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해 7월18일 서울 서이초등학교서 근무하던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그의 나이는 고작 스물넷. 사회 초년생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쏟아지던 학부모의 민원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정치권에서는 저마다 해결책을 들고 나왔다. 사건 발생으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교권 추락의 피해는 여전히 교사의 몫으로 남아 있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교사로, 교사 노조서 이제는 국회의원이 됐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인재 12호로 영입돼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한 백승아 의원의 이야기다. 서이초 사건은 교사 출신인 백 의원이 현실 정치에 뛰어든 결정적인 이유다. <일요시사>는 서이초 1주기를 맞아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점과 실질적인 교권 보호 방법을 물었다. 다음은 백 의원과의 일문일답.
-서이초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의 상황을 지켜보며 어떤 기분이 들었나?
▲여전히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많다. 사망한 선생님은 순직이 인정됐는데 정작 사건은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충분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논리적으로 어긋났을 뿐 더러 가해자 부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기에 이렇게 꽁꽁 감춰졌는지 의아하다. 서이초 사건으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교권추락에 대한 국민의 인식만 높아졌을 뿐, 교실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여전하다.
-지난해 민주당 영입 인재로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원래 정치에 뜻이 있었나?
▲전혀 없었다. 선생님이란 직업도 아이들도 무척 사랑하는 나는 ‘천생 교사’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러던 중 서이초 사건이 터졌고 교사가 교실서 죽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
사건 발생 당시 교사 출신의 누군가는 국회로 가서 재발 방지에 힘써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내가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탁상행정이 문제라고 생각한 만큼 교실을 잘 아는 현장 출신이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만 지금과 같은 기형적인 학교 구조를 바꿀 수 있다.
-서이초 특별법을 1호로 발의했다. 어떤 부분을 중점으로 다뤘나?
▲총 여섯 가지 법안을 제출했는데 첫 번째로는 정서적 아동학대의 모호함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교사의 생활지도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다.
피해자 있는데 가해자 없는 현실
보다 못한 선생님이 직접 나섰다
교사가 본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본질 업무에 대한 법제화도 제시했다. 현재 교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법적으로 규정되지 않아 온갖 업무를 맡고 있다. 당연히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밖에도 교육활동 보호 조사관 도입, 법률 지원, 학생 분리제도 법제화 등을 제시했다.
-아동학대로 볼 수 있는 지점이 모호하다는 것에 많은 교사가 공감하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학교가 사법화되면서 이 같은 사례가 늘었다. 학교폭력법이 생기고 생활기록부에 빨간 줄이 그어지고 이걸 막기 위해 변호사가 학교에 들어와 소송 문제로 번지니 법을 악용해 교사에게 책임을 넘겨 버린다.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리면 “우리 아이를 죄인 취급했다” “정서적으로 학대했다” 같은 말로 교사가 신고 대상이 된다.
그러면 학교폭력 문제는 흐지부지 묻히고 아동학대 사건으로 넘어가게 된다. 당시에는 교사를 보호할 방법이 사실상 없었다.
-서이초 사건 발생 이후 교권보호 4법이 빠르게 국회를 통과했다. 현장에 있는 교사들이 실효성을 느끼지 못했나?
▲사실 국회를 통과된 것만으로도 기적 같은 일이었다. 순식간에 법안을 올리고 패스트트랙으로 가장 먼저 처리해 주지 않았나.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는 부분이 있지만 교실서 체감하기 어려운, 단순히 선언적인 내용도 많았다는 아쉬움이 있다.
문제는 인력과 예산이다. 이 부분에는 실질적인 변화가 전혀 없다. 서이초 사건이 발생하고 교권보호에 힘쓰겠다던 정부는 1년 사이에 예산을 50억원이나 삭감했다. 법이 통과되면 예산이 늘어야 하는데 말 따로 행동 따로인 형국이다.
-교사가 정치에 관여할 수 없다는 부분도 지적하고 있다.
▲2020년 강원교사노조를 창립하고 지금까지 교사노동조합연맹의 미디어국장 겸 초등교사 노조를 맡아왔다. 그때 처음으로 정치기본권이란 단어를 알게 됐다. 교사는 정당 가입은 물론 정치에 참여하거나 심지어 정치인의 SNS에 ‘좋아요’도 누를 수 없다.
교육 중립과 정치 중립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왜곡돼 마치 교사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 죄인, 또는 특이하다는 눈총을 받는다. OECD 가입 국가 중 교사의 정치기본권이 없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교사 출신 정치인이 없으니 지금까지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한 법안이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와 정치를 분리했을 때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민주시민을 교육할 역량을 갖추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가르칠 수 있겠지만 이건 죽은 지식으로서 단순히 글을 전달하는 데 그친다.
하나의 정치적인 존재로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교사들은 모른다. 자기가 해보지 않은 걸 어떻게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겠는가. 제대로 된 민주시민 교육을 위해서라도 교사의 정치기본권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교권 보호하겠다더니 예산 ‘싹둑’
저출생 해결하랬더니 사교육 ‘쑥’
-저출생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최근 정부서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이름뿐인 ‘보여주기식 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저출생 제도는 출산 소득을 보장해줘야 하고 육아휴직, 육아수당, 사교육비 절감이 맞물려 총체적으로 제도 정비에 들어서야 한다. 그런데 지금 정권을 보시라. 특목고, 과학고를 권장하고 의대 정원도 폭발적으로 늘려 사교육을 조장했다.
저출생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은커녕 노동시간을 늘리겠다고 말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인구전략기획부라는 부서만 신설한 뒤 그 어떤 제도도 청사진도 제시하지 못했다. 하다못해 학교에서 돌봄을 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 하나 먹고살기도 바쁘니 아이를 가질 생각을 감히 못하는 것이다. 국가 차원서 질 높은 돌봄과 질 높은 교육을 보장해줘야 하는데 예산을 싹둑 삭감하니 황당할 뿐이다.
-전당대회가 한창인 당의 현안도 짚어보자. 민주당 원내부대표로서 ‘친명(친 이재명)체제’ ‘일극체제’라는 비판은 어떻게 보고 있나?
▲당원이 원하는 사람이 대표가 되는 건 당연하다. 이게 비난받아야 할 일인지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 오히려 당원이 찍은 사람이 아닌, 제3자가 지명한 사람을 띄워서 당선시키는 게 더욱 문제 아닌가? 이재명 전 대표가 다른 사람의 출마를 막지도 않았다. 오히려 더욱 민주적인 모습으로 당이 운영되고 있다고 본다.
-끝으로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은지 포부 한마디.
▲앉아서 정치를 하는 것보다 발로 뛰며 현장에 변화를 일으키는 정치인이 되겠다. 단순히 ‘국회의원’이 아닌 스스로가 세운 목표를 달성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 내가 세운 목표는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 그리고 그 아이를 가르치는 게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변화와 희망의 씨앗을 심는 그런 사람이 될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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