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검사들 간 큰 무리수

여의도까지 ‘검사 왕국?’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검사들의 총선 출마가 정치적 중립 논란을 낳고 있다. ‘황운하 판례’ 이후 계속되는 선거 논란이다. 이에 출마 제한법 입법도 다시 주목받는 상황이다.

제22대 총선에 현직 검사들의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사직서가 수리되기 전에 출마를 강행하기도 하며 정치적 중립 논란이 점차 확산 중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4·10 총선 출마 예비자를 253개 선거구별로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검사 출신 예비후보는 국민의힘 19명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7명으로 26명에 달한다. 

정부 요직에 
국회도 장악?

후보 등록을 앞둔 인사가 많아 검찰 출신 후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에선 지난 총선보다 많은 검사 출신 인사들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 21대 총선에서는 41명의 검사 출신 인사들이 공천을 받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각 당에 출마한 인원을 보면 국민의힘에서는 윤갑근(충북 청주상당) 전 대구고검장, 김진모(충북 청주서원) 전 서울남부지검장, 노승권(대구 중·남구) 전 대구지검장 등이 후보로 등록했다. 민주당에서는 양부남(광주 서구을) 전 광주지검장, 박균택(광주 광산갑) 전 광주고검장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서 검찰 출신 출마자가 많은 것은 현 정부 들어 검사 출신이 요직에 대거 기용된 데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되면서 공천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야당에서는 대개 이번 정권서 한직으로 물러난 검사들이 윤석열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출사표를 던졌다. 문재인정부서 요직을 지낸 이성윤·신성식 검사장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총선 출마를 밝힌 이들 중 아직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청법 43조에 따르면 검사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검사의 정치운동 등을 금지하고 있다. 

또 검사가 공직선거 후보자로 입후보하고자 한다면 공직선거법상 90일 전까지 공직서 사직해야 한다. 이에 총선 출마 의지를 밝힌 검사들은 사표를 제출했다. 그러나 기소된 공무원의 경우 퇴직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이들의 사표는 반려되거나 수리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정치적 중립 논란에도 이들이 출마를 강행하는 것은 대법 판례 때문이다. 이른바 ‘황운하 판례’로 현직 공무원들이 징계를 각오하고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며 활동하다가 시한 내 사표만 던지면 손쉽게 정치권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됐다.

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재판을 받던 중 2020년 4월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황 의원은 2019년 11월 명예퇴직을, 2020년 1월에는 의원면직을 신청했지만 경찰청은 ‘수사 및 기소가 퇴직제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이를 불허해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다.

검 출신 예비후보 여야 합쳐 26명
지난 총선보다 더 많을 것으로 전망

경찰공무원 신분을 유지한 채 총선에 출마 후 당선되자 이은권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황 의원을 상대로 당선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대법원은 당선무효 소송서 황 의원의 출마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당시 “공직선거법서 정한 기간 내(선거일 90일 전)에 사직원을 제출했다면,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접수 시점에 직을 그만둔 것으로 간주한다”고 판시했다.

공직선거법 53조는 선거에 입후보하려는 사람은 선거일 90일 전까지는 직을 그만둬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같은 조 4항은 소속기관의 장이나 소속위원회에 사직원이 접수된 때부터 그 직을 그만둔 것으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도 “황운하 판례는 현직 공무원의 사직원이 수리되지 않은 상황서 정당 가입과 후보자 등록이 가능한지 여부에 관한 최초의 판례”라고 설명했다.

황운하 판례가 논란이 되자 황 의원은 자신의 SNS에 “총선을 앞두고 공직자 신분으로 출마를 선언한 공무원들에 대한 논란이 있다”며 “다수 언론이 황운하 판례를 근거로 현직 공무원들이 출마를 강행했다고 해 그 판례가 무슨 의미인지 올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소속 기관장이 사직원 수리를 지연하거나 거부함에 따라 공무원이 법정기한 내에 그 직을 그만둔 상태로 후보자 등록을 할 수 없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되는 것을 방지하고, 공무원의 사직원 제출 후 공직선거 출마의 자유를 보장하고 분쟁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판시”라고 설명했다.

현재 황운하 판례가 적용되는 인물은 이성윤, 신성식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김상민 대전고검 부장검사 3명이다.

이 연구위원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당시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무마’ 의혹으로 서울고법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를 중단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지난해 2월, 1심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선고는 오는 25일 이뤄질 예정이다.

