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리는 비명계 1번 타깃

답은 정해졌다 ‘진실의 방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2대 국회를 향한 신호탄이 울렸다. 시합 초반부터 ‘자객 공천’ ‘공천 학살’ 의혹이 여의도를 오르내린다. 친명계 인사가 비명계 의원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밀면서다. 아무렇게나 굴러가도 박힌 돌을 뺄 수 있다는 자신감일까? 비명계를 겨눈 표적이 하나씩 좁혀지고 있다.

지난달 27일을 기점으로 당내 ‘공천 학살’ 우려가 가시권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신임 지명직 최고위원에 친명(친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박정현 전 대전 대덕구청장을 내정하면서다. 원래는 비명(비 이재명)계인 민주당 송갑석 의원 자리였지만, 지난 9월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공석이 됐다.

짙어지는
친명 색채

이 대표가 당무 복귀 후 첫 메시지로 ‘통합’을 내건지 불과 닷새 만에 ‘도로 친명당’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내년 총선까지 반 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서 친·비명 간의 갈등이 재점화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김민석 전 정책위의장이 사임하면서 공석이 되자, 이개호 의원을 임명했다. 이 의원은 친낙(친 이낙연)계 인물이지만 당내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박 최고위원이 몰고 온 후폭풍을 상쇄하기 위한 ‘형식적 인선’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은 지역 안배와 당내 통합 등 이 대표 인선 기조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지도부의 인선 논의와 관련해 “특별한 이견은 없었다”며 “두 분에 관해 최고위원들 의견이 일치했다”고 부연했다.


박 최고위원은 대전 대덕 출마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덕은 비명계인 민주당 박영순 의원의 지역구다. ‘비명계 솎아내기’가 시작됐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시작으로 비명계 측은 공천 학살이 본격 시작됐다고 이구동성했다.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지도부는)박 최고위원이 충청 여성 정치인이라는 명분으로 직을 줬다”며 비명계 지역구에 출마를 결심한 인물을 발탁한 지도부의 속내를 비판했다.

이어 “이번 지명은 통합이 아니라 동지의 가슴에 비수를 들이대는 행위”라며 “박영순 의원을 찍어내기 위함이 아니라면 불출마가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일 공식적으로 당무위원회를 통해 최고위원직을 임명받은 박 최고위원은 ‘자객 공천설’에 대해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충청권의 총선 승리를 통해 전국 승리를 견인하겠다는 당의 의지가 포함된 것”이라며 자신이 임명된 이유를 강조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자객 공천설이 불거진 데는 비단 박 최고위원 한 명뿐만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온다. 강성 친명계로 구성된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이하 더민주) 인사를 비롯해 원외 친명계가 비명계 지역구에 대거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여의도 떠도는 숙청 리스트
친명·개딸 합세해 총공격

더민주 강위원 사무총장은 지난달 15일 송 전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광주 서구갑 출마를 선언했다. 관련해 송 전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누구나 정치에 출마를 할 수 있다”면서도 “몇몇 출마하시는 분들이 정치로서 지역구민에게 어필하기보다는 친·반명 경선 구도를 가져가려고 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더민주 상임운영위원장인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은 비명계 강병원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 출마를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박 당도 5’로 분류되는 이들의 지역이 가장 위태롭다는 평이 나온다. 수박은 ‘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란 뜻으로 강성 지지자들이 비명계를 비하할 때 쓰이는 단어다. 당도가 높을수록 강성 비명계로 통한다.

당도 5에 해당하는 민주당 이원욱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화성을에는 진석범 동탄복지포럼 대표가 출마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진 대표는 이 대표 경기지사 시절 경기복지재단 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내리 5선을 지낸 대전 유성을에는 이 대표의 대선경선캠프의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이경 상근부대변인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대변인은 과거 이 의원이 친명계 인사들을 싸잡아 ‘곰팡이’에 빗댄 발언을 정면으로 저격했다.

