위는 각 정당으로부터 보고받은 ‘수입·지출 명세와 증빙자료’의 열람을 공고하고, 공고일로부터 3개월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열람 기간이 끝나면 매년 가을 쯤에 <정당의 활동 개황 및 회계보고>라는 두툼한 책자를 발간하지만, 이 책자 어디서도 증빙자료는 찾아볼 수가 없다.

윤석열 정당 사유화 비판…국힘 탈당
매년 수백억 투입…감사도 받지 않아

여기서 첫 번째 불합리함은 유권자들이 3개월의 열람 기간에 선관위를 찾아가 직접 열람하지 않으면, 각 정당이 보고한 지출 명세와 증빙자료를 비교·검증할 기회가 전혀 없고, 심지어 열람 기간에는 복사나 촬영도 금지된다는 점이다.

유권자가 낸 세금으로 지급된 국고보조금의 지출과 그 증빙자료의 공개를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은 유권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최소한 3∼4년 동안은 누구에게나 공개해 국고보조금 지출의 투명성을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국고보조금 제도는 ‘지급액의 상한 규정’ ‘사용 용도의 제한’ ‘회계자료의 공개 및 감사’ 등 세 가지의 방향으로 전면 개혁돼야 한다. 국고보조금의 상한을 정하고, 그 사용 용도를 정책개발비 등으로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정당 개혁이라는 연쇄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정당의 수입이 지나치게 보조금에 의존함으로써 당원을 늘리거나 후원금을 모금하는 데 주력하지 않아 정당의 체질이 약화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나 독일의 경우와 같이 의석수에 따른 배분이 아니라 정당 지지율에 따라 배분하고, 국고보조금의 총액 제한과 상대적 제한을 두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

상대적 제한은 보조금을 각 당이 모금한 후원금 이상으로 지급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고 이를 매칭펀드(Matching Fund)라고도 한다. 우리의 경우 당원의 당비와 국고보조금을 연동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나친 보조금 의존으로부터 나타나기 쉬운 정당의 체질 약화를 방지하는 한편, 정당 지지율을 근거로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정책 대결을 도모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국가 예산으로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이 허술한 관리 속에서 정당의 쌈짓돈처럼 운영되는 것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정당보조금 투명성 확보는 정치개혁과 관련이 깊다. 국회 차원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 같은데?

동일하게 수익지출 통장서 회계상으로 처리할 뿐이지 자금 흐름에 대해서는 감시가 이뤄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여성발전기금을 지급하면서 얼마를 쓰라고 하는 인센티브 형식의 보조금 제도를 다양하게 확충하고 있다. 정당에 지원금을 줄 때엔 여러 가지 조건이 있다. 여성, 장애인, 청년 등에 사용하라고 하는 건데 아직 사용에 대한 합의가 안 됐다.

여성 활동비
인건비 처리?

실무 현장에선 여성의 정치 활동을 대체로 인건비라고 하는데, 결국 많은 정당이 여성 활동비를 인건비 차원으로 지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인건비=여성의 정치 활동비’로 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집행하느냐에 대한 해석을 두고서는 상당한 딜레마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국가기관에서 규제한다기보다는 시민단체, 언론 등을 통해서 많이 알려야 한다. 회계 투명성이 확보돼야 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 높아질 것이다.

<haohao51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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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