황운하 대법 
판례 보니…

서울중앙지검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이 연구위원이 2020년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에 대한 ‘찍어내기 감찰’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이 연구위원은 전북 고창 출신으로 1994년 임관해 광주지검 특수부장,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 서울동부지검 형사2부장 등을 역임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로 검찰 내 대표적 ‘친문’(친 문재인) 인사로 꼽힌 그는 지난 정부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쳐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에는 한직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밀려났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 8일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당시 자신의 SNS에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혈세 578억원을 써대고선 순방이 곧 민생이라 주장하고, 정의와 공정의 화신인 양 온갖 레토릭을 쏟아내더니 김건희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기만 하는 윤석열 사단에 정치란 무엇인가”라며 “국민들은 더 이상 사이비에게 운명을 맡길 생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앞으로 윤석열 사이비 정권을 끝장내고, 윤석열 사단을 청산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최선봉에 서겠다”고 약속했다.

신 연구위원은 ‘한동훈 비대위원장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재직하던 2020년 6∼7월 한 비대위원장(당시 검사장)과 이동재 기자의 대화 녹취록 내용이라며 KBS 기자에게 허위 사실을 알린 혐의로 지난해 1월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신 연구위원은 순천고, 중앙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사법시험에 합격해 제27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이후 대검 과학수사담당관, 춘천지검 강릉지청장, 부산지검 반부패강력부장, 수원지검장, 광주고검 차장검사 등을 지냈다.

경고 무시한
논란의 3인방

그간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김경언 로비스트 사건,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무마 사건 등의 굵직한 수사를 맡았다. 그러나 윤 정부 이후 법무연수원으로 좌천당했다.

신 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6일 총선 출마를 위해 법무부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지난 10일 순천서 북콘서트를 열며 정치 행보에 들어갔다.


그는 북콘서트서 “현 정권이 들어서며 맡게 된 이재명 대납 수사 사건, 그의 후배라는 이유만으로 언론은 나를 정치검사로 만들고, 차장검사로 좌천시켰으며 한 달 후에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까지 발령냈지만 그간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기에 좌절하지 않는다”며 “난 원래 반골 기질이 있는 사람으로서 22년의 검사 생활을 끝내고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첫발을 내딛는다”고 성원을 당부했다.

김 부장검사는 이들과 달리 감찰 중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장이던 지난해 추석 고향 주민들에게 “지역사회에 큰 희망과 목표를 드리는 사람이 되겠다”며 “저는 뼛속까지 창원 사람”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가 논란이 됐다.

당시 그는 대검에 ‘정치적 의미 없는 안부 문자’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이에 대검 감찰위원회는 지난해 12월28일 김 부장검사에게 비교적 가벼운 ‘검사장 경고’ 조처를 권고했다.

하지만 이원석 검찰총장의 결정이 있기 전 김 부장검사가 사직서를 내고 창원에 출마하겠다고 밝히자 대검은 김 부장검사를 대전고검 검사로 인사 조처하고 감찰에 다시 착수했다.

사직서 수리 전…정치적 중립 논란
‘검사 출마 제한법’ 입법 다시 주목

감찰로 인해 김 부장검사의 사직서는 수리되지 않았지만 그는 지난 6일 창원대학교서 출판기념회를 진행하고 지난 9일에는 총선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당적으로 경남 창원시 의창구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기자 회견 당시 김 부장검사는 “돌아갈 수 있는 배를 태웠다. 돌아갈 곳이 없다”면서 “출마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12월 이후에 했고,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후보자로 나서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현직 검사지만 (검사로서)활동을 전혀 안 하고 있고, 지금 이런 상황(출마)서 사건을 처리한다면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시기를)나눠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검찰청은 지난 12일 김 부장검사에 대한 중징계를 법무부에 청구했다.

대검 관계자는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행위를 확인한 즉시 신속하게 감찰을 실시해 중징계했고, 향후에도 정치적 중립 의무를 훼손하거나 의심받게 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대법 판례로 법률이 인정됐지만 고위공직자로서의 자세가 되지 않은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들에 대해 “앞서 퇴직 직후 출마를 하거나 입당한 선배들도 많은 비판을 받았었는데 아직 사직서도 수리되지 않은 상황서 출마를 결정한 점이 더욱 논란을 낳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장검사의 행보로 그가 진행하던 수사에 정치적 의도가 없었냐고 의심이 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며 “공직자로서 기본 자세를 놓치고 몸담은 기관을 욕보인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출마 논란으로 현직 검사들이 출사표를 던져 논란인 가운데 ‘검사 출마 제한법’ 입법이 탄력을 받을지도 주목된다. 해당 법안은 수사기관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 훼손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발의됐다.

지난 2020년 최강욱 전 의원 등이 발의한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검사가 퇴직한 후 1년 동안 공직후보자로 출마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무조건 공천?
나가면 된다?

이른바 검사 출마 제한법으로 불리는 해당 법안은 열린민주당 소속이었던 최 전 의원 등이 대표 발의했으나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유력 대선후보로 떠오르자 이를 겨냥한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2월 법무부는 법안 취지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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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