중진 의원이 자극적인 언어로 상대방을 비난하는 ‘형편없는 기득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민주당 김종민 의원 지역구(충남 논산계룡금산)에 황명선 전 논산시장, 전해철 의원 지역구(경기 안산상록갑)에 양문석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윤영찬 의원 지역구(경기 성남중원)에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각각 이름을 올리고 있다.

비명계
밀어내기

현재 강력하게 거론되는 ‘비명계 숙청’ 시나리오 중 하나는 당이 친·비명 의원을 경선투표에 올려 당원의 선택에 따르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비명계 의원에게 속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며 “아무리 지금의 이 대표가 통합의 메시지를 내더라도 총선이 다가오면 경선을 거쳐 몽땅 ‘합법적 숙청’으로 잘라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언급된 곳은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지역인 만큼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를 뜻하는 ‘개딸’(개혁의 딸)의 입김이 세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친·비명 두 인물을 나란히 경선에 올렸을 때 개딸은 친명이거나 계파색이 옅은 의원이 새로 깃발을 꽂는 데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5월 다음해 총선 공천특별당규(공천룰)를 발표했다.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 체제 당시 만들어진 ‘시스템 공천’ 기틀을 유지한 것으로 ▲지역구 경선 원칙 ▲권리당원·국민 50:50 여론조사 ▲전략공천 최소화(20% 내)를 골자로 한다.

이 중에서 뇌관이 된 것은 권리당원과 국민 여론조사 비율이 각각 50%씩 반영된다는 점이다. 민주당 권리당원 중 대다수는 이 대표가 대선후보로 부상한 2021년 이후 입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3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이후 주말 사이에 약 1만명의 당원이 가입하기도 했다.


과도한 ‘팬덤정치’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그와 맞먹는 힘을 쥐고 있어 경선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강성 지지자는 연일 비명계를 향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 이원욱 의원의 사무실 앞에는 ‘민주당 내의 검찰 독재 윤석열의 토착 왜구 당도5 잔당들’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이 의원을 비롯한 윤영찬·이원욱·박용진·박광온·설훈·김종민·이상민·송갑석·조응천 등 비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의 수박을 뒤집어쓴 합성 사진이 함께 실렸다.

‘나에게 한발의 총알이 있다면 왜놈보다 나라와 민주주의를 배신한 매국노를 백번 천번 먼저 처단할 것이다’라는 협박성 문구는 당내서도 논란이 됐다.

일부는 이 의원의 사무실에 들어가 소란을 일으켰다. 이를 두고 비명계 측은 “이 대표가 말한 통합 메시지가 단지 보여주기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이 대표가 이를 즐기고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연말까지
갑론을박

비명계는 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총선을 관리하는 총선기획단 단장은 관례적으로 당의 사무총장이 맡는데, 친명계 중진으로 꼽히는 조 사무총장이 키를 쥐면 공천 보복이 현실화할 것이란 해석이다.


체포동의안 가결 후폭풍으로 송 전 최고위원과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직을 내려놨을 당시 조 사무총장은 예외였다. 당시 조 사무총장을 비롯한 정무직 당직자 전원은 사의를 표명했지만, 이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비명계를 중심으로 조 사무총장의 사퇴 여론이 일었다. 사무총장직은 경선 전 정무적 단계서 개입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중립적인 인물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 지도부는 조 사무총장의 사퇴론을 일축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사무총장은 대표와 최고위원회 의결 사항을 실무적으로 빈틈없이 지원하는 직책”이라며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거취 논란이 계속되던 지난 1일, 민주당이 조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총선기획단을 발족시켰다. 총선기획단은 단장인 조 사무총장을 비롯한 13명의 관련직 위원으로 구성됐다.

총선기획단에는 ▲정태호 민주연구원장 ▲김성주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 ▲한준호 홍보위원장 ▲이재정 전국여성위원장 ▲전용기 전국청년위원장이 이름을 올렸다.

