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신당설’에 정가 술렁…금태섭·류호정 회동도 촉각

민주 비명계선 이상민만 탈탕 시사
과거 ‘페미니즘 이슈’로 각 세우기도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22대 총선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금태섭(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장), 양향자(한국의희망 대표) 등 ‘제3지대’ 신당 창당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내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과 함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신당 창당설까지 피어오르면서 여야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일각에선 과거 국내 정치사를 언급하며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그때와는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며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동정론도 나온다.

국민의힘에선 애써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어렵게 세운 윤석열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함께 승리를 위한 길로 가야 한다”며 신당 창당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윤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입장에선 서로 입장 차이가 크지 않다면 다 함께해야 한다”고도 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이 전 대표도 소중한 자원인 데다 지지율 측면을 감안하더도 신당 창당을 강 건너 불구경 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국민의힘서 ‘미운털’이 박혀 있는 이 전 대표는 한 배를 타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의 대화 요청을 면전서 거부했다. 앞서 인 위원장은 지난 4일, 이 전 대표와의 회동을 위해 이 전 대표가 참여하는 부산 토크 콘서트장을 방문했다.

이날 이 전 대표는 착석해 있는 인 위원장을 향해 “Now you're a member of us (the chairman of the innovation committee). I think we pay more and more attention to our democracy. The democracy you tried to protect when you were young.)이제 당신은 우리의 일원(혁신위원장)이 됐고, 우리의 민주주의에 더욱더 관심을 기울인다고 본다. 당신이 젊은 날 지키고자 노력했던 그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이어 “언젠가 반드시 당신과 내가 공통된 의견에 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당신은 오늘 이 자리에 올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I hope that one day you and I can reach a common opinion. But you are not qualified to be here today)”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특히 최근 강서 선거(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서 무엇을 배웠나? 강서 지역민들과 대화하고자 노력해봤나? 그들은 분노하고 있다(What did you learn from the recent election in Gangseo-gu, Seoul. Have you tried to talk to the local people of Gangseo. They are angry”며 “모든 해답은 그들의 이야기서 찾을 수 있다. 그들의 언어를 따르고, 갈등을 조장하려 하지 않는다면 기꺼이 대화할 의사가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자격이 없다(All answers can be found in their stories. They are willing to talk if they don't follow their language and try to foster conflict. But I'm not qualified at the moment)”고 쏴붙였다.

그러면서 “여기서 내가 환자인가? 오늘 이 자리에 의사로 왔느냐? 진짜 환자는 서울에 있다. 가서 그와 이야기하라. 그는 도움이 필요하다(Am I a patient here? Are you here as a doctor today? The real patient is in Seoul. Go talk to him. He needs help)”고 언급했다.

‘특별 귀화 1호’로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위원장은 이날 행사가 끝나자 이 전 대표와 인사도 나누지 않은 채 곧바로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반면 금태섭 위원장, 양향자 대표를 필두로 하는 ‘제3세력’이 독자노선을 걸을지, 세를 규합할지 우왕좌왕하고 있는 사이, 이 전 대표가 띄운 이른바 ‘이준석 신당 초대장’에 내심 반가워하는 눈치다.


금 위원장은 지난 8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이준석 전 대표를 조만간 만나 얘기해볼 생각”이라며 “이 전 대표가 저희가 하는 것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지 얘기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진짜 정치를 바꾸기 위해 합칠 생각이 있는지(들어보겠다)”라고도 했다.

민주당 내 비명계 인사로 통하는 이상민 의원도 최근 이 전 대표와의 회동 사실을 공개하면서 탈당까지 시사했던 바 있다.

이 의원은 CBS라디오서 이준석 신당 합류 가능성에 대해 “나쁜 게 아니라면 어느 경우나 열려 있지 않겠느냐. 저 스스로 거취에 대해 고민하고 결정을 내려야 할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된다”고 언급했다. 그의 이날 발언은 정치적 언어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나오지만, 합류 가능성 쪽으로 급격히 무게가 실린다.

다만, 비명계의 민주당 탈당 러시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정치권에선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의원 외에 김종민, 이원욱 등 다른 비명계 의원들은 탈당과는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날 김 의원은 KBS라디오서 “이 전 대표는 나름대로 자기 길이 있는데, 적어도 김종민이 생각하는 새로운 정치, 내가 하고 싶은 정치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 있는 이른바 소신파 의원들 대부분이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의원도 BBS라디오에 출연해 “신당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이 전 대표와 같이 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일축했다. 이처럼 비명계 인사들이 ‘이준석 신당’과의 거리를 두는 이유는 전혀 상반된 당적의 정치인과 손을 잡는 모습이 기존 지지자들로 하여금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전 대표는 류호정·정혜영 정의당 의원과도 회동이 예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지난 2일, 류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이 전 대표가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선택 금태섭 창당준비위원장이나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와도 소통이 안 되는 상황서 이준석 전 대표라고 되겠느냐? 큰 의미가 없는 일종의 ‘정치적 수사’라고 생각한다”며 이준석 신당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바 있다.

게다가 류 의원은 이 전 대표와 ‘페미니즘 이슈’로 각을 세웠던 전적(?)도 있는 만큼 물리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화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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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