일반직 위원은 ▲신현영 의원 ▲최택용 부산 기장 지역위원장 ▲박영훈 당 청년미래연석회의 부의장 ▲장현주·장윤미 변호사가 임명됐다.

총선기획단이 출범하자 비명계의 불만이 즉각 터져 나왔다. 이들 대부분이 계파색이 옅거나 일부 친명 성향이 드러난다는 게 비명계 의원들의 주장이다.

경선까지 붙여놓고 팽?
합법적 컷오프에 반발

특히 최 위원장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서 가결표를 찍은 의원을 겨냥한 적 있어 친명 색이 짙다는 평을 받는다. 최 지역위원장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의원을 두고 SNS를 통해 ‘검찰 독재 부역자’라고 비난하며 “당내 청소에 나서자”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이 웃는 얼굴을 보는 것(이) 괴로웠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21대 총선과 비교했을 때 중립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당시 총선기획단에는 ‘대표 소장파’로 꼽혔던 민주당 금태섭 전 의원이 합류했다. 프로게이머 출신이자 현 노무현재단 이사인 황희두씨를 영입하기도 했다.

한 비명계 중진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 대표의 결함이자 한계”라며 이번 인선을 평가했다. ‘친명 일색’이라는 비판을 예상하면서도 조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앉힌 건 민주당이 이 대표의 그늘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백날 통합을 외친다고 하더라도 결국 말을 뒤집는 선수”라며 “이 대표 체제에 관한 불신이 치유되긴커녕 오히려 부채질한 꼴”이라고 소리 높였다.

또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통화서 “이번 인선은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기 위한 절차”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22대 국회서 민주당이 ‘이재명 사당화’될 경우 민주당의 승패는 아무도 모른다”며 “지금 이 대표는 자신이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크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명계의 우려 목소리가 우후죽순 솟아나자 지도부에서는 논란에 반박하고 나섰다. 모든 공천은 시스템으로 관리되는 만큼 비명계만 축출될 가능성은 작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중진 비명계 지역구를 노리는 인사가 대부분 신인인 점을 감안했을 때 경선을 치른다면 국민에게 인지도가 쌓인 비명계 의원이 유리하다는 해석도 내놨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자객 공천 논란을 두고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지금 대부분 이재명 대표와 가깝다고 얘기하는 분들은 정치 신인이나 도전자들의 ‘자가발전’”이라며 “전혀 이재명 대표하고 연관된 분들은 없다”고 주장했다.

지도부가 진압에 나섰지만 친·비명 간의 갈등은 공천 결과가 판가름 나는 연말·연초까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친명계가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뭉치자”는 주장을 이어가며 본격 비명계 압박에 나서면서다. 내년 총선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대여 강경 투쟁’이 필요한데, 비명계가 소란을 일으켜 당에 균열을 초래했다는 설명이다.

기약 없는
마침표

정치권 안팎에서는 비명계가 공천받지 못한다면 대거 탈당해 신당을 창당하는 등 그들의 정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현재 비명계의 결집력이 약한 만큼 ‘각자도생’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해석도 제시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새로운 집단을 형성하기는 위해서는 결이 맞는 인물을 끌어모으는 구심점이 필요한데, 지금으로서는 눈에 띄는 사람이 없다”며 결집 가능성이 작다고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는 비명계 의원이 여러명 있지만 이들이 하나로 뭉칠 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면서도 “만일 하나의 계기가 기폭제가 된다면 (창당이)가능할지도 모른다”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예산·민생 잡는 이재명 논란은 뒷주머니에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체제에 들어섬과 동시에 예산 정국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비명계의 ‘친명기획단’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관련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당내 갈등을 재점화할 여지를 줄이는 대신 예산안에 집중하면서 민생을 챙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민생경제 기자회견서 “윤석열정부가 오로지 건전 재정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책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위기 극복 방안을 총동원하면 3% 성장률 회복이 가능하다”며 이를 뒷받침할 ‘쌍끌이 엔진’으로 미래형 SOC 투자와 소비 진작 두 가지를 강조했다.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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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